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96
밥만 먹고 레벨업 697화
신의 검인 엘리니와 렌드는 여전히 잊지 못한다. 복도에서 만났던 남자의 서리가 끼도록 차가운 눈빛과 살기를 말이다.
‘설마 전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제국으로 올 줄이야.’
‘미친 왕이로다.’
설령 그가 이곳에 왔다 한들, 아무리 왕이라 하지만 제국의 기사들인 자신들을 확실한 ‘명분’ 없이 처단할 수 없다.
만약 그 일이 발각된다면 천외국은 그 죗값을 물어야 할 테니까.
렌드와 엘리니는 자신들의 앞에 선 기사들과 출정준비를 끝마친 병사들을 돌아봤다.
“에세르 요새의 현황은?”
“마세르라티 왕국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셉니다.”
그럴만하다. 마세르라티 왕국은 에세르 요새를 빼앗긴다면 대루브앙 제국에 계속하여 빼앗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함락은 시간문제입니다.”
“우리가 투입되면 일주일이면 충분하겠군.”
엘리니와 렌드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들이 배정받은 기사들은 네르바 폐하의 힘에 의해 나타난 ‘백전기사’들이다.
백전기사들은 네르바가 또 다른 왕국 함락에 성공함으로써 조건을 충족하고 군신으로부터 하사받은 인물들이다.
그들의 무력 수준은 감히 어떠한 제국의 기사들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이들과 제국군 5만이라면 충분하다.
현재 전쟁터에서 제국군 12만이 활약하고 있으니 자신들이 가세한다면 함락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때. 한 기사가 엘리니와 렌드에게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뭣!?”
“무슨 그런……!”
기사가 전한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다. 보고가 끝나자마자 한 사내가 그들 앞으로 걸어 들어왔다.
엘리니와 렌드는 전쟁터에서 그의 무용을 직접 목격한 바 있었다.
한 나라의 왕이자 신이기도 한 자.
그리고 루브앙 제국이 처음으로 고배를 마시게 만든 장본인인 민혁이었다.
“이제 출정하는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신의 검들이라하지만 민혁은 한나라의 왕이었다. 작게 목례를 취하며 예를 갖췄다.
“내 침소에 드시려는 루브앙 폐하의 잠을 방해했네, 때문에 출정하는 그대들을 위로하고자 밥 한 끼라도 대접할까 하여 직접 걸음 했지.”
“밥 한 끼 말씀이십니까……?”
천외국의 민혁의 요리가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맛있다는 이야기는 매번 들어왔다.
또한, 그의 버프요리는 매우 뛰어나 일반 병사를 기사급에 이르게 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지금의 천외국을 만들었는가?’
그렇지만 엘리니와 렌드. 그리고 루브앙 제국의 신의 검들이나 네르바 황제조차도 그 사실은 믿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루브앙 제국이 단 한 번도 식신 민혁의 ‘요리’를 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식신 민혁의 요리는 오로지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루브앙 제국을 위해 요리해줄 리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그것을 구할 방도조차 없었다.
‘천외국이 기반을 잡을 때, 그 헛소문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끌어모았겠지.’
특히나 그를 증명하는 사실이 존재한다.
바로 황실 요리사 루왈이었다.
루왈은 비록 신의 검은 아니었으나 한때 절대신 중 하나인 요리의 신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지는 인물이었다.
그 또한 버프요리에 능통한 자이며, 그의 요리를 먹은 신의 검들은 한층 더 강해진다.
‘그의 버프요리도 놀라운 지경인데, 천외국의 왕에 대한 소문의 요리는 너무 허황된 게 많다.’
루왈의 요리를 먹으면 1.3배 정도 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천외국의 왕의 요리를 먹으면 거의 1.5배 정도 강해진단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란 말인가?
‘뭐지? 어째서인가?’
기사들도, 신의 검인 엘리니나 렌드가 더 어이없는 사실은 그가 굳이 나서서 요리해 주는 이유이다.
‘독약이라도 타는 건가?’
눈치 빠른 엘리니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배가 부르면 가는 길에 졸리니까요. 저희는 육포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희들도 괜찮습니다.”
“이런, 안 됩니다. 폐하와 약속했단 말입니다.”
굳이 자신들을 잡는다.
엘리니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왜 굳이 저희에게 요리를 먹이시나이까?”
엘리니는 알고 있다.
천외국은 마세르라티 왕국과 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이지도 아니하다.
어째서 사양하는 자신들을 이토록 붙잡는가?
“혹시 독이라도 타려는 겝니까?”
“엘리니 경.”
렌드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민혁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한 나라의 왕한테 경솔한 발언이군, 내가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이겠다?”
“…….”
“엘리니. 당신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독약이 든 음식을 주겠어? 모두 죽은 후, 천외국은 루브앙 제국 손에 멸망하겠군.”
“…….”
확실히 바보가 아니라면 그럴 일은 있을 리 없다.
“죄송합니다.”
“심기가 불편하군. 폐하께 보고하겠네.”
“그…… 죄송합니다. 민혁 전하.”
엘리니와 렌드. 기사들까지 예의를 갖췄다.
아무리 소국의 왕이라 하나 네르바는 황제로서 예의를 취한다.
그런데 그 신하들이 도리어 취하지 아니한다?
네르바는 이에 엄격한 인물이다. 당장 그들의 목을 칠지도 모른다.
민혁이 그에 눈을 말아 올렸다.
“내가 좀 솔직해지지.”
렌드와 엘리니에게 한 걸음 다가간 민혁이 그들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나는 왕이요, 그러나 네르바 폐하는 온 대륙의 황제가 될지도 모르오. 내 지금 이곳에 와서 왜 요리까지 해준다고 하겠소?”
“…….”
그들은 아차 했다. 천외국은 차라리 루브앙 제국과의 화친을 도모하려 하는가!?
하긴, 그들도 이제까지 루브앙 제국의 위엄을 보았을 터이다.
‘현명하군.’
‘우리들에게 요리를 해주어 승리에 기여했다 폐하께 말하고 싶은 건가?’
‘이게 더 납득이 가는군.’
“그렇지만 그대들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크흠!!”
“죄송합니다.”
민혁이 그들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더니 어깨를 두들겼다.
“이렇게 하지, 내 자네들을 위해 요리해줄 테니, 자네들이 만족한다면 자네들이 가진 ‘창술서’나 ‘도끼술’에 관한 책을 주는 것.”
“……예?”
신의 검들은 자신들이 부리는 것에 관해 적힌 책을 가지고 있다.
이는 유저에겐 스킬로 작용하며, NPC들에겐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책이 된다.
이는 모든 유저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중 신의 검들에게 책과 같은 것을 받은 이들은 고작 몇 명뿐인데, 이들은 최하급 책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어지간한 검술서를 상회한다.
“내 요리를 먹고 만족했다면 말이야, 만족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고.”
“알겠습니다.”
“저희가 만족한다면요.”
민혁의 입이 찢어졌다.
‘천외국에 이들의 창술서와 도끼술이 전해진다면 병사들이 한층 더 강해지겠지.’
또 민혁은 일부러 침 발린 입으로 살살 어르고 달래 유도한 것이다.
이제, 이것은 ‘퀘스트’가 되어 민혁에게 떠올랐다.
바로 ‘엘리니와 렌드’를 요리로 만족시키기다.
그들을 만족시키는 만족도에 따라 그들에게 받는 책의 등급이 나눠진다.
“시작해 보겠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륵-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민혁이 그들의 앞으로 작은 크기의 트레일러를 던졌다.
트레일러가 강자인, 렌드와 엘리니를 인식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
굴뚝과 앞쪽 두 개의 분출구에서 뜨거운 화염이 치솟아 오른다.
* * *
트레일러 위에 올라간 민혁은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근에 죽음의 신이 지옥으로 끌려가고 그가 얻게 된 보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죽음의 신의 검은 오리’이다.
(죽음의 신의 검은 오리)
재료등급: 전설.
특수능력:
⦁죽음의 신의 검은 오리는 알을 낳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은 오리는 달마다 100개의 알을 낳습니다.
⦁검은 오리의 알에서 나온 오리는 성체로 나올 것입니다.
⦁검은 오리는 지상에서 맛볼 수 없는 진미입니다.
⦁매번 태어나는 검은 오리는 힘과 민첩을 크게 상승시켜 주며, 당신이 오르지 못한 경지의 힘을 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매우 특별한 재료였다.
달마다 100마리의 검은 오리를 획득할 수 있다. 물론 추가로 낳게 된 그 검은 오리들도 알을 낳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100마리의 오리를 달마다 즐길 수 있다는 것.
힘과 민첩, 다양한 것을 상승시켜준다는 것.
촤아아아아아아악-
가마솥으로 민혁이 온 힘을 담아 요리한다.
그가 준비하는 요리, 다름 아닌 오리 주물럭이다.
붉은 양념을 가득 베어 문 오리주물럭은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는 음식이다.
촤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솥에서 오리주물럭을 볶아내는 민혁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민혁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내가 맛있게 먹기 위함이며.’
두 번째가.
‘좋은 버프가 나와야 저들이 약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째서 우리를 위해 저토록 열심히 해주는가?’
‘한 나라의 왕이 요리를 해준다?’
렌드와 엘리니는 바로 며칠전만 해도 천외국을 공격했다.
물론 식신과 그 신하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싶지만 말이다.
왕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하는 모습.
심지어 잘생기고 멋들어진 잔근육을 가진 왕이다.
‘……천외국의 왕은 저런 사람인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 왕을 섬기고 싶다라는 생각도 스친다.
그러나 불충한 생각이다.
감히 네르바 폐하를 두고?
그렇지만 왕이, 또 신이 저토록 어떠한 기사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민혁은.
‘이 X새끼들. 배 터지게 먹고 다 뒤질 준비 해라, 최후의 만찬은 맛있게 먹고 가야지, 응? X벌놈들.’
그는 렌드와 엘리니가 천외국을 습격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엘리니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엘리니는 루브앙 제국의 신의 검이나, 천외국의 왕을 보며 새로운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모든 스텟 0.1%가 상승합니다.] [렌드와의 친밀도가…….] [렌드는 루브앙 제국의…….] [모든 스텟 0.1%가 상승…….]‘얼씨구?’
민혁의 최선을 다하는 이유를 그들이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러나 민혁은 한술 더 떠 신의 목소리를 발동시키니.
[한나라의 왕이자 신은 머나먼 전쟁터로 향하는 자들을 위로하려 합니다.] [작게나마, 자신의 요리로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찬사를 내리니.] [그는 최선을 다해 요리하노라.]삐이이이이이이이-
쿠르르르르르르르-
때마침 트레일러가 뜨거운 영겁의 불꽃을 분출한다.
신의 검뿐만 아니라, 기사들, 병력들까지 그 소리를 듣고 감탄한다.
어떠한 병사는 눈물까지 질끔 짤 정도였다.
[엘리니와의 친밀도가 상승…….] [모든 스텟 0.1%가 상승합니다.] [렌드와의 친밀도가…….] [모든 스텟 0.1%가] [백전기사 볼보트와의 친밀도가 상승…….] [힘+1을 획득…….] [백전기사 암보르와의 친밀도가…….] [힘+1을…….] [병사 베린과의 친밀도가…….] [병사 베놈과의 친밀도가…….]그러나 민혁의 귀엔 그 알림이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저들에게 징벌을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최고, 최악의 요리를 완성시킨다.
[오리주물럭을 완성하셨습니다.] [무아지경. 당신의 ‘분노’ ‘죽일 듯한 마음’ ‘증오’ ‘복수의 의지’가 들어간 요리입니다.] [무아지경에 따라 버프 효과가 더 좋아지며 등급이 상승합니다.] [칭호 ‘분노한 요리사’를 획득합니다.]‘엥?’
살다 보면 누구나 그 사람이 미워도 요리해 주기 마련이다.
부부싸움을 한 뒤에도 밥을 해주는 아내처럼, 때론 진상 손님에게도, 또 때론 싫어하는 직장 상사에게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민혁의 분노는 컸다.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을 잃었고 병사들을 잃었으며 그를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 그의 귀에 메아리친다.
때문에 그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첫 번째 요리의 탄생.
그와 함께, 또 다른 알림이 울린다.
[당신은 이제껏 행복한 마음으로만 요리해왔습니다.] [그러나 때론 분노스러운 마음을 가지고도 요리하게 마련입니다.] [그러한 분노를 가지고 놀라운 경지의 요리를 만들어낸 당신이 특혜를 받습니다.] [스킬 ‘재료추적’이 ‘재료탐색’으로 변화합니다.]* * *
황제 네르바는 민혁을 황실에서 대접하지 아니하고 수도의 한 자택으로 내몰았다.
차디찬 대접이다.
그곳에서 민혁과 똑같이 닮은 한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제천대성의 분신술 양피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사내였다.
민혁의 분신이 쇠사슬에 감싸진 검은 책을 쥐었다.
그리고 쇠사슬을 풀어냈다.
책장을 펼쳐 가장 먼저의 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첫 번째 재앙.”
그 시각.
네르바는 자신이 끔찍이도 아끼는 이제 열한 살의 공주의 손을 잡고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바마마…….”
“무슨 일이냐, 공주?”
네르바는 갑작스레 몸을 부르르 떨며 손가락으로 연못을 가리키는 공주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피로 물든 연못이 있었다.
그리고 루브앙 제국의 하늘이 어두워지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산한 목소리가 제국을 채웠다.
[첫 번째 재앙.] [붉은 피가 강을 물들이리라.]“……!”
천외국의 반격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