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5
밥만 먹고 레벨업 85화
브로니의 입가가 쭈욱 찢어졌다.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난 투명한 벽!
이제 한 번만 가격해도 부서지리라.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해머에 온 힘을 담았다.
[풀스윙] [일격에 22%의 데미지가 추가됩니다.]후우우웅-
콰지이익!
쩌저저저저적-
투명한 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균열이 더욱더 짙어지고 길어졌다.
그와 함께.
콰아아아아앙-
후두둑 하고 내려앉아 버렸다.
자욱한 흙먼지를 보며 안으로 들어가려던 브로니는 갑자기 날아온 귓속말에 걸음을 멈췄다.
[오든: 길마님…… 민혁…… 아니, 민혁 님이란 분의 누나께서 오셨는데요…….]그에 브로니는 피식하고 웃었다.
민혁도 잡고 그 누나라는 년도 죽일 수 있겠구나.
그러다 브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민혁 님?’
뭐지?
갑자기 이놈이 왜 이러는 걸까.
또 길드 채팅으로 하면 될 것을 왜 귓속말로 하는 거지?
[브로니: 그 새끼가 왜 님이냐, 민혁 놈이지.] [오든: 큰일 난 것 같아요. ㅠㅠ]눈물 자국?
큰일?
그리고 이어 오든의 귓속말.
[오든: 민혁 님의 누나가 검의 대제 엘레입니다.]“음?”
그 말에 브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검의 대제 엘레?
익숙한 이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대륙 최고의 제국이라고 불리는 이필립스 제국.
막강한 병사, 풍부한 자금력, 거기에 건실한 황제 검의 대제 엘레!
“이런 미친 새끼가…….”
브로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검의 대제 엘레는 황제다.
게임 속 NPC라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민혁이 그를 누나라고 부른다?
황제하고 유저가 그 정도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브로니: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냐?] [오든: 장난이 아닙니다.] [브로니: 그 새끼 누나가 황제면 내 누나는 드래곤 로드다, 이 빌어먹을 새…….]그 말을 끝맺기 전이었다.
갑자기 길드 채팅창이 눈물 자국으로 도배가 되며 난리가 났다.
[길드 채팅 할렘: 길마님 X 됐습니다. 검의 대제 엘레가 왔습니다.] [길드 채팅 폴튼: 길마님 ㅠㅠㅠㅠ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길드 채팅 카르마: 길마님, 저 밧줄에 속박되어서 지금 옴짝달싹 못 하고 있어요.] [길드 채팅 오든: 너무 떨려서 길챗 놔두고 귓말 하고 있었네…… 길마님, 진짜 장난 아니에요…….] [길드 채팅 클라튼: 살려줘……!]“…….”
브로니는 이들이 짜고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수우우우웅!
“커허어억!”
“헉!?”
브로니의 바로 옆에 있던 길드원 하나가 강력한 힘에 끌려나가듯 허공에 붕 떠서 광산 밖으로 날아갔다.
“끄아아아앗!”
그뿐만이 아니었다.
속속들이 그의 주변에 있던 길드원들이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 브로니.
“끄으으으으!”
그는 자신을 끌어내려는 힘에 나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국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광산 밖으로 날아갔다.
쿠우우우웅-
바닥을 몇 바퀴나 뒹굴었던 브로니는 어둡고 매캐한 흙먼지가 보였던 시야가 밝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칼드가 보였다.
그는 밧줄에 꽁꽁 속박되어 있었다.
대장장이 랭킹 2위 칼드.
그의 얼굴은 심지어 가려져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린 브로니는 볼 수 있었다.
검의 대제 엘레가 한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컥!”
브로니는 경악 어린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누나아아아아~!”
유쾌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마치 옆집에 무척 친한 누나를 발견했을 때의 외침 같았다.
광산 안쪽에서 민혁이 광부들과 함께 뛰어나오며 엘레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엘레는 그런 그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며 물었다.
“우리 민혁이 누가 괴롭혔어?”
“얘 하고 얘 하고 얘가요!”
“그래? 이 자식들이 감히 내 동생을……!”
또한 그 모습은 마치 엄마한테 나쁜 아이들을 고자질하는 모습이었다.
‘아, 아니. 당신 황제잖아!’
근데 일개 유저 하고 이렇게 누나 동생하고 있다니.
“얘가 절 가장 많이 괴롭혔어요!”
“호오라.”
흠칫!
브로니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엘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진동했다.
브로니는 지금 자신이 취해야 할 포지션이 뭔지 알았다.
“헤, 헤헤…… 아, 아닙니다. 저는 오랜만에 만난 민혁이가 반가워…….”
그렇게 거짓부렁을 늘어놓으려던 순간이었다.
[푸하하하하하! 누나? 누나한테 이를 거야?] [우쭈쭈쭈, 무서워서 누나한테 일러용?] [크하하핫 무슨 너희 누나는 랭킹 1위라도 되나 보지!?] [NPC인데, 너 지금 우리 누나 무시한 거냐?] [크하하하하핫, 아이구 무서워서 오줌 지리겠습니다. 너희 누나라는 자도 딱 보이는구나.] [……후회할 텐데.] [아이구, 제가 너무 무서운 누나분한테 아주 큰 실례를 범했네요. 아고 죄송합니다. 안 봐도 뻔하네, 너희 누나도 너같이 좋은 척 가면을 쓴 X신이겠지, 뭐 그래서 너희 누나는 언제 오냐? 응? 그 X신 같은 너희 누나는!]민혁이 녹음해 뒀던 것을 틀었다.
“…….”
브로니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엘레의 뒤에 숨어서 자신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민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누나가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상했던 듯싶었다.
즉, 치밀한 계획을 짰던 것이다.
그것에 자신들은 그 누나를 신랄하게 욕하였던 거고.
“하!”
그에 엘레는 헛웃음을 흘렸다.
천하의 엘레에게 ‘X신’이라고 운운하였다.
더군다나, 브로니와 그 길드원들은 바라스 왕국의 병사들을 죽이고 광부들도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꾸몄다.
이는 충분히 명분이 생기는 일.
‘강민혀어어어억!’
그리고 브로니는 짙은 웃음을 짓고 있는 민혁을 보며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다.
분노한 엘레를 보며 브로니는 길드 채팅을 다급히 쳤다.
[길드 마스터 브로니: 당장 모두 로그아웃해라, 어서!] [길드 채팅 볼드니: 그, 그게…….] [길드 채팅 칼란: 로그아웃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길마님…….]브로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로그아웃하겠다고 하는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로그아웃하실 시 강제 로그아웃 패널티를 받습니다.] [강제 로그아웃하실 시 캐릭터는 잔존하게 됩니다.]던전 안에서 사냥을 할 때 강제 로그아웃하면 사망 패널티를 받는다.
그와 비슷한 상황.
더군다나, 캐릭터는 잔존한다.
즉, 도망칠 수 없다는 거다.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을 포획해라, 되도록 죽이지 마라. 징벌의 감옥에 죽을 때까지 가둬놓을 것이니까.”
“예!”
피닉스 기사단의 이들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말에 브로니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현재 이 자리에는 하오든 길드원 전원이 있었다.
총 86명.
그들 모두가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닉스 기사단.
그들은 포승줄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그들이 포승줄을 던질 때마다 마법처럼 촤르르륵 길어지며 길드원들을 잡아챘다.
또한, 황궁 마법사들은 전격 마법을 사용해 도망치려는 이들을 공격했다.
전격 마법에 당한 그들은 부르르 몸을 떨며 기절해 버렸다.
브로니는 분노한 표정으로 민혁을 보았다.
그리고 민혁은 웬 낚시 의자 같은 것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엘레가 앉았고 또 다른 하나는 민혁이 앉았다.
그리고 민혁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팝콘이었다.
“구경할 땐 역시 카라멜 팝콘이죠! 히야, 재밌당!”
그 모습을 보며 브로니는 생각했다.
얄밉다.
진짜 얄밉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얄미울 수가 있는가!
그는 싸움 구경엔 팝콘이라는 것처럼 영화를 관람하듯 팝콘을 주먹 가득 쥐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팝콘 맛있졍!’ 하고 있었다.
거기에 언제 또 준비한 것인지, 콜라를 꺼내 빨대로 쭈욱 빨아서 벌컥벌컥 마시더니 추임새를 넣었다.
“캬하!”
‘야이 X발 놈아!’
브로니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자신은 강민혁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강제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밖으로 나온 이상민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면서 조금 진정되었을 때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도대체 엘레 하고 어떻게 친해진 거지?’
그는 ‘엘레’라는 두 글자를 검색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엘레’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위는 다름 아닌 ‘하오든 길드’였다.
그는 그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했다.
그와 함께 여러 가지 동영상과 사진이 개제되어 있는 게 보였다.
게시된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상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거 나잖아!’
꽤 먼 곳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에는 NPC들을 죽인 후에 명령을 내리며 길드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걸리적거리는 왕국 병사 시체를 걷어차는 사내의 영상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었는데, 자신 옆에 있던 길드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길마님, 그래도 NPC들 완전 사람하고 똑같은데 조금 꺼림칙하네요.] [꺼림칙하긴 개뿔. 어차피 인공지능 새끼들. 또 우리가 한두 번 죽여? 새삼스럽게 왜 그래?]퍼엇퍼엇!
그렇게 말하며 영상 속 자신은 죽은 병사 시체를 걷어찼다.
그리고 또 다른 영상.
엘레가 등장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메인 주제 글은 바로 이것이었다.
[악명의 하오든 길드. 엘레가 참교육하러 등장.]그 밑으로 엄청난 숫자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개꿀: 와, 하오든 길드한테 당한 적 있는 유저입니다. 저 새끼들, 진짜 무개념. 속 시원하네요.fkjbk313: 말하는 것 봐라…… 아무리 NPC이고 인공지능이지만 실제 게임 해보면 사람 같이 느껴집니다. 죽인 건 어느 정도 그렇다고 칩시다. 가끔 그런 생각 없는 놈들 있으니까, 근데 시체를 차는 건 뭐 하는 짓거리입니까? 저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엘레멋져: 캬, 엘레 님 참교육 오지고요, 지리고요. 오늘부터 엘레 님 팬!
브로니는 이상민: 시체 걷어차는 놈.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쟤 현실에서도 애들 돈 뜯고 때리면서 지네 아빠 빽 믿고 뭣 모르고 사는 양아치 놈입니다. 저놈 신상털이 갑시다. 번호 010 1234 XXXX. 이름 이상민. 나이 스무살. 사는 곳 봉천동 123-45번지.]
신상털이를 하자는 말과 함께 그 밑으로 엄청난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띠리리리리!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흠칫
깜짝 놀란 이상민이 번호를 확인하자 모르는 번호였다.
받는 순간.
[인생 그렇게 살지 마 이 호랑 말코 같은 개삐리리리리!]뚝.
이상민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끊자마자 또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왔다.
[너 내 누군지 아니? 나 장첸……!]뚝.
“…….”
이상민은 순간 눈물이 찔끔 났다.
그러다 이어 또 다른 전화.
[성지순례 왔습니다. 수능 대박 나게 해주세요. 부모님 만수무강하게 해주세요.]“야이, 쌍노무…….”
뚝.
이번엔 상대방이 먼저 끊었다.
그리고 이어 다시 울린 전화.
[내 귀에 캔디.]뚝.
그는 서둘러 휴대폰 배터리를 분리해버렸다.
그러다 생각했다.
‘병력이랑 유저들까지 전부 죽였었는데, 대체 누가 찍은 거야?’
그는 미간을 구기며 동영상을 계속 확인해봤다.
동영상은 엘레가 등장하여 칼드의 가면을 그녀가 부숴버리는 데에서부터 하오든 길드원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피닉스 기사단과 황궁 마법사들이 움직이는 게 보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영상 속에서 촬영자를 향한 목소리.
[네년은 누구냐, 저놈들과 한패더냐!?]동영상은 황궁 마법사로 추정되는 이를 비췄다.
동영상을 촬영한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 이곳에 있다간 저도 봉변을 당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참교육의 끝을 보여드릴 순 없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TTBC 고은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