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97
밥만 먹고 레벨업 498화
아테네의 세계관에서 NPC들과 유저들은 어떠한 이들의 소문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아테네 유저들의 경우 그 누군가에 대한 소문에 대해 검색으로 확인하거나 즐투브 등을 봄으로써 그가 어떠한 이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실제로 천외국만을 보아도 그렇다.
레전드 길드이던 시절 대륙운(大陸雲)에서의 전설과도 같은 전투도 유저들은 실시간으로 보거나 수차례 반복재생하여 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블랙 드래곤 보르몬이나 혹은 대악마 베로스와의 전투까지.
하지만 반대로?
NPC들의 대부분은 그 이야기를 듣기만 할 뿐,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들에겐 유저들과 같이 영상재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랬기에 왕국들은 천외국을 둘러싼 허황된 소문을 일체 믿지 아니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소년이 검성이며, 야설을 쓰는 베스트 셀러 작가 또한 전설들을 짓밟을 정도로 강하다.
또한, 대악마는 천외국의 왕을 따르게 된 소악마에 의해 그를 시샘하여 그를 공격하였다.
딱 들어만 보아도 알지 않겠는가!?
이는 천외국이 만들어낸 유언비어에 불과해 보인다.
다른 왕국들과 그 백성들이 천외국을 무시하지 못하게 갖은 전설과 말도 안 되는 말들을 퍼뜨린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상식선에서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지금. 폴로 백작의 그 생각이 바뀌려 하고 있다.
어지간한 작은 산 크기의 드래곤을 작은 인간이 부츠 발로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그것도 지나가던 ‘어부’가 말이다.
“어, 어찌 이런…….”
너무 놀라 그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드래곤 에일카나.
그는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치욕을 느끼고 있었다.
일개 인간 따위가 자신의 머리에 흙 묻은 부츠 발을 얹고 있지 않은가?
“감히이이이이이!”
그의 분노가 그 주변으로 거대한 폭발로 연달아 터져나갔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한데, 연이어 일어난 일이 더 놀랍다.
“X만 한 도마뱀 새끼야.”
그는 지상 최대의 존재인 드래곤을 ‘X만 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니, 그런 표현이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그가 발로 에일카나를 짓누르는 걸 보면 또 부정할 수도 없다.
그가 싸늘하게 뱉어낸다.
“닥쳐.”
콰자아아아아아아악-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술 듯한 폭발에도 불구하고 그는 발을 들어 올려 또 한 번 에일카나의 머리를 짓밟아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끄르르르르르르륵!”
땅속에 머리가 파묻혀 분노하는 에일카나의 모습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사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폭발을 팔을 휘둘러 거대한 물의 장벽을 소환해 가뿐히 막아냈다.
그때, 에일카나의 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큽!”
그 폭발에 의해 뒤로 퉁겨 날아간 사내가 허공에서 균형을 잡았다.
땅속에서 머리를 빼 든 에일카나의 얼굴이 분노로 얼룩져 있다.
그래, 에일카나. 그는 잠깐 당혹했다. 사내에게 마법을 사용해 공격했을 때, 물고기에 눈이 멀어 그를 취하려 하다 그의 공격을 받고 땅에 머리가 처박혔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는 자유로워졌고 방심하지 않는다.
“크아아아아아아!”
에일카나의 주변에서 수백 개의 마법이 생겨나 사내를 향해 쏘아진다.
드래곤의 마법은 어지간한 마법 방어력은 무시한다. 그랬기에 더 위력적이다.
‘그래, 저 마법에 강타당하면.’
폴로 백작은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저 미친 어부 새끼가 잿더미가 되어 사라져 버리리라.
그때 어부의 왼팔로 거대하고 길게 늘어뜨려진 쇠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날이 휜 검이 나타났다.
어부 고르피도의 쇠사슬은 그 유명한 ‘만년한철’로 만들어져 있으며 만년한철은 오랜 시간을 버텨온 만큼 높은 내구성과 말도 안 되는 마법 방어력, 심지어는 마법 공격력을 무력화시키는 힘 또한 가지고 있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륵-
고르피도의 손에 쥐어진 쇠사슬이 춤을 추며 주변에서 날아오던 모든 마법과 닿는 순간, 그를 흡수해버린다.
“……!?”
에일카나는 의아했다.
그리고 대해적 고르피도가 과거 서열 악마 1위 바알을 쫓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쥔 쇠사슬에 있었다.
‘만년사슬’이라고 귀찮다는 이유로 짧게 이름 지은 이 사슬은 적의 마법 공격과 특성, 상태 이상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거기에 더해 그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역시 귀찮다고 이름 지은 ‘만년검.’은 그 흡수한 능력을 1.3배의 힘으로 돌려주는 힘을 가진다.
“돌려주마.”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왼손엔 쇠사슬을, 오른손엔 검을 쥔 고르피도가 힘껏 검을 내리친 순간.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더 강력해진 마법들이 하늘로 날아오른 에일카나를 폭격한다.
“히이이이이이익!”
폴로 백작이 뒷걸음질 칠 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르피도는 바다의 악귀(惡鬼)라 불렸던 인물.
그의 검술은 잔혹하고 끔찍하다. 그렇지만 역시 귀찮아서 이름을 쉽게 지었다.
“해일칼.”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악-
마법에 가격당해 땅으로 추락하는 에일카나를 밑에서 솟구친 거대하고도 푸른 파도가 단숨에 집어삼켰다.
에일카나의 어떠한 기사들의 검도 꿰뚫지 못한다는 단단한 비늘을, 파도 속에 숨은 500개의 칼날이 찢어발긴다.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픽-
“크하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아악!”
푸르게 솟아올랐던 파도가 붉게 물든다. 누가 보아도 그로데스크한 장면이었다.
에일카나의 곁에 다가선 고르피도가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그를 압박한다.
“X만 한 드래곤 새끼야, 뒈져라, 뒈져! 키하하하하!”
광소하는 그를 보던 폴로 백작이 결국에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도대체 저 정체 모를 어부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물론 에일카나가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리 데미지 반사 마법과 광역마법 등을 사용해, 사내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에일카나를 압박해간다.
‘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폴로 백작은 저 정체 모를 어부에 의해 혼란스러워졌지만 생각했다.
발렌시아로 들어선 이들을 도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다.
저 어부가 비약적인 것이지, 안으로 들어간 무패의 기사들과 그를 비롯한 300명의 정예기사가 지금쯤 천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이곳에서 죽을지언정…….’
천외국은 무너졌을 것이다.
그때였다.
폴로 백작이 품속에 가지고 온 구슬이 진동했다.
이 구슬은 ‘전쟁 통신구’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짧은 한마디를 아군들이 담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전송시킨 후, 그들의 구슬은 파괴된다.
그 이유는 혹여나 다른 이들이 다시 듣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 성공했구나……!’
본래 폴로 백작과 에일카나는 이 신호를 받고 수도를 폭격해야 했다.
전쟁 통신구에서 치지직 거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르카다. 내가 이끌던 1정예군이 전멸했다. 반복한다. 1정예군이 전멸했다. 나 또한 곧 귀신창 밴에 의해 죽을 것으로 보인다. 루마이 왕국에 영광을…… 치지지지지직-]“……!?”
폴로 백작이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무신의 나라의 아르카 경.
무수히 많은 인재 중 한 사람이었지만 검성의 자리를 넘보는 희대의 천재였다.
그런 그가, 고작 귀신창이라 불리는 노인네에게 패배했다는 건가?
그때 또 한 번 통신구에서 음성이 들려온다.
[치지지지직- 3정예군을 이끄는 벤트다. 3정예군 전멸…… 3정예군 전멸…… 지적 장애인 소년에게 전멸했다.] [치지지직- 2정예군 기사단원 암트롱입니다. 2정예군 전멸합니다. 2정예군을 이끌던 루돌 경께서 전사하셨습니다. 저 또한 곧 루돌 경을 따라갈 것 같습니다. 루마이 왕국을 위하여…….] [치지지지직…… 전멸. 전멸…….] [전멸……! 후퇴하라. 천외국의 전설은…… 치지직. 사실……이었……치이이이이익.]“……!”
바닥에 주저앉은 폴로 백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그 터무니없던 전설들이 말인가?
바로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에일카나가 땅에 처박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에 처박힌 에일카나를 고르피도가 쥔 만년사슬이 칭칭 휘감기 시작했다.
“흐으음~ 전하께서 드래곤 고기도 드실지는 모르겠군.”
말 그대로 에일카나를 거대한 물고기를 사냥한 듯한 표정을 짓는 어부.
그리고 어부 고르피도는 이미 폴로 백작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고르피도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나,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죽여라!”
폴로 백작은 어쩌면 이 순간 전쟁의 포로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포로가 되어 앞으로의 정보를 그들이 빼낼 거라고.
“그래.”
“……?”
하지만 고르피도는 포로 따위를 귀찮게 만드는 인물이 아니었다. 너무도 쉬운 대답에 폴로 백작의 당당함이 사그라들었다.
그때였다.
전쟁 통신구가 마지막 통신을 보냈다.
[치지지익- 무신의 제자 렌지다. 헤츨링과 헤이즈라는 식신의 보좌관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미치광이 지배자 아칸이 있는 곳으로 달릴 예정이다.]“……!”
폴로 백작의 얼굴에 희열의 미소가 생겨났다.
대부분의 이들이 전멸했다.
그런데 지금, 유일하게 혼자 움직인 무신의 제자 렌지가 본인의 임무만을 성공시켰다.
바로 드래곤의 알에서 부화한 헤츨링을 빼 오는 것이었다.
본래 목적은 헤츨링만이었다. 그런데 식신의 보좌관까지 납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크, 크핫…… 크하하하핫!”
폴로 백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가장 중요한 일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자신의 눈앞에 잔혹한 살인마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웃음이 잦아들었다.
툭-
폴로 백작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고르피도가 있는 힘을 다해 천외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헤이즈와 루나가 납치되었다……!?’
천외국 건국 이래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 * *
귀신창 밴.
강력한 육체와 그만큼이나 강인한 의지를 가진 그였으나 아르카마저 베어냈을 때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어 땅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빠르게 달리는 말을 보았다.
그 말 위에는 얼굴이 검은 천에 뒤덮인 한 여인과 역시 거대한 자루에 들어가 꿈틀거리는 이가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틈, 얼굴이 가려진 여인의 가슴에 박힌 배지를 보았다. 그는 보좌관을 나타내는 배지였다.
그녀는 헤이즈였다. 그리고 자루 속에서 꿈틀거리는 존재의 목소리.
“히에에에에에~?”
모든 것이 즐거운, 천진난만한 목소리.
그 소리의 주인공을 깨달은 귀신창 밴이 마지막 힘을 발휘하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는 귀신창 밴이 기절하고야 말았다.
약 30초 후.
기절한 상태에서도 귀신창 밴은 놀라운 정신력으로 깨어나는 데 성공했다.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린 그.
그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킨다.
천외국은 지금 전쟁발발단계에 돌입했다.
모든 병력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려 하면 이미 늦는다.’
도움을 요청하는데 약 3~5분이 소요된다. 그땐 이미 그들을 놓친다.
귀신창 밴이 우물로 걸어가 물 한 바가지를 크게 퍼서 몸에 붓는다.
“푸하!”
온몸의 붉은 피가 씻겨 내려간다. 창 세 개를 등 뒤에 맨 후에 최상급 포션을 들이켜 바닥에 던진 그가 테리우스처럼 기다란 머리카락을 질끈 묶는다.
‘또 1분이 지났다.’
헤이즈와 루나를 납치한 자와의 격차는 약 2분.
그를 좁혀야만 한다.
“이랴! 이랴!”
그가 올라탄 말이 발렌시아의 수도를 가르며 적을 쫓아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혈혈단신의 노병이 수만의 적군과 싸워 그들을 지켜내는 신화.
이날. 반신에 오르는 창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