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90
밥만 먹고 레벨업 791화
스르륵-
민혁이 정신을 놓고 완전히 쓰러졌다. 에게논은 순간적으로 힘을 발현해 그를 멀리 튕겨냈다.
파아아아아앙-
정신을 잃은 민혁이 바닥을 뒹군다.
서늘했다. 에게논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자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자신을 무릎 꿇리려던 자라니.
그랬기에 더 탐난다.
맛있겠다.
그의 탐식이 속삭인다.
그리고 알쏭달쏭 조미료통의 오블렌은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음을 알았다.
오블렌은 이 땅이 에게논의 소유지라는 것에 설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에게논을 일시적으로 깨운 것으로 추정되었다.
민혁이 에게논이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을 하였을 때, 그는 말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8기둥 중 여럿은 민혁을 찾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싹을 자르기 위함이었다.
한데, 자신의 힘으로 8기둥의 추적을 피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에 오블렌은 작은 조언을 주었다.
어차피 에게논은 민혁을 탐식하려 할 것을 그는 알았다.
‘어떻게든 도망치거나, 어떻게든 놈을 죽여라. 놈은 현재 쇠약해진 상태이다. 정말 어쩌면 지금의 네가 그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블렌의 착각이었다.
에게논의 힘이 약해졌다 한들, 그는 민혁이 어찌할 수 없는 고귀한 존재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블렌의 잘못이 아니다.
선택지는 도망치거나, 죽이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죽이거나를 선택한 것은 바로 민혁이었다.
“재밌군.”
미남자인 에게논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민혁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 으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 재밌어!”
그가 악마처럼 속삭인다.
“이거 꼭 먹어야겠잖아?”
민혁을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에게논이 민혁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간다.
그의 탐식은 상대방의 힘을 모조리 빼앗아 포식한다.
그를 포식하여 에게논은 잃었던 힘의 일부를 되찾으리라.
그리고 이때, 민혁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로 오블렌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울린다.
‘빌어먹을, 민혁. 민혁!!! 젠장할!!’
그리고 서서히 그 목소리가 끊어지기 시작했다.
‘아…… 네…… 당장…… 길을…… 열…… 라……!’
끝으로 민혁이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 *
㈜즐거움.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경고.] [경고.] [경고.]직원들의 컴퓨터로 슈퍼 컴퓨터 아테네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즐거움 직원들이 얼어붙었다.
이처럼, 아테네가 직접 ‘경고’라며 위기상황임을 알리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티, 팀장님!!!”
“팀장님!!!!”
“무슨 상황인지 확인되십니까?”
곳곳 팀들이, 자신들의 팀장을 부르짖는다.
아니, 지금 현 상황을 그들도 모른다.
곳곳에서 팀장들이 회의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중에 박민규 팀장 또한 있었다.
박민규 팀장은 이미 이민화 사원으로부터 브리핑을 들은 바 있다.
회의실로 모두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강태훈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강태훈에게로 박민규 팀장이 현 상황에 대해서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에게논이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던전 탐험가들이 본래 지금은 발견돼서는 안 되는 ‘왕들의 무덤’을 찾아낸 점.”
그렇다. 항상 아테네의 유저들은 개발진들의 예상을 뛰어넘곤 했다.
“두 번째. 누군가가 에게논의 힘을 일시적으로 깨운 것.”
강태훈 사장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세 번째. 식신 민혁이 에게논의 탐욕을 불러일으킨 것.”
“…….”
“…….”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 설마 8기둥 중 하나인 에게논이 민혁에 대한 탐욕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합쳐져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오류’가 만들어지려 하고 있다.
“에게논이 민혁을 탐식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이었다.
그에 답한 것은 박민규 팀장이다.
“에게논의 힘은 말 그대로 탐식입니다. 탐식은 상대방의 모든 힘을 빼앗아오는 힘입니다. 그렇게 되면 민혁은 가지고 있는 클래스를 잃고 1레벨이 될 겁니다.”
“…….”
“…….”
잠시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세계 최고의 랭커가 1레벨이 된다?
이것은 매일 강태훈 사장이 강조하던 아테네는 실제 세계처럼 흘러간다를 무시하게 된다.
1레벨이 된 게임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그것도 유저들에겐 희망과 동경을 부르는 유저가 그런 일을 겪는다.
만약 탐식이 되면 어떻게든 수습이 가능을 하긴 해야 했다.
“방법들을 제시해 보게.”
“일단은 8기둥 중 하나인 에게논을 무리해서라도 삭제시키는 겁니다. 식신의 힘을 흡수한 에게논에겐 식신의 힘과 군신의 후예의 힘이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식신 민혁의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서 복구하는 겁니다.”
“또 그만한 보상을 식신 민혁에게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발생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갑자기 존재하던 8기둥이 7기둥이 되어버렸다나 식신 민혁의 데이터를 완전히 복구할 수 있느냐. 또 민혁 유저에게 어떠한 보상을 해주느냐 등.”
강태훈 사장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고 있다.
“수습하기 거의 불가능하군.”
한숨이 흘러나온다.
회의실에 적막이 흐른다.
너무도 현실 같은 아테네이기에 자신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
모두가 침묵한 채 절망한다.
TV 화면 속. 민혁을 탐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에게논이 보였다.
모두의 눈앞이 새하얘진다.
그때.
박민규 팀장이 이민화 사원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그가 문자의 내용을 중얼거렸다.
“아테네가 길을 열었다……?”
* * *
에게논의 눈이 탐욕에 물들었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쓰러져 있는 민혁에게로 다가간다.
맛있겠다, 입으로 속삭이며 걸어가는 그의 얼굴이 탐욕스러웠다.
그가 어느덧 민혁의 앞에 멈춰서 그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때.
“야.”
차가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검은 머리카락의 미남자.
사람들은 그를 악신이라 불렀다.
또 다른 8기둥 중 하나인 악신 오블렌이 차갑게 말한다.
“그 아이한테 손대면 너의 남은 조각들을 찾아내 갈기갈기 찢어주마.”
에게논은 기이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설마 악신이라 불렸던 8기둥이 인간왕을 보호하고 있을 줄이야.
그렇다 한들.
“힘이 쇠약해진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그렇다. 지금 악신 오블렌은 자신을 막을 수 없다.
그때, 오블렌이 차갑게 웃었다.
“이 아이가 혼자라고 한 적 없다.”
“……?”
에게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가장 위대한 신 아테네가 세상 곳곳으로 연결된 길을 열었습니다.] [세상 곳곳에서 유저 ‘민혁’을 알고 있는 자들에게 소환을 요청합니다!]에게논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테네, 그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어이없기도 하다. 이 인간왕을 위해 길을 열었다 한들 감히 8기둥 중 하나인 자신에게 누가 온단 말인가?
하늘 위로 둥글게 펼쳐진 빛의 길이 지나간다.
그때.
“그렇다면 나는 동쪽에 있는 너의 조각들을 찢어주지.”
은빛의 갑옷을 두른 그는 굵직한 얼굴의 사내였다.
가장 위대한 군대를 다스리는 신.
그가 민혁의 바로 앞을 막아서며 나타났다.
곧바로.
“나는 서쪽의 너를 찢으마.”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차갑게 에게논을 바라보는 그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이다.
“북쪽.”
그리고 음침한 표정의 사내 또한 등장했다.
그는 과묵한 성격처럼 짧고 굵게 말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던 신이다.
“신들이시여, 미천한 인간에 불과한 저에게 남쪽을 맡겨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신다면 기필코 흔적도 알아볼 수 없게 찢어놓겠습니다.”
이번엔 붉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두른 여인이다.
검을 어깨 위에 걸친 그녀의 등 뒤에 ‘이필립스’ 문양을 나타내는 피닉스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검의 대제 엘레이다.
“허허, 나는 전하를 해하려 한 저자를 그저 찢어 죽일 생각이외다.”
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노인이 나타났다.
가장 위대한 창을 쥐고 휘두를 수 있는 노인.
“전하의 옥체에 손대려 했는가?”
그리고 한때,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거느릴 뻔하였던 비운의 황제.
“죽고 싶나.”
새롭게 탄생한 대악마. 오로지 민혁을 위해 살아가는 천외국의 방패의 몸에서 짙은 마기가 피어오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크하아아아아앙!”
“크르르르르르르르!”
이 자리에 선 이들에 비해 보잘것없으나 오로지 주인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달려온 사랑이, 소망이, 행복이 크게 포효를 터뜨린다.
그리고.
“X발. 누가 내 남친 건드리래.”
아테네의 소환요청에 응한 유저들 또한 있었다.
지니가 채찍으로 바닥을 때리며 노려봤다.
그 옆으로.
“내가 팔 하나 분질러 놓겠다.”
칸이 장갑을 끼면서 옆을 돌아봤다.
“그렇다면 나는 다리를 잘라놓겠어.”
아수라 아스갈. 그녀가 자신의 핏빛대검을 굳세게 움켜쥐었다.
“그럴 필요 있나? 언데드들 먹이로 던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죽은 자의 왕 데스가 오만한 시선으로 에게논을 바라본다.
“나는 놈을 흔적도 없이 폭발시켜 버릴 생각인데.”
황금 마법사 알리가 피식 웃음 지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유저가 말한다.
“나는 고자로 만들어버리겠어.”
“……?”
“……?”
“……?”
순간 모두가 그를 돌아봤지만, 곧 다시 에게논을 바라봤다.
로크는 진심이라는 듯 도끼를 꽉 쥐었다.
그러나 사실 이 자리의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8기둥이 발현하는 힘이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게논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났다.
고작 인간 왕 하나 때문에 현시대의 강자들이 집결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덧, 엄청난 인파의 강자들이 민혁을 둘러싸며 보호하고 섰다.
그때, 인파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민혁 쪽에서, 중년남성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착각하고 있군.”
인파들이 이야기라도 한 것처럼 길을 열어주었다.
그 길의 끝에 자신의 무릎 위에 민혁의 머리를 얹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겨 주는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지옥에서 아테네의 소환에 응하였다.
사내의 이름은 검신 발렌.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기처럼 잠이 든 민혁을 바라봤다.
“이 아이가 가진 가장 큰 힘은 강한 검을 휘두르는 것,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 놀라운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것, 진귀한 아티팩트를 가진 것 따위가 아닐세.”
그리고 에게논을 향해 시선을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의 머리를 조심스레 내려놓은 발렌이 검을 꽉 쥐며 강조했다.
“그것이 이 아이가 가진 가장 큰 힘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