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06
밥만 먹고 레벨업 707화
한때, 용병들은 전장의 도구로 쓰여왔다. 돈 몇 푼만 주면, 자신들을 위해 죽어주고, 때론 총알받이가 되어줄 그런 존재들.
온 대륙의 제국과 왕국이 용병들을 무시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난다. 제국군과 용병이 싸워, 제국군이 사망한 일.
사건 경위를 조사한 결과 제국군은 술에 취해 여성을 겁탈하려 하였고 이를 본 용병과 몸싸움 끝에 사망한 것이었다.
하지만 온 대륙의 제국과 왕국은 이리 말했다.
-이번 기회에 버릇없는 용병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구나.
학살의 시대. 용병사냥이 시작되었다.
각 제국과 왕국이 내미는 ‘라토나 용병 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자들은 모두 악인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심지어 라토나 용병연합에 대해 자세히 뜯어보면 제국군과 왕국군이 항상 우선시되어야 하며, 용병들이 전쟁터의 도구로 쓰이기를 강요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용병들이 핍박받는 세상.
우스운 일이다. 그저 돈이 필요해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기에 전쟁터로 나가 다른 이들을 위해 죽이고 죽어줬을 뿐이건만.
용병들은 그런 더러운 취급을 받아야 했다.
‘나는 그런 세상에 태어나, 영웅을 만났다.’
벤테오는 똑똑히 기억한다. 모든 용병들이 개처럼 취급받던 때.
이런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말단 용병이었던 벤테오.
벤테오는 그 당시 말단 용병에 검술도 형편없었고 체력도 별로였다.
그런 그가 그자를 만나 변화했다.
그는 등장과 함께, 제국과 왕국의 개가 되어 용병들 5천을 모아 화형을 진행한 전대 용병왕을 숙청했다.
그리고 난잡하고 체계적이지 않은 검술과 궁술, 창술 등을 사용하는 용병들을 위해 ‘용병극강검술’을 창안하여 널리 알렸다.
‘그는 전설이었다.’
그의 곁으로 용병들이 몰려들었다.
처음엔 하나의 대륙을 거머쥐고.
‘그는 신화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대륙의 용병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이고.
‘승전 소식이 울려 퍼졌다.’
제국군과 왕국군에 대항하는. 패배의 소식만 들려오던 용병들이 이겼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핍박받던 용병들이 어깨를 펴게 만들고.
갈 곳 없던 용병들을 통합하였으며.
머지않아 온 대륙의 용병들 수백만이 모여 그에게 절을 올렸다.
그 중심에는.
“스승님…….”
브로드가 있었다.
벤테오와 시선이 마주친 브로드는 쓴웃음만을 지었다.
처음 그를 만났던 날. 벤테오는 나약한 자신을 원망하며 불 꺼진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쓰러졌을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간결하고 빠르며 정확하다. 적의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알아. 하지만 힘이 부족해.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는 자신을 보며 작게 웃어줬다.
그리고 매일 밤. 자신은 그곳에서 검술을 연마했고 힘을 키웠다.
그때마다 브로드는 자신을 지켜봐 줬다.
-왜 브로드 경처럼 위대하신 분께서 저에게 시간을 허비하시는 겁니까?
그 질문에 브로드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용병왕이 될 청년과 앞으로를 함께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
-네가 유일했다.
-……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밤마다 훈련하던 자는.
처음이었다.
약골 벤테오, 머저리 벤테오, 짐꾼 벤테오라 불리던 자신을 인정해 준 유일한 사람.
그리고 모든 대륙의 용병들을 통합하고 여러 왕국과 제국 연합과의 최후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용병사냥’의 막을 내린 인물.
용병의 황제라 불렸던 전설이자 신화.
그리고 벤테오는 그가 알려준 용병극강검술을 사용할 수 없었고 자신의 식대로 변형시켰다.
그 첫 장을 완성하여, 기쁜 마음에 그를 찾아갔었다.
-스승님!
그가 잠을 자던 곳에 갔으나 그가 없었다.
그가 항상 하늘을 올려다보던 곳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아침 사이에 그는 사라졌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신기루였던 것처럼.
다시 용병학살의 시대가 이어졌다.
새로운 용병왕은 제국과 왕국에 화친하였고 ‘용병극강검술’을 사용하는 자들에게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 대를 묵묵히 이어온 자들이 대륙 곳곳에 있었다.
시간이 흘러 용병황제라 불렸던 인물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졌고 어느덧 벤테오가 그의 의지를 받들어, 다시 네 개 대륙을 통합한 용병왕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온 대륙 최고 통치자 용병왕을 뽑게 된다.
그 자리에 벤테오는 앉게 될 것이었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커허어어억!”
쏟아지는 핏빛 검기의 폭격 속에서 신의 검들이 비명을 터뜨린다.
레벨이 700 가까이에 이르는 그들이 휩쓸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전하,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브로드가 민혁의 소환에 응한 것은 천운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면 다시 자신은 돌아가야만 했다.
민혁은 그가 애석하기도 했다.
‘어딜 그렇게 가는 거야, 브로드?’
하지만 민혁은 브로드가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다.
“5분. 5분이면 저는 돌아가야만 합니다.”
시간이 빠듯하다. 아무리 브로드가 강하다 하나 살아남은 신의 검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그때에 핏빛 검기의 폭주 속을 비집고 루오가 튀어나와 브로드의 심장을 노린다.
까아앙-
가뿐히 루오의 검을 막아낸 브로드가 실소를 머금었다.
“네놈들은…….”
그의 차가운 시선이 신의 검들을 훑었다.
“기필코 내 손으로 단죄하고 싶었다.”
“몰락한 비운의 황제여, 그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민혁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았다.
신의 검들이 브로드를 ‘몰락한 황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루오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절대신의 검…….’
하늘 아래 존재했던 두 개의 태양 중 하나.
그리고 잊히지 않는 네르바 폐하의 명령.
-……브로드의 기사단을 전부 죽여라.
하늘 아래에서 경쟁했던 두 개의 태양.
그들을 따르던 두 개의 기사단.
그리고 욕심에 눈이 멀어, 함께 경쟁하던 자들의 밥에 독을 타고 피를 토하는 그들의 목을 쳐 죽였다.
함께 울고 웃었던 동료들을, 자신들의 이 손으로.
그리고 나의 그분은 황제가 되셨고 다른 태양은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날, 이곳에 돌아왔다.
이곳에서 브로드의 등장은 여러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다른 신의 검들은 브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루오는 똑똑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때 다쳐, 많은 힘을 잃었었지.”
까가가강-
루오가 더 빠르게 브로드를 압박한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신의 검들이 브로드에게 달려든다.
그들의 상태도 방금 전의 그 공격에 멀쩡하지 않았다.
‘그가 절대신의 검이었던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
심지어 힘의 일부를 잃었었던 바 있다. 때문에 루오는 이 자리의 신의 검들과 자신이라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용병왕 벤테오가 함께라면 더더욱.
“벤테오 경. 서둘러 합류하시지요!!!!”
“…….”
벤테오는 네 개의 대륙 용병들을 통합했으며 대 루브앙 제국이 ‘용병학살’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그는 그저 자신이 동경했던 자를, 그리고 원망했던 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채채채채채채챙-
공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섯이 넘는 신의 검들의 검을 받아내는 브로드에게 많은 이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급기야.
콰자아아악-
브로드가 한 명의 신의 검을 베어 넘겼다. 그 순간, 루오가 귀신처럼 그의 등을 노렸다.
움찔-!
절로 벤테오는 자신도 모르게 반응했다.
그때에.
푸우우우욱-!
“전하아아아아!!!!!”
민혁이 브로드를 대신해 루오의 검을 맞았다.
[HP가 2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치명타를 입어 몸의 움직임이 제한됩니다.]“큭……!”
민혁이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는 벤테오는 눈을 떨었다.
‘신하와 왕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저 왕은 신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주었다.
나의 스승, 동경했던 자가 사색이 되어 적군들을 막아내고 있다.
“벤테오 경! 제국과의 약속을 잊었습니까!?”
루오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브로드는 계속 제국의 걸림돌이 될 것이었다.
그랬기에 서둘러 처리해야 했다.
‘이렇게 강할 줄이야…….’
루오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정도 숫자의 신의 검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왕을 지키면서 이 정도라니.’
만약 지켜야 할 자가 없었다면?
자신들은 이 자리에서 전멸당했으리라. 그 정도로 브로드는 강인했다.
치이이이이익-
초코파이를 먹고 흡수전환을 사용한 민혁의 상처가 회복된다.
“필살검.”
푹-!
브로드의 머리를 검으로 꽂으려던 신의 검의 가슴에 검기가 박힌다.
이윽고.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수백 개의 검기가 비처럼 내리며 그를 제지해 낸다.
그에 루오가 민혁의 옆구리를 노리고 빛처럼 움직였다.
‘왕을 지키기 위해 놈은 몸을 내던질 것이다.’
푸우우우욱-
예상처럼, 브로드는 되려 자신의 복부를 내줬다.
비틀거리는 브로드를 보며 루오는 조소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신의 검들이 그의 몸 곳곳에 커다란 생채기를 입히기 시작했다.
국가급 랭커들 역시 브로드 사냥에 합류했다.
민혁은 애가 타들어 갔다.
‘빌어먹을, 오히려 내가 짐이 될 줄이야.’
만약 자신이 없었더라면 루오의 생각처럼 저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민혁은 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상처가 가득했던 거지? 얼굴도 지쳐 보였어.’
브로드는 소환과 동시에 매우 지친 상태였었다.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갑옷의 곳곳이 파손되어 있었고 검은 피에 절어 있었으며, 그의 몸 곳곳에서 피가 흘렀다.
푸푸푸푸푹-
“크으으읍!”
브로드의 몸 곳곳이 각종 무기들에 꿰뚫린다.
‘안 돼…….’
민혁은 위험을 감지했다.
브로드는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그의 부하이자 친구였다.
어쩌면 지금의 천외국을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런 브로드가 민혁을 돌아봤다.
“……전하.”
그 눈빛에서 민혁은 무언가를 읽었다.
‘설마……?’
곧바로 브로드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브로드는 민혁조차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떠한 성장을 이룩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난 이 힘을 사용하면 저들을 제지할 수 있다.’
그러나 브로드는 알았다.
이 힘을 사용하는 순간 그들을 제지하는 동시에, 자신은 그들의 검에 집중 타격을 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괜찮다.
“용병극강검술.”
쿠오오오오오오오-
하늘로 날아오른 브로드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출렁인다.
그는 가장 민첩한 ‘루오’의 이동속도를 계산했다.
‘이 힘을 발현하는 즉시, 그들의 몸이 꿰뚫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무기 또한 나를 꿰뚫을 것이다.’
그렇지만 발현한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선보이지 않았던 용병극강검술의 새로운 장.
“늑대왕의 사냥.”
크허허허허허허허헝-
거대한 울음소리가 지상을 뒤덮는다.
그의 검에서 발현된 거대한 붉은 늑대 한 마리가, 단 0.1초의 사이에 주변을 감싼 적들의 목을 물어뜯을 것이다.
그러나, 그 스킬이 완전히 발동되기 이전에 브로드의 예상이 깨졌다.
“……루오.”
그가 ‘신속의 도약’ 스킬을 이용해 속도를 순간적으로 4배 올렸다.
차마 그를 간파하지 못한 브로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브로드으으으으!!!!”
브로드는 그 순간 알았다.
자신의 전하조차 지키지도 못한 채, 해결해야 할 일도 해결하지 못한 채, 자신은 죽음을 맞이한다.
‘전하…….’
브로드의 눈이 감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누군가 자신의 힘을 준비하고 있었다.
“용병극강검술.”
그는 제국의 개가 되었다.
이는 다른 용병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한데, 자신의 스승은 과거 이런 말을 했다.
-용병의 좋은 점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유롭기에 용병을 하는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가르쳐줬고, 자신이 새롭게 창안한 용병극강검술.
“최종장. 울부짖는 늑대.”
크허허허허허허허헝-!
브로드의 늑대가 붉다면, 벤테오의 늑대는 검었다.
그 늑대가 루오의 바로 앞으로 돌진하여, 그의 목을 물어뜯는다.
콰자자자자자작-
그리고 루오를 지나쳐 두 명의 신의 검을 추가로 집어삼킨다.
천천히 눈을 뜬 브로드와 벤테오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 멍청한…….”
사실은 훌륭하게 커준 녀석.
그러나 브로드도 그가 제국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의 일로 인해 그는 제국에 의해 숙청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벤테오는 오랜 시간 동안 원망했고 보고 싶었고, 그랬기에 말하고 싶었던 말을 힘겹게 뱉어낸다.
“고맙소. 나의 영웅이시여.”
“…….”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브로드의 스킬, 늑대왕의 사냥이 완전한 발동을 이룬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자작-
검은 늑대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며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늑대가 주변에 있던 신의 검들과 충돌할 때마다 그들의 갑옷과 병장기를 순식간에 갈가리 찢어놓고 살점을 취한다.
곧바로 그들이 찌르고 있던 병장기 여러 개가 브로드의 몸 곳곳에 박히지만, 다행히 루오의 공격은 피했기에 죽을 정돈 아니었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브로드가, 그 5분이 지나, 다시 흐릿하게 사라져간다.
다시 떠나는 그의 눈이 벤테오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너는 나로 인해 죽을지도 모른다.’
벤테오.
그는 그 눈빛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용병의 좋은 점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그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