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05
밥만 먹고 레벨업 506화
미국행 전용기를 탄 민혁은 당연하게도 그곳에서 어떠한 연락도 받을 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서야 지금 천외국과 벨라크 왕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던 때. 민혁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1. 노장은 죽지 않는다.]불길한 기분이 들어 곧바로 확인해 봤고 그 ‘노장’이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귀신창 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아테네 캡슐이 있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접속하자마자 민혁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밴이 있는 곳이었다.
“아…….”
민혁의 몸이 멈춰섰다. 장난끼 많지만, 때론 천외국에서 누구보다 든든하고 강경한 귀신창 밴이 바닥에 주저앉아 검은 재가 되어 스르르 흩어져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민혁의 이성이 투둑 하고 끊어지는 듯했다.
그는 하수구로 들어가는 길목을 먼저 부숴버리고 그 주변의 모든 자를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저, 저게…… 천외국의 왕……!”
렌지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자신들이 듣던 천외국의 왕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귀신창 밴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다.
민혁은 일본에 다녀온 후로도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드래곤 장로 벨라크를 쓰러뜨린 그.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손을 뻗는 귀신창 밴을 바라봤다.
폭식 결여증이라는 병을 앓게 되고 그의 삶에선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었다.
그리고 아테네라는 게임을 치료 목적으로 시작하면서 많은 인연을 쌓아왔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가신으로 받아들인 존재가 바로 귀신창 밴이었다.
‘바리스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곁에 두었지만 항상 전장에서 선봉에 서는 그를 보며 든든했다.
그가 타주는 커피는 때론 가장 따뜻했고 때론 가장 시원하며 달기도 했다.
민혁에게 밴은 실제 친할아버지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밴이, 민혁의 것을 지켜주기 위하여 지금 영원한 안식에 빠져들려 하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간 민혁이 귀신창 밴의 손을 감싸 쥐었다.
허공을 바라보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의 밴의 눈이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차갑다.’
그리고 거칠다.
얼마나 많이 창을 휘둘렀는지 그의 손은 이미 찢어지고 피가 굳고, 찢어지고 피가 굳고를 반복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갑고 투박한 그 손이 지금 민혁에게는 그 어떤 손보다 크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자신의 뺨에 가져갔다.
“허, 허허. 허허허…….”
그 굳건했던 귀신창 밴의 몸이 격하게 떨리며 결국에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민혁은 무릎 꿇고 주저앉은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한참이나 그러고 있다가 몸을 떼낸 밴이 되려 민혁에게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울지 마십시오. 왕이시여.”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 활짝 웃었다.
“소인, 전하를 뵙고 가 다행입니다. 저의 무모함을 용서하지 마소서…….”
귀신창 밴의 몸이 검은 재가 되어 발밑부터 천천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아, 안 돼…….”
민혁의 눈에서도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귀신창 밴을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또한, 헤이즈가 무사히 발렌시아에 당도함으로써 그녀와 만난 로크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귓속말로 전해주었다.
귀신창 밴은 그저 죽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년 이상이라는 시간 동안 지옥에서 숱한 벌을 받다가 급기야 그의 영혼은 ‘환생’이라는 구원조차 받지 못한 채 소멸된다고 하였다.
게임의 세계관이라고는 하나 아테네가 존재하는 이상, 그는 실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의 고통은 진짜일 것이다.
‘방법이 필요해, 빌어먹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민혁의 하얗던 머리가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이성적으로 밴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아……!’
그리고 민혁은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얼마 전 ‘절대신’들로부터 받은 여러 가지 보상 중 하나였다.
그 보상은 다름 아닌, ‘리셋의 포션’이었다.
(리셋의 포션)
포션 등급: 신
특수능력:
⦁딱 한 사람을 지정하여 지정된 시점으로 그의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
설명: 절대신 중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무척이나 특별한 포션으로 다른 신들조차도 가지고 있는 수량이 아예 없다.
민혁은 이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포션을 딱 한 사람을 지정하였었다.
바로 귀신창 밴이었다. 그 이유는 그가 매일 전장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며, 귀신창 밴이 물러설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리셋의 포션은 어찌 보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포션이 분명하다.
누군가가 지정되었을 시에 지정된 날의 육체로 되돌린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그가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면 무척이나 아까워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귀신창 밴은 지정된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지금과 같이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될 때라면 최고의 효과를 가지는 포션이 된다.
귀신창 밴의 하반신은 이미 거의 사라져 상반신까지도 갉아 먹히고 있었다.
퐁-
투명한 액체가 출렁이는 포션병을 단숨에 딴 민혁이 곧바로 귀신창 밴의 입으로 그것을 흘려보냈다.
‘제발…….’
민혁은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부디 귀신창 밴이 다시 함께하기를. 그리고 그가 받게 된 끔찍한 형벌조차도 없던 때로 돌아가기를.
꿀꺽꿀꺽-
밴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가 주는 포션을 힘겹게 넘겼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라졌을 때 그의 몸이 환한 빛에 감싸였다.
“……!”
민혁이 환하게 웃음 지었다. 그와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어르신, 죽지 않으실 수 있어요. 저와 계속……!”
하지만 곧바로 민혁에게 충격적인 알림이 들려왔다.
[리셋의 포션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중단됩니다.] [에르데스의 벌을 받아야 하는 밴이 리셋의 포션을 사용하여 모든 것을 되돌리는 것은 인과율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활짝 웃던 민혁의 얼굴이 딱딱히 굳어졌다. 다행스러운 일은 소멸되어 가던 밴이 멈췄다는 사실이었다.
[아테네와 절대신들, 그 외의 다양한 신들이 논의를 시작합니다.]그들이 논의를 시작했다는 말에 민혁은 절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이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귀신창 밴의 상체가 재가 되어 스르르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민혁은 분명히 리셋의 포션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귀신창 밴이 힘을 계승 받음으로써 얻어낸 일시적 힘과 그가 짊어져야 할 짐 또한 너무도 컸다.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귀신창 밴이 절대신들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귀신창 밴과 종속관계인 당신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귀신창 밴이 시련을 이겨내지 못할 시 그는 에르데스의 형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귀신창 밴이 시련을 이겨낼 시 그는 에르데스의 형벌을 받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귀신창 밴의 시련의 종류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시련입니다.]“무, 무슨……!”
민혁은 당혹스러웠다. 밴과 그의 종속관계가 끊어짐으로써 더 이상 그의 상태창을 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하는 귀신창 밴을 향해 민혁이 다급히 손을 뻗었다.
“가, 가지마요. 어르신. 저와 함께 있어줘요!”
“전하…….”
사라져가는 귀신창 밴. 그가 강경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인, 꼭 전하의 품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민혁이 그의 사라지는 볼을 쓸었다. 마침내 밴의 얼굴이 스르르 사라졌다.
그 잔재가 민혁의 손바닥 사이로 흩어져 하늘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꼭, 꼭…….”
귀신창 밴은 약속하였다.
돌아오겠다고. 언젠가는, 꼭 나에게로 다시 오겠다고.
어쩌면 이것은 그가 죽은 것과 다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절대신들의 시련을 받으니까. 하지만 민혁은 밴을 믿는다.
“다시 돌아오세요. 그땐, 제가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할게요.”
내가 아는 귀신창 밴은 굳건하며 누구보다 위대한 자였다.
한참 동안이나 민혁은 하늘 위로 떠오르는 재들을 바라봤다.
밴이 스르르 사라지고 그가 입고 있던 천옷 만이 땅에 남았다.
민혁은 천옷의 사이에 있는 작은 주머니를 발견했다.
그것을 들어 올려 꽉 쥐었다. 그것은 커피원두였다.
귀신창 밴의 마지막 음성이 들려왔다.
민혁이 힘껏 그 자루를 끌어안았다. 그의 온기가 여전히 그 자루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를 껴안고 있던 민혁의 얼굴이 무섭도록 일그러졌다.
빠드드드득-
민혁의 치아가 거세게 갈렸다. 민혁을 아는 사람이 보았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지금 그의 표정은 아테네를 하면서, 현실에서 살아오면서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살기’에 가득 찬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다짐했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일을 만들어낸 원흉인 아칸에게 되돌려 줄 것이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을, 잠시 동안 일지라도 앗아간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 아칸. 그는 건드려선 안 될 자를 건드려 버렸다.
* * *
바르코 왕국의 수도 앞.
거대한 장벽이 만리장성처럼 펼치진 그곳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5만을 훌쩍 넘는 대군이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바르코 왕국 각지에서 모인 병력과 각 왕국에서 지원해준 병사 같지도 않은 징집병들로 구축되어 있었다.
천외국의 도움으로 반나절 가까운 시간을 벌었던 그들은 무사히 병력을 집결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데, 전투 전에 지니가 로이드 왕에게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대신에 이번에 도와주면 40%의 세금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니는 치가 떨리도록 장사치였다. 손해는 절대 보지 않으려 한다.
아니, 오히려 한 나라의 한 달 40%의 세금이라면 어마어마한 액수라는 사실이었다.
이에 로이드 왕은 거절했다.
‘천외국이 도와준다고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그들이 시간을 벌어줘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맞다.
하지만 천외국의 병력은 바르코 왕국의 1/20 정도가 될까 말까로 적은 약소국이다.
그들이 도와준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로이드 왕은 지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투를 벌였다.
한데, 그 결과는?
‘이럴 수가…….’
총 8만이 넘는 병력이었다. 그런데 그 8만이 넘는 병력이 고작해야 7시간 만에 몰살당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칸’의 등장 때문이었다.
등장한 그는 더 많은 몬스터들을 불러 들였으며 그 몬스터들은 역시 전과 같이 투명한 방어막에 더해, 공격력은 평소보다 30% 이상은 강했다.
심지어 하늘 위에서 마법폭격을 해대는 드래곤들의 마법을 도무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에 로이드는 지니를 찾아 달렸다.
그런데 지니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천외국에 소속된 이방인들 몇몇, 그리고 천외국에서 어느샌가 당도한 네임드 NPC들까지.
그들의 얼굴이 소름끼치도록 일그러져 있었다.
아까 전에 보았을 때만 해도 라면을 끓이거나 이상한 야설을 읊어대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은 지금 맹수와 같아보였다.
‘뭐, 뭐야?’
로이드 왕이 당혹하던 중, 그의 시선이 아칸이 이끌고 온 자들에게 향했다.
잠시 휴식을 가졌던 드래곤들이 갑자기 하늘 위에서 일제히 공격을 가하기 위해 비상하고 있었다.
“히이이이이이이익!”
로이드가 황급히 지니에게 말했다.
“워,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뭐든 해보게! 뭐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해보란 말이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기댈 수 있는 자들이 그들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름 끼치도록 공포스러운 표정을 짓는 지니가 들었던 알림.
[천외국의 위대한 영웅. 귀신창 밴이 전사하였습니다.] [그를 가슴깊이 기리시기 바랍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천외국을 위해 싸운 진정한 영웅으로 그의 업적은 천외국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입니다.] [천외국에 위대한 영웅이자 전사인 귀신창 밴의 묘비와 동상을 세울 수 있습니다.]민혁에겐 절대신의 시련을 위해 사라진 것으로 되었지만 그들에겐 곧 ‘죽음’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들에게 귀신창 밴은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어느덧 드래곤들이 바로 성벽 위까지 날아왔다.
바로 그때.
살벌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의 표정으로 지니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걱정 마. 저 개자식들 우리가 전부 죽여줄게. 한 새끼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빠드드드득
그녀의 치아 갈리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퍼진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바르코 왕국 전체를 흔들었다.
그리고 로이드 왕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엘피스가 한 마리의 드래곤을 땅바닥에 패대기쳤고 어느덧 바르코 왕국으로 온 고르피도가 바닷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으로 또 다른 드래곤의 목을 부여잡고 있다.
그리고 소년 코니르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드래곤 한 마리를 난자한다.
아칸이 천외국의 이들에게 불씨를 지펴놓았다.
건드려선 안 될 자들을 건드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