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48
밥만 먹고 레벨업 949화
“끄, 끄아아아아아악!”
뱀의 모습을 한 헬레냐의 조각이 몸에 엉켜 힘을 주자, 리챠드는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리챠드도 마세르라티 왕국의 왕이었고, 시간이 흘러 600레벨을 넘게 되었다.
흔히 ‘유저들’이 말하는 벽 하나를 넘어선 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레냐의 조각은 너무도 강했고 레벨도 높았다.
뿌드드드드득-!
“크흐읍!”
[HP가 6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4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끊임없이 들려오는 알림에 리챠드는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가…… 라……!”
리챠드는 솔직히 말하자면 유저였다.
여기서 강제 로그아웃 당한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피해만 볼 뿐이다.
리챠드는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했다.
[절대군주의 투기가 적들을 굴복시킵니다!] [발동 시간 동안 MP를 감소시켜 적들을 제압합니다!]절대군주의 투기는 리챠드가 레벨 600이 되면서 개방된 스킬이다.
사용하는 순간, 지속시간에 따라 MP가 끊임없이 떨어지지만, 적들을 무릎 꿇릴 수 있었다.
쿠르르르르르르르-!
몸이 묶인 리챠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류가 폭사한다.
폭사한 그 검은 기류들이 마세르라티 왕국군을 뒤쫓던 독 품은 아나콘다 수천 마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취이이이이이익-
취이이이이이이익-!
또한 리챠드의 몸을 강한 힘으로 압박하던 헬레냐의 조각의 힘도 느슨해졌다.
“빨리……!”
리챠드가 서둘러 명령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리챠드는 ‘마세르라티 왕국’에서 너무도 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왕이었다.
“전하, 처음으로 전하의 명을 어깁니다.”
마세르라티 왕국에는 전설 NPC, 그리고 신에 가까워진 자가 한 명 있다.
그는 절대군주 리챠드의 절대군주의 낙인을 받을 시, 어지간한 신의 검 두 명을 상대해 낼 수 있다.
그의 이름은 로아더였다.
그리고, 로아더뿐만이 아니었다.
마세르라티의 다른 정예병들도 자신들의 왕인 리챠드가 잡히자 걸음을 멈췄다.
“이 멍청한……!”
리챠드는 기뻤으나 슬펐다.
목숨까지 내버릴 정도로 그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에.
또 오늘, 그들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말 안 들을 거 알잖아요, 그러기엔 리챠드 전하가 너무 좋은 왕이세요.”
마세르라티 길드의 기둥 중 한 명인 재앙술사 레컬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리챠드를 대신해 명령했다.
“전하를 구출하고 모든 적을 섬멸하라!”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다양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레컬의 손끝을 따라 수십여 개의 번개가 내리쳤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내리친 번개가 독 품은 아나콘다들 사이에 떨어졌다.
곧, 정예기사들이 절대군주의 투기에 발이 묶인 독 품은 아나콘다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로아더를 비롯한 전설 NPC들이 일제히 헬레냐의 조각에게 달려들었다.
현재 로아더의 레벨은 약 620.
여기서 절대군주의 낙인을 받은 것까지 생각하면 700레벨 이상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일반몹과 보스몹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보스몹들의 경우, 같은 700레벨이라도 일반몹 열댓 마리보다 강하다.
애초에 보스몹으로 분류되는 경우 다양한 특성과 높은 HP량, 끊이지 않는 무한한 MP를 가지기 때문이다.
레벨이 같다고 모든 게 같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하나, 로아더의 절삭력을 높여주는 힘에 따라 그 단단했던 헬레냐의 조각의 비늘이 갈라지며 피가 솟구쳤다.
“키헤에에에에에엑!”
로아더가 거친 비명을 터뜨리는 놈의 몸통을 힘껏 찔렀다.
푸우우우우욱-
미친 듯이 놈이 발버둥 칠 때에 다른 이가 서둘러 리챠드를 구출해냈다.
곧바로 왕국의 자랑들이 빠른 속도로 헬레냐의 조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현재 절대군주의 낙인 효과를 받아 레벨 640~660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었다.
콰자아아아아아악-!
콰콰콰콰콰콰콱-!
쿠르르르르르릉-!
레컬이 허공에 거대한 바위 여러 개를 만들어내더니 그대로 헬레냐의 조각에 내리꽂았다.
이어 로아더가 또 한 번 헬레냐의 조각을 베어내며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혔다.
정신을 차린 리챠드가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의 MP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대신, 절대군주의 투기에 억눌리는 독 품은 아나콘다를 정예군이 차근차근 제거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리챠드는 서둘러 포션을 마시며 작은 희망을 보았다.
첫 번째 헬레냐의 던전.
그리고 첫 번째 헬레냐의 조각의 사냥.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할 시, 일반 보스급을 상회하는 보상이 나온다는 것은 바보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이미 모든 아군이 적들 사이에서 활약하고 있는바.
‘놈들의 속도를 감안했을 때, 다시 도망친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개죽음을 당할 확률이 높아졌다.’
그들의 틈에서 싸우는 것과 그들에게 벗어나 있던 것은 완전히 달랐다.
“키헤에에에에에엑!”
어느덧 독 품은 아나콘다의 숫자가 약 1천3백여 마리 정도가 감소했다.
남은 숫자는 약 1천5백여 마리다.
절대군주의 투기에 의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놈들을 사냥하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 마세르라티의 정예기사들의 검은 노련했다.
이대로 간다면.
그래, 이대로만 간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로아더는 몸 곳곳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 헬레냐의 조각의 꼬리가 작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질주.] [헬레냐의 조각이 평소의 3배 스피드로 질주합니다!]헬레냐의 조각이 갑자기 속도를 내더니 로아더를 들이받았다.
그에 멈추지 않고, 곧바로 독 품은 아나콘다를 사냥하고 있던 정예기사들 또한 온몸으로 들이받아 댔다.
콰지이이익-
우두두두둑-
“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아악!”
빠른 속도로 쓸려 나가는 정예기사들.
그들이 순식간에 약 150여 명이 죽어 나갔다.
“내가 이놈들을 잡고 있을 테니, 조각부터 사냥해라!”
리챠드는 독 품은 아나콘다보다 조각을 사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모든 아군의 공격이 헬레냐의 조각에게 퍼부어진다.
“키헤에에에에에엑!”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 놈을 로아더가 빠르게 압박한다.
또한 재앙술사 레컬이 끊임없이 소환한 재앙을 놈에게 내리찍어 대고 있었다.
‘조각을 사냥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리챠드는 자신의 MP량을 계속해서 체크했다.
현재 40%.
이 정도라면 독 품은 아나콘다들이 움직이기 전에 헬레냐의 조각 사냥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조각만 사냥된다면 독 품은 아나콘다를 사냥하는 것은 쉬워진다.
헬레냐의 조각의 몸에 상처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놈을 죽일 수 있다.
곧 놈의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미친 듯이 발버둥 친다.
리챠드는 희열했다.
정말로 불가능해 보였던 헬레냐의 조각 사냥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레냐의 조각을 미친 듯이 몰아붙이던 로아더는 보았다.
뱀의 모습을 한 헬레냐의 조각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로아더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놈은 전하를 가장 먼저 잡았다.’
‘그것은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
‘놈은 일부러 우리 모두가 밀집되길 기다렸다.’
생각이 거기까진 미친 로아더가 서둘러 모두에게 몸을 빼라는 명령을 내리려던 때였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헬레냐의 조각의 입에서 초록색 독이 끊임없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 독들은 마세르라티 왕국 정예들의 폐부로 빠른 속도로 들어왔다.
[신경이 마비됩니다!]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리챠드 또한 그 독을 마셨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또한 모든 몸의 핏줄이 부풀어 올라 그로데스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허억허억……!”
숨 또한 거칠어졌다.
리챠드는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들이받힌 로아더는 기형적으로 다리뼈가 뒤틀려 있었다.
인근 나무에 처박힌 로아더는 리챠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전…… 하…….”
헬레냐의 조각이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정예기사 수십을 거대한 몸통으로 한 번에 옭아맸다.
그다음.
뿌드드드드드드득-!
콰드드드드드득-!
1초도 걸리지 않아 토마토처럼 짓이겨 죽여 버렸다.
콰자아아아악-
콰지이이익-
푸화아악-!
리챠드는 쉴 새 없이 죽어 나가는 정예기사들을 보며 절망했다.
마세르라티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이들이다.
심지어 대다수가 NPC였기에 이젠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헬레냐의 조각을 중심으로 독 품은 아나콘다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헬레냐의 조각의 꼬리에서 작은 빛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독 품은 아나콘다들의 꼬리도 일제히 작게 빛났다.
방금 전 보여줬던 ‘질주’가 분명하다.
3배로 빨라진 속도로 질주해 모든 적들을 공격하는.
천오백 마리에 이르는 아나콘다와 헬레냐의 조각이 질주를 하는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전멸할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키헤에에에에에에엑!”
기쁨의 포효를 터뜨린 헬레냐의 조각이 돌진해 오기 시작했고, 그 옆을 아나콘다들이 뒤따랐다.
순식간에 50여 명의 기사들을 죽인 헬레냐의 조각이 어느덧 리챠드의 코앞에 있었다.
그때였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단 한 명의 사내가 거대한 사각방패를 리챠드의 앞에 힘껏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해진 방패가 몰려오던 헬레냐의 조각과 천 마리가 넘는 아나콘다들을 단숨에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콰콰콰콰쾅-!
거대하고 기다란 방패 너머, 쉴 새 없이 놈들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 놀라운 것은 강한 힘을 가진 아나콘다와 헬레냐의 조각의 충돌에도 방패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옆에서 나타난 사내가 물었다.
“저거 제가 죽여도 됩니까?”
다름 아닌 천외제국의 민혁이었다.
어떻게 보면 마세르라티가 사냥하던 그들을 민혁이 죽이는 건 ‘스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나쁜 의미의 스틸이 아닌, 아주 좋은 스틸.
리챠드가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면서 말했다.
“서, 서둘러 밴을 소환하십시오!”
헬레냐의 조각은 레벨이 700을 넘어서고, 독 품은 아나콘다들은 1천 마리가 넘는다.
그런데 민혁이 쓰게 웃었다.
“밴 어르신은 바빠요. 오늘 코끼리 똥으로 몇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해 보신다고 했거든요.”
“……?”
리챠드는 이 미친 작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때, 민혁이 말했다.
“또 이 정도에 어르신이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곧바로 민혁이 말한다.
“방패 치워.”
발렌티노는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방패를 거뒀다.
그 순간, 방패 앞쪽에 있던 무수히 많은 놈들이 밀려왔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그러나, 이미 민혁의 한 자루의 검에선 패왕지존도가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마세르라티 왕국의 정예들이 애를 먹었고 또 죽이기도 쉽지 않았던 높은 방어력을 지닌 독 품은 아나콘다들이 녹아내린다.
또한, 헬레냐의 조각도 불길에 휩싸여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리챠드는 과거, 민혁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민혁은, 자신이 쫓을 수도 없을 만큼 높이 성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