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35
밥만 먹고 레벨업 536화
대륙통합.
아테네가 플레이되고 있는 국가들은 약 수십여 개에 이른다. 그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바로 아스간 대륙이다.
이처럼 아테네엔 무수히 많은 대륙이 존재하며 간혹, 산악지대나 혹은 바닷속에서 플레이를 시작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아테네가 통합된다.
아테네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 달랐다. 갑자기 서버 업데이트가 끝나고 나니 어디 어디 서버가 합쳐지는 경우? 아테네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륙통합은 아테네 오픈과 동시에 준비되어 왔고 이제 그 준비는 거의 끝났다.
그럼 이제 필요한 게 무엇인가?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떠났던 유저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제2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화려하게 선포하는 것이다.
그 선두주자를 강태훈은 천외국으로 선택했다.
두 사람이 오랜 기다림을 가지고 있을 때, 막 씻고 온 민혁이 들어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닐세. 미리 연락하지 않고 찾아온 내 잘못일세.”
강태훈 사장.
그는 민혁의 실물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직 덜 말린 머리카락 사이로 사슴과같이 순한 눈매가 있다.
하나 때론 그 눈매가 야수와 같이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찌나 운동을 한 것인지, 그의 팔뚝으로 핏줄들이 드러나 있었다.
자리에 앉은 민혁이 말했다.
“아, 뭐 마실 거라도…….”
“됐네! 괜찮네! 아니야! 정말, 괜찮아!!!”
“……?”
민혁은 불과 1시간 전 강태훈 사장이 토마토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민규 팀장이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조금 달라지셨군요.”
“네, 다행히도요.”
민혁이 빙긋 웃음 지었다. 강태훈 사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돌아봤다.
“말씀드려도 될까요?”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민규 팀장이 말했다.
“예전에 이곳은 차 한 잔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2주 동안 이곳에 살았던 저는 카모마일과 같은 기본적인 차 같은 걸 본적도, 마신 적도 없습니다.”
“설마 그 이유가…….”
강태훈 사장은 그 말에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박민규 팀장을 보았다. 대답은 민혁이 대신하였다.
“맞아요, 저는 그러한 차 종류만 보아도 참지 못했거든요. 아마 그때였다면 사장님이 마시는 차를 무례하게 빼앗아 먹거나 불안감에 식은땀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허어…….”
강태훈 사장은 민혁을 새삼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고작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병이란 말인가?’
폭식 결여증이 그토록 끔찍하단 말인가?
본래 사람이란 직접 보거나 겪지 않고서는 남의 고통을 잘 알지 못하는 법이다.
강태훈 사장은 ‘만약 자신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하루하루가 절망이었겠지.’
하지만 그를 딛고 일어선 사내가 바로 민혁. 의학계에서 그는 살아 있는 기적과 같은 존재다.
‘정신력으로 그것을 극복해낸 사내. 정말 대단해.’
그리고 곧 민혁이 강태훈을 바라봤다.
그것이 ‘본론’을 원하는 눈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정확히 40일 뒤인 8월 22일. 아테네의 모든 서버는 통합될 것이네.”
“드디어 통합이군요.”
그 말을 들은 민혁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서버통합.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새로운 강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테네엔 분명히 민혁과 견주거나 그를 능가하는 강자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단지, 숨어서 활동하고 있을 뿐. 떨리기도 하며 설레기도 하다.
“그에 따라 우린 이번 예고편의 메인을 천외국으로 하고 싶네.”
“…….”
민혁 또한 다소 놀랄 만한 발언이었다.
천외국이 서버통합의 메인이 된다?
즉, 세계 무수히 많은 유저들의 대표가 되어 광고에 출연해줌을 제안 하는 것이다.
누가 들었어도 무척이나 좋아했을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민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한다.
“조건은요?”
천외국이 메인이 된다면 천외국의 많은 이들이 광고에 나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예고편은 아테네의 서버가 존재하는 모든 국가에 보여진다.
“천외국에 대한 지불금은.”
강태훈 사장이 직접 봉투에 들어 있는 계약서를 거냈다.
“200억일세.”
200억.
절로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의 액수였다.
누군가 들었다면 경악성을 토해냈을 것이다.
당장 박민규 팀장도 엄청난 거액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하지만 곧, 민혁의 반응이 더 경악스러웠다.
“생각보단 적은 금액이네요?”
“……적다고?”
강태훈 사장도 적지 않게 놀랐다.
계약서를 흩어보던 민혁이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양손을 깍지끼고 강태훈의 눈을 주시한다.
그는 회장 강민후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 여기는 그저 하하 호호 웃는 자리가 아니다.
천외국을 두고 비즈니스를 하는 자리.
“우리 천외국의 몸값이 고작 200억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하십니까?”
“…….”
“…….”
박민규 팀장과 강태훈 사장은 민혁이 낯설었다.
모니터 속에서 보던 ‘헤헤, 치킨 가라사대 기분 나쁘면 치킨 앞으로 가라!’를 외치던 그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박민규 팀장은 한 번씩 민혁의 모니터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할 정도다.
‘식신은 바보인가, 천재인가?’
그리고 지금 결론이 났다.
천재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인물.
웃고 있는 얼굴 뒤로 숨겨진 사업가의 재능.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어제 자로 우리 천외국의 몸값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장에 저만 해도 어제 하루 받은 광고 제안이 약 38개에 달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니가 받았던 광고제의는 약 29개, 칸이 받았던 광고제의는 20개. 알리샤가 받았던 제의는 19개…….”
쉴 새 없이 나열된다.
민혁은 마지막 한 명에서 잠깐 고민했다.
‘로크 개 사료. 말할까……?’
아니, 은근슬쩍 묻어가기로 한다.
“우리 천외국이 며칠을 투자하여 광고 촬영을 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현재 그들의 광고금액은 업계에서 기준점을 잡은 것의 최고치에 이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외국은 광고를 찍지 않는다.
레벨업 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마음먹고 광고를 찍는다면?
200억쯤 우습다.
하지만 강태훈이 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명예가 있지 않나?”
아테네 최초의 국가가 아테네 광고의 메인이 된다.
이례 없는 일이다.
설령 천외국이 멸망하게 된다 한들, 그들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하지만 곧 민혁이 강태훈 사장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의 명예는 우리가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강태훈 사장의 머리털이 쭈뼛 섰다.
소름이 돋아 오른 것이다.
식신의 자신감이, 지금 세계 최정상에 위치해 있다는 강태훈 사장의 입이 마르게 만든다.
강태훈 사장은 민혁이 ‘건방져’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 하하하하하하하!”
웃었다.
강태훈 사장을 사람들은 아테네의 또 다른 신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위대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사내였다.
그러한 강태훈은 자신 있게 말하는 민혁이 마음에 들었다.
‘이러한 사람이 왕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그래, 이러한 자가 아테네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계약조건은?”
“광고수익 총 2% 지급. 그 외에 500억 지급.”
“……민혁 님!”
깜짝 놀란 박민규 팀장이 민혁을 돌아봤다.
수익률의 %를 가져가는 건 너무 컸다. 거기에+ 500억이다.
최소를 잡아도 약 1천억 이상이다. 그 누가 광고를 찍는다고 1천억 이상을 받아가는가?
그러나 민혁은 흔들림 없었다.
“1천억을 길드원들에게 배분한다면 엄청난 금액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 그들의 몸값을 생각한다면.
그에 강태훈 사장이 고개를 주억이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조건을 걸지, 만약 우리가 예상한 평균치를 달성할 시, 곧바로 500억을 지급하고 그 이상일시 구간을 넘어설 때마다 수익 % 지급.”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강태훈 사장의 말은 끝이 아니었다.
“대신에 우리가 예상한 평균수익에 미치지 못할 시, 120억 지급.”
120억을 받는다면 천외국은 분명한 손해이다.
당장 광고 촬영을 위해 그 정도 시간을 빼도 200억 이상을 창출할 수 있는 자들이다.
하지만 평균 이상의 정해진 구간을 넘을 때마다 %가 상승한다.
이는 2천억이 될 수도, 3천억이 될 수도 있다.
민혁이 말했다.
“그럼 저도 조건 하나를 추가하죠. 광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만약 우리가 더 나은 시나리오를 제시할 시 수정한다.”
광고는 출연자도 중요하지만 연출 또한 중요하다.
흔히 실력파 배우들이 모였는데 재미없는 시나리오의 영화를 본다면 사람들은 ‘좋은 재료로 잡탕을 만들었다’라는 말을 하곤 하니까.
강태훈 사장이 곰곰이 생각한다.
‘그들이 수정한 시나리오에 의해 평균 이상 구간을 계속 넘어간다면 우리도 이득이고, 천외국도 이득이긴 하다.’
즉, 자업자득.
“승낙하겠네. 여기에서 새롭게 작성하지.”
강태훈 사장이 계약서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사인하시게.”
민혁은 천외국의 왕이다. 현실에선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나 이미 그 전에 길드원들 전부는 현실에서 일어날 이러한 계약사항에 관련해 민혁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다.
그들이 얼마나 민혁을 믿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혁이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곧바로 두 사람이 일어나 손을 마주 잡았다.
“잘 부탁하네.”
“잘 부탁드립니다.”
계약 체결이다.
* * *
강태훈 사장이 돌아가는 차 안.
그는 계속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천외국이 평균치를 넘을 수 있을까요?”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많은 구간을 넘어서진 못할 걸세. 끽해야 광고수익의 1% 정도를 가져가면 많이 가져가는 거겠지.”
박민규 팀장도 동감한다.
“잘 알지 않나?”
“그렇죠.”
“아테네를 플레이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결국에 한정적이니까요.”
그렇다.
아테네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지만 그러한 아테네를 시작조차 안 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그 이유 뭐겠는가?
애초에 게임에 관심이 없거나,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거나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게임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플레이어 숫자는 한계를 맞이하고 그만큼 광고도 한계를 맞이한다.
물론 그마저도 아테네 메인 광고라면 엄청날 테지만.
“시나리오는 수정될까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군. 하지만 우리는 이번 광고를 위해 우리나라 최고의 시나리오팀을 영입했으니까, 할리우드의 이름 없는 작가라 불리는 ‘존’에게 맡겼으면 참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단칼에 거절당해버려서 말이야.”
“작가 존이요? 저도 그분 영화는 참 좋아합니다. 올해 개봉되는 히어로즈:마지막 전쟁 기대하고 있어요.”
“그 작가는 천재지.”
이름 없는 작가 존이 그리 불리는 이유는, ‘존’이라 불리지만 국적도, 나이도, 이름도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밝혀진 사실은 ‘동양인’이라는 놀라운 사실 뿐.
한데, 그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출시된 히어로물은 해마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돌아가는 차 안. 그들은 작가 존이 쓴 히어로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펼쳤다.
그들이 돌아가는 그 시각.
일본에 위치한 후지산 병원.
옥상에서 한 사내가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다.
노트북의 상단에는 ‘히어로즈:돌아온 영웅’이라는 제목이 써져 있었다.
그의 노트북 화면 한쪽에는 야구공을 던지는 소년과 그 야구공을 글러브로 받아내는 슈트를 입은 잘생긴 청년이 함께였다.
타이핑을 하다 멈춘 그가 한참이나 그 사진을 바라보다 싱긋 웃었다.
그때,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민혁 님, 어쩐 일이십니까?”
사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자리매김했다. 그와의 통화가 너무 기쁘고 좋다는 듯.
그리고 수화기 너머. 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우타 아버님. 혹시 시나리오 하나 검토해 주실 수 있을까요?]그 질문에 유우타 아버지.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민혁 님이 말씀하시는 거라면 언제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