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65
밥만 먹고 레벨업 766화
㈜즐거움 회의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손에 땀이 흥건해지며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들 대부분 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강태훈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일개 유저가 행한 ‘신들의 집결’.
그리고 누군가 의문을 던졌다.
“어째서 민혁을 부정하던 신들도 집결에 응한 것일까요?”
“신들도 눈치가 있는 거겠죠.”
스토리팀 팀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절대신들이 집결하는 자리에, 평범한 신에 불과한 자들이 집결하지 않는다? 대륙신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집결하지 않는 건 절대신들이 등장하는 순간 사라진 셈이죠.”
사실이다. 아테네에서의 인간들의 왕국으로 치자면, 왕국에서 왕이 출정했는데, 신하들이 코웃음 치며 무시하는 격이 되는 셈이다.
강태훈 사장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집결한 2천에 이르는 신들이 악의 화신을 둘러싸고 민혁의 명령을 기다린다.
“유저가…….”
강태훈 사장이 마른 입술을 열었다.
“아테네의 주축이 된다.”
그리고 모니터 화면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멸하라.]* * *
악의 화신은 가장 앞에서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민혁을 바라봤다.
일개 인간에 지나지 않은 자.
신 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자.
그 아이의 부름에 응답한 신들.
새하얀 빛을 흩뿌리는 신들이 민혁의 명령을 이행한다.
“명중하는 신.”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궁신이 쏘아 보내는 추가 공격력 12,000%의 데미지를 내는 화살이 악의 화신의 목을 꿰뚫는다.
“포효하는 채찍.”
촤르르르르르르르륵-
초에 70회의 공격을 이루어내는 매서운 채찍이 놈의 몸 곳곳을 갈기갈기 찢어댄다.
“키헤헤헤헤헤헥, 그마아아안, 그마아아아아아안!”
비명을 내지르는 그에게 마법의 신. 그가 빛의 창 디스 백여 개를 한 번에 꽂아버린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제, 제바아아아아아아알!”
어디에나 존재했고, 어디에나 존재하지 아니했던 절대신.
욕심과 좌절, 절망이 있다면 어디에나 존재하던 자.
그자가 처절한 비명을 터뜨린다.
검은 기류가 되어 사라지려던 악의 화신의 본체가 돌아왔다.
돌아온 그에게로 계속된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 자리에는 다양한 신들이 존재했다.
양피지의 신이나, 혹은 연금술의 신.
또는 버프의 신과 같은 자들.
그들은 자신들을 집결시킨 민혁에게 계속된 버프를 사용해 줬다.
[버프의 신의 축복.] [모든 스텟 13%가 상승합니다.] [검 공격력 10%가 상승합니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20% 상승합니다.] [어떤 버프에도 중첩 가능한 버프입니다.] [자애의 양피지.] [모든 스텟 16%가…….] [스킬 공격력이 32%…….]대신, 그들의 버프는 민혁이 여러 버프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한 중첩 효과 버프가 많았기에, 본래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힘보다 더 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민혁은 끊임없이 빛에 휘감기며 계속 강해지고 있었다.
그때에.
처절한 비명을 지르던 악의 화신은 한 가지 꾀를 내었다.
[고통의 연동.] [악의 화신이 자신이 받는 고통과 데미지를 연동시킵니다.]“……!”
“……!”
신들과 시청자들이 놀랄 정도로 괴랄하면서 끔찍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악의 화신이 과연 누구에게 이 스킬을 사용했느냐다.
모두가 긴장하여 숨죽였다.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함 속에서, 누군가 얕은 신음을 흘렸다.
“크읍……!”
“…….”
“…….”
“…….”
익숙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사색이 된 채 얼굴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자가 있다.
바로 절대신인 ‘군신’이었다.
“고, 공격을 중단하라……!”
한 신이 다급히 외쳤다.
그렇지만 이미 발동된 스킬들은 끊임없이 악의 화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악의 화신이 공격을 받을 때마다 군신은 몸 곳곳이 찢겨 나가는 통증을 받고 있었다.
이는 고통과 데미지가 연동되는 것이기에 악의 화신도 그 데미지를 계속 받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그마아아안. 제발, 제발, 제발……!”
비명을 토하는 악의 화신과 다르게, 군신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신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인내심과 절대자의 위엄이었다.
하나.
군신의 HP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군신은 ‘군대의 신’인 자다.
그러나 현재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힘을 일시적으로 잃은 그는 그저 강인한 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비틀거린다.
형 페로우는 동생 벨슨을 걱정하는 기색으로 바라봤다.
“키, 키키키키킥, 키헤헤헤헤…… 나를 죽이면, 군신도 죽는다.”
악의 화신의 치졸함에 신들이 공격을 멈췄다.
발동되었던 스킬들도 이미 타격이 끝났다.
그때. 민혁은 군신의 전음을 듣고 있었다.
“……뭐?”
민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지만 군신은 민혁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곧바로 군신이 입을 열었다.
“악의 화신을 공격해라, 명령이다.”
“…….”
“…….”
“…….”
신들은 말문을 잃었다. 악의 화신이 죽으면 군신 또한 죽는다.
군신은 신들의 땅의 기둥과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곧 군신이 신명을 내린다.
“공격하라!!!!”
[군신이 신명을 내립니다.] [군신이 내린 신명은 거역할 수 없습니다.]그에 따라 신들이 다시 악의 화신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콱!
“키레레레레레레렉! 끼에에에에엑!”
비명을 토하는 악의 화신.
그때마다 군신은 뼈가 뒤틀리고 온몸이 찢기고, 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벨슨…….”
“형.”
페로우는 슬펐다.
그가 하는 선택이.
“나는 군신이외다.”
군신이었기에.
모든 신들을 통치하는 이였기에.
인간들을 지켜야 하는 임무 또한 가졌기에.
“나는 형 덕분에 가장 높은 신이 되었소.”
“…….”
이를 보는 시청자들과 해설자들이 감탄하고 있다.
오만하고 위대한 신들.
그러나 그 신들 사이에 숨겨진 진심.
그것을 군신은 보이고 있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또는 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신들은 위대하지만 오만하다.
그런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왔던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는 모두를 위해 떠나가는 자의 이야기.
그 와중에 악의 화신은 서둘러 군신의 몸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악의 화신이 군신이 약해진 틈을 타 몸을 빼앗습니다!]악의 화신은 자신이 군신이 된다면, 그나마 신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빼앗은 군신의 몸은 통제하기 쉽지 않았다.
눈이 검게 물든 군신이었으나 그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말했다.
“어서…… 멈추지 마라!”
쿠콰콰콰콰콰콰콱!
가장 위대했던 신의 몸이 갈가리 찢겨 나간다.
피가 솟구쳐 오른다.
그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곳곳으로 솟아오른다.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 정체 모를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멸망전’ 광고에서 나왔던 신들의 유모. 벨리안의 목소리였다.
아기신들의 목소리가 나오며 그들이 질문한다.
[그런데 군신이 된 벨슨 님은 뵐 때마다 너무 무서워요.] [맞아요, 군신님은 매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군신님이 여러 신들을 숙청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유모 벨리안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군신님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통치자십니다.]군신이 주변을 바라본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남은 유저들과 NPC들.
그들을 눈에 담고 하늘을 눈에 담는다.
이 아름다운 하늘과 살아남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웃을 것을 생각하며.
[그는 질서를 위해 누구보다 차가워야만 했던 사내입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신들과 인간들을 아꼈던 인물이죠.] [그의 선택은 항상 앞으로의 신들과 인간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아끼는 자를 숙청하기도 했죠. 그때마다 군신께선 힘들어하셨죠.] [하지만 알고 계셨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걸.] [그 아픔마저 짊어지고 나아가던 신.] [그러나 내색조차 하지 못했던 가장 위대한 신.]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위대한 이름을 가지신 분.]그때, 모든 신들의 스킬이 멈췄다.
신들의 집결을 사용한 그들은 1회의 공격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군신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모두가 군신을 바라본다.
신들도 알았다.
군신은 오로지 자신들을 위해 살아가던 신이다.
그의 결정은 항상 옳았고 그가 있었기에 신들의 땅은 항상 평화로웠다.
그러나 평화로운 자신들과 다르게 그는 매번 슬펐고 아팠었다.
딱 한 번의 공격.
그 공격만 받으면 군신은 죽을 것이다.
“군신이시여어어!!!”
“신이시여어어어!!!!”
“안 됩니다!!”
“당신은 죽어선 안 됩니다!”
“군신이시여어어어어!!!”
[그리고 많은 신들이 동경하고 사랑했던 분.]군신.
그가 신들을 바라봤다.
절대신들 또한 알고 있다.
그는 ‘희생하던 자’다.
절대신이란 이름 앞에 오만하기만 하며 게으르던 자신들과 다르게, 그는 매번 바쁘게 일을 처리하며 신들의 땅을 다스려왔다.
그런 군신이, 아주 작게 미소 짓는다.
그때.
은색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사내가 군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사내의 검이 군신의 심장을 겨눈다.
심장을 겨누는 자.
그의 이름 바로 민혁이었다.
군신은 민혁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기필코 자신을 죽이고, 악의 화신마저 죽여라.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다.
군신에게 후회는 없었다.
그는 형 페로우를 만났고 뛰어난 통치자였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를 위해줄 신.] [바로 그분이.]그리고.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욱-
[군신이십니다.]모두를 위해 살았던 신.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았던 그 신이 자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 순간까지 민혁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이야.”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허물어지는 군신이 보인다.
그와 함께.
[가장 위대했던 신이 죽음을 맞이했다.]특별하게도, 절대신이 죽을 시에 아테네의 게임은 일시적으로 중지되며 모든 유저들이 그의 죽음을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선택이다.
계속 플레이할 유저는 계속 플레이할 수 있으며, 누군가는 그를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유저들은 군신의 죽음을 지켜봤다.
화면 너머로 빛을 향해 걸어가는 백색의 옷을 걸친 사내가 있다.
방금 씻고 나온 듯 온몸에 작은 티 하나 없는 그는 뚜벅뚜벅 ‘죽음의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그가 작은 미소를 짓는다.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천천히 가까워지는 그 문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로 인해 평화로이 뛰어다니는 아기신들을 볼 때마다 웃음 지었다.”
죽기 전, 카리스마를 버리고 군신은 말한다.
“가끔씩 실수를 하는 유모 벨리안을 볼 때 화도 냈지만 그녀 또한 소중했다.”
그가 이를 드러내 활짝 웃었다.
“나를 믿는 자들이 있었고, 나를 숭배하는 자들이 있었기에 군신이었던 나는,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렇다.
모두가 고통스러웠을 거라 말하지만 군신. 그는 행복했던 신이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가 문 앞에 섰다.
그가 멈춰서 마지막까지도 세상에 남은 이들에게 말한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새하얀 빛을 돌아보며 군신이 이를 드러내 활짝 웃음 지었다.
[군신.] [그는 가장 위대했던 신이며.] [가장 많은 자들을 사랑했던 신이다.]군신이 죽음의 문의 문고리를 천천히 쥔다.
그런데 그때.
“아직 당신을 필요로 하는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 청년이 군신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미소 지었다.
그 신을 바라보며 군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청년의 이름.
바로 민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