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68
밥만 먹고 레벨업 869화
“꺼져라.”
전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헬레냐.
그녀는 자신의 예상보다 민혁의 성장력이 훨씬 더 클 것을 예상했다.
‘어쩌면 ‘그’를 정말 뛰어넘을지도 모르지.’
자신을 봉인시킨 자. 그자를 넘어설지도 모른다.
분노할 법도 했지만, 헬레냐는 오히려 작은 실소를 머금었다.
어차피 자신이 더 이상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안 것이다.
[헬레냐의 강림시간이 종료됩니다!]헬레냐가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라지는 헬레냐가 말한다.
“해냈네, 약속은 지킬게.”
헬레냐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면 보상을 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는 강자의 객기였으며 여유였다.
사라지는 그녀가 말한다.
“그런데 있잖아.”
차가운 표정의 그녀가 민혁에게 속삭인다.
“다음에 만날 땐 죽일게.”
스르르, 그녀가 빛이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후, 민혁의 심정은 솔직히 말해서 복잡했다.
이겼다는 승리감도 없었으며, 패했다는 좌절감도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허탈함뿐이었다.
땅에 천천히 내려서는 민혁이 주변을 둘러봤다. 이는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인간과 엘프들 모두가 헬레냐의 압도적이었던 힘에 공황상태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심지어 헬레냐는 이제 곧 완전한 강림을 할 것이다.
그를 알리듯 알림이 울려 퍼졌다.
[8기둥 중 하나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 에피소드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1개월 후부터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의 다양한 무덤들이 세계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헬레냐의 무덤들에 위치한 조각들이 헬레냐의 봉인된 힘을 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헬레냐의 조각들로부터 헬레냐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제지하시기 바랍니다.] [헬레냐가 완전히 깨어나는 날은 앞으로 1년 후가 될 것입니다!]아테네 시간으로 1년. 현실의 4개월 뒤면 또다시 그 헬레냐를 마주해야만 한다.
치가 떨린다.
엄청난 무력감, 그리고 엘프들과 인간들에게 공포가 깃든다.
민혁이 헬레냐의 공격을 막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저 ‘막은 것’뿐.
헬레냐가 완전히 강림하면 아테네 대륙의 반절 이상이 날아가고도 남을지도 모른다.
그땐 루브앙조차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민혁이 씁쓸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볼 때였다.
그에게 동화되어 있던 두 대정령이 빠져나왔다.
타오르는 불의 문양과 흩날리는 바람의 문양.
그리고 빌의 몸에 들어가 있던 내리치는 번개의 문양과 단단한 돌의 문양.
[사대 대정령이 당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칭호 사대 대정령이 인정한 전사를 획득합니다!] [돌발 퀘스트: 헬레냐로부터 지켜내기 완료.]넷의 대정령들이 민혁의 앞에 두둥실 떠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엘프들, 특히나 엘프의 왕 아르곤은 감탄했다.
‘대정령들이 고작 일개 인간에게 관심을 보인단 말인가?’
대정령들은 정령의 땅을 다스리는 신들이다.
모든 엘프들에게 힘을 빌려주는 절대적인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말한다.
[사대 대정령이 당신과 함께 전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합니다!] [타오르는 불과 같은 의지를 가진 당신께 불의 대정령이 찬사를 내립니다!] [불속성 저항력이 20% 상승하며, 모든 스텟 0.4%가 증가합니다!] [날카롭게 몰아치는 바람의 대정령이 찬사를 내립니다!] [바람속성 저항력이 20% 상승하며, 모든 스텟 0.4%가 증가합니다!] [강인하게 나아가는 당신께 번개의 대정령이 찬사를 내립니다!] [번개속성 저항력이 20% 상승하며, 모든 스텟 0.4%가 증가합니다!] [돌처럼 단단한 당신께 땅의 대정령이 찬사를 내립니다!] [땅속성 저항력이 20% 상승하며, 모든 스텟 0.4%가 증가합니다!] [당신은 엘프들과 인간들을 구하는 데 경이로울 정도로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대정령들이 보상을 논의합니다!] [불의 대정령이 불의 심판자의 갑옷을 제안합니다!] [보상에 맞지 않습니다. 더 높은 보상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바람의 대정령이 바람의 대정령의 부츠를 제안합니다!] [보상에 맞지 않습니다. 더 높은 보상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번개의 대정령이 번개를 내리치는 반지를 제안합니다!] [보상에 맞지 않습니다. 더 높은…….] [땅의 대정령이 비옥한 땅을 만드는 곡괭이를 제안합니다!] [보상에 맞지 않습니다. 더 높은…….]엘프의 왕 아르곤.
그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엘프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져만 간다.
그들이 민혁에게 제시한 것들은 모두 엘프들의 땅에서 신화로 전해지는 것들이었다.
그러한 것들을 건네고 있음에도 민혁에게는 부족했다.
‘그는 우리 엘프들을 구원했다.’
아르곤은 헬레냐가 강림할 줄은 몰랐었다.
오로지 다크엘프들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강했다.
그로 인해 아르곤은 전투가 가능한 모든 엘프들을 소집하여 이곳으로 왔다.
자그마치 1천만에 이르는 엘프들.
인간들보다 번식력이 훨씬 뒤떨어지는 이 엘프들의 죽음은 곧 엘프들의 ‘멸종’을 의미했다.
또한, 엘프들과 정령들은 상생 관계였다.
엘프들이 지상에서 얻어내는 자연의 마나로 정령들의 세상은 유지되었다.
즉, 민혁은 정령들과 엘프들, 그리고 인간들마저 구해낸 영웅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신화 속의 것들로도 부족할 수 있다.’
아르곤은 그제야 납득했다. 엘프들 역시도 민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영웅을 바라보는 눈빛.
그때, 불의 대정령에게서 뜨거운 화염이 솟아올랐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가 당신의 곁에서 1년을 지켜줄 수 있다 말합니다!]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 Lv 799.]뜨거운 화염이 솟아오르는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 그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그 무엇이든 태워 버릴 듯 강렬하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민혁은 그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등에 삼겹살 올려놓으면 5초 만에 익으려나.”
삽에 삼겹살을 올려 아궁이에 넣으면 5초 만에 익어서 나온다.
왠지 이프리트의 등에 삼겹살을 올리면 5초 만에 익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가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습니다.]그때, 앞으로 바람의 대정령이 나섰다.
[바람의 대정령 엘리샤가 당신의 곁에서 1년을 지켜줄 수 있다 말합니다!] [바람의 대정령 엘리샤 Lv 776.]“바람의 대정령,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유용하게 쓰이겠어.”
먹을 것을 생각하자 민혁의 무력감이 한층 사그라진다.
그리고 민혁의 발상에 엘프들과 인간들이 눈을 번쩍 뜬다.
그때, 이번엔 다른 대정령이 앞으로 나섰다.
[번개의 대정령이 당신의 곁에서 1년을 지켜줄 수 있다 말합니다!] [번개의 대정령 레크 Lv 801.]번개의 대정령. 그를 보며 인간왕과 황제들, 연합군. 또 엘프들과 생존한 다크엘프들은 과연 민혁이 무슨 말을 할까 싶었다.
번개로 먹을 것과 연관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민혁은 남달랐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말이 있던데, 팝콘을 튀겨도 좋을 것 같네.”
[번개의 대정령이 눈을 부릅뜹니다!]번개의 대정령. 그의 문양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번엔 마지막 남은 대정령이었다.
[땅의 대정령이 당신의 곁에서 1년을 지켜줄 수 있다 말합니다!] [땅의 대정령 렌드 Lv 797.]땅의 대정령. 그는 기대했다.
과연 나를 먹을 것과 연관시킬 수 있는가?
민혁이 턱을 쓸었다.
“땅의 대정령이면 채소류나 수박, 과일 등이 바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건가? 오, 그러면 막 자라난 것들로 비빔밥을 해 먹을 수도 있겠는데?”
[땅의 대정령이 뒷걸음질 칩니다!]민혁의 먹을 것과 연관시킨 말.
그것은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장난이었다.
대정령들도, 그를 알고 있었다.
“하, 하하하하!”
“천외제국의 황제폐하는 정말 모든 것을 먹을 것과 연관시키는군!”
“와, 어떻게 저런 발상을 하지?”
“세상에,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의 등에 삼겹살을 올려, 구워 먹고 싶다니. 맛은 있겠어.”
“바람의 대정령이 아궁이의 불씨를 지피는 데 큰 도움이 되긴 하겠군요.”
아르곤, 그 또한 웃었다.
대정령들이 분노하지 않는 이유.
민혁이 이러한 말들로 ‘무력감’, ‘절망’, ‘공포’에 빠져들었던 그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바람의 대정령 엘리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번개의 대정령 레크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땅의 대정령 렌드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대정령들은 ‘본인’조차 힘들 때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민혁과의 호감이 상승했다.
또한, 그들도 어째서 민혁이란 인간이 엘프들과 친분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엘프들만큼 깨끗한 자.
넷의 대정령들이 민혁을 바라봤다.
[넷의 대정령 중 오로지 한 대정령과의 계약만을 이행할 수 있습니다!]대정령들은 자신들이 내민 것조차 보상에 적합하지 않자, 자신들마저 내세웠다.
그리고 민혁의 행동을 보며 그와의 1년이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바로 민혁에게서 나타났다.
“거절하겠어.”
대정령들이 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불의 대정령은 더욱더 큰 화염을 토해냈고, 바람의 대정령은 눈물을 흘릴 것 같이 이슬이 맺혔다.
땅의 대정령은 소심한 듯 땅을 바라보며 ‘에효……’라며 한숨을 내쉬었고, 번개의 대정령은 조금 화난 듯 보였다.
민혁이 그들을 거절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들은 일반 신들과 다르다.’
애초에 종족 자체가 달랐다.
또한, 그들 중 누군가 민혁과의 계약에 의해 천외제국에 오면 혼란이 가중될 확률이 높다.
무조건 강한 자를 섭외한다고 해서 좋은 일은 아니다.
그들의 순수한 의도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자칫 정령과 천외제국의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또한, 그 자존심 높은 대정령들이 민혁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해서 그의 ‘명령’을 듣겠는가?
사실상 종속관계가 아니라면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매우 리스크가 컸다.
[대정령들이 혼란스러워합니다!]그리고 대정령들이 자신들끼리 보상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보상논의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바로 그때,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생명의 정령이 당신께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명의 정령은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깨끗한 정령입니다.] [생명의 정령은 생명을 싹틔우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정령이 1년간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 말합니다.]대정령들은 여전히 자신들끼리 이야기 중이다.
민혁은 자신에게만 이 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이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정령이라.’
그렇다는 것은 저 대정령들처럼 강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생명의 정령은 정령 중 꽤 특별한 존재로 보였다.
민혁은 잠깐의 고민 끝에 결정했다.
‘좋아.’
그 순간.
[보상이 선택됩니다!] [당신이 생명의 정령과 1년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상을 선택했습니다!] [생명의 정령이 지상에 강림합니다!]하늘 위에서 빛의 구가 천천히 내려선다.
그 내려선 빛의 구의 그 빛이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 것.
그것은 바로 하품을 하고 있는 아기늑대였다.
‘귀엽다.’
민혁이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생명의 정령의 강림을 본 대정령들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었다.
“……!”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