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35
밥만 먹고 레벨업 936화
영상 속에 등장한 민혁은 아주 작은 웃음을 짓고 있다.
그에게 시작되는 질문.
역시나 알리, 데스와 동일하다.
[Q: 아테네를 시작하기 전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영상 속 민혁이 작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시한부였어요. 제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했죠.”
[Q: 처음 아테네를 시작하고 어땠나요?]“즐거웠어요. 폭식 결여증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했던 제가,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게.”
[Q: 아테네를 한 후 당신의 인생은 어떤가요?]그에 잠시 생각하던 민혁이 우물쭈물 말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해, 과분하다고 여겨집니다.”
동일한 몇 개의 질문이 지나가고 민혁에게 맞춘 질문이 이어진다.
[Q: 당신에게 천외제국이란 어떤 곳인가요?]민혁은 황제였다. 그런 황제였으나 그는 조금의 거짓도 없이 솔직하게 답변한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
피식, 하고 웃은 민혁이 카메라를 응시한다.
“언제 죽을지 몰랐던 제가 아테네에 접속하면 많은 이들이 반겨줘요, 잔소리쟁이 헤이즈, 심술 맞지만 귀여운 콩이, 할아버지 같은 밴…….”
그들을 생각하면 민혁은 웃음이 난다.
[Q:앞으로의 천외제국은 어떨까요?]“더욱더 커지고 강해질 겁니다. 결코 루브앙 제국에 뒤처지지 않게요.”
[Q: 천외제국이 멸망하여 모든 것을 잃는다 하여도 괜찮나요?]그 질문은 알리, 데스에게 했던 것과 같았다.
“제가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민혁은 알리와 데스가 어떤 답을 내놓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뿐.
“모두에게 미안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천외제국의 그 어떤 누구도 지금 민혁의 말을 듣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이다.
알리와 데스가 후회하지 않는다, 확실히 대답했던 것처럼.
[Q: 마지막으로 천외제국의 이들에게 하실 말씀 있나요?]그 질문에 민혁은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한참이나 모니터를 응시하던 민혁이 우물쭈물하다, 말했다.
“모두 감사합니다.”
치지지지지지직-
영상이 종료되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린 발렌티노가 중얼거렸다.
“부럽다…….”
황제인 민혁도, 그와 함께하는 알리와 데스도 부럽다.
발렌티노 그가 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래, 차라리 개가 되겠다!”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그런 개.
민혁은 천외제국에 들어오고 싶다면 ‘개’가 되라고 했으니까.
그는 민혁이 계승식장에서 빛이 되어 사라지기 전 말해줬던 전화번호를 떠올렸다.
그가 그 번호로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다급해진 발렌티노는 문자를 넣었다.
[민혁, 나 발렌티노다. 너의 개가 되겠다.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메시지를 보낸 발렌티노는 또다시 전화를 시도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도였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발렌티노는 신호음이 2초 만에 끝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상대방이 자신을 차단한 것이다.
“하하…….”
발렌티노는 알았다. 지금, 자신만큼 추잡한 사람이 더 있겠는가?
루브앙 제국에서 내쳐지자 천외제국에 구걸하는!
심지어 민혁은 황금 동아줄이 아닌, 썩은 동아줄을 던져 발렌티노를 놀렸다.
하지만 발렌티노는 그가 밉거나 하진 않았다.
자신이 이제까지 했던 만행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이나 술만 들이켜던 발렌티노.
다신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겠다 했던 그가 침대에 누워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자니……?]마치 전 남친 같은 문자였다.
* * *
[천외제국에 마법사 1,413명이 이주했습니다!] [천외제국에 네크로맨서 310명이 이주했습니다!]민혁과 데스, 알리가 업로드했던 인터뷰 영상의 파급력은 곧바로 나타났다.
회의실에 함께 앉아 있는 케런이 말했다.
“알리와 데스 님의 진실성 어린 말들이 폐하에 대한 신뢰감과 기대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최소한 그들은 자신들이 천외제국으로 이주하면 ‘후회하진 않겠다’라 확신한 것일 겁니다.”
민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한편, 알리와 데스를 바라봤다.
그는 케런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 물었다.
-그런데 케런. 만약 두 사람이 꺼려 한다면 안 했으면 해.
그 이유는 알리와 데스가 민혁만큼이나 험난하고 고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자들은 때론,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밝혀지는 게 두려워하는 법이다.
천외제국의 이득을 위해, 그들을 팔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되려, 그들은 한치도 부끄러워하지 아니했다.
‘그들은 이겨낸 자들이니까.’
자신들의 노력으로 이겨낸 이들은 더욱 큰 찬사를 받게 마련이었으니까.
그리고 헤이즈가 말한다.
“아직 연락 안 오셨습니까?”
“안 왔더라고.”
“이상한 일이군요. 지금 발렌티노의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히 연락을 했을 텐데.”
이제는 방패의 신이 된 발렌티노.
바로 며칠 전, 그의 공개처형식이 진행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민혁은 슬그머니 번호를 알려줬던 바 있다.
그런데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발렌티노의 영입을 제안한 것은, 바로 헤이즈였다.
또, 민혁도 아주 작은 빌미를 일부러 주기도 했다.
“악감정이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천외제국의 더 나은 길을 위해선 발렌티노를 영입하는 게 맞습니다.”
현재 민혁은 루브앙 제국으로부터 총 세 명의 인재를 영입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천외제국도 입맛에 맞게만 사람을 영입할 순 없을 거다.
그리고 지금의 발렌티노는 루브앙 제국에서 거저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만약 온다면 그만큼 페널티를 줘야지.”
민혁이 알리를 의식하며 한 말이다.
최근 그와 충돌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알리가 말한다.
“민혁아,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솔직히, 나한테 원킬 당한 사람이 했던 말을 신경 쓰겠어?”
알리의 말에 모두가 동감했다.
이것은 강자의 여유다.
알리는 발렌티노를 메테오로 단 한 번에 무력화시켰다.
그런 알리에게 도발했던 발렌티노의 말은 그저 개짖음밖에 되지 않았다.
애초에 신경 자체가 안 쓰이는 것이다.
그래도 민혁은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발렌티노를 영입한다면 반년 동안 아테네에서 그에게 발생하는 모든 아티팩트, 골드를 회수할 생각이야. 물론 천외제국에서 지급하는 돈도 없을 것이고.”
천외제국은 결코 발렌티노에게 친절하지 않다.
“또 천외제국 이주비로 30억을 요구할 거고, 그를 아브이토 영토의 영주로 보낼 생각이야.”
“호오…….”
“그거 괜찮네.”
천외제국 간부진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루브앙 제국에게 받아온 아브이토 영토는 개척되긴 했으나 완전한 개척을 이루어낸 것은 아니다.
영지를 중심으로 아직도 고레벨 몬스터 떼들이 너무도 많았다.
때문에 놈들의 영지 침범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최소한 병력을 이끌고 토벌할 자들이 필요했다.
현재, 극강팔인들이 파견되긴 했으나 그들은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훌륭한 인재들이다.
그를 대신해 발렌티노를 보낸다.
“완전히 개척되기 전까지 엄청 굴린다는 거네.”
“맞아.”
척후된 땅의 영주로 가는 것은 그만큼 고되고 힘든 일이다.
그리고 발렌티노가 힘들게 결실을 맺은 아브이토 영토를 통해 천외제국이 이득을 본다.
“더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헤이즈가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천외제국은 방패병들의 숫자가 무척이나 저조합니다.”
천외제국의 방패병의 숫자는 일반 제국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방패의 신이 된 발렌티노는 레벨업을 할수록 두각을 드러낼 것입니다. 또한, 방패의 신이 됨으로써 많은 방패병의 선망의 대상이 된 그였는데 지금은 감옥에 갇혔죠. 그런 그를 천외제국이 데려온다면, 엄청난 숫자의 방패병들이 이주할 겁니다.”
헤이즈가 결정적인 말을 했다.
“발렌티노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천외제국은 수백만 플래티넘 이상의 값어치를 가지는 겁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수백만 플래티넘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민혁이 말했다.
“그럼 뭐 해, 연락이 안 오는데.”
“…….”
“…….”
민혁의 말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 침묵을 깨고 민혁이 뭔가를 말하려던 바로 그때.
[신과 기사가……!] [기사단장 던은 현재……!]알림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 민혁.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발렌티노가 우리에게 먼저 제안하지 않으면 애초에 권유할 필요도 없긴 하지. 근데 지금 급하게 나태의 감옥이라는 곳에 가봐야 할 일이 생겼어.”
회의를 서둘러 끝낸 민혁이 일어나며 말했다.
꽤 중요한 회의를 서둘러 끝낼 정도로 급박한 일이었다.
그는 서둘러 루브앙 제국으로 향했다.
그 옆에는 브로드가 함께였다.
* * *
술에 취해 잠들었던 발렌티노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 그가 본능적으로 한 일은 바로 휴대폰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자니……?] [연락 주라며…….] [날 가지고 논 거야!?]누가 봐도 구질구질해 보이는 카톡을 보냈던 발렌티노는 답장이 와 있지 않자 실망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민혁에게 귓속말이라도 하자는 생각을 했다.
‘개? 아니, 차라리 돌멩이가 되더라도 천외제국에 가겠어.’
1년을 버리고 몰락하느니 그게 낫다.
천외제국에서 돌을 맞더라도 그것이 나아 보였다.
로그인하자마자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 나태의 감옥에서 나타난 발렌티노는 20%에 가까운 경험치가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입술을 깨문 발렌티노는 다시 한번 자신이 얼마나 큰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자인지 깨달았다.
막 귓속말을 보내려던 그는 아차 하고 멈춰섰다.
자신은 그의 귓속말 코드를 알지 못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모든 것을 퍼주고서라도 천외제국에 들어가려던 것마저 무산되었다.
끼이이이익-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들어온 그가 발렌티노의 앞에 섰다.
다름 아닌 민혁이었다.
민혁은 말 그대로 나태의 감옥에 볼일이 있어 얼굴만 비치러 온 것뿐이다.
애초에 자신이 먼저 제안을 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제안하고자 하지 않는 자가 천외제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않을 터.
그런데 들어온 이가 민혁이라는 것을 확인한 발렌티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날 놀리기 위해 온 것이냐!? 내가 한 전화도 안 받고, 날 차단하기까지 하고!”
“?”
민혁에겐 전화가 온 적이 없다.
“그래, 역겹겠지. 천외제국에 그런 짓을 했던 내가, 나락까지 떨어지니까 이제 받아달라고 한다는 건!”
“맞아.”
솔직히 그건 맞다.
하나, 천외제국은 그 대가를 지불받고 데려갈 생각이 있다.
그런데, 발렌티노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
“으, 으하하하하하! 천하의 방패의 신 발렌티노가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그래, 차라리 나 발렌티노. 천외제국의 개가 되겠다. 아니, 너희가 돌을 던지면 맞고 발로 차면 차이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
“다 가져가라! 지금 복종의 계약을 맺겠다. 50억, 아니, 100억을 주지!”
민혁이 본래 제시하려던 조건은 30억이다.
“그리고 1년간 천외제국에서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고 취하는 모든 이득도 상납하겠다.”
또한 본래 반년의 노예계약을 맺으려 했다.
“또, 네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지. 네 명령에 절대복종하겠다. 크흐흐흐흐, 아, 그리고 방패의 신의 신전을 천외제국 내에 지어주도록 하지. 물론 내 사비로!”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방패의 신을 찬양하는 유저와 NPC는 천외제국으로 모이게 될 터다.
“크흐흐흐흐흐……! 내가 복종의 계약을 제안하겠다.”
발렌티노가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흘려댔다.
“?”
민혁은 그저 발렌티노를 보기만 했다.
곧 민혁에게 알림이 울렸다.
[방패의 신 발렌티노가 복종의 계약을 제안합니다!] [그는 1년 동안 천외제국에서 취한 모든 수입을 상납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사비를 이용해 방패의 신의 신전을 천외제국 내에 지을 것입니다!] [그는 당신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것입니다!]‘누워서 떡 먹기?’
민혁은 단숨에 승인했다.
발렌티노는 그제야 쇠창살을 잡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라도 연명하는 게 낫다 싶은 거다.
그때, 아무 말 않던 민혁이 말했다.
“난 네 전화 받은 적 없다, 발렌티노.”
“개소리! 010 1234 5678 네 번호 맞지 않느냐! 날 또다시 조롱하는 것이냐!?”
“1234 5679다. 해외 번호로 계속 전화해 대서 상대방이 차단했나 보네.”
“…….”
발렌티노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