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61
밥만 먹고 레벨업 762화
폐위된 비운의 황제 브로드.
그를 보면서 민혁은 궁금했다.
과연 가장 밝은 태양이었던 브로드와 천외국의 이들이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한 번씩 우스갯소리처럼 해본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알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게 될 것임을 말이다.
창신 밴과 뱀의 신 엘리자베스, 검성 코니르와 대해적 고르피도, 신의 검 루오를 비롯한 쟁쟁한 자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그만큼 브로드의 힘은 강인했다.
그런 브로드가 악의 화신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 또한 있었다.
[멸망의 장군의 몸을 악의 화신이 빼앗음으로써 군주의 손길 버프가 해지됩니다!] [멸망의 장군에게 걸려 있던 멸망의 군주의 버프효과가 해지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화신의 측정 레벨은 921이었다.
브로드가 기존에 가졌던 힘에 악의 화신의 다양한 힘들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당장에 악의 화신의 속삭임만 보더라도 이 자리에 있던 30%가량의 군대를 죽게 만들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보스등장 특성’일 것이다.
보스등장 특성은 보스몹들이나 혹은 급 높은 NPC들이 등장할 때 필살기 형식으로 주변에 강대한 힘을 발산하는 걸 말한다.
대부분 처음 등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함이 맞다.
놈은 브로드의 몸을 빼앗은 악의 화신이니까.
“HP가 30%밖에 안 남았어…….”
“등장 특성이 이 정도라니…….”
“힐러들, 빨리 힐……!”
아군, 적군을 막론하고 약 30%에 가까운 인원들이 몰살당하자 유저와 NPC들이 당혹했다.
순식간에 수십만을 죽이는 보스등장 특성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민혁의 경우 가장 낭패였다.
‘나는 앞으로 8분간 움직일 수 없다.’
악을 몰아내는 양피지에 따른 페널티였다.
그때, 악을 몰아내는 양피지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혁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페로우가 말한다.
“벨슨…… 난 한 번도 널 원망한 적 없다.”
“…….키, 키키키키킥, 키히히히히히히!!!”
그 목소리를 들은 악의 화신이 더욱더 찢어지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이들의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신은 바랐다.] [형 페로우와 동생 벨슨이 서로를 원망하며 죽이기를.]하지만 그것이 되지 않자 악의 화신의 분노는 더욱더 치솟았다.
[자신의 계획을 망가뜨린 가장 낮은 곳의 신에게 그는 추잡하고 더러운 벌을 주고 싶었다.]악의 화신의 손으로 꾸물거리며 검이 만들어진다.
그의 손에서 발현되는 용병극강검술 최종장.
죽음의 늑대.
검은색 검기 천 개가 하늘을 잠식한다.
그 검기들이 오로지 민혁만을 향해 쏘아지려고 했다.
곧바로 멸망의 기사 중 하나인 창신 밴과 신의 검 루오가 움직였다.
그와 함께 멸망의 군주가 부리는 군대가 그를 겹겹이 둘러쌓았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밴과 루오가 쏟아지는 검기의 폭우를 하늘에서 베어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그 검기는 평소 브로드가 발현하던 것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단단했다.
밴과 루오를 비롯한 멸망의 기사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또 그 밑에 있던 멸망의 군대들 수만이 휩쓸려 소멸되어 사라졌다.
그 와중에도, 몇몇 검기가 민혁을 덮쳐왔다.
쿠콰콰콰콱!
[HP가 7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알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용병극강검술 최종장에는 악의 화신의 ‘처절한 꿈’ 효과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처절한 꿈 효과는 NPC들에게만 적용되며 이는 멸망의 땅에서 죽은 후, 살아나도 발동됩니다.] [처절한 꿈 효과는 가장 두려운 순간을 반복적으로 꿈꾸게 합니다.] [처절한 꿈 효과는 한 달 동안 지속됩니다.] [처절한 꿈 효과를 빠른 시간 내에 지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멸망의 장군의 몸을 잠식한 악의 화신을 몰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 못 할 커다란 아픔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창신 밴은 자식을 잃었을 때일 것이고, 대해적 고르피도는 자신이 딸처럼 여겼던 소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걸 알았을 때일 것이다.
그러한 것을 반복적으로 꾼다?
그것은 곧 정신붕괴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민혁은 다급해졌으나 움직일 수 없는 자신에게 한탄했다.
그리고 군신의 전사들은 이 상황을 방관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멸망의 군주는 그들에게 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 적을, 악의 화신이 죽여준다는데 뭐하러 자신들이 난입하는가?
그러나 악의 화신은 아군, 적군을 막론하지 아니했다.
[악의 화신의 욕망의 항아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악의 화신의 앞으로 생겨난 검은 항아리.
그 항아리의 뚜껑이 열리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악!”
[욕망의 항아리의 비명을 들은 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로그아웃 당하거나 죽을 시 빼앗기게 됩니다!]알렉산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멸망의 땅에서 강제 로그아웃 시, 악의 화신에 의해 -10레벨이 하락하게 됩니다.] [단 이틀 내로 악의 화신이 죽을 시, 어떠한 페널티도 받지 않게 됩니다.]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커다란 페널티였다.
세계 정상 랭커인 알렉산더는 앞으로 10레벨만 올리면 600레벨을 달성한다.
그는 600레벨 때에 어쩌면 민혁과 자신의 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최악의 알림에 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 신궁 먀오는.
[멸망의 땅에서 강제 로그아웃 시, 악의 화신에 의해 스킬 멸망샷이 삭제됩니다.]“……젠장할. 쉬운 일이 없어.”
멸망샷은 신궁 먀오의 필살기격의 스킬이었다.
최상위 하이랭커가 필살기격의 스킬을 잃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한, 악의 화신이 등장했을 당시, 랭커들은 이러한 알림도 들었었다.
[악의 화신의 출현!] [악의 화신을 사냥하는 데 크게 기여한 5인에게는 가장 크게 욕망하고 있는 것 한 가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악의 화신을 사냥하는 데 기여만 해도 50플래티넘이 주어집니다!]5인에 들지 못하더라도 50플래티넘은 분명히 달콤한 숫자다.
최상위 하이랭커들과 멸망의 군주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나 하이랭커들은 멸망의 군주와의 협력은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 악의 화신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파아아아아아앙-
알렉산더를 비롯한 신궁 먀오, 세계 최정상급 랭커들이 움직인다.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NPC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용병왕 벤테오도, 성녀 로이나도, 용왕도, 엘프의 왕 아르곤도 있다.
이처럼 세계의 정상급 NPC들도 함께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두려울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까가가가가강- 까강!
“멸망샷.”
쿠화아아아아아아악-
“용병극강검술.”
최강의 NPC와 유저들이 오로지 악의 화신을 향해 필살기를 난무하기 시작한다.
“키레레레레레레렉!”
악의 화신에게 효과가 있는 듯 놈의 입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바로 멸망의 기사들이 합류하여 악의 화신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힌다.
그러나 문제는 멸망의 기사들과 군신의 전사들이 쉴 새 없이 얽히며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단합이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목표는 같지만 적이었던 자들이었기에, 악의 화신을 압박하는 데 오히려 서로 방해만 되는 느낌입니다.]그나마 민혁은 그들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이제 3분만 있으면 악을 몰아내는 양피지의 페널티가 끝나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현재 멸망의 군주의 레벨은 900에 이른다.
충분히 악의 화신과 대적할 수 있다.
그때.
[멸망의 군주 속에 잠들었던 페로우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킬 ???이 개방되려 합니다!] [스킬 ???를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민혁은 멸망의 군주. 즉 페로우에게 감춰졌던 스킬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걸 준비해 놨었다고?’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스킬이 발동되기 위해선 그가 필요하다.’
그때에 악의 화신을 공격하는 이들은 한 줄기 희망을 엿보고 있었다.
악의 화신은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공격에 맥도 못 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히죽.”
쉴 새 없이 공격당하던 악의 화신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바로 그 순간.
우둑-
우둑-
우둑-
우둑-
우둑-
우둑-
유저들과 NPC들의 머리 뒤로 검은 손 두 개가 수만 명에게 생겨났다.
그리고 일제히, 그들의 목을 꺾었다.
악의 화신을 쫓아 하늘로 올라갔던 자들이 땅에 곤두박질친다.
털썩.
털썩.
털썩-
단숨에 수만이 죽어나갔다.
곧바로 악의 화신이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 브로드의 육체의 강인함을 이용하여 학살을 시작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콱!
콰자자자자자작-
우지이이익-
그가 지나는 자리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멸망의 군주의 군대와 군신의 전사들이 얽히고설켰다.
“비켜!!!”
“으, 으아아악!”
“피해야 해, 비켜어어!!!”
“커허어어어억!”
“이런 X발!”
도망치려던 그들이 서로를 탓하며 서로에게 무기까지 겨눌 지경이었다.
30초에 거의 4천에 가까운 인원이 죽어나갔다.
악의 화신의 압도적인 강함에, 모두가 기가 질릴 정도였다.
곧 악의 화신이 땅에 검을 박아 넣었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용암과 같은 검은 폭발이 솟아나며 또 한 번 수만 명을 학살한다.
“…….”
“…….”
미칠 듯한 강함에 모두가 넋을 잃는다.
“도대체…… 멸망의 장군은 누구였던 거야.”
“어떻게 저렇게 강해…….”
“아니면 악의 화신이 강한 건가?”
그들의 절망 속에서, 민혁은 서서히 페널티가 끝나감을 느꼈다.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떻게든 해볼 만할 거다.’
그는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악의 화신은 작은 희망을 주고 짓밟는 걸 좋아한다.
“키히히히히히히, 이미 알고 있었다.”
악의 화신이 소름 끼치게 웃는다.
“키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그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장내를 휘감는다.
그 웃음소리에 따라, 민혁이 쓰고 있던 뿔투구가 스르르 흩어지기 시작한다.
[악의 화신이 멸망의 군주에게 내렸던 힘을 빼앗아 갑니다!] [멸망의 군주의 힘이 사라져 갑니다!]스르르, 흩어진다.
900레벨의 강인했던 멸망의 군주가 허물을 벗는다.
서서히 드러나는 얼굴이 보인다.
그와 함께 그의 2m에 이르던 장신의 키가 185㎝로 작아진다.
새하얀 피부와 깎아 만든 듯한 콧날과 부드러운 눈망울.
그리고 검은색 망토가 백색의 망토로 변화한다.
[멸망의 군주의 힘이 사라지며 군신의 사자가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민혁은 이 순간 알아챘다.
악의 화신이 원하는 바는 900레벨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죽일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보고 싶었던 것일 터다.
그때, 그의 완전한 얼굴이 드러났다.
“민혁……?”
“민혁이 멸망의 군주였다고?”
“이런 미친……!”
그의 얼굴을 본 이들의 얼굴에서 되려 절망이 아닌, ‘희망’이 싹튼다.
“키히히히히히히……?”
악의 화신의 웃음소리가 잦아든다.
그리고 민혁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기로 했다.
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집결하라.]웅장하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
그 한마디에, 서로 부딪치고 엉키며 충돌했던 멸망의 군단과 군신의 전사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해설자가 말한다.
[악의 화신은 몰랐나 보군요.] [민혁 유저는 아테네에서 유일하게 많은 이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유저입니다.]그리고 또 한 번의 신의 목소리의 발동.
900레벨대의 악의 화신에 비해 민혁의 레벨은 고작 600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민혁에게는 레벨의 틀에서 벗어나는 많은 이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가 말한다.
[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