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8
밥만 먹고 레벨업 48화
“참, 씨앗은 뭐죠?”
민혁은 대답을 얼버무리기 위해 물었다.
고구마맨을 잡았을 때 나온 씨앗의 숫자는 총 일곱 개.
그리고 이 일곱 개의 씨앗은 모두 색이 달랐다는 거다.
“씨앗을 심으면 그 씨앗에 해당하는 열매가 자라나게 되지.”
“오오오오오!”
민혁은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그 말은 고구마가 아닌, 다른 과일이나 채소도 얻을 수 있다는 말 아니던가!
“하지만 그건 자네의 것이 아닐세.”
“제께 아니라뇨. 보상으로 제가 받았는데요!”
“잠시만 기다리게. 자네의 것은 따로 있다네.”
그렇게 말한 블란이 오두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그는 생각했다.
‘씨앗을 선택할 리가 없지.’
최종 조건을 달성한 민혁.
그리고 블란은 이제 그를 시험해야 한다.
블란은 자신의 오두막의 작은 보석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매우 값비싸 보이는 반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반지는 마하바의 더블링으로 유니크 아티팩트였다.
거기에 이 마하바의 더블링의 경우 현존하는 더블링 중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아티팩트라는 거다.
‘마법 방어력을 자그마치+40을 상승시켜주고 스킬 흡수가 특수능력으로 있지.’
이 마하바의 더블링에 걸려있는 스킬 흡수는 50%의 확률로 상대방과 100레벨 이상이 차이만 나지 않으면 흡수해낸다.
그리고 흡수한 그대로 그 능력을 딱 1회 10분 안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그만큼 값진 반지.
블란은 이 반지를 민혁에게 제시할 예정이다.
그 대신 씨앗 일곱 개를 달라며.
그 때문에 이것이 시련이다.
‘마하바의 더블링을 선택하면 마하바의 더블링만 얻게 되지, 하지만 씨앗에 관련한 보상은 얻을 수 없게 되지.’
이는 히든피스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이 시련의 맹점은 바로 이것이다.
‘씨앗 따위보다 당연히 마하바의 더블링이 중할 테지.’
사실 블란 자신이 봐도 마하바의 더블링보다 씨앗이라고 할 이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미 블란에게 알림이 울렸다.
이 씨앗은 단지, 조금 더 맛있는 과일과 채소가 자라나는 씨앗일 뿐이라고 미끼를 던지라고.
즉 농사꾼의 던전에서의 정말 완벽한 보상인 히든피스까지를 달성할지 시험하는 거다.
그는 민혁이 있는 장소로 걸음 했다.
“자, 이게 최종 보상일세. 내게 씨앗을 건네준다면 이 던전 안에 있는 모든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알림이 들릴 걸세, 그리고 난 이걸 자네에게 보상으로 주지.”
[마하바의 더블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이 씨앗이 열매로 자라나면 어떤데요!?”
“에이, 특별할 것 없다네. 더 맛있는 열매가 자랄 뿐이야. 어서 내게 씨앗을 주게, 이 보상이 탐나지 않던가?”
“더 맛있는?”
“그래, 더 맛있는. 어서 내게 씨앗을 주게나,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없다네! 반지 얻기 싫은가!?”
블란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생각했다.
이 녀석, 꽤 마음에 드는 놈이었다.
하지만 최종 보상은 역시나 불가능하리라.
하지만 민혁은 곧 흐흐흐 하고 웃어 보였다.
“맛있는 열매라니, 우와!”
“……?”
블란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맛있는 열매가 자그마치 일곱 개라는 건가요!?”
민혁은 마하바의 더블링에는 쥐꼬리만큼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럼 전 씨앗 안 드려서 제가 키워서 맛있는 열매 먹을래요!”
“……진심인가?”
“그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 거참, 당연히 맛있는 열매가 나는 씨앗이 더 좋지 무슨 아이템 따위가 중요한가요! 아이템이 밥 먹여줘요!?”
민혁은 정말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처럼 말했다.
“먹는다는 건 내 몸에 흡수되는 거지만 아이템은 그저 아이템일 뿐.”
그리고 그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도 블란은 코끝이 찡해졌다.
“자네, 사실은 그 씨앗이 어떠한 열매를 맺을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지!?”
“……?”
민혁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맛있는 게 먹고 싶어서일 뿐인데!
거기에 울리는 알림.
[블란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블란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블란과의 친밀도가…….]“자네는 정말 진정한 농사꾼의 자격을 갖추고 있군! 세상에, 어떠한 열매가 열릴지 궁금해서 씨앗을 가지겠다니!”
“아니, 더 맛…….”
“자네는 타고난 농사꾼의 피를 이어받았어!”
착각은 착각을 낳는다.
사실 일반 사람의 기준에서 더 맛있는 걸 먹겠다고 씨앗을 선택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거기에 민혁은 이제까지 고구마 캐기도 열심히 했다.
그는 은연중 숨겼지만, 농사라는 것을 사랑하고 아꼈던 것 아니겠는가!?
“정말 자네를 만난 건 내 평생의 행운일세!”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씨앗을 슬그머니 품속에 집어넣고 흐흐 웃었다.
‘이렇게 스리슬쩍, 나의 것이 되는 것!’
“자, 이걸 받게나.”
그러다가 민혁은 흠칫했다.
‘아, 아직도 포기하시지 않으셨나!?’
“시, 싫어, 안 돼! 죽어도 못 줘요! 이 씨앗만은 줄 수 없어요!”
민혁은 떼를 쓰듯 말했다.
블란은 피식 웃다가 그의 손에 마하바의 더블링을 쥐여주었다.
“아니, 자네가 가져야 해. 이 마하바의 더블링도. 그 씨앗에서 열릴 열매도. 진정한 주인은 자네일세.”
그 순간 민혁에게 알림이 울렸다.
[히든피스. 진정한 농사꾼의 기질을 갖춘 자를 달성합니다.] [씨앗을 키우실 수 있습니다.] [초급 농사가 레벨업 합니다.] [초급 농사가 레벨업 합니다.] [마하바의 더블링을 획득합니다.]히든피스!
민혁은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씨앗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런데 히든피스라니? 아리송할 수밖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의 경우 씨앗보다 반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아이템에 목메고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니까 말이다.
“씨앗 좀 확인해 봐도 될까요?”
“그러지.”
그리고 민혁은 씨앗을 전에도 확인했었다.
그때는 ‘보잘것없는 씨앗’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노력과 보살핌의 씨앗.)
재료등급: ?
특수능력
⦁?
설명: 노력과 보살핌의 씨앗은 진정한 자격을 갖춘 농사꾼만이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한 씨앗이다. 계속해서 캐라! 캐면 캘수록 ‘씨앗의 노력 %가 채워질 것이다. 그 %에 따라 씨앗이 맺는 결실은 달라질 것이며 지극정성 씨앗을 아끼고 사랑해준다면 이 역시 씨앗이 반응할 것이다.
딱 2주 동안만 씨앗은 성장할 수 있다.
민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른 것들도 확인해 봤다.
(마하바의 더블링)
등급: 유니크
제한: 힘60
내구도: 4,000/4,000
방어력: 101
특수능력:
⦁마법 방어력+40
⦁스킬 흡수
민혁은 곧바로 추가로 붙어 있는 스킬도 확인해 봤다.
(흡수)
아티팩트 스킬
레벨: 없음
소요마력: 70
쿨타임: 24시간
효과:
⦁100레벨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시 상대방의 마법 공격, 혹은 물리 공격까지도 1회 흡수할 수 있으며 10분 안에 1회 착용자가 흡수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뭐, 나쁘진 않네.”
이 역시 더블링.
이제 민혁은 자그마치 더블링을 두 개나 가지게 된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민혁은 곧바로 초급 농사를 확인했다.
(초급 농사)
패시브 스킬
레벨: 7
효과:
•재료 채집, 캐기와 같은 것이 21% 더 빨라진다.
•15% 확률로 더 좋은 재료를 캘 수도 있다.
초급 농사는 특별히 변한 게 없었다.
하지만 레벨업 했다는 게 기쁘다.
더 좋은 재료를 캘 확률이 상승했으니까.
“이리로 오시게.”
그리고 이어서 블란이 그를 이끌었다.
민혁은 그의 이끄는 대로 걸음 했다.
블란이 거주하는 오두막 인근.
그 뒤쪽의 장작이 쌓인 곳에 문이 하나 있었다.
민혁은 군고구마를 먹기 위해 장작을 빌릴 때 의아해했던 문이다.
하지만 블란의 허락 없이 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문을 열자 모습을 드러낸 것.
민혁은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와…… 와…… 와…… 와아아!”
민혁의 그 감탄 어린 목소리!
그에 블란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감자일세!”
“우와아아!”
민혁의 감탄 어린 목소리가 커졌다.
민혁은 그 이후로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그리고 씨앗도 심었다.
감자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감자튀김이나 감자 샐러드, 또는 집밥의 밑반찬 중 최고인 감자채 볶음과 같은 음식들!
그는 그때부터 계속해서 감자만 캐기 시작했다.
현실의 하루는 24시간.
게임 속으로는 약 96시간이다.
잠은 거의 현실 기준 하루에 2시간만을 잤다.
거기에서 남아 있는 시간 이상을 계속해서 그는 감자만 캤다.
잠?
먹을 것이 눈앞에 있는데 잠이 민혁을 막을 순 없었다.
[초급 농사가 레벨업 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 [감자를 획득합니다.]민혁의 감자 캐기는 계속되었다.
* * *
게임 속 시간으로 2주가 지났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게임을 종료하고 나온 민혁은 퀭해 보였다.
“민혁 군, 잠 좀 자야지 않겠어?”
“괜찮아요. 헤헤. 지금 감자가 이만큼 쌓였거든요!”
이진환의 걱정 어린 말에 민혁은 제스처로 표현했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
오늘도 몸무게를 재는 날이다.
모두가 함께 체중계 앞으로 향했다.
민혁은 심호흡을 고르게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육중한 몸을 체중계 위에 올렸다.
쿠우웅-
숫자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신중한 표정으로 체중계를 확인한다.
애석하게도 오늘 아버지는 급한 일이 있어 오시지 못했다.
민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헉……!’
‘억!?’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놀란 탄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결과는 민혁이 직접 보는 게 좋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 눈 뜹니다!?”
“그, 그래!”
민혁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리고 체중계를 보았다.
체중계를 본 순간.
172.7㎏.
민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500g이 빠져 있었다.
짝짝짝짝!
모두가 박수를 쳤다.
“축하한다, 민혁아.”
창욱은 진심으로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민혁아, 축하한다!”
“축하한다, 강민혁!”
“넌 해낼 줄 알았다!”
모두가 밝은 얼굴로 말한다.
하지만 민혁의 귓가에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에게 희망은 없다고.
나는 맛있는 것도 먹지 못하면서도 죽을 거라고.
한데, 변화가 생겼다.
고작 500g이었다.
남들에겐 고작 500g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민혁에겐 누구보다 갈망했고 누구보다 원했던 수치였다.
그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 방울 눈물이 흘렀다.
“흑, 흐어엉!”
민혁이 울기 시작했다.
아주 서럽게, 슬프게 펑펑 울었다.
어쩌면 정말 게임 속 모습을 현실에서도 가질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사실 앞으로는 더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네, 민혁 군. 하지만 지금 분명히 변화가 생기고 있고 섭취량이 줄어들고 있어.”
진환은 그 후의 말은 잇지 않았다.
‘맛을 게임에서 충족시킴으로써 앞으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할 때가 아니다.
“흑흑흑흑!”
민혁이 정말 애처롭게 울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기쁜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기도 했다.
“야야, 왜 울고 그러냐. 형 맘 아프게.”
“흐어어어어엉!”
하지만 민혁은 더 울었다.
“형이 아테네에서 사탕 사줄게, 뚝!”
“뚝!”
“……헐?”
“헉…….”
“컥!?”
펑펑 울어대던 민혁이 사탕 그 한 마디에 울음이 그쳤다.
언제 울기라도 했냐는 듯 눈물을 훔쳐내고 창욱을 보며 말했다.
“딸기 우유 맛이 진리인 거 아시죠?”
“…….”
“…….”
“…….”
그리고 상상만 해도 기대된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