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95
밥만 먹고 레벨업 696화
죽음의 신과 지옥군단의 침략 에피소드가 끝난 후 민혁은 곧바로 지식의 별 알로드와 헤이즈에게 명령했다.
현재 루브앙 제국군의 동태를 파악하라는 명령이었다.
천외국의 간부들이 모여 있는 자리.
알로드가 보고했다.
“현재 확인된 사항에 따르면 루브앙 제국은 마세르라티 왕국의 영토를 하나둘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마세르라티 왕국은 유저들이 만든 것이기에, 훨씬 더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겠지?”
당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유저는 다르다.
유저들은 실제 전쟁을 이곳에서밖에 치러보지 못했다.
반대로 일반적인 왕국이나 제국은 ‘전쟁’을 밥 먹듯이 해왔다.
“하지만 절대군주 리챠드는 쉬이 볼 수 없는 상대이지요. 현재 에세르 요새에서 2주간이나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마세르라티를 무너뜨림으로써 우리에게 경고하기 위함도 있겠지.”
“맞습니다.”
민혁은 턱을 쓸었다. 모두의 시선이 민혁에게 향해 있다.
그들은 민혁의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을 본 바 있다.
이는 감정적으로 임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
많은 백성들의 울음이 천외국 전체를 삼켰지만 어찌 보면 ‘천외국의 빠른 몰락’의 길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루브앙 제국으로 가서 그 죄를 묻게 할 것이다.”
“……!”
“……!”
“……전하”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민혁을 보았다.
루브앙 제국이 어떠한 곳인가?
현재 온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집단과 같은 자들이었다.
천외국이 비벼볼 수도 없을만큼의 강한 인재들이 넘쳐났다.
또한 천외국과 군사력을 비교해도 거의 8배 이상이 차이가 날 정도이다.
왕국과 제국의 차이이다.
또한, 대륙 곳곳의 왕국과 제국을 몰락시켜 강압적인 ‘동맹’ 관계를 형성한 국가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여러 나라와 제국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우려 어린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민혁은 씨익 웃었다.
“난 종적을 남기지 않을 거야.”
“종적을 남기지 않는다니요, 전하?”
헤이즈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혁이 품 안에서 쇠사슬에 감싸져 있는 척 보기에도 기분 나빠 보이는 책을 꺼냈다.
죽음의 신을 지옥으로 돌려보내고 획득한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이었다.
그를 먼저 지식의 별 알로드가 확인해봤다.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
등급: 신
특수능력:
⦁죽음의 신의 열 개의 재앙이 책의 소유자가 원하는 곳에 내려질 것입니다.
⦁첫 번째 재앙. 그가 원하는 곳의 강이 피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재앙. 개구리들이 물에서 나와 땅을 뒤덮을 것이다.
⦁세 번째 재앙. 이가 들끓을 것이며…….
⦁네 번째 재앙. 무수히 많은 파리가…….
⦁다섯 번째 재앙. 전염병이 돌고…….
⦁…….
⦁…….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을 가진 소유자는 언제든 재앙을 끝낼 수 있습니다. 단, 재앙이 도중에 중단되어도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은 소멸하게 됩니다.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을 가진 자는 죽음의 신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습니다.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에 의해 실제로 죽는 인명은 없을 것입니다. 즉, 이 모든 것은 결국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
확인을 끝낸 알로드는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 재앙들은 한정적이지 않다.
어떠한 곳에 내려지든, 말 그대로 재앙이 될 수 있다.
또 때로는 ‘협상’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나둘 간부진들이 죽음의 신의 재앙의 책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이라면 눈치챘다.
‘이건…….’
‘이집트에 내려진 열 개의 재앙을 따왔나?’
아테네는 다양한 신화나 전설 속에서도 스토리를 따오거나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중국 서버에는 ‘신’ 등급 아티팩트인 ‘청룡 언월도’ 역시 있다고 알고 있다.
“이번 전쟁에 개입했던 신의 검들은?”
“그들은 제국 내에서 어떠한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일 것입니다. 루브앙도 시치미를 뗄 것으로 보입니다. 듣기로는 루브앙은 그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마세르라티’ 진영에 보낸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우리 천외국은 은밀하게 마세르라티 왕국을 지원한다.”
“마세르라티를 지원한다고요?”
헤이즈가 의문을 표했다. 물론 단순한 지원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헤이즈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전하가 말씀하시는 지원은 ‘대가’를 통한 지원을 의미하시는 게 맞겠죠?”
“맞아.”
“그리고 우리들의 정체는 숨기고요.”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마세르라티 길드와 동맹을 맺고 루브앙 제국을 막아낸다면, 제국에 커다란 ‘명분’이 생기는 일이다.
또한 그들이 추궁할 때, 아니라며 발뺌하고 그들은 실제 그를 증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그만큼 화가 나고 배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가 좋겠군요.”
“그래야겠지. 아, 팀을 이루는 게 좋겠어. 이번 마세르라티 왕국에 지원할 팀. 어떤 사람들인지는 얼추 알겠지?”
루브앙 제국에 깊은 원한을 가진 자들은 민혁의 주변에도 너무도 많았다.
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그때, 한 사내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표정을 짓는다.
“아들아.”
“네, 아버지.”
다름 아닌 민혁의 친아버지이자 일화그룹 회장인 흑염룡이었다.
흑염룡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팀 이름은 내가 짜도 되겠느냐?”
“물론이죠.”
민혁은 흔쾌히 수긍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몇몇 길드원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
‘잉? 왜들 그러지?’
상기된 흑염룡,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 민혁.
과거 흑염룡이 지었던 팀이름을 기억하는 길드원들.
‘그때 팀 이름이 파워 인피니티 그레이트 킹갓 제네럴 마제스터 다크 브레이커였지 아마……?’
‘이번엔 또 어떤 팀 이름이……?’
‘에휴…….’
그리고 흑염룡은 생각했다.
‘후후후후, 또다시 나의 작명 센스에 모두가 놀라겠구나!!!’
* * *
[네르바 세피로스.] [군신이 혼란에 가득한 인간들의 세상에 황제를 보내나니.] [그 황제가,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고 세상 모든 자들의 위에 군림하리라.]네르바 세피로스에 대해 흔히 전해져오는 이야기였다.
그런 네르바 세피로스는 신의 검, 엘리니와 렌드를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천외국의 병력들은 예상보다 더 강했습니다. 또한, 창신이라 불리는 밴이나, 소악마 디아블로, 그 외의 가신들 또한 저희들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방인이 만든 왕국에 지나지 않으나 천외국은 어지간한 왕국들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의 군대와 백성들은 천외국의 왕 민혁을 아끼고 섬기고 있나이다.”
엘리니와 렌드는 천외국을 경계하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브앙 제국과 이필립스 제국의 전쟁 당시 천외국이 깊게 개입되어 있음을 네르바 또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존심 강한 황제가 고작 하나의 왕국을 꺼리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심지어 과거의 그 일 때문에 천외국을 공격하는 게 드러난다면 사람들은 비웃을 것이다.
‘일단은 마세르라티 왕국을 삼키는 게 먼저이다.’
또한, 네르바는 현재 여러 개의 왕국에 공격 명령을 내린바.
천외국까지 감당했다가는 자칫 제국에 큰 흠집이 생길 수도 있다.
“짐은 그대들을 믿고 맡긴 일이 이렇게 돌아가 그대들의 자격이 의심되오.”
흠칫!
흠칫!
네르바 세피로스.
군신이 내린 황제.
그의 목소리에 실린 힘에, 두 신의 검이 몸을 떨었다.
“그러니 우리들의 땅을 멋대로 점거하고 있는 마세르라티 왕국에, 기사단을 이끌고 출정하여, 승선 소식을 전해달라. 그렇지 않다면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두 신의 검이 물러갔다.
피곤함에 관자놀이가 지끈거린다.
그러나, 또 한 번 소식이 전해져 온다.
“폐하, 천외국의 왕이 아뢰옵기를 청합니다.”
“……!”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였다.
천외국의 왕이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
심지어 혈혈단신으로 왔다는 보고를 들었다.
들일 것을 명한 후 천외국의 왕 민혁이 걸어 들어온다.
흑빛의 머리카락, 그 사이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눈매, 날카로운 턱선과 콧대.
그리고 민혁과 상반되는 새하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 매서운 눈매, 금발의 길게 기른 머리카락.
한 제국의 황제와, 한 나라의 왕이 만난다.
* * *
민혁이 네르바를 만난 순간이었다.
[군신의 힘을 이어받은 초월자와 마주합니다!] [황제의 권능이 당신을 굴복시킵니다!] [저항하려 해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당당하게 들어오던 민혁은 네르바와 마주한 순간 털썩- 하고 양쪽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미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무릎을 꿇게 만든다고?’
물론 이는 네르바가 가진 패시브 스킬로 추정된다.
네르바가 보이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이 ‘황제의 권능’을 피한 자는 세상에 고작 두 사람뿐이었으니까.
“먼 대륙의 왕이 어인 일로 갑작스레 행차한 건지 의문이군.”
네르바는 오만한 황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서 온 손님을 막대할 정도의 사람은 아니다.
무릇 황제란 예절과 예의를 갖춘 자.
진정한 절대자에게서는 예절과 예의를 갖출 때, 더 범접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법.
“가장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알려진 루브앙 제국에 한 번 꼭 와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듣던 대로 루브앙 제국은 웅장하며 아름답군요, 이를 어찌 운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민혁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
결국에 네르바는 황제고 민혁은 왕이다.
섣부른 행동은 천외국 전체를 흔들며 네르바에게 명분을 준다.
그러나 민혁의 말은 가시가 있다.
웅장하며 아름답다.
이를 어찌 운영하는가?
다른 왕국과 제국을 습격하여 벌어들인 돈으로 이리 부귀영화를 누리니 좋으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저 짐이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것에, 백성들 또한 나에게 보답하는 것 아니겠소?”
능청스럽게 둘러대는 네르바다.
“그래서 정녕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네르바의 눈이 날카롭게 민혁을 흩는다.
과연 절대자다운 눈빛이다.
그에 민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얼마 전의 전쟁에서 익숙한 자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흐음…….”
네르바가 능청스레 턱을 쓴다.
“익숙한 자들이라? 언데드와 마물들 천지라 들었건만. 왜 여기서 찾는 것이요, 혹시…….”
네르바의 눈이 가늘어진다.
의심하냐며 추궁하는 눈빛이다.
민혁. 그가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그저 익숙한 자들을 봤다 말씀드리는 겁니다. 전 단지, 이곳에 며칠 머물고 싶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며칠이라? 그 정도는 괜찮지만 우리 황실은 아무리 다른 나라의 왕이라 할지라도 모시기 힘들다오.”
네르바의 말은 민혁에게 썩 꺼지라는 의미였다.
귀빈을 황실에서 모시지 어디서 모시는가?
그러나 민혁은 그게 원하는 것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조만간 차 한잔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네르바는 또 딴청을 피우니.
“나는 차를 좋아하지 않소.”
“그러십니까? 그렇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저와 마시고 싶어 하실 겁니다. 전 맛있는 다과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내가 자신을 찾게 될 거라는 건가?’
네르바는 미간을 좁혔다.
민혁의 말은 어떻게 들어도, 자신이 그를 찾게 될 거라는 의미였다.
그를 뒤로하고 일단 네르바가 묻는다.
“이 밤중에 행차는 당신의 무례요, 나는 침소에 들려 했으니.”
“죄송합니다. 폐하. 이거 어찌 사죄를 드려야 할지…….”
그러면서 민혁이 스리슬쩍 말한다.
“천외국의 왕인 저는 요리에 능통한데, 기사들이 출정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에게 제 요리를 대접해도 될까요?”
그에 네르바는 대놓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요?”
그 차가운 질문에, 민혁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어떠한 생각도 없습니다. 폐하. 아, 그리고.”
민혁이 싱긋 웃었다.
“천외국의 전통엔 귀한 분을 만나면 짧은 인사말을 적어 나눠주는 게 있습니다. 폐하를 위한 인사말을 적었습니다. 제가 친히 드리게 윤허해 주소서.”
“허락하겠소.”
네르바 세피로스.
그는 황제의 권능을 잠시 해제하려 했다.
그때, 민혁의 날카로운 눈이 네르바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릎 꿇은 그가 한쪽 무릎을 핀다.
[상대방이 황제의 권능에 저항합니다!!!!]“……!”
네르바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곧은 눈빛의 그가 나머지 무릎을 핀다.
[상대방이 황제의 권능을 완전히 억누릅니다!]민혁이 새로 얻은 칭호. ‘8기둥의 재목’에 존재하는 힘. 굴복하지 않는 자였다.
‘어, 어찌……!’
네르바는 깜짝 놀랐다.
이 황제의 권능을 푼 자는 세상에 단 두 명뿐.
그러나 오늘날 세 명이 되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 민혁이 그에게 돌돌 말린 양피지를 건넸다.
“인사말은 천외국의 특별한 문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루브앙엔 인재들이 많을 터. 필히 해석하실 수 있겠지요.”
“알겠네, 이만 물러가게.”
민혁이 물러갔다.
그리고 네르바 세피로스.
그는 그가 건네준 그것을 서둘러 루브앙 제국의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확인했다.
“이 양피지에는 어떠한 악한 힘도 깃들어 있지 않습니다.”
“폐하를 해하려는 힘이 전혀 깃들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글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고대의 언어를 연구하는 자들 또한 모여들었다.
“이 언어는 해석할 수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군요. 이런 언어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네르바는 모두를 내쳤다.
그 후에 심각한 표정으로 그 문자를 바라봤다.
[네르바 갦씲발샑끼.]오로지 한국인들만 알아볼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네르바는 그 양피지를 보며 턱을 쓸었다.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 같은데…….”
역시 한글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