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07
밥만 먹고 레벨업 708화
벤테오를 처음 보았을 때 민혁은 이러한 생각을 했다.
‘브로드……?’
마치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알림이 들려왔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용병왕이 될 재목을 가진 사내입니다.] [벤테오. 그는 절대지존 NPC 중 한 명입니다.]검의 대제 엘레, 패왕 라르도를 잇는 또 다른 절대지존 NPC.
그런 그의 등장에 민혁은 긴장했었다.
하지만 그는 되려 자신들을 위해 힘을 발현했고 그로 인해 신의 검들이 브로드의 ‘늑대왕의 사냥’에 직격당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벤테오 경, 감히 제국을 배신하신 겁니까!?”
“당신을 따르는 용병들의 씨가 마를 것이오!”
“제국이 당신을 숙청할 것입니다!”
흑기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대루브앙 제국이 자비를 내려 흑기사로 거두어주었으나 그는 네르바 폐하를 져버렸다.
그때에 민혁에게 추가 알림이 들려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용병왕이 될 재목을 가진 자의 이야기가 변형될지도 모릅니다.] [그의 이야기에 당신이 관여되어 있습니다.]민혁은 브로드가 벤테오를 바라보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매우 슬프고 아픈 것이었다.
그리고 벤테오의 주변으로 서른명도 채 되지 않는 ‘늑대의 용병들’이 서며 그 의지를 굳건히 했다.
“용병왕 벤테오의 뜻이 곧 우리의 뜻이요.”
“용병의 아버지이고 전설이시여,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리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서서히 사라져 가는 브로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어찌 그 무거운 길을 걸으려 하는가.’
그들에게 브로드는 용병의 존엄성을 가르쳐준 아비요, 스승이었다.
검을 뽑아 들고 죽을 각오를 하는 그들을 보며 사라지던 브로드.
그가 민혁을 보며 말했다.
“……전하.”
민혁은 그런 브로드의 모습을 처음 봤다.
씁쓸하게 웃는 그가 말한다.
“용병의 신이 인정한 용병왕이 탄생하는 날. 신은 아주 진귀한 요리재료를 내려준답니다.”
“…….”
그 말의 의미를 민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진귀한 재료를 내가 놓칠 리가 없잖아?”
민혁이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브로드가 그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일 것이다.
그리고 민혁은 벤테오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와의 인연이 민혁에게 아주 좋은 결과로 다가올 것 같달까?
브로드가 완전히 사라졌다. 벤테오와 늑대의 용병들은 제국의 흑기사들에게 커다란 원망을 사고 있었다.
그리고 벤테오와 용병들은 더 이상 민혁을 공격하지도, 그렇다고 흑기사들을 공격하지도 않았다.
‘스승님을 지켰으니 되었습니다.’
벤테오가 힘을 발현하여 지킨 것은 민혁이 아닌 브로드였다.
브로드는 무사히 돌아갔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가 지키려 했던 민혁을 해하려는 마음도 없었다.
‘루브앙 제국에 더 밉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
벤테오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목을 치려고 용병장로들은 혈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직한 벤테오와 늑대의 용병들에게 흑기사들도 굳이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신의 검들 중 상당수가 죽거나 중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벤테오와 늑대의 용병들.
그들은 흑기사들의 틈을 묵묵히 걸어가 전쟁터를 벗어났다.
그리고 중상을 입은 신의 검들 중, 루오가 있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왼팔이 사라진 루오는 무릎 꿇은 채 입에서 피를 토하며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쿨럭…….”
눈앞으로 한때 경쟁했던 브로드가 이끌던 기사단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어, 루오! 훈련 끝나고 시원한 흑맥주는 어떤가?
-좋지, 하하하하!
루오가 흐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땐 참 좋았었다. 본래 세상에는 두 개의 신의 검의 기사단이 존재했었던 바 있다.
그중 하나의 기사단이 자신들의 손에 의해 쓸려 나갔다. 이는 자신들이 섬기던 자를 황제로 만들기 위함이었었다.
속죄 따위 바라지 않는다.
단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루오의 말에 네르바는 차갑게 답했었다.
-절대신의 검의 명을 거역하는가?
그 말의 의미를 그는 알았다. 자신은 죽을 것이며 자신의 아내와 아이조차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루오는 죽기 두려웠다. 그리고 아이와 아내의 죽음도 싫었다.
하지만 루오는 다른 기사단원들을 말렸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그들을 죽인단 말인가! 군신에게 알려야 하네!
-루오,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아니, 나는 가겠네.
아직도 선명하다.
브로드는 자신을 ‘원수’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았다.
자신은 항상 브로드를 존경하고 동경해 왔던 사람이었다.
그의 차가운 시선에 가슴이 아팠다.
루오는 살인에 동참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즉, 오해를 산 것이다.
그들의 죽음을 막으려 했고 깨어났을 때, 자신의 독을 이용해 몇몇 신의 검들이 그들을 모두 죽였을 뿐이다.
그렇지만 역시 속죄를 바라지 않는다.
“……천외국의 왕이여. 쿨럭.”
사실 루오는 아직도 살고 싶었다. 살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도 컸다. 그리고 네르바에 대한 분노도 지독하게 컸다.
그러나 어느새 쭈글쭈글한 노부인이 된 여인과 이제 막 어엿한 제국기사가 된 아들이 있었기에 개처럼 충성했다.
흐릿해져 가는 눈앞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떠나기 전, 당신께…… 마지막 선물을…… 주겠소.”
루오가 허망한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본다.
그에게 놀라운 알림이 들려오고 있었다.
[신의 검. 루오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신의 검 루오가 당신께 암살의 신의 책을 남기려 합니다.]민혁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적장에게 선물을 남기려 하는 자라니?
하지만 민혁은 개의치 않았다.
내가 알 바인가?
그들의 사정 따위 헤아릴 필요 없으며 루오에 의해 많은 자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이었다.
민혁이 걸음을 뗀다. 그의 목을 쳐, 단번에 승기를 잡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민혁은 우뚝 멈춰 서고야 말았다.
“…….”
자신에게 들려오는 알림 때문이었다. 그 알림을 보며 그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런 때에도…… 살고 싶소…….”
루오는 민혁을 보며 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혁의 검을 쥔 손이 움찔거릴 때마다 그의 몸 또한 움찔거렸다.
그가 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노부인이 된 아내 때문에, 아니면 기사가 된 아들?
아니, 아니었다.
한때, 아꼈던 동료들을 앗아간. 지금의 자신의 동료이나 신의 검들인 자.
그리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군신의 자리에 올라 있는 네르바 세피로스에게 복수하지 못한 것.
그것 때문에 살고 싶었다.
그리고 민혁이 멈춰서 망설이는 이유.
‘아니, 왜 이런 놈한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위대한 존재가 태초의 권능. ‘신과 기사’를 임의로 발동시킵니다!] [태초의 권능. 신과 기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이 선택한 기사의 충성심을 얻어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신과 기사.
과거 뱀의 신 엘리자베스를 가신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던 ‘태초의 권능’이었다.
(신과 기사)
태초의 권능.
현재상태: 봉인.
효과:
⦁봉인.
⦁봉인.
⦁봉인.
⦁3개월에 한 번 무작위로 ‘그 상황’에 도달했을 시 당신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봉인이 풀릴 시, 신과 기사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봉인을 풀기 위해 신급 NPC 5명 이상 보유.
⦁봉인을 풀기 위해 전설급 NPC 20명 이상 보유.
설명처럼 무작위로 발동되기에 종잡을 수가 없다.
더 우스운 사실은 태초의 권능이 어떤 식으로 상대방의 충성심을 얻어낼 수 있게 도와줄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즉, 그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나는 이놈을 살려야 하는 걸까?’
분명 신의 기사의 알림에는 신이 선택한 기사의 충성심을 얻게 도와준다고 되어 있다.
민혁은 그를 선택한 적이 없다.
그렇다는 의미는, 태초의 권능의 주인인 아테네는 루오와 자신의 만남이 이로운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판단한 걸 것이다.
본래의 민혁이었다면 암살의 신의 책이고 뭐고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들었던 또 다른 알림이 민혁을 막는다.
[성장의 씨앗이 병사 ‘넬로’에게 반응합니다.] [넬로는 암살자의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하나 재능이란 때론 누군가 일깨워 주어야만 진정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얼마 전 민혁이 감옥에서 만났던 병사인 넬로.
그는 암살자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개 평범한 병사로서 살기에 자신이 가진 그 가치를 잘 모른다.
물론 성장의 씨앗이 그가 가진 힘을 일부 개방시켜 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민혁의 개인적 생각으로 ‘한계’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넬로를 그만큼으로 성장시킬 자가 있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물론 천외국엔 ‘아벨’이 있다.
하지만 아벨은 암살자이나 정보꾼이다.
천외국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물어오기 위해 지금도 한시름 놓을 틈도 없이 바빴다.
어쩌면 팔 하나를 잃었을 뿐이나 루오는 넬로를 성장시키고 나아가 천외국이 꼭 필요로 하는 ‘암살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암살의 신의 책’을 단순히 본다고 해서 넬로가 그 한계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루오가 도와준다면?
‘창신에 이은 또 다른 신이 탄생할지도 몰라.’
그렇다고 하여도 루오는 죽어 마땅하다.
그것이 민혁의 결론이었다. 그의 검이 심장을 찌르려던 그때.
[신의 검 중 하나인 루오는 네르바 세피로스를 원망하며 증오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네르바 세피로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신과 기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하의 충성심을 얻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신’, 즉 주인도 그를 얻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줄지는 이제야 알았다.
‘루오가 네르바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일부러 ‘암살의 신의 책’을 남겼다.
민혁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차가워진 표정의 그가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
만약 그를 데려온다면 천외국이 얻게 될 것들.
그를 죽인다면.
그저 ‘복수했을 뿐’이다.
그에 민혁은 결단을 내린다.
그때에, 루오 또한 ‘신의 기사’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에게로 분노의 감정과 살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는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네르바에 의해 죽어간 기사단, 그 외의 자신이 아꼈던 많은 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지독한 악마와도 같은 자였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후, 그는 말하겠지.
‘……감히 대루브앙 제국 이름에 먹칠을 하다니, 한심한 놈들.’
분노가 차오른다.
그저 바란다.
누군가, 그 네르바에게 대항해 주기를.
그때.
“……네르바를 죽이고 싶은가?”
앞의 천외국의 왕이 질문한다. 그 질문에 루오는 답하지 않았다.
“어이없는 질문이란 거 안다. 하지만 네르바의 몰락을 보고 싶은가?”
그는 소국의 왕이다.
“이 내가 이뤄주겠다. 대신에, 나의 개가 되겠는가?”
개처럼 살더라도 네르바의 몰락을 보고 싶었다.
“쓸모가 없어진다면 죽일 것이다. 내가 너에게 내릴 임무는 천외국의 암살자 집단을 키우는 것일 것이며, 넬로라는 너의 후임자를 키우는 것일 거다. 그 일이 끝난 후, 네 목을 칠 생각이다. 또한 나를 배신하는 순간 죽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나의 개가 되겠는가?”
루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민혁은 스쳐 지나갔다.
선택은 그의 몫이다.
또한, 왕과 신하가 될 자의 약속은 절대적이다.
민혁의 방금 전 말처럼, 그는 배신하면 절명할 것이고 죽으라면 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털썩 무릎 꿇은 루오는 보았다.
천외국을 알리는 포크와 나이프의 문양이 그려진 망토를 휘날리며, 검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는 자.
그가 흘끗 고개를 돌려 루오를 바라봤다.
“루브앙은 너의 생사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다 죽일 거니까.”
천외국의 왕이 자신에게 돌격해 오는 건재한 흑기사들에게 맞추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자가 어쩌면…….’
루오.
그는 알 수 없는 뜨거움을 느끼고 있다. 어째서 적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정이 드는가.
또한, 그는 브로드를 너무도 잘 알았다.
‘……당신이 섬기는 이유가 이거입니까? 어쩌면 네르바를 이길 유일한 사내여서?’
그렇지만 네르바와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건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소국의 왕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루오는 끊어지려는 정신의 끈을 힘겹게 붙잡으며 마지막까지 목도했다.
민혁은 그레모리와 관종들을 일부러 물리고 제천대성과 그 병력들마저 물렸다.
살아남았던 흑기사들의 숫자는 약 600명.
그는 ‘천외국의 왕’의 이름으로 홀로 싸웠다.
그들이 죽었던 자리로 오로지 민혁만이 서서 백색의 망토를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검을 땅에 꽂아 넣으며 죽어간 백성들과 병사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맹세한다.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죽으라면 죽는…….”
루오의 눈이 독기로 물들어갔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민혁에게 향해 있다.
“개가 되겠다.”
[신과 기사가 성공하였습니다!] [신이 두 번째 기사를 얻었습니다.] [신의 두 번째 기사 ‘루오’는 암살의 신의 힘을 이어받은 인물입니다.] [신의 두 번째 기사와 신과의 관계는 오로지 복종의 관계입니다.] [신의 두 번째 기사 루오는 배신할 시, 절명할 것입니다.] [신의 두 번째 기사 루오는 필요성이 없어지면 언제든 죽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