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09
밥만 먹고 레벨업 710화
대량의 요리를 하는 곳은 어디일까? 가장 흔하게 구내식당이나 학교급식 혹은 군 식당이 있을 것이다.
취사병들은 한 끼에 수백 인분, 혹은 천인분 이상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로 그 수백 인분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시간.’
그렇다. 그 수백 인분을 요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실 1시간이면 충분했다.
국 담당은 국을 끓이고, 볶음 담당은 볶음요리를 하며, 나물 담당은 나물을 무친다.
이 모든 것은 재료가 모두 손질되어 있어야 하며 요리를 할 도구들도 대용량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가정하에다.
한 끼에 천 인분씩 쉬지 않고 하루 종일 해도 약 2만4천 인분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를 감안하면 하루에 1만2천 인분을 만들어도 대단한 것이다.
또한.
‘요리란 그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맛을 내는 까다로운 예술품이다.’
그것이 세계 10인의 요리사 중 한 명인 블랙의 생각이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일주일 내로 전 백성을 먹이겠다?
아, 물론 가능할지도 모른다.
대신에 루베르트 길드와 민혁, 나아가 아스간 대륙의 많은 요리사들의 협조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자금력이 소모된다.
“온 백성을 먹이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은 어이가 없군요. 또 우리 루베르트 길드의 길드원들이 혹독하게 부려질 생각이 드니.”
블랙으로썬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이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강요하진 않아, 단지 난 이런 대용량 요리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사실이었다. 민혁은 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뿐이다. 그들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도움을 바란다면 그것은 이기적이다.
루베르트 길드원들이나 블랙은 무척 바쁜 인사다.
아니,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하는 거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그들에게 해달라 말할 순 없다.
이야기를 끝낸 블랙이 문을 향해 걸어간다.
그는 아직도 식신 민혁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의 휘하에 들어온 것도 그때의 잘못된 내기에 비롯돼서다.
또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요리를 만드는 블랙으로선 오로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을 만드는 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막 나서려던 때.
“단지, 백성들에게 내가 한 따뜻한 한 끼를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
블랙.
그는 문고리를 잡다가 멈칫했다.
문득 어린 시절, 세계 최고의 요리사를 꿈꿨던 자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모든 사람들에게 내 따뜻한 요리를 먹이고 싶어요!
블랙은 이를 꽉 물었다. 요리사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더 이상 그런 꿈을 품지 않는다.
-당신같이 대기업 회장 아들에, 요리사로서의 꿈도 없던 자가 이 바닥에 대해 뭘 알겠어? 그런 허무맹랑한 꿈, 노력도 안 해보고 꾼다는 게 더 경멸스럽군.
블랙이 문을 쾅 하고 닫고 나섰다.
그가 나선 후 루베르트의 8인의 간부진들이 눈치를 살폈다.
그들이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아, 물론 최선을 다할 뿐.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 무조건 해낸다는 건 없었다. 온 백성을 먹인다는 건 민혁의 희망 사항이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한 간부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서 어떤 요리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닭갈비와 막국수.”
* * *
아테네 커뮤니티는 항상 뜨겁다.
유저들은 항상 어떤 유저가 뭘 얻었고 무엇을 했고에 관심들이 많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기 일쑤다.
그런 아테네 커뮤니티가 유달리 더 뜨거워졌다.
[식신 민혁이 온 백성을 위해 요리해 준다는 이야기 보신 분?] [저요, 저요. 저거 직업 퀘 같던데.] [식신 민혁이 백성을 위해 요리한다라, 캬! 참 식신.] [근데 왕국 하나에 속한 백성들과 병사들 모두 먹이면 몇 명임?] [천외국의 알려진 인구수에 따르면 약 72만 명 정도로 알려지죠.] [……잉? 그걸 일주일 만에 요리해 줄 수 있는 겁니까?] [가능하겠습니까?ㅋㅋㅋㅋㅋ] [가능할 수도 있죠? 뭐 식신은 그 자리에 서서 명령만 내리고, 루베르트 길드원들이 요리하는 거죠.] [불쌍한 루베르트 길드원들만 죽어나가겠네…….] [식신은 왕이니까, 뭐 지휘만 하겠죠.]실제로 민혁은 이제까지 무모한 노가다 도전들을 끊임없이 해왔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교황의 벽에서 했던 농작물 수확과 장작 패기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얼마나 독종인지 잘 모른다.
그 이유는 실제로 방송을 탄 적은 없기 때문이다.
유저들과 전문가들은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불쌍한 천외국의 요리사들만 죽어나가겠구나.
하지만 사진 한 장이 공개되었다.
바로 중앙광장에서 거대한 트레일러를 펼쳐놓고 요리를 준비하는 민혁이었다.
[???] [……?] [아니, 본인이 한다고?] [……헐?]식신 민혁은 굉장히 바쁜 인사다.
아테네 최고의 랭커 중 한 명이었으며 대기업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또한 아테네에선 한 나라의 왕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직접 요리한다?
[님들, 이틀도 못 버티고 도망간다에 한 표.] [나도 한 표.] [설렁설렁하겠죠.]그렇다. 사람들은 그가 최고의 랭커이고 덕 많고 좋은 사람인 것은 알았다.
그렇지만 그가 ‘독종’인 것은 몰랐다.
모두가 불가능의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 * *
중앙광장.
그곳에 민혁이 장난감처럼 작은 트레일러를 내던지자 크기가 커다래지며 영겁의 불꽃을 토해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쿠르르르르르르르-
루베르트 길드의 자원자들과 천외국이 보유한 요리사의 탑의 탑장인 랜을 비롯한 자들이 조력자로 포함된다.
하지만 정작 메인은 오로지 민혁만이 만들 것이다.
그들이 만들 것은 바로 ‘막국수’와 ‘동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민혁의 대용량 요리를 도와줄 준비물이 바로 트레일러다.
(취사 트레일러)
등급: 신
제한: 손재주 2,000 이상.
내구도: ∞/∞
특수능력:
⦁요리시간 60% 감소.
⦁대량 요리시간 70% 감소.
⦁대량 요리도 소량 요리처럼 맛 보존.
⦁자동요리기능.
⦁강한 화력에 따라 볶음류 요리의 경우 버프효과 10% 상승.
⦁트레일러로 취사한 음식의 버프시간 40% 감소 및 버프효과 30% 상승.
⦁트레일러가 주변의 ‘위험’을 감지. ‘위험도’가 높을수록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 상승.
⦁요리 시 그 어떤 존재도 공격을 가할 수 없으며 데미지도 입지 않음. 단 1시간에 한함.
⦁엑티브 스킬 더블 푸드.
설명: 더 강한 화력을 가지게 된 영겁의 불꽃이 적용된 취사 트레일러이다. 본래 예정보다 조리는 더 빠르게, 버프는 더 강하게 할 수 있게 완성되어 있다.
오로지 대용량 요리를 위한 도구가 바로 트레일러다.
천인분의 요리를 만들 때 본래 1시간이 걸린다면 그마저도 약 20분으로 단축시켜 주는 개사기 도구.
심지어 대량 요리이지만 소량 요리를 한 것의 맛을 보존시켜 준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그 때문에 대장장이의 신의 후예 혜민아빠가 트레일러를 만진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장장이의 신 혜민아빠에겐 특별한 스킬이 존재한다. 바로 ‘아티팩트 스킬변형’이다.
이 스킬변형은 그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스킬변형은 기존의 스킬보다 이상적인 힘을 낼 수 없게 설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프요리를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요리의 개수를 늘리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
혜민아빠가 트레일러에 손을 얹었다.
[엑티브 스킬 더블푸드에 아티팩트 스킬변형을 적용시킵니다.] [더블푸드는 10분 내로 만들어진 요리를, 동일한 음식과 동일한 효과로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스킬입니다.]그렇다. 더블푸드는 사기 중의 사기 스킬이다.
만약 신등급 요리가 나온다면 신등급 요리를 동일하게 하나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혜민아빠와 민혁이 원하는 건 그런 효과가 아니다.
[더블푸드를 변형시키기 시작합니다.]혜민아빠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완성했을 시 10분 내로 적용시키면 세배의 요리를 얻게 됩니다.] [단, 만들어낸 요리는 버프효과가 현저히 적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버프효과가 적어지는 대신 더블푸드의 페널티가 사라지며 쿨타임이 30분으로 감소합니다.]“적용시킨다.”
[변형된 더블푸드가 적용됩니다.] [변형된 더블푸드는 일주일간만 적용됩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더블푸드는 본래의 스킬로 돌아옵니다.]곧바로 민혁은 트레일러 위에 올랐다.
왕이지만 천외국의 문양이 그려진 조리복을 입고 트레일러에 오르는 모습.
온 백성이 왕을 뵙기 위해 중앙광장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조력자인 자들이 계속해서 재료를 나른다.
“전하, 감사드립니다.”
“민혁 전하 만세!”
백성들이 그를 향해 절한다.
사실 그들도 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민혁의 백성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민혁.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두 맛있는 밥 먹을 준비 됐어?”
* * *
이민화 사원과 박민규 팀장.
그들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이민화,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식신 민혁 유저의 직업 템은 특별하니까요.”
그렇다.
식신 민혁 유저의 직업 템은 유달리 특별한 편이다.
직업 템은 두 부류로 나뉜다.
뛰어나게 성공하든, 가까스로 성공하든 받는 확정적 직업 템을 받는 직업 퀘스트.
반대로 자신이 해낸 업적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퀘스트.
민혁은 후자에 속했으며, 이 후자는 꽤 드문 편이다.
그리고 이제껏 여럿을 거친 전대 식신들은 이 퀘스트를 행해왔다.
그리고 현재의 식신에게 이르렀다.
“많은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는 평범한 조리도구 세트를 받게 될 겁니다.”
박민규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반대로 그 어떤 식신보다 많은 요리를 해낸다면?
“과거 가장 위대했던 식신이자 요리의 신이었던 ‘라베르’의 신등급 도구를 얻게 되겠죠.”
* * *
마치 기계와 같았다.
루오는 영혼 없이 암살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배우는 암살자들은 그마저도 새로운 것을 깨달으며 기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교관님은 우릴 좋아하지 않아.’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
그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루오는 다시 연행되듯 훈련이 끝나고 돌아간다.
루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었다.
‘왕이 온 백성을 위해 요리한다?’
실소가 흐른다.
개소리.
이것은 그저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
황제 네르바가 가난한 소녀, 소년들을 황실에 초대해 백성들 앞에서 그들의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었던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왜 잊히지 않느냐?
백성들이 없는 곳에 들어간 순간 그는 그 손을 놓으며 벌레 보듯 그들을 바라봤다.
‘더러운 것이 손에 묻었구나.’
그리 말하며 그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아냈다.
왕, 황제들은 그렇다.
그저 겉에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그들은 이런 일을 자주 만들어 백성들의 마음을 산다.
그때에, 한 노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돌아가는가?”
그는 다름 아닌 창신 밴이다.
루오의 가슴이 떨린다. 창신 밴을 보면 떨리는 이유?
‘그렇게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이유가 궁금하다.’
하지만 굳이 묻진 않는다.
뒷짐 진 밴은 그저 허허하고 웃으며 그와 걷는다.
“아직은 적응하지 못하겠지만 차차 적응하게 될 걸세. 그리고 루브앙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겠지.”
“맞습니다. 많이 다르군요.”
루오는 고개를 주억였다.
“루브앙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고, 루브앙에 비해 한없이 비루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밴은 그저 허허 웃었다.
“단점만 보지 말게, 장점은 없던가?”
글쎄, 장점이라.
루오는 계속해서 걷다가 루브앙 제국 사람들과 천외국 사람들이 다른 점을 확실히 느꼈다.
‘어째서 행복해 보이는 거냐?’
천외국의 백성들은 유달리 행복해 보인다.
얼마 전 전쟁으로 많은 자들을 잃은 약국.
어째서 이들은 루브앙 제국의 백성들보다 더 얼굴이 밝은가?
루브앙의 백성들은 안락한 삶을 산다.
풍족한 식량, 다른 왕국보다 일한 것 이상의 보상, 끊임없는 지원.
그리고 강국이라는 자존심.
그런데 왜 그들보다 천외국 백성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가?
하지만.
“결국 천외국의 왕도 광대에 지나지 않겠죠. 온 백성에게 요리를 해주겠다를 핑계로 지금쯤, 황실 요리사들을 부려먹고 있을 테니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에 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자한 미소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를 따라 루오도 고개를 돌렸다.
‘천외국의 왕도 결국…….’
네르바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그곳에 있었다.
피이이이이이이이이-
콰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분출구에서 영겁의 불꽃을 뿜어내는 트레일러.
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요리하는 왕이 있었다.
그 왕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시선이 ‘존경과 동경’을 담는다.
그리고 밴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분이 바로 자네가 섬길 이 나라의 왕일세.”
“…….”
두근-
가슴이 격동한다.
내가 보지 못했던 황제와 왕의 모습.
두근-
광대에 지나지 않았던 네르바와 다른 진짜 왕.
두근-
‘이것이 당신이 만드는 국가입니까?’
루오가 몸을 돌린다. 그의 얼굴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소가 걸린다.
‘기대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