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6
밥만 먹고 레벨업 56화
스르르릉-
그가 검을 뽑았다.
“하!”
브란이 비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들은 현직 부사관이기도 하였지만, 국내 최고의 특수부대 일원들이기도 하였다.
얼마 전엔 미국의 특수부대 네이비씰과 실시간 서바이벌 전투를 벌였었다.
그때 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버텨낸 베테랑들이라는 거다.
그런데 고작 한 놈이, 듣도 보도 못한 먹기만 하는 녀석이 자신들의 포위망 안으로 들어왔다.
“너흰 해선 안 될 짓을 했어.”
브란은 그에 생각했다.
‘루시아 이야기하나?’
둘이 정말 연인이라면 사내는 화가 났겠지.
충분히 그럴만하다.
하지만 그 객기가 오히려 루시아를 더 안타깝게 할 것이다.
하지만 곧 사내가 검을 꽉 쥐고 타타탓 브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감짬뽕엔 참치와 뷕팜까지 넣어서 비벼놨던 거란 말이다!”
“……?”
사내가 매서운 기세로 달려온다.
그리고 그 앞으로 바칼로 길드원 한 명이 단검을 뽑아 들며 막아섰다.
브란은 혀를 찼다.
“쯧!”
* * *
“쯧!”
알리샤는 혀를 찼다.
‘민혁 님의 음식을 못 먹게 만들었나 본데, 그렇게 엄청난 짓을 해버리다니.’
모니터는 지금 하얀 가면을 쓴 사내와 바칼로 길드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서 길드 마스터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칼로 길드의 중대장과 수하들. 정말 강하죠.”
“싸워봤어요?”
“예전에 저희 길드 애들하고 지금 저 자리에 있는 사람들하고 싸웠어요. 그때 저희 애들 120레벨대 네 명이었는데.”
“?”
“전술진을 못 뚫었습니다. 심지어 네 명이 그때 70레벨대였던 쟤네 딱 세 명만 잡았다더군요. 그리고 다 털렸다고. 근데 그때 말 들어보니, 장난 아니었다고…….”
“와…… 도대체 어떻길래, 120레벨대 유저들이 70레벨대 유저들한테…….”
“대단하답니다. 치고 빠지고, 귀신같이 사라진답니다. 애초에 군인들이라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숨 막힐 정도로 포위망으로 좁혀오고 또 뚫리지 않는 이상 포위망이 투명화된 벽에 나갈 수 없죠. 마치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잡힌 것처럼. 루시아도 저 전술진에 빠졌으면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한 번 빠지면 죽었다고 보는 게…….”
그때 알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네.’
그때 민혁과 만난 후로 사실 그가 얼마 만큼 강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매일 같이 강해지기 위해 스스로(?) 수련하는 그이지 않은가.
그 말이 끝난 순간.
카인이 중얼거렸다.
“……저 사람 걸음걸이가 달라.”
알리샤의 고개가 카인에게 돌아갔다.
카인은 회장 아버지를 두고 있기도 했지만, 실제 검도나 유도에서 금메달까지 딴 적이 있는 이였다.
“유단자, 아니, 그 이상이야.”
* * *
민혁의 앞을 막아선 밴.
그는 전사형 클래스였지만 주로 단검을 사용한다.
검도 3단, 유도 3단, 태권도 4단.
특전사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이였다.
거기에 특전 무술 또한 최상위권 실력.
그는 단숨에 민혁의 목과 허리에 단검을 꽂아 넣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타아아앗!
그리고 민혁이 앞에 도달한 순간.
수우웅!
퍼엇!
민혁이 한 손으로 가뿐히 목을 노리는 손목을 잡아챘다.
“……!”
밴과 브란.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밴이 발로 민혁의 무릎을 걷어차려 했다.
그 전에 민혁의 발이 더 빨랐다.
콰지익!
“끅!”
그가 밴의 발을 밟았다.
밴의 팔꿈치가 그의 턱을 노리고 날아갔다.
텁!
고개를 뒤로 젖혀 가뿐히 피해낸 민혁.
그가 팔에 힘을 주었다.
꽈드드드득!
“끄으으읍……!”
손목이 부서질 듯하다.
실제 고통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서늘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힘에 밴이 자신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촤아앗!
발란의 검으로 목을 베어낸 민혁은 로그아웃 당한 밴을 보며 브란을 향해 걸어갔다.
‘이, 이럴 수가……! 배, 밴은 우리 부대원 중에서도 손에 꼽는대…… 어떻게 저딴 녀석이!’
그 말과 함께.
타타타타탓!
타타타타탓!
주변에 있던 길드원들 세 명이 나타나 민혁을 둥글게 포위했다.
타앗!
퍼지익!
퐈악!
수우웅!
퍼직!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민혁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들을 2분 안에 제압해냈다.
압도적인 스텟.
그리고 그들 개개인과 동등한 스텟이었다고 해도 뒤처지지 않는 실력.
더군다나, 민혁은 그들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 요리를 먹어 버프 효과까지 받은 상태다.
그리고 그때.
이미 브란은 숲속으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브란이 왼쪽 손목을 꾹 눌렀다.
[부대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할 수 있습니다.]중대장의 특수한 능력.
인근에 있는 모든 부대원에게 이렇듯 명령을 내리고 전술이 발동되는 순간, 지도가 열람되어 그 지도 안에서 전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거였다.
“중대장이다. 명령 하달한다. 지금부터 전술진을 펼친다!”
[전술진이 반경 500m 내에서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전술진 효과로 용맹의 전사들이 모든 능력치 20% 효과를 받습니다.]촤아아아앗!
푸르고 투명한 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술진 안에 들어왔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브란의 앞으로 지도가 생성되었다.
빨간 점.
이 점들이 부대원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부대원들과 목표물이 전투를 벌이면 적의 위치는 파란색으로 표시됐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빌어먹을, 생각보다 실력자였어.’
아테네는 숨겨진 고수들이 많다.
당장 랭커 1위보다 비공개 랭커 1위의 차이는 100레벨 이상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곧 브란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넌 지금 독 안에 든 쥐다……!”
그는 흐흐하고 웃었다.
이제까지 그 어떠한 적도 전술진을 뚫은 적이 없었다.
* * *
푸르게 쳐진 장벽.
그 앞으로 다가간 여인이 손으로 누르자 관통되지 않고 꾸욱 하고 벽처럼 막혔다.
‘이쪽에서 비명이 들렸는데?’
그녀는 아까 전 민혁에게 앨치스라는 음료수를 건넨 루였다.
루는 실력자이긴 했지만, 이 대회 안에서는 평범한 궁수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어, 나무 뒤로 몸을 은폐한 그녀는 푸른 장벽 안에 있는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바칼로 길드?’
그들은 안쪽에서 다양한 곳에 은 엄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떠한 유저는 트릭을 설치했고 어떠한 유저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긴 채 석궁으로 한 곳을 조준하고 있었다.
타타타타타탓!
그녀는 상황을 살피기 위해 언덕을 타고 올라갔다.
언덕 위에서 장벽 안을 내려다봤다.
‘와…….’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었다.
푸른 장벽 안으로 바칼로 길드원들이 각자 포지션을 지켰다.
그 포지션은 잘 모르는 루가 보기에도 꽤 탄탄해 보였다.
그때 숲을 걷는 남성이 있었다.
‘어……? 저분…….’
편의점에서 저 사람 덕분에 긴장감이 많이 풀렸었다.
‘설마 바칼로 길드가 전술진으로 노리는 사람이 저분은 아니겠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강해 보이진 않는 유저였다.
또 헤실헤실 웃으며 음식을 먹던 모습이 선하다.
그 순간.
퓨슈우웅!
석궁이 발사되었다.
삑!
콰아아앙!
한 사내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설치되어 있던 트릭이 폭발했다.
자욱한 흙먼지.
루는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바칼로 길드원들은 숨을 죽이고 천천히 자욱한 먼지를 향해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한 사내가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멈춰.’
그리고 그 순간.
푸화아아앗!
그 사내가 연기를 헤집고 나와 한 사내의 가슴팍을 횡으로 베었다.
그리고 나무를 박차며 방금 전 신호를 보낸 남성을 공격했다.
사내의 검 끝에 하얀빛이 일렁였다.
[급소 찌르기.] [성공할 시 공격력+28%가 추가됩니다.]푸지익!
“억……!?”
가슴을 공격당한 사내가 놀란 음성을 터뜨릴 때, 그 사내는 연이어 공격해 들어왔다.
촤아앗!
촤아아앗!
‘빠, 빠르다…….’
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단숨에 두 명의 사내를 베어내고 그는 나머지 다른 두 명을 빠르게 해치웠다.
그러더니, 이내 루와 눈이 마주쳤다.
꾸벅
그는 루를 보면서 꾸벅 상체를 예의 바르게 숙여 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루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인사에 자신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 *
“…….”
쟌은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관중석에 잠깐의 침묵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사내의 행동과 여성의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아, 안녕하세요.]“우, 우와아아아아!”
“머, 멋있다!”
“와아아아아아아!”
“미,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프로 먹방러! 그는 단순히 잘 먹기만 하던 게 아니었습니다!”
“와…… 반전 매력 쩐다…….”
“저런 사람이 예의까지 바르네. 아까 자기한테 음료수 준 사람한테 인사한 거 맞지?”
관중석은 환호성에 빠졌다.
쟌의 와이번킹이 허공으로 높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전술진 앞으로 날아갔다.
“키헤에에에!”
전술진 위에서 배회하는 와이번킹, 그리고 쟌은 전술진 안의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 민혁 유저가 여덟 번째 킬을 해냅니다, 그리고 아홉, 열! 열하나!”
그는 전술진 안을 미친 듯이 종횡무진하며 바칼로 길드원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함성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 * *
검의 대제 엘레.
전 황제 아버지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그녀.
그녀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라 칭송받고 있다.
그런 그녀는 서리가 내릴 만큼이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자에 거의 눕듯이 한 그녀는 품에 검을 끌어안고 있었다.
과연 검의 대제다운 모습.
거기에 길게 기른 적발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그녀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엄청난 미녀라고 할 수 있었다.
“대회가 무르익어 가나 보군.”
“예, 폐하. 아주아주 잘 먹는 이방인이 한 명 나타났다는군요.”
“잘 먹는 이방인?”
엘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잘 먹는 것 하나 때문에 이토록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단 말이던가?
옥좌에 앉아 있는 엘레는 사실 대회에는 안중도 없었다.
아테네의 신.
그녀의 지시에 따라, 그저 자신의 후계자를 찾아 검술을 전수해줄 생각일 뿐.
사실상 그녀는 그 후계자에게 조금의 관심도 생기지 않을 것이었다.
이는 그저 신에게 하사받은 임무를 수행할 뿐.
그는 각별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대회에도 크나큰 흥미가 없었다.
‘잘 먹는다…… 참 좋은 거지.’
예전엔 자신도 먹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일 때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고작 그런 게 낙이었냐고?
모든 걸 가졌다 해서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하루에 딱 세 번만 느낄 수 있는 그 행복감.
그 행복감이 그립다.
그녀는 조금의 관심이 생겨 말했다.
“마법 수정구를 가져와라.”
엘레의 말에 따라 신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준비는 되어있었지만 엘레가 볼 필요도 없다고 했기에 틀지 않았을 뿐.
곧 거대한 마법 수정구를 엘레는 볼 수 있었다.
그 마법 수정구에는 숲을 기준으로 하얀 가면을 쓴 이방인 한 명이 은폐한 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었다.
수우우우웅!
사내의 검이 빛을 머금으며 연속 세 번 빠르게 휘둘러졌다.
푸화아앗!
푸화아앗!
푸화아앗!
[끄아압!] [미, 미친…… 엄청 강하잖아!]그 모습을 반쯤 감긴 눈으로 보고 있던 엘레.
곧 그녀의 눈이 천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사내가 휘두르는 검.
그리고 그 그립에 있는 피닉스의 문양.
오로지 단 한 명의 사내.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자에게 하사했던 칼.
“엘레의 식칼……!”
그 검이 정체 모를 이방인의 손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