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83
밥만 먹고 레벨업 884화
신들은 식신 민혁이 아르갈리소 던전에 도전하고 있는데도, 계속하여 그를 의심하며 ‘차라리 벤틀리에게 군신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군신은 그런 신들을 보며 한 신을 불러들였다.
그 신은 다름 아닌 음유시인의 신이었다. 음유시인의 신이 많은 신들 앞에 서서 말했다.
“식신이란 신을 처음 본 날은, 신들의 만찬 당시였습니다.”
신들 중,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리를 계승한 신도 있었고, 그 자리를 그대로 이어가는 신도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리를 계승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보다 뛰어난 후임이 등장하여 떠밀리듯 후예에게 계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음유시인의 신은 신들 중 가장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신 중 한 명이다.
그만큼 신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의 설레하는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며 나는 얼굴을 짓궂게 일그러뜨렸지요. 하찮은 대륙신에 불과한 자가, 신들의 땅에 와서 저런 미소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언짢았거든요.”
그는 눈을 감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누구보다 오만했고 삐뚤어진 신이었던 것이지요. 그는 신들에게 손가락질받았습니다. 신들의 만찬에 즐거워하는 미소로 섰던 그는 어느덧 땅에 널브러져 있었고 어떠한 신은 그의 머리 위에 포도주를 부었지요.”
“우리는 그를 쫓아냈고 그는 혼자 괴로워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그를 팔짱을 끼고 비웃으며 바라봤죠.”
그러나 음유시인의 신도 오랜 시간을 살았다. 한 번씩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읊다 보니 문득문득 그가 생각났다.
“나에겐 그럴 권리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살며 그는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다른 신들에게도 그런 권리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신들의 ‘오만’이 만들어낸 그 신에 대한 아주 큰 잘못이다.
음유시인의 신의 목소리와 그에 따라 이어지는 음악들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을 가졌다.
또한 오랜 시간이 흐른 이야기를 들으며 신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공감했다.
“너무 심했군.”
“과거의 신들께선 해선 안 될 일을 하셨어.”
“신을 그리 대하다니.”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식신을 군신으로 인정하는 건 아니다.
“저는 그를 오랜 시간 동안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낡은 그의 신전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신들을 위한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을요.”
“……복수인가?”
“나라면 복수를 준비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신. 특별한 요리도 만들 수 있는 신이지. 어쩌면 먹자마자 신력을 잃을 요리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군.”
“먹자마자 죽는 요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요리일지도 모른다. 그 요리를 각 종족에게 나눠주어 그들을 몰살시키고 우리에게 말했을지도 모르지. ‘다 너희들 때문이다’라고.”
신들의 갖가지 추측.
그 추측에 음유시인의 신은 작은 미소만을 지었다.
그가 하프를 퉁겼다.
디리리링-
아름다운 선율이 신들을 즐겁게 하고 더 귀 기울이게 만든다.
“제가 물었습니다. ‘무엇을 만드는 겁니까’라고.”
신들은 집중했다. 어떤 이의 추측이 맞았을까?
그는 정말 신력을 빼앗는 요리, 혹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요리, 또는 먹자마자 모두를 죽게 이르는 요리를 만들었을까?
“당시 식신은 저를 돌아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미소에서 만찬 당시 지었던 그의 설레는 표정이 겹쳐 보였지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음유시인의 신이 모두를 둘러봤다.
“……있는 요리.”
그 말을 들은 모든 신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신들이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중 어떠한 신들은 의아했다.
그것과 식신이 군신의 후예가 된 것의 연관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한 신이니 안타까워하고 존경하란 건가?
어떠한 신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군신의 재목인 것은 아니다.’
‘군신은 만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신이다.’
‘군신은 우리가 위험에 빠졌을 때,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 신이다.’
음유시인의 신도 신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란 건 알고 있을 것이다.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건, 현대의 식신뿐이다.
그리고 음유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그저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식신이 아르갈리소 던전을 공략했는지 확정되지도 않은 때에 그를 비난하며 가장 한심한 신이라고 욕하는 것을 멈추기를 바랐다.
그때.
[신들조차 놀랄 만한 업적을 쌓은 신이 등장했습니다!]“……!”
“……!”
“……!”
그 자리의 신들이 깜짝 놀라며 경악했다.
며칠 전, 식신 민혁이 아르갈리소 던전에 들어가고 난 후에, 그가 첫 번째 관문을 클리어함으로써 이와 같은 알림이 들렸었다.
수천 년 만에 첫 번째 관문을 클리어한 유일한 신.
그에 많은 신들이 경악했었다.
신들이 설마설마하며 귀 기울일 때, 그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그 신은 과거 신들에게 손가락질받은, 먹는 것을 좋아하던 신의 후예입니다!]신들이 더더욱 깜짝 놀랐다.
인간들이 업적을 세우면, 만인에게 알림이 울리는 것처럼 신들에게도 동일하게 울렸다.
그리고 꽤 많은 신들이 업적을 이루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두 번 연속으로 업적을 달성한 신은 매우 드물다.
[그 신은 아르갈리소 던전의 첫 번째 관문을 처음으로 클리어함으로써 놀라운 업적을 만들어냈습니다.]웅성웅성
신들의 웅성거림이 커져만 간다.
첫 번째 업적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리고 곧, 그 두 번째 업적에 대해 울려 퍼졌다.
[그 신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용되지 못하였던 블레스를 운용하는 데 성공하는 놀라운 업적을 만들어냈습니다!]“……!”
“……!”
“……!”
그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놀란 이는 다름 아닌 음유시인의 신이었다.
음유시인의 신은 블레스가 제작되던 그 현장에 있던 신이었으니까.
음유시인의 신이 현실을 부정했다.
“말도 안 돼.”
블레스가 운용되기 위해선 여러 생산직 신이 모여야만 한다.
또한 블레스는 사실, 전쟁 영웅 베이론 님께서 전사하시던 날. 강물에 잠겨 완전히 부서지고야 말았다.
그런 블레스를 운용한다?
“……아르갈리소 던전의 두 번째 관문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에바스 신은 그 관문에서 전쟁영웅 베이론 님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하셨죠. 혹시 그 전장이 재현된 것은 아닐까요?”
“…….”
그 추측이 가장 현실성 있다.
그렇다 한들, 블레스를 운용할 수 있는가?
그때, 한 신이 질문했다.
“음유시인의 신이시여, 블레스의 운용조건은 무엇입니까?”
음유시인의 신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손재주 3만일세.”
“…….”
“…….”
신들이 침묵했다.
손재주 스텟은 일반 스텟들과 다르게 분류되는 특별한 스텟이다.
기본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무언가를 반복하여야만 획득할 수 있는 스텟이 손재주 스텟이니까.
또 생산직 신들도 1만이 안 되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 들려오는 알림이 신들을 더 경악시켰다.
[……하였습니다!]* * *
[던전의 신 벤틀리가 규율을 어김으로써 특혜가 주어집니다.] [특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 스텟량 x2배 증가, 모든 공격력 1.5배 증가, HP 및 MP총량 1.6배 증가, 스킬 데미지 x2배 증가.]민혁이 벤틀리가 난입하였을 때 들었던 알림이었다.
베이론이 요새의 벽 위에서 날아올라 앞서 벤틀리와 전투를 치르러 갈 때, 민혁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타이탄과 닮은 거대한 전쟁병기가 눈에 들어왔다.
신민들이 흔들리는 요새에서 병기가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온몸으로 꽉 누르고 있었다.
민혁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그가 손을 뻗어 운용조건을 확인했다.
3만의 손재주.
민혁은 손재주 스텟을 퍼센트로 상승시켜 주는 다양한 아티팩트와 칭호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손재주 스텟을 1만을 넘긴 지는 오래였다.
또한, 벤틀리가 던전의 규율을 어김에 따라 x2배의 스텟 적용을 받을 수도 있었다.
“……블레스는 생산직 신들이 만들어낸 신의 병기입니다. 운용만 할 수 있다면 하늘을 가르고, 땅을 무너뜨린다고 전해집니다.”
민혁이 관심을 보이자 블레스를 꽉 누르고 있는 신민이 설명해 줬다.
민혁은 갈등했다.
특혜를 무엇을 선택할지.
‘그러나 그전에 파괴의 타이탄이 얼만큼의 데미지와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그에 민혁은 곧바로 파괴의 타이탄과 전투해봤다.
그리고 결론이 났다.
‘공격력이나 스킬 데미지가 x2배가 된다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혁은 폭발하는 타이탄들의 틈을 뚫고 블레스를 향해 내달리며 외쳤다.
“특혜로 손재주를 x2배로 상승시킨다!”
[손재주 스텟이 x2배로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곧바로 민혁이 블레스에 손을 뻗었다.
[블레스의 운용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블레스가 가동됩니다!] [블레스를 이용하여 당신의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블레스에 당신의 무기를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기본 공격력은 54,313입니다!] [블레스의 기본 공격력은 233,313입니다!] [당신의 기본 방어력은 64,365입니다!] [블레스의 기본 방어력은 303,100입니다!]“……?”
친절하게 자신과 블레스를 비교해주는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경악했다.
* * *
민혁은 타이탄들의 폭발을 뚫고 절벽과 충돌하려던 베이론을 구하여 조심스레 절벽에 기대게 했다.
어느덧 뒤쫓아온 파괴의 타이탄이 민혁의 앞에 서 있다.
“쌍검술.”
블레스가 두 개의 거대한 대검을 쥐었다.
그리고 민혁의 앞에 선 벤틀리 또한 그에 대한 알림을 듣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벤틀리는 식신이 ‘가장 보잘것없는 신’이라고 들어왔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에바스로부터 비롯되었다.
자신에게 들리는 그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
자신도 그리 믿어왔건만.
그는 단번에 부정했다.
‘말도 안 된다!’
곧 그는 현실을 깨달았다.
‘진짜 멍청했던 건 나와 당신이었던 겁니까?’
에바스 신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가장 어리석었던 건 자신들이다.
같은 신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무시해선 안 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이 여기서 패배하면 민혁은 군신이 되고, 자신은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속이 후련했다.
파괴의 타이탄으로 대검을 꽉 쥔 벤틀리, 그가 입을 뗐다.
“……미안하다. 이건 진심이다. 에바스 신을 대신하여서도, 나의 만행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살고자 하는 어떠한 바람이 아니었다.
늦게나마 깨닫게 해준 민혁에 대한 감사의 인사다.
벤틀리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명예로운 신이 되고자 했다.
대검을 꽉 쥔 그가 블레스에게 돌진한다.
콰아아아아아앙-
검을 막아내는 블레스는 파괴의 타이탄이 어찌할 수 없는 묵직함이 있었다.
검을 쳐내는 블레스와 타이탄이 매섭게 충돌했다.
그러나 파괴의 타이탄은 블레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콰자아아아아악-
그의 검이 팔을 긋자, 팔이 잘리며 스파크가 튀었다.
파지지지지지직-
타이탄의 몸 곳곳이 열리며 블레스를 향해 미사일을 폭격해 댔다.
콰콰콰콰콰콰콱-!
그러나 블레스에는 아주 작은 흠집만이 남겨졌다.
콰자아아악-
블레스가 쥔 검 중 하나가 타이탄의 복부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나 벤틀리는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그리고 왜일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보상을 하고 싶었다.
[아르갈리소 던전의 규율을 어김으로써 당신께 잘못을 저질렀던 던전의 신 벤틀리가 당신께 보상을 내립니다!] [던전의 신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모든 스텟 1%가 상승하며 HP 및 MP총량이 3% 상승합니다!]푸화아아아아악-
블레스의 검이 뽑혀 나왔다. 벤틀 리가 파괴의 타이탄의 장기, ‘연속폭격’을 발동했다.
그가 휘두르는 대검에서 한 번의 타격에 수십 번의 폭발이 블레스를 강타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블레스는 분명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충격을 무시하며, 한 손에 쥔 검으로 타이탄의 몸 곳곳을 난도질했다.
[경고! 위험합니다!] [경고! 위험합니다!] [파괴의 타이탄이 곧 폭발할지도 모릅니다!]그러나 벤틀리는 도망치지 않았다.
[던전의 신 벤틀리가 당신께 보상을 내립니다!] [그가 357,413플래티넘을 선물합니다!] [던전의 신 벤틀리가 당신께 보상을 내립니다!] [그가 신들의 땅에 사는 용의 뼈를 5㎏을 선물합니다!]벤틀리는 자신이 가진 많은 것들을 민혁에게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민혁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되려, 두 개의 쌍검을 늘어뜨리며 벤틀리를 노려봤다.
“와라!!!!”
벤틀리가 소리쳤다.
“학살자의 검.”
그 강했던 파괴의 타이탄을, 두 개의 쌍검을 쥔 블레스가 스치고 지나간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엄청난 데미지가 쉴 새 없이 타이탄에게 들어온다.
그러나, 벤틀리는 자신을 스쳐 지나간 민혁을 뒤를 돌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늦게나마 깨달은 자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인정하겠다.”
파괴의 타이탄의 폭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대가 군신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