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26
밥만 먹고 레벨업 627화
양인식.
젊어서 안 해본 일이 없는 사내였다. 흔히 말하는 더러운 일들도 숱하게 해보았다.
그 돈을 모아 사업을 시작했고 처음 부진했던 사업은 그의 여러 편법과 인맥, 그리고 노력 등에 의해 커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양인식은 거만해졌고 ‘돈’ 앞에 사람은 하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내 아빠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젊고 어린놈.
이제 갓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세면대에서 손을 씻다가 일회용 휴지를 뽑아 손을 닦는 그가 말한다.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냐, X발 새끼야.”
“……!”
양인식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오늘 술도 한 잔 먹었겠다. 예전에 어두운 일도 해봤던 양인식이다.
정확히는 조직 폭력계에 몸담고 있었다.
대표라는 이름 뒤에 숨겨둔 본성을 양인식이 드러낸다.
“이 어린놈의 자식이 못하는 말이 없네?”
“이 어른 놈의 자식아 어쩌라고.”
“…….”
이 새끼 뭐지?
키가 1m 90㎝에 이르는 자신 앞에서 말을 따박따박 잘했다.
“이 새끼가……!”
그대로 양인식은 청년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다 그 비서가 눈을 떨었다.
‘저 사람. 설마…….’
그 순간 양인식은 자신의 손아귀에 놈의 멱살이 잡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그 눈앞에는 벽이 보였다.
사내가 몸을 낮춰 그의 몸을 밀쳐서 벽에 부딪히게 만든 것.
벽에 부딪힌 순간 양인식이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 더 빠르게 청년의 손날이 그의 목을 후려쳤다.
퍼어어억-
“커허어어어억!”
거구의 양인식이 목을 부여잡고 한 번에 쓰러진다.
켈룩거리는 양인식의 얼굴에 미소가 자리매김한다.
“미친 새끼, 사람을 이렇게 폭행해? 너 X 된 줄 알아. 이 비서. 경찰에 연락해.”
“……그게.”
하지만 이 비서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와 다르게, 양인식은 기고만장해졌고 또 화가 났다.
“저 애들이 뭔데, 날 패냐?”
“애들이 정말 네 딸이냐? 그딴 식으로 행동해?”
그에 양인식은 기가 찼다.
“나는 돈을 줬고 쟤들은 우리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해주지, 어린놈의 새끼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그리고 이 무서운 세상에서 돈 많은 놈이 왕이고 신이거든. 경찰에서 네놈이 한 짓을 후회하게 될 거다.”
“아…… 돈 많은 놈이 왕이고 신이다?”
“그래, 이 X신 같은 놈아.”
“저, 대표니임…….”
“이 비서! 아직 전화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양인식.
그는 자신만만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경찰들이 몇 명인 줄 알아? 또 내가 아는 의사들은? 의사들이 더 긴 진단서를 끊어줄 거고, 내가 아는 경찰들이 네놈 깜빵에 쳐넣을 거다. 이 새끼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돈이야. 이 자식아. 이 비서! 빨리 전화 넣으라니까!”
한마디로 저 새낀 X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표님을 패신 분이…….”
“분? 뭔 분이야. 저 어린놈의 새끼가!!!”
“저 어린놈의 새끼 분이, 일화그룹 민혁 도련님이십니다.”
“일화그룹의 도련님이…… 응?”
양인식.
그는 고지식한 성격에 몸만 쓸줄 알았다.
때문에 흔히 말하는 TV도 안 보고 인터넷도 하지 않는다.
또한 ㈜즐거움이 제작한 아테네?
그도 일절 하지 않는다.
그가 일화그룹에서 아는 것은 오로지 ‘강민후’ 회장뿐이다.
또한, 얼마 전 그의 회사는 일화그룹 쪽에 부품 납품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거래가 불발되면 그의 회사는 커다란 타격을 입는다.
“그럼 연락하든가. 나는 총장님한테 전화하면 되는 건가?”
“…….”
고작 일개 경찰 몇 명과 뒷돈 주고받기만 하는 양인식과 클라스 자체가 다르다.
“돈 많은 사람이 왕이고 신이다?”
“…….”
양인식은 할 말이 없었다.
일화그룹.
대한민국 기업의 최고봉.
양인식의 말대로라면 민혁은 왕이고 신이며, 창조주이시다.
그리고 전화 한 통이면.
“문수 삼촌. ㈜푸르름의 양인식 대표라고 아시나요?”
이야기를 듣던 민혁이 말했다.
“그 계약 고려해 주세요. 제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쪽 대표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도 많아 보이네요.”
“…….”
그렇다. 그의 전화 한 통이면 한 사람이 일군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는 이 세상의 신.
그리고.
양인식은 화가 났다.
“어, 어째서…… 이 새끼야. 너라고 달라!? 일화그룹은 뭐 달라?”
“달라.”
그렇다.
일화그룹은 많이 다르다.
일화그룹이 개최하는 후원자의 날에는 절대적으로 후원받는 이들을 부르지 않는다.
또한, 일화그룹의 대부분의 기부는 소리 없이 이루어지며, TV에서 실컷 떠들어대지도 않는다.
그것은 회장 강민후의 원칙이었고, 아들 민혁도 그대로 이어받아 왔다.
그랬기에 말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할게.”
“…….”
“나이를 처먹었으면 나잇값 좀 해라.”
“…….”
양인식.
그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채민은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일로 후원이 끊어지면 어떡하지……?’
그때. 화장실을 나서려던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젠 불편해하지 않아도 돼.”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 * *
채민의 말을 들은 김지현이 눈물 한 방울을 훔쳐낸다.
그리고 정종석은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 후로 전화가 왔어요. 일화그룹에서 저 대학교까지 후원하겠다고요. 대신 조건이 붙었어요.”
“조건?”
“좋은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또 나중에 일화그룹에 지원하라는 조건이었어요.”
“그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어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저 오빠가 달에 한 번씩 두고 가요.”
“…….”
“…….”
그 말을 들은 정종석은 새로운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자가 유명인의 ‘비리’나 ‘스캔들’과 같은 걸 취재하러 왔다가 이런 대박적인 선행을 보다니?
채민과의 이야기를 끝낸 종석은 지현과 함께 몸을 돌렸다.
“선배, 어디 가요?”
“철수하자.”
그리고 회사로 돌아온 정종석은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식신이자 일화그룹 후계자 민혁. 그의 보이지 않던 선행.]이라는 타이틀의 기사였다.
이 기사가 세상에 나가고, 또 그 후원을 받는 이들이 글을 게재해 준다면 식신은 엄청난 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었다.
하나, 정작 기사만 모두 써낸 정종석.
그는 저장만 해놓은 뒤,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씁쓸한 웃음을 짓던 그.
그가 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모니터로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정열의 기자님이 식신님의 팬카페 ‘먹고 죽어’에 가입하셨습니다.]그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민혁의 팬이 또 한 명 늘었다.
* * *
초보자 마을인 이스빈의 교관이자, 과거 검신으로 살았던 발렌.
그는 민혁이 아테네를 시작하여 처음 눈 떴을 때, 처음으로 만났던 사내이다.
그는 당시 외톨이였고 민혁이 해준 밥 한 끼에 그에게 검을 선물해 주었었다.
발렌.
그는 민혁을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랬기에 민혁은 현실에서 하루를 쉬자마자 또다시 어비스의 관문을 도전하기 시작했다.
“열두 번째 관문에 도전한다.”
“크크크큭, 전하. 마음은 알겠으나 좀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비쇼르.
그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혁이 연속으로 세 개의 관문을 깬 것으로 모자라 계속 도전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테네가 아무리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정신적인 소모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벌써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날 기다리고 계실지도 몰라.”
‘크큭, 그러십니까. 전하. 전하의 그러한 모습이 전 너무도 좋군요. 크큭.’
비쇼르.
그는 비숑의 얼굴을 하고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 또한 발렌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들은 적이 있었다.
민혁은 자신에게 은혜를 입힌 사람과 주변 사람을 매우 아끼는 왕이다.
그리고.
“크흐으으읍…….”
[열두 번째 관문을 달성함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1,000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 [동물의 신의 ‘뛰어난 맹수들’ 양피지를 획득합니다.] [동물의 신의 ‘호랑이 투구’를 획득합니다.]열두 번째 시련은 동물의 신 에데오의 오십 마리가 넘는 맹수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것이었다.
동물의 신 에데오의 맹수들은 레벨부터가 450 이상으로 시작했고 한꺼번에 공격해 들어오니 민혁조차도 꽤 난관이었다.
그러고 보면 엘레를 위한 검을 제작한 이후로는 관문공략률 80% 이상을 넘어본 적이 없다.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관문.’
그렇다.
관문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대신에 모든 관문을 깼을 시에 특별한 보상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없어도 괜찮다.
어쩌면 그곳에 나의 스승이자 친구였으며 아버지 같았던 발렌 교관이 있을지도 몰랐으니.
“크크큭, 전하. 마지막 관문입니다. 곧바로 도전하시겠습니까?”
어비스의 모든 관문은 클리어할 시에, 모든 HP 및 MP가 회복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조금 쉬겠어.”
민혁은 현명했다.
아직까지 교관 발렌은 시련 중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를 통해 하는 관문이 가장 어려운 관문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민혁이 교관 발렌을 만난다 해도 끝이 아니다.
어쩌면 어비스의 마지막 시련을 이행해야만 그와의 재회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정말 최악의 상황은.
‘교관님이 어비스의 마지막 관문에 존재하시지 않는다는 거.’
그렇지만 않기를 바라며 쉬며 기다린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본다.
그러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허허~ 오늘도 열심히 허수아비를 가격하여 빵을 먹을 겐가?’
‘물론입니다. 교관님!’
즐거웠던 시절이다.
처음 먹던 빵도, 처음 사귀었던 발렌 교관이라는 친구도, 그랬기에.
민혁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흐른다.
제발, 그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가 힘껏 검을 쥔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에 도전합니다!]민혁이 걸음을 옮겨 어비스의 끝을 향해 걸어간다.
걸어가는 그의 앞에는 거대한 철문이 놓여 있었다.
그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끝에, 빛을 내는 아름다운 검 한 자루가 놓여있다.
“아……! 아아……!”
민혁이 탄식했다.
하늘로 사라졌던 검이다.
이제 영원히 이별이라고 생각하였던 그 검이, 지금 민혁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검이 공명한다.
[잠들어 있는 검신이 당신께 반응합니다.] [잠들어 있는 검신이 당신께 계속된 반응을 일으킵니다.] [잠들어 있는 검신이…….]반복되어 알림이 들려온다.
마치, 민혁에게 인사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검의 앞으로.
화아아아아아아악-
아름다운 빛이 뿜어지며 내가 그토록 존경하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가 나타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민혁을 향해 다가온다.
내가 아는 그 얼굴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고 그리웠던 나의 교관님.
민혁이 양팔을 벌리며 그를 불렀다.
“교관니이이이이임!”
그 시각.
특별 유저 관리팀.
민혁을 바라보고 있던 이민화와 박민규 팀장.
그들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가장 아름다운 관문…….”
박민규 팀장의 목소리에 이민화가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가장 슬픈 관문이기도 해요.”
* * *
양팔을 벌리고 발렌을 부르짖던 민혁.
그에게로 발렌의 듬직하고 커다란 가슴이 자신을 안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
그것은 바로 발렌이 횡으로 휘두른 검이었다.
그의 검에 가슴이 횡으로 베이며 피가 솟구친다.
푸쉬이이이이익!
“교……관님?”
그리고 알림이 들려온다.
[열세 번째 관문이 시작됩니다!] [열세 번째 관문은 검신이라 불렸던 발렌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입니다!] [열세 번째 관문을 클리어할 시 ‘검신이 깃들었던 검’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관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