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71
밥만 먹고 레벨업 772화
“끄,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제, 제발 그만. 그만 이 손 좀 놔줘.”
손목이 아스러지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도 있지만 더 끔찍한 것은 바로 소리이다.
까드윽, 까드으윽-
우지이이이이익-
부서지다가 곧 산산조각이 나서 덜렁거리는 손목을 보게 된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다.
그런데 로이크의 손목을 잡은 사내가 말했다.
“X발아, 내 수육 물어내.”
눈이 붉게 충혈된 사내.
정말 그 이유인가?
로이크와 기사들은 의문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사람이 수육 한 점 바닥에 떨어졌다고 저토록 소름 끼치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아껴놓고 아껴놨던 내 수육이었어.”
차갑고 싸늘하게 뱉어내는 말이나 그 단어는 허무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 목소리에 치미는 울화가 그가 사실임을 알려준다.
‘수육 떨어졌다고 로이크 단장의 손목을…….’
그러나 놀람도 잠시였다. 푸르인 상단 기사들이 서둘러 검을 뽑았다.
여전히 민혁은 그 손목을 놓지 않고 그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던 로이크가 말한다.
“빌어먹을, 그깟 수육 한 점 때문에 감히…….”
그 말을 듣는 순간, 에블린은 알아챘다.
저 사내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했음을 말이다.
실제로 민혁의 분노는 더 커다래졌다.
물론 수육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그러나 두 번째로는, 식사를 하는 듯하면서도 민혁의 귀는 열려 있었다.
푸르인 상단. 즉, 로이크가 에블린이라는 여인의 아비를 죽였다는 것.
그리고 그 아비를 죽인 원수가, 에블린의 몸을 원한다는 것과 푸르인 상단이 이를 돕고 있다는 점이다.
에블린은 누구인가?
고기국수를 먹고 싶은 민혁에게, 마지막 남은 재료를 이용해 대접해 준 이이다.
민혁에겐 한 가지의 요리가 누구에게보다 특별한 선물과 같다.
어떠한 것의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민혁에겐 그 국수 한 그릇이 너무도 소중한 것이었다.
민혁은 곧바로 로이크의 손목을 놓았다.
로이크는 안도했다. 이제야 이 멍청한 놈이 이성을 차린 것이 분명하다.
“감히 푸르인 상단에 거역하면…….”
콰지이익-
그 순간 날아온 그의 주먹에 로이크의 앞니 여러 개가 후두둑 날아올랐다.
곧바로 로이크의 발끝을 자신의 발로 밟은 민혁은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상태에서, 몸 곳곳을 빠르게 후려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콱!
우직-
우두둑-
로이크의 몸 곳곳의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몸이 너덜너덜해진 로이크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맞다가 기절했다.
‘어, 어떻게…….’
가장 경악한 것은 바로 에블린이었다.
민혁이란 사내의 첫 모습은 어떠한가?
먹을 것을 좋아하는 순박한 청년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아우라와 함께, 살기를 피우고 있었다.
푸르인 상단의 기사들이 민혁에게 달려든다.
콰자아아악-
콰아아아악-
우두우우욱-
그러나 푸르인 상단의 기사들도 맥을 추리지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푸르인 상단의 기사들은 왕실 기사들과 맞먹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을 민혁은 너무도 가뿐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자, 잠깐. 죽이면 안 돼요!”
에블린은 그들을 죽이면 자신으로 인해 민혁이 너무나도 커다란 짐을 짊어지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에 민혁이 주먹을 멈췄다.
사실 민혁도 그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말이다.
민혁의 가슴에 새겨진 문양이 보이지 않게 빛을 발한다.
이 문양은 바로 ‘악의 화신의 사냥자’를 위한 문양이다.
민혁은 얼마 전, 악의 화신을 죽이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악의 화신을 죽이고 그는 많을 것을 얻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악의 화신의 사냥자’ 문양이었다.
이 문양은 세뇌, 저주를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스킬명은 ‘저주의 속삭임’이다.
걸 수 있는 저주는 매우 다양한 편이다.
정신세뇌는 물론, 극한의 공포까지 빠지다 끝내 미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도 가능하다.
‘유용하지만, 끔찍한 스킬.’
과연 악의 화신이 남긴 스킬이었다. 민혁보다 레벨이 100레벨 낮아야 발동시킬 수 있다.
덧붙여 확률적 발동인데, 이 확률적 발동을 높이는 방법은 상대방의 HP를 최대한 깎는 것이다
민혁은 에블린 모르게, 온몸이 꺾여 쓰러진 그들을 차갑게 바라봤다.
민혁의 눈이 검게 물들며, 그가 속삭인다.
[저주의 속삭임.] [당신이 원하는 저주가 적들에게 깃듭니다.]“복종하라.”
그 작은 속삭임의 목소리는 사탄의 그것과 같았다.
민혁은 로이크를 제외한 자들에게 세뇌를 걸었다.
그들의 눈이 검어졌다가 본래로 돌아왔다.
민혁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했다.
“전부 꺼져.”
서둘러 몸을 일으킨 그들이 로이크를 데리고 기어가듯 벗어났다.
에블린은 어떠한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또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했다.
자신이 아닌, 민혁이 말이다.
푸르인 상단은 이곳에서 환락도의 왕실과 맞먹는 힘을 발휘한다.
아니, 실제로는 왕이 푸르인 상단에 한 수 접어준다는 말이 맞다.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지…….”
그에 민혁이 답했다.
“고기국수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렇다. 민혁은 살면서 그토록 맛있는 고기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모든 요리를 이렇게 뛰어나게 하는 건가?’
민혁이 먹어본 에블린의 요리는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타고난 요리사인가?
심지어 궁금한 것도 있다.
“그런데 저들이 당신을 그토록 원하는 이유가 뭐죠?”
민혁은 눈치가 있다.
에블린이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에 원하는 것은 아닐 터다.
“저는 요리에 특별한 힘이 깃들게 할 수 있거든요.”
“…….”
환락도는 아스간 대륙과 다를 수도 있다.
아스간 대륙에서는 그것을 ‘버프요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버프요리를 만들 수 있는 자가 에블린뿐인가?
희소성을 생각하면 탐낼 만하지만, 그 정도로 이렇게 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 요리를 먹은 자들은 영원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돼요.”
“……!”
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영구적이라고? 잠깐만, 설마 경험치 획득량이 영구적으로 증가한다는 건가?’
이건 미친 일이다.
하이랭커 중 누군가는 고작 경험치 영구적 3% 올려주는 ‘축복자의 반지’를 수만 플래티넘을 주고 구매했을 정도다.
그정도로 영구적 경험치 상승은 모든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착용’이 아닌, ‘먹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효과가 있다.
민혁은 생각해 본다.
운영자들은 환락도에서 에블린을 유저들을 위한 특별한 NPC로 설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요리를 먹은 자들은 영구적 경험치 상승 효과를 얻는다.
그 값어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만약, 에블린을 천외국에 데려간다면?
‘엄청나게 많은 자들이 천외국을 두들길 것이다. NPC, 유저를 막론하지 않고.’
사실이다.
경험치 획득률 영구적 상승은 그만큼 루브앙 제국의 메리트를 무시할 만큼 크다.
‘탐난다.’
그러나 다짜고짜 천외국에 가자고 할 수 없는 노릇.
“조심하세요.”
민혁의 말에 에블린은 그 뜻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요.”
“어디요?”
“왕이 있는 성이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에페르 전하와 꽤 친분이 있으셨거든요.”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어쩌면 푸르인 상단보단 나을 수도 있다.
또 그녀의 선택은, 그녀가 생각하기에 가장 나은 길일 확률이 높을 터.
“알겠습니다.”
일단 식당 운영을 계속하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녀는 지금 푸르인 상단의 눈에서 벗어나는 게 맞으니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민혁은 걸어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저주의 속삭임이 걸린 이들의 기억의 편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정말 유용하단 말이지.’
저주의 속삭임을 통해서 푸르인 상단이 어떠한 곳인지, 자신이 세뇌를 건 기사들의 머릿속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민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응? 천혜향과 레드향?’
제주도 특산품.
쉽게 표현하면 색다르고 큼지막한 귤이다.
‘오호? 푸르인 상단 식자재 창고에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이 있다고?’
민혁의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 * *
온몸의 뼈가 아스러지듯 했던 로이크.
그는 푸르인 상단에 복귀하자마자 상단의 사제들을 모조리 불러 몸을 치료받았다.
뼈들이 어느 정도 붙고 걸을 수 있게 된 로이크는 으르렁거렸다.
“기사들과 병사들을 모아라. 아까 그 빌어먹을 새끼를 찢어 죽이겠다, 에블린도 함께 죽일 거야.”
로이크는 분노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자신을 부축하고 온 기사가 말했다.
“로이크 님, 가기 전에 환락의 신께 받칠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을 확인하고 가야지 않겠습니까?”
“크흠, 그건 맞는 말이군.”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
이는 특별한 힘을 품고 있다.
환락도에서도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은 매우 귀한 물품이다.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은 일 년에 약 5개씩만 수확할 수 있다.
먹는 순간 영구적으로 몸에 힘이 깃들게 해준다.
즉, 스텟 상승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은 환락의 신을 위한 기도에 일 년에 한 번씩, 그에게 올린다.
곧 환락의 신에게 음식을 올려야 할 날이 다가온다.
열 개씩 있는 그것들, 그리고 식자재 창고를 로이크가 관리하기에 놈을 치기 전에 그게 먼저였다.
“도대체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은 어떤 맛일까.”
물론 일반 천혜향과 레드향은 로이크도 먹어봤다.
그러나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은 아니다.
먹어봤다는 상단 주인의 말에 따르면, 하늘을 날아다닐 듯 맛있고 신맛도 있지만 달달하기도 하다 하니 생각만 하면 목울대가 움직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의 가격이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는 것.
“환락의 신께 받칠 뿔흑돼지들의 고기는 충분하고?”
“예, 이백 마리 준비해 놨습니다.”
심지어 뿔흑돼지들은 일반 흑돼지보다 열 배나 비싼 놈들.
대신에 그 맛이 훨씬 좋다.
이번 환락의 신에 대한 만찬은 더 특별해야 한다고 전해 들은 바 있다.
어째서인지 그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식량창고로 걸음을 옮긴 로이크가 두 문을 잡고 열어젖혔다.
“상품만 확인하고 곧바로 기사들 100명을 모아서 놈을 갈가리 찢어 죽이겠다.”
그리고 문이 열린 순간.
“……?”
로이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안에 펼쳐진 모습.
한 사내가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 껍질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레드향을 입에 밀어 넣고 있었다.
“너, 너……!”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을 모두 먹어치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식량창고를 가득 채우던 뿔흑돼지 200마리와 갖은 재료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결정적으로, 골든 천혜향과 레드향을 먹어치운 사내가 낯익다.
아까 전, 식당에서 봤던 그놈.
그놈이 히죽 웃으며 입을 벌렸다.
“끄어어어어어어어억-!”
거대한 용트림 소리가 식량창고 전체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