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99
밥만 먹고 레벨업 500화
미치광이 지배자 아칸.
이제는 사람들에게 두 번째 세상이 되어버린 아테네의 붕괴를 꿈꾸는 유저.
그가 초기 개발자였냐며 박민규 팀장이 질문하고 있다.
그 질문에 강태훈 사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찬물로 세수했다.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낸 강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
“예?”
박민규 팀장은 그 대답에 의아해졌다. 강태훈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칸은 말도 안 되는 천재적인 개발자였지, 사실상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아테네가 있었다고 할 수 있어.”
박민규 팀장은 그 말에 몸을 떨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아테네는 나와 그 친구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맞아. 그때의 사고로 그는 떠나갔지. 나를 저주하면서.”
“어, 어찌 그런…… 그렇다면 어째서 영구정지를 시키지 않은 겁니까!”
박민규 팀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의미는 저기에 있는 ‘아칸’이라는 유저가 이 아테네의 세계관을 모두 꿰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그 말에 강태훈 사장은 피식 웃음 지었다.
“자네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네, 모든 것을 아는 자가 행하는 아테네는 밸런스 붕괴를 일으킨다.”
“그걸 아시면서……!”
“첫 번째. ㈜즐거움에 입사한 수십만 명의 직원 중 아테네를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의 숫자가 많을까, 아닌 사람이 많을까.”
“…….”
그 질문에 박민규 팀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테네의 무수히 많은 운영자와 직원들 또한 아테네를 플레이한다.
그들은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도 대다수이며,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 아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특별함을 드러내는 유저가 몇이나 있는가?
“두 번째. 아테네 출시 전. 나는 이와 같은 상황을 우려하여 뼈대를 그대로 두 대, 다른 모든 것은 새로이 만들어냈네. 아칸이 알고 있던 모든 것들과 지금의 아테네는 완전하게 달라.”
박민규 팀장은 또 한 번 말을 잃었다. 강태훈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맞는 일이다.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
아테네라는 게임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해서 ‘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다고 해도 못 하는 것이 태반이다.
그런데 그를 해내는 유저들이 있다.
마치 ‘식신 민혁’과 같은 자들.
“아칸은 게이머로써도 천재라는 겁니까?”
“맞아. 그의 비상식적인 두뇌. 그리고 뼈대를 제작해낸 그는 말 그대로 미친 게이머야, 우리가 천재라 부르는 게이머들보다도 앞서간다고. 그는 현재의 아테네 세계관에 대해 알지 못하며 모든 것을 본인의 힘으로 해냈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를 막을 수 있겠나?”
아테네는 자유로운 세상이었다. 그리고 아칸은 실제로 그 자유로운 세상의 틀을 깨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의 밸런스 붕괴.
본래 밸런스 붕괴시에 ㈜즐거움 측은 되도록 유저와 만나 협상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아칸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강태훈 사장이 걸음을 옮겼다.
“박민규 팀장.”
“예, 사장님.”
“자네에게 처음으로 아테네를 보여주겠네.”
“……!?”
그 말을 들은 박민규 팀장은 깜짝 놀랐다. 실제 슈퍼컴퓨터이자 아테네 세계관의 태초의 신. 아테네를 본 이는 강태훈을 제외하고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강태훈이 박민규 팀장을 끔찍이도 믿으며, 그의 실력을 알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혹여나 내가 잘못된다면 자네가 이끌어줬으면 해.’
일개 팀장의 직급이라고 하나 박민규 팀장은 강태훈과 많이 닮아 있다.
그는 걸음을 옮겨 많은 열쇠가 걸어 잠겨진 방안으로 걸음 했다.
그곳에 거대한 슈퍼컴퓨터 아테네가 놓여 있었다.
“아테네.”
[말하라.]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기계적이지도 않았으며 딱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박민규 팀장은 묘한 흥분감에 차 슈퍼컴퓨터 아테네를 바라보았다.
“바르코 왕국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확률은?”
[2%로 추정한다.]아테네는 강태훈 사장에게 예의를 갖추거나 하지 않았다.
슈퍼컴퓨터이나 그녀는 한 세계관의 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작 2%라…….”
강태훈 사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바르코 왕국이 함락당하면 그다음엔 천외국이 분명하다.
아칸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르코 왕국에 더해 천외국마저도 자신들 손으로 가볍게 밀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거기에, 드래곤들까지 합세해버렸으니 말이 더 필요한가?
그때.
[지금 그 확률이 8%로 상승했다.]“……!?”
강태훈 사장과 박민규 팀장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자그마치 6%의 상승이다. 어떠한 것이 그러한 변수를 만들어냈다는 건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군.”
[지금 바라코 왕국 회의장으로 천외국의 부 길드 마스터 지니가 도착했다.]“화면 띄워.”
강태훈 사장의 얼굴에 묘한 흥분감이 차올랐다.
일개 유저의 등장이 하나의 왕국의 승률을 대폭으로 상승시켜놨다.
띄어진 홀로그램의 화면.
그곳에서 웅성거리는 왕국군들 틈을 고고한 표정으로 지나쳐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지니가 있었다.
* * *
바르코 왕국의 국왕 로이드의 주먹이 힘껏 테이블을 내리쳤다.
쿠우웅-
“저, 정녕 이러기요!? 더 많은 군사가 필요하오. 저들의 위용을 보지 않았습니까.”
“로이드 국왕. 진정하시오. 우리가 병력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 않소?”
“우리는 무려 1만의 병력을 지원해주겠다 약속했소.”
“우리는 1만 5천이요.”
“총 5만이 넘는 병력 지원인데 뭐가 문제라는 거요?”
다른 나라의 왕들의 말에 로이드 국왕은 치를 떨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원해주겠다는 병력.
그들은 정예도 아닌, 왕국의 어중이떠중이들로서 대부분 ‘징집병’들이었다.
그러한 병력 지원으로 지금의 상황을 이겨나갈 수 없다.
즉, 왕국들은 힘을 합쳐 바르코 왕국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소문에는 아칸이라는 자가 바르코 왕국과 함께 천외국마저 밀어버릴 것이라고 하니, 그들은 속으로는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징집병’이라는 힘도 못 쓰는 자들을 보냄으로써 우리는 바르코 왕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라는 명분조차 갖다 붙이려 하니 치가 떨릴 수밖에.
그런데 갑자기 회의장 내로 기사들이 들어와 왕들에게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뭐? 1시간 내로?”
“어서 떠나야겠군.”
“로이드 국왕. 건투를 비오.”
“바르코 왕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왕들이 서둘러 몸을 일으켜 떠날 채비를 한다.
바르코 왕국의 국왕 로이드의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어떻게 일군 왕국이며 어떻게 이어져 오던 왕국이던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정체 모를 미친놈 하나 때문에 바르코 왕국이 몰락하게 생겼다.
분노로 몸을 떠는 바로 그때.
끼이이이이익-
회의장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자신의 등 뒤로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섰다.
“웬 놈이냐!”
로이드 국왕의 사나운 눈빛이 그녀에게 쏘아졌다.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국왕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천외국의 지니 후작이라고 합니다.”
“처, 천외국!?”
“천외국의 후작이라고!?”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어찌 천외국의 이방인 따위가 무례하게 이곳에 들어온단 말인가!?
지니가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식신도 아닌 후작 따위가 이 자리에 왔는가!?”
최소한 소국이라면, 왕 정도는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에 지니는 싱긋 웃음 지었다.
“아, 전하께선 바쁘셔서요.”
사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건강검진을 위해 미국으로 전용기를 타고 갔던 민혁이다.
아마도 지금 비행 중이라 그 자리의 모두가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비행기 모드 일 것이다.
“용무는?”
로이드 왕은 지니 따위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관자놀이가 지끈거려 죽을 지경이다.
“우리 천외국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바르코 왕국에서 모집한 병력 5만 이상이 지금 수도로 오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적들은 당장에 코앞에 있는 마당이죠. 바르코 왕국은 시간을 벌어주는 게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로이드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그것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오고 있는 병사들이 당도하기 전에 수도가 공격당할 것이라는 사실. 그땐 이미 늦다.
‘최소한 반나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무언가 대책이 생길 터. 하나, 왕국들이나 제국에서도 병력을 보내주는 데 시간이 걸리니, 당장 몰려오는 적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막아준다면요?”
“……뭐?”
로이드 국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우리가 그들의 발목을 반나절 이상 붙잡을 수 있습니다.”
“……!?”
그 말을 들은 다른 왕들이나 로이드 왕은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 우리가 상대해야 할 존재들은 드래곤들이다.
왕국들이 관여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에는 혹여 자신들도 공격받을까 싶어서도 있다.
그런데 고작 소국인 천외국이 반나절 이상을 막아주겠다?
심지어는.
“자네가 이끌고 온 병력의 숫자는?”
“현재는 100이 안 됩니다.”
“크, 크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으하하하!”
“천외국은 아주 재밌소!? 응!? 크하하하하!”
“이런 미친 연놈들! 지금 그걸 장난이라고 하나!?”
비웃는 왕들. 그리고 지니를 노려보는 로이드 왕.
그는 당장 그녀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꺼져라.”
싸늘하게 말한 로이드 왕이 몸을 돌리려던 때. 다리를 꼬고 있던 지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낸다면 바르코 왕국의 이번 달 세금의 10%를, 그리고 우리 천외국과의 외교 시작. 어떻습니까?”
“뭐?”
로이드 왕은 황당해졌다. 10%의 세금은 엄청난 양이었다.
수백만 백성이 지불할 세금을 비롯한 다양한 것들이 얹어진 금액이니까.
심지어 외교를 시작한다?
그 의미. 바르코 왕국이 이제 천외국을 인정한다와 같았다.
다른 왕들은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광소했다.
로이드는 애초에 기대조차 품지 않고 말한다.
“해볼 테면 해봐라. 하지만 하지 못한다면 내 친히 네년에게 그 죄를 물을 것이다.”
“물론이죠. 아, 이 사람들이 저들의 진격을 반나절 간 막을 겁니다.”
지니가 몸을 일으키며 뒤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저들은……?”
그리고 이를 알아본 자. 바로 로이나 후작이었다. 저들은 천외국이 새로이 들인 탑장들이었다.
“저, 저들은 생산직 직업군들 아니요!? 저들로 어떻게 저 2만이 넘는 몬스터와 드래곤, 기사들을 막는단 거요!?”
아르나 후작의 물음에 지니가 말했다.
“지켜나 보십쇼.”
왕들은 그 어처구니없는 패기에 흥미를 느꼈고 로이드 왕은 분노한다.
“잠시 지켜보고 가지.”
“어차피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될일.”
“한 번 보기나 하지.”
왕들은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겨난 듯했다. 로이드 왕은 이 상황이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아, 그저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군대의 체계를 잡아갔다.
그리고 로이드 왕은 보고를 들었다.
“2만의 몬스터 군단이 수도와 5㎞ 내까지 진입했습니다.”
“모두 전투 준비를 갖춰라! 수성 무기를 준비하고 마법사들은 성벽 위에서 폭격을 준비하라!”
로이드 왕은 다급해졌다.
벌써 지니와 이야기를 나눈 지 1시간가량이 지나 오만했던 그녀조차 잊게 되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문득 생각나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년도 그런 미친년이 없군. 고작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들이 반나절 간 저 미친 군단을 막겠다?”
조소하며 걸음을 옮기던 로이드 왕.
그는 성벽 위에 섰다.
그러다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그 이유.
“크라라아아아아!!!”
2만의 대군을 향해 거대하게 포효하고 있는 한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벽 위.
이미 와있던 지니가 그를 돌아본다.
“바르코 왕국의 로이드 국왕이시여.”
“……!”
로이드 왕의 몸이 경기를 일으키듯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그 존재의 위용에 말문을 잃을 지경이다.
“이제 천외국이 어떤 국가인지 아시겠나이까?”
그렇게 말하며 조소 짓는 그녀.
지금 2만 몬스터 대군 앞에서 포효를 시작하는 거대한 존재.
“브, 블랙 드래곤 보르몬……!!?”
지상 최대의 존재.
블랙 드래곤 보르몬이 강림했다.
몰려오던 2만의 대군이 멈춰섰다.
하늘 높이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블랙 드래곤 보르몬의 입에 거대한 힘이 넘실거렸다.
블랙 드래곤 보르몬의 드래곤 브레스였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재앙이 2만의 몬스터 군단을 향해 쏘아졌다.
지니의 고개가 돌아간다. 그녀가 바라보는 두 사람.
바로 화가의 탑의 탑장 엘리스와 이 모든 전략을 짜낸 지식의 탑의 탑장 알로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