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8
밥만 먹고 레벨업 68화
“비, 비약이라니…….”
“하하하…….”
두 사람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비약.
단 한 명의 유저에게만 줄 수 있는 황제가 내리는 포상!
하지만 이는 본래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먼저 ‘제국의 비약’ 연계 퀘스트를 받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제국의 비약은 추후 시간이 훨씬 더 지나서 풀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중이었다.
결정적으로 제국의 비약을 건네주었다는 것은 황제가 그를 인정하고 친구로서 대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그를 통해 이필립스 제국 관련 퀘스트를 다양하게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국내에 있는 명약 중 하나가 풀리는군.”
명약.
운영자들이 혼신을 기울여 만들어낸 섭취형 아이템.
명약은 제국의 비약처럼 물일 수도 있으며 그 외의 천년설삼, 만년하수오, 만드라고라, 오우거의 힘풀 등 다양했다.
확실한 것은 이 명약은 복용하는 순간, 캐릭터 자체가 상당한 효과를 본다는 거다.
명약이 아이템보다 값진 이유는 하나였다.
아이템으로 메울 수 없는 캐릭터 자체의 스텟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거나 혹은 추가 데미지나, 마법 방어력 등을 대폭 상승시켜주기 때문.
그중에서도 제국의 비약은 꽤 특별한 편에 속했다.
이어 박 팀장이 말했다.
“비약 바로 마시려나? 뭐 이상한 짓 하진 않겠지?
두 사람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 * *
[제국의 비약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황궁 내에 위치해 있는 퀘스트 도우미로부터 황궁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명성10을 획득합니다.]엘레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제국의 비약.
황제가 딱 하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명약이다.
이걸 그녀는 민혁에게 주고 싶었다.
“잘 마실게요!”
그리고 민혁은 그걸 넙죽 받았다.
비약인지 뭔지 모르지만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먹을 수 있는 거다!’
그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레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더 맛있는 거 먹고 다니려면 몸이 튼튼해야지.”
“맞아요.”
그녀는 이 민혁이란 이방인의 앞길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민혁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도움을 주었다?
우스운 말이다.
그는 그저 그녀를 웃게 하고 친근하게 다가왔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놀라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면모들이, 엘레에게는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변변찮은 친구 하나 없는 엘레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황제로서 제국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묶여 살아가는 그녀에게 유일한 ‘힐링’이 그는 되어주었다.
“확인해 보렴.”
“네!”
민혁은 지체하지 않고 열람해봤다.
(제국의 비약)
재료등급: 명약
특수능력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스텟+180 상승.
설명: 이필립스 제국의 황제 엘레로부터 하사받을 수 있는 명약 중 하나이다. 마실 시 제국의 비약이 복용자가 원하는 스텟 180개를 상승시켜주며 물일 뿐이지만 더 맛있는 특별한 녀석이다.
독특한 녀석이었다.
필요로 하는 스텟 180개를 제국의 비약이 인지하여 올려준단다.
‘명약?’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명약이라는 것은 사실 그는 처음 접해보는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때마침 루스가 재료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민혁은 생각 들었다.
‘잠깐……! 비, 비약으로 부대찌개 육수 만들면?’
더 맛있을 것 같다.
분명하다.
더 맛있을 것이다.
설명에도 물일 뿐이지만 더 맛있단다.
물인데, 더 맛있다니!?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민혁은 서둘러 제국의 비약을 품속에 주섬주섬 챙겼다.
“왜 바로 마시지 않고?”
“이따가 목이 마를 때 마시려고요.”
“그렇구나, 떠나는 건 언제쯤 떠나니?”
“오늘은 하루 쉬고 내일 갈 예정입니다.”
“그래, 방을 하나 내어주도록 하마. 그리고 민혁아.”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민혁은 흠칫하고 놀랐다.
그러더니 부드럽게 민혁의 손을 쥔 그녀는 어루만졌다.
‘이 누나가 왜 이래?’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빨리 부대찌개 먹으러 가야 하는데!
그리고 곧이어 엘레가 한 행위는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민혁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엘레의 키스] [친구의 낙인이 새겨집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할 시 엘레에게 1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네 손등에 새겨진 이 낙인을 문지르거라. 그럼 그 즉시 내가 너를 찾아가겠다.”
손등에 새겨진 낙인은 피닉스의 문양이었다.
이어서 엘레는 바쁜 일이 있는 것인지 걸음을 빨리 옮겼다.
민혁은 서둘러 루스가 가져온 커다란 박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룰루랄라 루스가 안내해주는 방으로 향했다.
* * *
민혁은 준비된 재료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먹기 좋게 잘린 스팸과 길쭉이 햄, 잘 다져 놓은 돼지고기와 거기에 물만두를 비롯해 풍성한 맛을 내줄 치즈.
거기에 쫄깃쫄깃함을 담당할 떡.
그리고 컬컬한 맛을 내주는 잘 익은 김치와 양파.
그리고 양념장은 매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적당량 넣고 배합하면 된다.
민혁은 준비된 재료들을 넓적한 전골용 냄비에 잘 담았다.
잘 담긴 녀석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일회용 용기 팩 하나를 뜯었다.
그 용기 팩에는 ‘진한 사골국’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렇듯 사골국으로 육수를 내면 부대찌개는 더 깊고 진한 맛을 내게 된다.
냄비 안으로 사골국을 붓기 전 큰 볼에 사골국을 한 번 부었다.
그리고 대망의 재료!
더 맛있는 물이라는 제국의 비약!
그 마개를 땄다.
퐁!
“캬, 소리 보소!”
민혁은 그 경쾌한 소리에 흐뭇하게 웃으며 사골육수와 MSG 같은(?) 제국의 비약을 잘 섞어준 후에 양념을 가운데에 올렸다.
그다음 불을 켜고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차츰 끓기 시작했을 때, 이때 수저로 한 번 국물을 떠먹어본다.
“후! 후!”
입김을 불어 식힌 후 단숨에 한 입.
“역시 아직 밋밋해.”
부대찌개는 끓일수록 더욱더 간이 맞게 되는데, 보통 끓기 시작하면 바로 라면 사리를 넣어주는 게 좋다.
민혁은 라면 사리를 까서 냄비 안에 넣고는 국자로 사리를 꾹꾹 눌러 잠기게 한 뒤에 국물을 조금씩 퍼서 라면 사리를 적셨다.
그렇게 라면 사리가 익어갈 때쯤에 젓가락으로 휘휘 면을 저어본다.
잘 익었을 때쯤엔, 역시 라면 사리부터 맛보는 게 최고다.
라면 사리를 들어 올리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접시 위로 라면 사리를 옮긴 후에 그 상태에서 국자로 붉은 국물을 푼 다음, 햄도 퍼준다.
민혁은 면을 들어 올렸다.
그다음.
“후루루루룹!”
국물이 쫄아 들면서 면에 부대찌개의 국물 맛이 알맞게 배여 들었다.
짭짤하면서도 쫄깃한 면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또다시 면을 먹을 때엔 이번에는 김치, 햄을 면과 함께 입으로 가져간다.
“후루루루룹!”
쫄깃쫄깃한 햄, 그리고 잘 익혀져 부들부들 씹히는 김치와 면이 만나 환상의 조합을 자아낸다.
“아, 딱 좋아.”
그렇게 감탄하며 불을 제일 약하게 줄인 후에 이번엔 밥을 가득 퍼서 먹어준다.
그리고 접시에 옮겨 담은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본다.
치즈의 고소한 풍미.
거기에 얼큰하면서도 햄 맛이 잘 배여 든 육수는 한 입 떠먹는 순간 웃음이 절로 나게 했다.
“캬하!”
거기에 부대찌개를 끓이기 전에 미리 준비해놓았던 도톰한 계란말이.
이 계란말이는 당연히 황금 알을 낳는 닭으로 했다.
그 도톰한 계란말이를 들어 올려 케첩에 푹 찍어본다.
그다음 입에 가져가 먹으면 달짝지근한 케첩의 맛이 느껴지고 그다음엔 부드럽고 담백한 계란의 맛이 느껴진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그렇게 민혁의 먹방이 이어졌다.
* * *
걸음을 옮기는 엘레는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북부대륙과 관련해서 브라틴 후작을 만나고 오마. 루스, 자네는 날 대신해 민혁이를 챙겨주고.”
“알겠습니다.”
곧이어 엘레가 워프진으로 움직였고 사라졌다.
루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의 비약을 주실 줄이야…….’
제국의 비약은 딱 하나밖에 없는 물건.
다르게는 이필립스 제국을 증명하는 그 자체이기도 하였다.
한데, 그것을 엘레가 민혁에게 줄지는 몰랐다.
루스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납득하기로 했다.
‘폐하께서 그렇게 하신 일이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민혁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련장에 일주일 동안 계셨으니, 자고 계시려나? 혹시 그럴지도 모르니, 조심스럽게 들어가 봐야지.’
그가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내.
“……?”
“……와구?”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민혁은 부대찌개와 계란말이를 거의 다 먹어가던 때였다.
루스는 부대찌개 옆에서 뒹굴거리는 제국의 비약이 담겨 있던 병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세상에! 제국의 비약으로 부대찌개를 끓여 먹는 놈이 어딨습니까!”
납득하자고 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루스였다.
아니, 이런 미친놈이 있을 수 있을까?
“엘레 누나가 줬으니까, 제가 어떻게 해 먹어도 제 마음대로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잖습니까! 또 명약은 요리해 먹으면 안 된다는 거 모릅니까!?”
“……그랬어요? 아니, 근데 노크도 없이 들어오시다니, 그리고 저한테 화내는 건가요? 엘레 누나한테 이를 거예요!”
그에 루스는 빠른 태세전환을 선보였다.
“아, 아니 제 말은 맛있게 드셨냐는 거지요? 헤헤, 마, 맛있지요? 제국의 비약으로 만든 부대찌개요.”
“존맛탱이었어요. 크!”
‘이런 부대찌개에 미친놈!’
그러더니, 이내 민혁은 궁금한 게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이를 테니,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요?”
“뭡니까?”
민혁은 슬그머니 그의 하체를 보다가 말했다.
“……많이 아팠어요?”
“크흠!”
루스가 헛기침을 했다.
“요새 때가 어느 때인데요. 요새는 약물을 이용한 화학적 거…… 아니, 이걸 제가 왜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다 이내 민혁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측은함에 당장 눈물을 쏟을 것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힘들죠?”
그 눈빛, 그리고 목소리.
그에 루스는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푹 고개를 숙였다.
당장 팔뚝으로 눈물을 훔칠 것 같은 모습!
“네…….”
민혁이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것은 ‘힘내요’였다.
그러다 작게 속삭였다.
“혹시 앉으시나요, 서시나요?”
“……기분 좋을 땐 서서 안 좋을 땐 앉아서요.”
“그렇군요.”
이제까지 의문이었던(?) 미스테리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