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64
밥만 먹고 레벨업 865화
최초의 8기둥 에피소드.
그리고 신의 여섯 괴물인 다크엘프 잭과의 연관성. 그에 모두가 놀라고 있을 때, 또 다른 알림이 울려왔다.
[새로운 에피소드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의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시청하시겠습니까?]“예.”
민혁이 수긍하자 그의 눈앞에 보이던 시야가 변화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땅.
햇빛이 들지 않아 곡식조차 제대로 자라나지 않는 땅이었다.
그 땅에, 자신들의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땅을 빼앗기고 물러난 다크엘프의 왕국 벨로이가 있었다.
다크엘프의 왕국 벨로이. 그곳의 왕 잭은 씁쓸한 표정으로 먼 곳에 위치한 통로를 바라봤다.
“통로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가?”
처음 이곳에 숨어 들어왔던 다크엘프들.
그들이 이곳에 들어와 터전을 이룬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 생명의 샘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엘프들은 인간들보다 훨씬 더 긴 수명을 자랑한다. 그러나 다크엘프 잭에게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고 이곳을 택했다.
그리고 다크엘프들을 번식하며 그들을 키우기 수천 년.
어느 날인지 기억도 안 나는 날.
정체 모를 힘이 외부와 자신들을 단절시켰다.
그것은 아마도 ‘엘프들’일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을 엘프의 왕 자리를 지켰던 엘프의 왕 고든은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고든이 했던 말은 이러했다.
“아버지시여, 인간들과의 전쟁을 멈추소서.”
잭은 화가 났다. 그들이 빼앗아간 터전과 죽어나간 무수히 많은 엘프들을 잊은 고든이 어리석어 보였다.
그러나 고든은 잭을 설득했다.
“무의미한 싸움입니다. 인간들과 지금의 엘프들조차 기억하지 못할 오랜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의 터전을 되찾는다 한들,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또 저들은 그들의 후손이지, 그들이 아닙니다.”
“그들의 후손이라 하나, 그 더러운 피를 이어받은 것은 사실이렷다.”
“그런 그들은 기억조차 못 하죠. 그들에게 아버지와 군대는 터전을 빼앗던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놈, 썩 꺼지거라!”
잭은 그때 당시 고든을 내쳤다. 그리고 얼마 후의 시간이 지나 이 앞의 통로가 봉인되었다.
그리고 잭의 ‘분노’가 시간이 흐를수록 사그라들었다.
그는 자신의 군대를 바라봤다.
‘이들은, 오로지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
그것이 가슴 아팠다. 그들을 만든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에.
한 번쯤은 이들에게 죽이는 것 말고 어울리는 것, 정령들과 더불어 사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르쳐 주고도 싶다.
그에 잭이 명령했다.
“더 이상 다크엘프들이 생명의 샘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라.”
“그 말씀은…….”
“그래, 전쟁은 없다.”
그때였다. 갑자기 통로를 비집고 이질적인 검은 기류가 다크엘프의 왕국 벨로이에 스며 들어왔다.
그와 함께 굳게 닫혀 있던 통로가 열렸다.
수백 년 만에 다크엘프의 왕국 벨로이로 따스한 햇빛이 스며들었다.
그 햇빛을 등진 한 여인이 걸어 들어왔다.
백옥 같은 피부가 아름답다. 그리고 그녀가 걸친 옷들은 하나같이 붉은 빛이었다.
인간인 것 같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고귀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는 누군가와 닮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 아테네였다.
신의 여섯 괴물과 절대신들은 대부분 아테네가 낳았다.
특별한 경우로 평범한 인간에서 절대신의 자리까지 오른 경우도 있긴 하나, 대부분 순수한 아테네의 혈통들이었다.
또한 아테네는 모든 신들을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신이었다.
그녀와 닮은 여인.
“아이야.”
“…….”
그 부드러운 음성이 잭을 감싸 안는 듯하다.
“세상에 나가, 네가 뜻하던 바를 이루거라.”
잭은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그녀가 끌어안아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음지에 숨어 수천 년 이상을 오로지 복수만을 꿈꿨던 잭이다.
그런 그를 위로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러나, 잭은 결정했다.
더 이상은 죽이고 빼앗겠다는 생각보다 이 안의 다크엘프들을 보듬어주겠다고.
다크엘프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나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잭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평화롭게 살길 원합니다.”
인자한 미소를 짓는 그녀.
차라리 잘됐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 다크엘프들의 새로운 왕국을 꾸려 행복하게 살면 될 것이다.
부드러운 음성과 자애로운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
그녀가 기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킥, 누구 마음대로?”
“……?”
잭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신 아테네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봤던 그녀다.
그런데 지금은 소름 끼치는 미소로 웃었다.
마치 사탄과 같은 미소였다.
그 순간.
그녀의 손가락 끝이 다크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파이어.”
마법사로 처음 전직할 시에 배우는 마법.
그 마법 파이어는 그저 작은 불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파이어가 마치 헬파이어처럼 50m 높이로 솟아나며 수천의 다크엘프들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닿는 곳마다 파이어가 발현되며,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멈추시오!”
잭은 다급해졌다.
그때, 하늘이 열렸다.
열린 하늘에서 수십 개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다.
메테오.
최고위급 마법으로, 오로지 선택받은 마법사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잭도 메테오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보았던 메테오와 여인의 메테오는 급이 달랐다.
세 배 정도는 더 컸고, 개수도 다섯 배 정도는 많았다.
그때야, 잭은 과거에 들었던 내용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태초엔 두 명의 신이 존재했다. 세상을 관장하고 다스리는 신인 아테네와 세상을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신인 헬레냐.
아테네와 헬레냐. 두 신은 자매다.
“그럼 모두 죽어야지, 응? 히히, 히히, 히힛!”
어린아이처럼 까르르 웃는 그녀를 보며 잭이 아연실색했다.
저 메테오가 떨어지는 순간 다크엘프들은 모두 죽는다.
그에 잭이 다급히 외쳤다.
“머, 멈추시오!”
따아아악-
그녀가 손가락을 퉁기자 하늘 위에서 거대한 운석들이 정지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잭은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을 필요로 하기에 우리를 죽이려 하는지.
“그저 파괴.”
“…….”
“죽이는 것.”
“…….”
“본래의 내 자리를 되찾는 것.”
‘본래의 내 자리? 설마 아테네 신의 자리를 말하는 건가?’
또한, 그녀는 아테네와 다르게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신.
죽이는 데 이유는 없다.
잭은 저항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어떠한 힘에 의해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가능했다면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부수었을 테니까.
“하나, 우리는 세상에 나간다 한들 아직 이길 수 없습니다.”
“괜찮도다, 네가 아끼는 대정령 펠로의 소환시간을 영원에 가깝도록 늘려주겠다.”
어둠의 대정령 펠로는 잭도 사실 20분을 채 소환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시간을 영원에 가깝도록 늘려주겠다.
헬레냐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그녀가 속삭인다.
그 속삭임이,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하다.
“이제 저 대륙을 모두 너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잠시 잊었던 분노와 탐욕이 잭에게서 끓어오른다.
“모두 죽이고, 빼앗아 너의 것으로 만들거라.”
얼마 후 잭과 다크엘프들이 출정을 시작했다.
* * *
모든 영상을 본 민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모든 것이 8기둥 중 하나인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가 벌인 일이었다.
고든의 후계를 이어 새로이 엘프의 왕이 된 아르곤 역시도 사건의 전말을 확인한 듯싶었다.
또한, 잭은 알았다.
어둠의 대정령 펠러는 이미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또한, 천만에 가까운 엘프들이 있는 한 자신들은 더 이상 이 전쟁에 승산이 없다.
잭은 슬픈 표정으로 전장을 둘러봤다.
“끝이군.”
수천 년 이상을 음지에 숨어 전쟁병기들만 키워왔다.
오늘 죽은 자들 중, 햇빛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죽은 다크엘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잭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아르곤이 말했다.
“민혁 황제시여.”
민혁은 아르곤과의 친분이 두텁다.
아르곤은 매번 민혁의 도움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엘프들의 왕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다크엘프들과 왕인 잭은 우리가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르곤은 엘프의 왕으로서 모든 다크엘프들의 죽음을 바라선 안 된다.
그러나 민혁 입장으론 달랐다.
“다크엘프들은 인간들의 땅을 침범하였고 1천만 이상의 자들이 죽어나갔습니다. 비록 그 시작에 8기둥의 개입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난 왕과 황제들을 보십시오.”
엘프의 왕 고든도, 민혁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민혁과 아르곤의 친분을 떠나서의 이야기다.
“또한, 통제한다 했는데 저들을 통제할 수 있다 보십니까?”
“피해복구를 위한 보상과 지원은 최대한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크엘프들에게 ‘어머니의 족쇄’를 채워 그들이 가진 정령술과 힘을 빼앗을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민혁이 결론을 내렸다.
“그럼 저놈, 머리만 주면 되겠군요.”
민혁에겐 싹 다 개소리다.
본래 잭은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으나, 헬레냐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말은 민혁에게 변명에 불과했다.
최소한, 그들의 수장인 잭의 목을 베어야지만 왕과 황제, 민혁의 분노가 잠재워질 것이다.
잭 또한 그를 수긍하는 눈치였다.
“싸워보겠는가, 이긴다면 내 목을 주지.”
“좋네.”
민혁으로선 환영할 일이다.
잭을 죽이면 상당한 전리품을 얻을 수 있다.
그는 결국 민혁에겐 적이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헬레냐’였다.
헬레냐는 다크엘프들을 이용해 인류의 1/3 가까이를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무산된 셈이다.
그녀의 분노가, 곧 그녀의 강림으로 드러난다.
“그럼, 내가 다크엘프들과 엘프들을 죽여줄까?”
그 섬뜩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영상 속에서 보았던 그녀가 플라이 마법을 전개하여 하늘 위에 있었다.
[8기둥 중 하나. 헬레냐의 출현!] [경고. 위험합니다!] [경고. 위험합니다!] [경고. 위험합니다!] [헬레냐는 온전함 힘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4분 동안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불멸의 마도사의 숨결이 발동됩니다!] [모든 상태이상 저항력이 60% 하락합니다!] [모든 방어력이 40% 하락합니다!] [모든 공격력이 40% 하락합니다!] [HP 및 MP총량이 20% 하락합니다!] [상태이상 경직, 두려움, 공포가 발동됩니다!]이제껏 인류는 많은 적들을 만나왔다.
그중에는 대악마도, 신의 여섯 괴물도, 신들도 있었다.
그러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8기둥의 진짜 힘을 본 적이 없다.
8기둥 중 하나였던 악신 오블렌은 과거 수억 명을 죽였다.
그리고 아테네의 자매, 헬레냐는 오블렌보다 한 수 위다.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 Lv 1,013.]“……!”
“……!”
“……!”
“……!”
그 자리에 있던 유저들은 헬레냐의 레벨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그리고 모두가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레벨 1,000이 넘는 NPC는 처음이었다.
모두가 공포, 두려움, 경직에 빠져들어 경악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어느덧 잭의 주변으로 몰려든 다크엘프들에게 말한다.
“내가 너희를 꺼내어주었다. 끝까지 싸웠어야지.”
“…….”
“…….”
“…….”
그녀가 차갑게 웃으며 속삭인다.
“펑.”
콰아아아아아아앙-!
익스플로전.
유저들이 250레벨만 되어도 배울 수 있는 폭발마법이, 반경 200m를 집어삼킨다.
그 위력은 헬파이어가 떨어진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켰다.
다크엘프 수백이 순식간에 죽어나가고.
그녀의 가녀리고 고운 손가락 끝이 향하는 곳마다.
“펑, 펑펑펑펑, 펑펑펑, 펑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다크엘프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곧, 그녀의 눈이 인간들과 엘프들에게 향했다.
그녀가 세상에 나온 것은 오랜만이다.
아테네에 의해 힘의 대부분을 상실하고 오랜 시간 잭과 다크엘프들처럼 음지에 숨어 힘을 축적해 왔다.
이제 곧 아테네를 몰아내고 자신이 ‘태초의 신이자 무너뜨리는 신’이 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과 유희는 다크엘프들이 화려하게 장식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인간과 엘프들이, 그를 막았다.
“펑펑펑펑펑펑펑펑펑.”
그녀의 목소리에 따라 다크엘프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간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급기야, 엘프들 쪽을 향한다.
자욱한 흙먼지와 폭발로 인한 검은 연기가 전쟁터를 뒤덮었다.
그녀가 엘프들 틈에 고운 손가락을 뻗어 말한다.
“퍼엉.”
콰아아아아아앙-
“……!”
엘프들 수백이 죽어나간다.
쉴 새 없는 폭발이 일어나며 엘프들이 끊임없이 폭발에 휩싸여 죽는다.
헬레냐는 생각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4분 동안 반절을 죽일 것이다.
그것은 8기둥 중 가장 위대하다 믿는 자신의 초탄이었다.
그리고 곧 세상에 보일 위엄이며, 새로운 태초의 신의 강림이었다.
‘나는 가장 위대한 신이다.’
아테네여, 기다려라. 너를 죽이고 나는 가장 위대한 신이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바로 그녀의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야.”
“……?”
헬레냐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등장과 함께 발동되는 다양한 상태이상들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 힘에는 ‘8기둥의 힘’이 있기에, 저항할 수 없음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를 저항하고 그녀의 바로 옆에 나타난 한 사내가 말한다.
“나 대화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지 대화하는데, 끼어들었다고 화났다고?’
헬레냐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두 개의 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가 말한다.
“이 X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