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99
밥만 먹고 레벨업 700화
네르바 세피로스는 누구인가.
제2의 서막이 열린 아테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이다.
절대신 중 하나인 군신이 지상에 내린 절대자이며, 그가 이끄는 군대는 어지간한 제국 여러 개가 합쳐도 이기지 못할 만큼 막강했다.
그러한 네르바 세피로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그러한 네르바 세피로스가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려, 민혁이 있는 곳의 문을 두들기려다 멈칫했다.
[퀘스트: 네르바 세피로스의 발걸음 완료.] [네르바 세피로스는 루브앙 제국의 황제입니다. 그가 먼저 발걸음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상의 경우 네르바 세피로스와 조율하셔야 할 것입니다.]민혁은 등 뒤로 자신의 호위기사 수백과 병사들을 대동한 그를 흘끗 보았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폐하께서 이 누추한 곳엔 어인 일이십니까?”
“차 한잔하겠나?”
민혁은 자택 내를 돌아봤다. 마치 바쁜 일이 있었다는 것처럼. 즉, 지금 네르바 황제를 앞에 두고 그를 다소 무시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지만 네르바는 참았다.
“들어오시지요.”
일단 민혁은 네르바를 안으로 들였다. 그러면서 흘끗 바깥에 있는 병력을 아니곱게 바라봤다.
“기사들은 대기하라.”
“……예, 폐하.”
네르바와 민혁만이 자택으로 들어왔다.
민혁은 카모마일 차를 내왔다.
“불안해 보이십니다. 카모마일은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를 가졌지요.”
민혁은 똑똑히 들었다. 자신이 여기에서 얼마만큼 딜하느냐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것이다.
“요즘 제국이 많이 시끄럽습니다.”
민혁이 능청을 떨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이제 이 재앙을 멈추게.”
민혁이 이곳에 오자마자 곧바로 재앙이 도래했다. 또한 그의 능청스러운 말투에서 확신이 들었다.
물론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재앙을 멈추라니요?”
네르바는 현재 무척이나 초조한 상태였다. 이러다 자신의 공주가 잘못되면 어쩌는가?
그리고.
“만약 공주가 잘못되면 천외국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이다. 루브앙이 마음만 먹는다면 천외국은 1주일 안으로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퀘스트로 유저들에게 ‘루브앙을 도와 천외국을 멸망시켜라’를 낼 수도 있다.
“갑자기 천외국을 욕보이시나이까?”
민혁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네르바 또한 차를 꽉 쥐고 민혁을 바라봤다.
“…….”
네르바에게서 피어오르는 엄청난 살기가 민혁의 숨통을 조여온다.
민혁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살기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공기가 뒤바뀌었다.
‘네르바는 얼마나 강할까?’
그는 단순한 황제가 아니다. 군신에게 인정받아, 황제직에 오른 특이한 케이스의 인물이었다.
확실한 건 네르바는 현재의 자신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강자다.
“혹 짐에게 서운한 게 있었소? 이곳에 머물게 해서 미안하오. 사실 황실에 귀빈을 모시는 자리가 부족하여.”
네르바는 현재의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 살기를 지웠다.
“내 약소하나마 서운한 게 있다면 천외국의 왕인 그대에게 보상하겠소.”
네르바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재앙을 멈추라는 둥, 보상을 해주겠다는 둥. 심란하기 그지없군요.”
민혁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전 지옥의 신이 보낸 군대와 그를 돕는 극악무도한 무리에 의해 많은 백성과 병사들을 잃었습니다.”
“…….”
네르바는 알았다. 그것이 자신을 겨냥해 하는 말임을.
“원통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꾸민 자들에게 제힘을 낱낱이 드러낼 생각입니다.”
“죽음의 신은 그토록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지요. 보상을 운운하셨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진 모르나 감히 청하자면.”
민혁이 네르바의 눈을 마주 봤다.
네르바는 그 순간, 깨달았다.
‘그릇이 다르다.’
자신에게 기어와 발에 입을 맞추던 왕들, 또는 황제를 계승할 때가 되어 계승해 온 그저 꼭두각시와 같은 황제들과 다르다.
네르바는 지금 이 순간, 작게 감탄하니.
‘또 다른 황제가 될 재목이도다.’
대륙황제 엘레.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자다.
네르바는 작은 두려움을 이 순간 품었다.
엘레와 이자가 함께 힘을 키운다면, 어쩌면 모든 대륙을 집어삼키는 건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혁이 말한다.
“네르바 폐하께 저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이번 전쟁에 의해 피해입은 왕국과 또 그 유족들을 어찌 달래야 할지.”
첫 번째 요구. 골드였다.
“그리고 많은 병장기들이 부서져 다른 왕국에서 수입해 와야 할 지경입니다.”
두 번째 요구. 엄청난 아티팩트가 넘쳐난다는 루브앙 제국의 아티팩트를 요한다.
“아, 듣기론 루브앙 제국의 지하감옥엔 많은 포로들이 잡혀 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혹 저의 사람들마저 있다면…….”
“…….”
네르바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세 번째 보상.
지하감옥에 있는 포로들을 풀어줄 것.
“그리고 루브앙 제국에 재밌는 재료가 있단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네르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들었다?
“심으면 과일, 채소, 또는 고기들 또한 자라나며 그 재료들을 먹은 자는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름이 ‘성장의 씨앗’이었나……?”
“……!”
네르바가 처음으로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성장의 씨앗에 대해 알고 있는 게지?’
성장의 씨앗은 네르바 세피로스가 얼마 전 업적을 달성하고 군신으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다.
성장의 씨앗은 자그마치 ‘신등급’ 재료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재료가 놀라운 사실은 먹은 이의 ‘잠재력 수치’를 대폭 상승시킨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성장의 씨앗은 일반적인 강자들에겐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일개 병사 따위들이 먹는다면? 또, 상대방이 가진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 열정, 그리고 실력은 있으나 강하지 못한 자 등을 파악한 씨앗은 더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즉.
‘평범한 일개 병사도, 이 시대의 강자로 만들 수 있는 힘.’
네르바는 이 씨앗을 먹일 이를 찾고 있었으며, 이 씨앗은 고작 며칠 전에 얻었다.
그리고 민혁이 이를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재료탐색’ 스킬에 의해서였다.
요리재료들을 1㎞ 반경 내에서 스스로 탐색하여 찾아준다.
‘일부러 성 근처에서 서성거리기도 했지.’
그리고 네르바는 한참이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씨앗은 네르바에게도 무척 값진 것이었으니까.
생각을 끝마친 그가 운을 뗐다.
“천외국은 감당할 수 있겠소?”
“……그건 해보면 알지 않겠습니까?”
“재밌군.”
네르바가 미소 지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이제 천외국은 대놓고 루브앙 제국의 적이 될 것이다.
이미 네르바의 눈도장에 찍혔기 때문이다.
“내 천외국에 선물을 보내지, 금은보화와 갖은 아티팩트.”
[네르바 세피로스가 천외국에 5,000플래티넘을 선물할 것을 약속합니다!] [네르바 세피로스가 2만 자루의 무기와 3만 개의 방어구, 5천 개의 액세서리를 약속합니다!]“그리고 포로들이 있는 지하감옥에서 포로해방을 약속하며.”
[루브앙 제국의 지하감옥에 입장하여 포로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그대에게 이 성장의 씨앗을 주지.”
[성장의 씨앗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네르바가 성장의 씨앗을 담은 황실문양이 그려진 손수건을 민혁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민혁이 작게 미소 지었다.
민혁이 승리했다. 그러나 나서기 전에 네르바가 말했다.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는 법.”
“…….”
민혁은 그 말의 뜻을 알았다.
어떻게든 루브앙은 이 죄를 물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정말 천외국의 멸망이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 언제 저랑 치킨이나 한번 드시죠. 맛있습니다.”
“……!”
얼굴이 붉어진 네르바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쿵!
하고 문이 닫힌다.
성장의 씨앗을 받아든 그는 깊게 생각해 봤다.
‘충신이어야 한다. 또 강하진 않으나 실력이 있어야 하고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자. 그런 자가 필요해.’
* * *
루브앙 제국의 황실 깊은 곳에는 지하감옥이 존재한다. 이 지하감옥에는 여러 개의 왕국과 제국에서 끌려온 포로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루브앙 제국군의 기밀을 알아내기 위한 고문 방법은 매우 지독했다.
실제로 눈을 뽑아버린 사례도 있을 지경이었다.
그러한 지하감옥. 한 병사가 속옷만 입은 채 몸을 벌벌 떨고 있다.
그의 손톱과 발톱은 모두 빠져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포로들이 죽어나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천외국의 일개 병사에 지나지 않은 ‘넬로’였다.
넬로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내였다.
그러나 병사가 되고 싶어 타고난 약골임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아니하며, 배움의 길도 항상 바르게 걷곤 했다.
그런 넬로는 천외국의 왕 민혁에게 항상 감사한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천외국 백성들은 배고프지 않다. 아니, 배고팠으나 이젠 배고프지 않다.
병사 넬로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배가 고프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어머니가 아팠고, 죽 한술 뜨게 할 돈도 없었다.
그때 천외국 병사들이 문을 두들겨 밀가루 한 가마니를 주고 갔다.
왕명이었다.
천외국에 배고픈 자가 없게 하라.
넬로는 그날 그 밀가루 자루를 껴안고 엉엉 울었고, 병사가 되었다.
그리고 병사 중 나름 실력 있는 병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전쟁에서 끌려오고야 말았다.
“다시 시작해 볼까?”
간수들이 불에 달궈진 뜨거운 꼬챙이를 들고 슬그머니 다가온다.
아까 전에, 어떠한 제국의 병사는 저 온몸이 지져졌다.
급기야, 졸도하고야 말았을 정도다. 심지어 그는 ‘말하겠습니다!’라고 연신 외쳐댔으나 멈추지 않고 학대했으니, 그저 재미를 위해서였으리라.
“천외국의 기밀을 말하라, 천외국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어디냐?”
벌벌 떨며 구석으로 몸을 웅크린 넬로는 저 뜨거워 보이는 꼬챙이를 보았다.
손톱과 발톱이 모두 뽑힐 때의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저건 얼마나 더 고통스러울 것인가.
“……모른다.”
“흐음.”
간수는 재밌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의 몸 곳곳에 고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넬로는 끔찍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크흐흐흐흑!”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새하얗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살가죽이 타들어 간 냄새가 그의 정신을 더 나약하게 만든다.
“말할 마음이 생겼나?”
간수가 다시 이죽 웃으며 질문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넬로.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 른…… 다아!!!!”
치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악!”
넬로에게 행해지는 고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의 몸 곳곳이 그을린다. 급기야, 그들은 손가락 하나하나를 부서뜨리기 시작했다.
“크흐으으윽!”
문득 떠오른다.
이곳의 포로들과 했던 이야기다.
-차라리 불어버릴까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어떤 황제도, 왕도 우릴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우린 그저 버려진 겁니다.
-맞아요, 우린 버려졌습니다. 또 제국이 우리의 부귀영화를 약속한다지 않습니까?
-저는 실토하겠습니다.
그렇다. 그 어떤 왕도, 황제도 포로가 된 백성을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전쟁의 도구였을 뿐입니다.
그랬기에 모두가 부귀영화를 약속받고 도망쳤다.
그러나 천외국 백성들만큼은 달랐다.
-오지 않아도 우리의 왕이요.
-우릴 위해 싸워준 진짜 왕입니다.
그렇기에 넬로는 버텼다.
“이렇게 독한 놈은 처음이군.”
“졸도하지도 않네.”
급기야, 한 간수가 넬로의 몸을 꽉 붙잡고 더 강한 고문을 시작한다.
치이이이이익-
“으,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악, 꺼어어억!”
입에서 거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하다. 심지어 정신적 타격은 더 심했다.
하지만 넬로는 버텨냈다.
“이놈은 이제 재미없군, 이만 죽이고 다른 놈들에게나 해보자고.”
“…….”
죽음에 이르는 소리이다.
날선 검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두려웠다. 강해져서 기사가 되고 적들을 베며 천외국의 든든한 자가 되고 싶었다.
그저 천외국에서 든든한 자가 되어 천외국의 왕 민혁을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보고 싶었다.
검이 눈앞에서 희번덕거리며 다가올 때에, 그는 말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이를 악문다. 가슴속에서 끓어나오는 그 목소리를 힘껏 뱉어낸다.
“처…… 처…….”
“처? 처…… 라고?”
“천외국…… 만세…….”
“이 개자식…….”
“민혁…… 전…… 하…… 만수무강하소서!!!!!!!!”
마지막 힘을 담아 침을 튀기며 넬로는 힘껏 뱉어냈다.
낄낄대며 웃는 간수들이 그의 목에 검을 들이민다.
남은 눈을 질끈 감은 넬로는 다시 한번 새긴다.
‘전하…… 부디…… 부디…… 만수무강하소서…….’
그때.
“짐의 백성에게 손대지 마라.”
콰아아아아아앙-
간수의 머리가 벽에 처박혔다.
주르르륵- 쓰러지는 간수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 한 사내. 그 사내를 본 많은 자들이 그를 보며 경악한다.
“저, 전하……!”
“민혁 전하!!!!!!”
“전하아아아아아!!!!!”
곳곳에서 천외국 포로들이 울부짖으며 힘껏 절한다.
다른 왕국과 제국군들은 믿을 수 없었다.
‘하, 한나라의 왕이 포로를 구하기 위해 직접 걸음 했다고?’
‘병사들을 보낸 것도 아닌, 스스로가?’
그 순간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 또한 저런 왕과 황제를 섬겼으면 좋겠다, 하고.
천외국 병사들이 어째서 그토록 입이 무거웠는지도 깨닫는다.
“모두 미안하다, 너무 늦었다.”
“전하!!! 전하아아아아!”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넬로. 눈이 부어서 한쪽 눈밖에 뜨지 못하는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곳에 나의 왕, 나의 전하가 계셨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밝게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커다란 손을 가진 그가 넬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다.
“고맙다.”
넬로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더 충격적인 것은.
“넬로. 집으로 돌아가자. 어머니가 기다리신다.”
“……전하”
수십만 병력을 부리는 민혁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크흐흐흑!”
울고 있는 넬로, 그에게로 민혁이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넬로. 돌아가서 나의 기사가 되어주겠나?”
민혁은 성장의 씨앗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 순간 결정했다. 넬로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답했다.
“……네.”
훗날 황제가 될 민혁과 그의 그림자가 될 ‘천외국의 달’ 넬로와의 이야기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