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76
밥만 먹고 레벨업 877화
차르르르르르르륵-
자아의 쇠사슬. 공격력만큼은 브로드와 필적하거나 더 높다.
그러한 녀석이 가만히 멈춰서 전의를 상실한 빌을 쉴 새 없이 가격하기 시작했다.
까아아앙, 까아아앙, 까아앙-!
[빌의 내구도가 7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빌의 내구도가 3% 회복됩니다!] [빌의 내구도가 72%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빌의 내구도가 3% 회복됩니다!] [빌의 내구도가…….]분명히 빌의 회복력은 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 빌조차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자아의 쇠사슬의 딜량은 높은 편이다.
[속도증가.] [자아의 쇠사슬의 속도가 5초간 2배로 증가합니다!]가속화된 자아의 쇠사슬이 미친 듯이 가만히 선 빌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까가가가가가가강-!
[x2배의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빌의 내구도가 52%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심지어 12% 확률로 터지는 x2배의 데미지가 빌을 더욱 처참히 부수고 있었다.
빌은 완전히 부서져도 1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복구되어 다시 소환할 수 있었다.
문제는 빌이 무너지면 자아의 쇠사슬은 곧바로 배리어를 타격한다는 사실이었다.
자아의 쇠사슬이 배리어를 타격하면, 배리어는 2분 만에 무너진다.
이제 막 요리가 끝나가는 민혁으로서는 승산이 완전히 사라지는 격이 된다.
그때, 에보크가 무방비해진 빌의 복부에서 창을 뽑고 있었다.
에보크가 창을 뽑으면 빌의 내구도 하락은 가속화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빌이 커다란 상념에 빠졌습니다!]빌.
그는 아주 작은 자아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작은 자아를 가진 빌은 한때 에데아 전체를 다스리고 짓밟았던 이였다.
‘하늘’을 꿈꿨던 자이기도 하며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명으로 그를 대신해 딜을 맞아주고 있으니 울화통이 치미는 것이다.
한때 최고를 꿈꾸었던 나는 어디 가고, 이런 꼭두각시 인형이 되었는가.
그때.
“빌!”
고개를 푹 숙인 빌에게 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은 ‘빌’을 죽인 장본인이다. 그를 소유했다고는 하나, 빌이 그것을 잊을 리는 없다.
“너는 내가 인정한 최고의 신이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빌은 창신 밴보다 강했고, 폐위된 비운의 황제 브로드만큼 강했던 자다.
자존감이 깎일 대로 깎인 빌.
그에게, 민혁의 목소리가 가닿는다.
[황제의 권능.] [황제의 위로가 발동됩니다.]작은 자아를 가진 빌이 민혁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황제의 위로 때문이다.
빌은 결국에 인형일 뿐이지만 그의 수하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강제적이든 아니든 말이다.
또한 민혁의 카리스마 스텟은 1만2천을 넘어선다.
그 카리스마 스텟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작 저딴 신에게 유린당할 것인가!? 내가 겪어본 너의 검은 그보다 훨씬 위였다.”
그 역시 거짓은 아니다. 자아의 쇠사슬만 빼놓고 본다면 창신 에보크는 빌이 잡을 수 있는 존재다.
“아직도 최고가 되길 바라나?”
빌이 민혁을 슬며시 바라봤다.
꼭두각시 인형의 눈동자가 소름 끼쳤다.
그래, 빌은 최고를 바란다.
고작 인형이어서도 말이다.
“그 최고를 바라는 놈이 앞의 사내에게 무너지는가!?”
빌에게 있어서 앞의 창신은 분명 강하나, 자신을 압도할 실력자가 아니다.
까가가가각-!
어느새 에보크의 창이 전부 뽑혀 나왔다.
몇 걸음을 단숨에 물러난 에보크가 땅에 창을 꽂았다.
“무너져라.”
쿠르르르르르르르-!
땅이 뒤틀리며 그 힘이 빌에게 쇄도해 왔다.
어느덧 빌의 내구도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빌의 내구도가 1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그때 민혁이 말했다.
“네가 누군지 보여줘라, 빌!”
바로 그 순간, 민혁을 바라보던 빌이 회전하며 곧바로 자신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것은 빌이 사용할 수 있는 궁극기다.
과거, 민혁은 그의 궁극기를 보지 못했다.
빌은 궁극기 없이도 민혁을 죽일 수 있다 믿었고 옥황상제의 가호 효과를 받음으로써 일반 스킬들도 궁극기만큼의 힘을 냈으니까.
“하늘포효.”
쿠화아아아아아아악-!
하늘이 포효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대검 한 자루가, 뒤틀리며 다가오던 땅에 꽂힌다.
되려 창신 에보크의 힘을 상쇄시킨다.
그 떨어진 대검을 빌이 내달리며 쥔다. 그가 휘두른 순간.
쐐세세세세세세세세세세세섹-!
반경 수백 미터를 집어삼키는 광역기이자 딜 폭격이 창신 에보크를 후려쳤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자자작-!
에보크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온몸을 난자하는 말도 안 되는 힘이 그를 찢어놓고 있었다.
“크, 크아아아아아악!”
에보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빌의 머리를 노리고 자아의 쇠사슬이 날아온다.
덥석-
낫과 쇠사슬 사이의 이음새를 붙잡은 빌이 민혁을 바라봤다.
어느덧 음식을 모두 만들어낸 민혁이 먹고 있었다.
그 음식은 다름 아닌, 아삭 토스트였다.
[빌과 당신의 유대감이 상승합니다.] [빌의 자아가 조금 더 뛰어나집니다.]민혁은 분명히 빌을 싫어했다. 그것은 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빌은 민혁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서로를 미워하기보다 지금은 협력하는 것이 더 옳다.
민혁도 알고 있는 사실이며, 어쩌면 작은 자아를 가진 빌도 알고 있는 사실일지도 몰랐다.
“크윽, 큭…….”
하늘포효의 효과가 종료되고 에보크의 모습이 만신창이였다.
몸 곳곳이 찢긴 에보크는 위태로워 보였다.
그렇지만 그 또한 신. 상상도 못 할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이 치유된다.
빌은 다시 뒤를 흘끗 보았다.
빌은 자신의 소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랬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았다.
까드으으으윽-!
“하늘폭주.”
까가가가가가가가가강-!
검을 쥔 빌의 공격속도가 대폭 증가했다. 그가 빠른 속도로 자아의 쇠사슬을 내려찍기 시작했다.
뚝, 뚜두둑, 뚜두둑-!
자아의 쇠사슬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민혁.
그는 아삭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한입 베어 문 순간 입안 가득 아삭 토스트 특유의 사과 소스 맛이 풍긴다.
‘배고플 때 먹으면 최고지.’
민혁은 이 아르갈리소에 온 본분을 잊지 않았다.
맛있게 먹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리베르의 한을 풀어주기 위함이며, 세 번째는 가장 뛰어난 식신의 힘을 얻기 위함이다.
아삭아삭-
아삭 토스트를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 양배추가 씹히며, 그 안에 있는 치즈와 햄이 풍미를 더 해준다.
민혁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토스트를 몇 차례 더 먹다가, 시원한 얼음이 담긴 사이다로 마무리했다.
벌컥벌컥-
시원한 청량감이 목을 짜릿하게 할 때였다.
[자아의 쇠사슬을 부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자아의 쇠사슬을 획득합니다!]동시에 빌이, 스르르 사라진다.
그와 함께 민혁에게 알림이 울린다.
[더블푸드.] [더블푸드는 하나의 요리를 두 개로 복제시킵니다!]“중첩되는 즐거움.”
황금빛을 뿌리는 주사위가 굴러간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아르갈리소 던전의 제작자 에바스의 혼이 하찮은 신의 도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르갈리소 던전의 제작자 에바스의 혼이 자아의 쇠사슬을 부순 것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바스의 혼이 ‘던전활성화’를 가동시킵니다!] [에바스의 혼이 창신 에보크를 8% 더 강인하게 만듭니다!]“…….”
같잖고 가소롭다.
식신을 비웃던 신이 궁지에 몰리자 곧바로 난입한다.
그때, 초대 식신 리베르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식신 리베르의 혼이 에바스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식신 리베르는 비겁하고, 오만하며, 치졸한 에바스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식신 리베르. 그의 시선은 아마도 에보크가 등지고 있는 에바스의 동상에 향해 있을 것이다.
[식신 리베르가 똑똑히 보여달라 말합니다!] [초대 식신 리베르가 남겼던 힘이, 현대의 식신을 통해 모습을 드러냅니다!]황금빛 주사위의 눈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1의 눈금이 떠올랐습니다!] [30초 동안 중첩되는 즐거움의 버프효과가 지속됩니다!] [에픽 등급 아삭 토스트와 에픽 등급 아삭 토스트의 버프효과를 중첩 받습니다!]고작 30초. 운이 나빴다. 그렇지만 민혁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민혁은 자신의 요리에 원하는 효과를 넣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것은 바로 해당 효과를 올려주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
[모든 스텟 3%가 상승합니다!] [물리 공격력 및 마법 공격력이 25% 상승합니다!] [첫 번째로 사용하는 스킬의 레벨이 +3 상승합니다!]화르르르르르르르륵-
민혁의 검에서 거대한 화마가 일렁거렸다.
그 화마는 과거의 크기보다 훨씬 더 반경이 길어져 있었다.
패왕도에서, 이젠 패왕지존도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이 스킬은 ‘신등급’이 되었다. 거기에 중첩되는 즐거움의 효과까지 받는다.
[패왕지존도가 일시적으로 +3레벨이 상승합니다!] [패왕의 화마가 추가 공격력 14,000~18,000%의 데미지로 반경 260m~280m에 있는 자들을 공격합니다!]콰르르르르르르르르륵-!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던 에보크.
그는 던전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의 거대한 화마를 보며 긴장했다.
* * *
던전의 신 벤틀리.
그는 기분이 좋았다.
군신의 앞으로 가 그는 ‘신 위의 신’ 칭호에 대해서 승인했다.
-군신께서 선택한 후예가,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첫 번째 죽음을 맞이했나이다.
승인하면서 벤틀리는 보고를 올렸다.
그것은 군신의 심기를 일부러 건드린 것이다.
벤틀리는 군신의 후예가 자신이 되길 바랐다.
비록 절대적인 무력은 없으나, 그는 엄청난 던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때문에, 그 엄청난 던전으로 하여금 신들의 땅을 지키고, 군신의 힘이 합쳐짐으로써 자신이 이 신들의 땅을 지킬 유일한 재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군신은 말했었다.
-그대가 칭호를 승인한 이유는 불가능하다 판단해서겠지?
-제가 어찌 그런 판단을 내리겠습니까?
그리 말했으나 벤틀리는 돌아서며 웃음 지었다.
그리고 워프되어 아르갈리소 던전에 돌아온 벤틀리.
그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에바스의 혼.
그는 이 던전의 제작자였으며, 이 던전은 그의 역작이었다.
때문에 에바스의 혼은 자신의 최후의 던전이라 할 수 있는 이 던전에 깃들어 있다.
그런데 벤틀리가 알기로 그의 ‘활성화’의 발동은 위급상황 때만 이루어지는 걸로 알고 있다.
“위급상황이라고……?”
위급상황 시엔 도전자가 지나는 관문이 강화된다.
바로 그때였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던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이윽고 던전의 일부가 파손되며 하늘 위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다급해진 벤틀리가 서둘러 식신과 창신 에보크가 있는 곳으로 수정구를 비췄다.
수정구 안으로 거대한 검은 화마가 던전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던전을 가득 채운 뜨거운 화마 속에서 누군가 걷고 있다.
뚜벅뚜벅-
검은 화마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누군가는 두 자루의 검을 쥐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두 개의 쌍검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수백 번의 난도질.
쌍검술에 당한 이. ‘에보크’로 추정되는 자가 선 채로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그리고 천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와 함께.
쩍, 쩌저저저적, 쩌적-
에보크의 바로 등 뒤에 위치해 있던 거대한 에바스의 동상.
그 거대한 동상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와르르르 무너져내렸다.
검은 화마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화마가 걷히고 그 안의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무너진 동상 앞에 선 식신과 그 뒤로 쓰러져 있는 에보크.
식신이, 무너진 동상의 잔해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