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54
밥만 먹고 레벨업 955화
헬레냐가 자신의 조각들을 불러들이기 전, 천외제국은 요새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 헬레냐의 마법에 의해 무척이나 많은 것이 제한된 상황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민혁의 요리버프다.
베이오든 요새 인근에서는 그 어떠한 버프도 적용되지 않는다.
민혁은 요리버프로 600레벨의 유저를 700레벨의 힘을 갖춘 자들로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마저 제한되었다. 그다음의 것은 바로 비쇼르의 폭탄이었다.
비쇼르는 헬레냐의 마법이 자신의 폭탄들의 사용을 제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쇼르는 자신이 만들었던 폭탄들을 서둘러 보완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요새에 설치할 폭탄에 새로운 힘을 추가했다.
그가 작동 스위치를 민혁에게 건넸다.
“스위치?”
비쇼르의 폭탄은 그의 의지에 따라 대부분 폭발하곤 했다.
때문에 비쇼르가 스위치를 만든 것은 처음 본다.
“헬레냐의 마법이 폭탄 사용을 막아내려 해도, 내가 심어놓은 한 개의 폭탄은 이 스위치로 작동할 수 있을 거다. 심지어 그 폭탄이 터지면 다른 폭탄들도 함께 터지기 때문에 결국 헬레냐도 막을 수 없을 거고.”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고, 비쇼르가 말했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그 폭탄은 헬레냐의 마법이 닿지 않게끔 제작되어 강한 힘으로 지켜지고 있다.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스위치를 누를 수 있다. 그리고 스위치를 누르기 전 배리어를 두르고 있다면, 배리어의 영향에 스위치가 눌리지 않을 거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비쇼르가 고개를 주억였다.
“폭탄과 반경 5m 내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누르는 순간, 피할 새도 없이 바로 터진다.”
민혁은 그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터뜨리는 당자사가 그 피해량을 껴안아야 한다는 거군.”
비쇼르가 고개를 주억였다.
민혁은 그 폭탄의 스위치를 누를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희생이 아니다.
자신에게 ‘절대무적’이라는 스킬이 존재했고 그를 사용한 상태에서 폭탄을 누르면 상황은 종료되게 된다.
“알리. 이 폭탄을 터트릴 때 남은 모든 인원을 데리고 매스 텔레포트해 줘.”
“알겠다. 그런데 만약, 헬레냐의 마법이 우리의 마법을 제한한다면 어떻게 되지?”
“…….”
민혁은 그 말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천외제국의 랭커들.
그리고 민혁이 곳곳에서 지원요청을 한 유저들.
그들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민혁은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폭탄은 어떻게 해서든 터뜨려야만 한다.
물론 터뜨리기 전에 놈들을 섬멸시킨다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모든 유저들이 있을 때, 이 스위치를 눌러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터뜨려야 할 땐 망설이지 마라. 10개월 후 헬레냐가 강림하는 것보단 낫다.”
그리고 민혁이 지원요청을 한 동물의 신, 속박의 신, 공성무기의 신들도 동감하는 표정이었다.
“천외제국과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즐거울 따름입니다.”
“설령 터뜨려서 강제 로그아웃 당한다고 해도 잃는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다고 판단돼서요.”
실제로 강제 로그아웃 당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긴 할 것이다.
헬레냐의 조각들을 막고 그녀의 온전한 강림을 막았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이야기를 끝낸 민혁은 다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려 했다.
그때.
[헬레냐의 조각들이 그녀의 품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알림이 울려 퍼졌다. 그 자리의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며칠이나 더 빨랐다.
이제 곧 놈들이 몰려올 것이다.
전투에 임하기 전,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조각들이 헬레냐에게 가는 것을 막아야만 해.”
모두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우리를 지켜줄 브로드, 밴과 같은 이들도 없어.”
천외제국은 많은 NPC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공략 불가능했던 보스몹들도 이제껏 사냥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칸이 손목을 풀었다.
“기다렸던 때야.”
천외제국에 대한 이야기에 NPC에 대한 말들은 끊이지 않는다.
NPC들이 있기에 천외제국이 있다고들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자리의 하이랭커들 역시 강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곧 귓속말이 왔다.
[케런: 유저분들의 시점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걸 여러 방송사와 협의하겠습니다.]케런은 지금 이 순간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민혁도 그 생각에 동감했다.
어느덧 준비를 끝낸 민혁은 놈들이 어떤 식으로 올지를 대비했다.
* * *
헬레냐의 조각들이 그녀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알림을 듣고 세계 아테네 유저들이 탄식했다.
아, 끝이다.
자신들은 헬레냐의 조각들을 절반조차 막아내지 못했다.
[10개월 후 아테네는 어떻게 될까.] [10개월 후면 유저랑 NPC들 다 죽고 많은 이들이 아테네를 떠나지 않을까 싶기도 함.] [멸망한 아테네에서 살아남기. 후.]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가슴속에 들어찬 응어리를 느꼈다.
속이 답답하고 쓰리다.
그 와중에 방송국 카메라들이 마법진을 타고 이동한 조각들을 찾아내는 데 이르렀다.
수천 마리의 조각들의 뜀박질을 보며 많은 이들이 한숨 쉴 때.
그들과 다르게, 한숨 쉬기보다 마지막까지 싸워보기로 한 자들이 있다.
요새 곳곳에 세워지는 포크와 나이프가 각인된 문양.
나무 곳곳에 숨어 있던 천외제국 하이랭커들의 등장.
많은 이들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 유저들은 갈 곳을 잃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포자기할 때, 그들은 조각들을 막아낼 마지막 방법까지 생각해 냈다.
㈜즐거움의 강태훈 사장도 화면을 바라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우리도 생각해 내지 못했던 방법.
아니, 생각해 낸다 할지라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다.
도전하는 자들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의 유일한 선물.
[가장 위대한 결사대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지니.] [칸.] [로크.] [아레스.] [에이스.] [크로우.] [메이웨이.] [발렌티노.] [알렉산더.] [바할드.] [알파드.] [알리.] [데스.] [켄라우헬.] [루트.] [에브론.] [켄스.] [아스갈.] [펠러우.] [에르셀.] [켄타로.] [아벨.] [칸드라…….] [라부…….] [루시아…….] [알리샤…….] [그리고…….] [민혁.]]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마지막 전선에 남아 있는 자들의 이름.
많은 이들의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도 저곳에 함께하고 싶다.
나 또한 저곳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싶다.
그들이 그런 작은 바람을 품을 때.
“멸하라.”
그들을 이끄는 민혁이 요새 위에 서서 말했다.
조각들은 평균적으로 레벨 600을 넘어선다.
아무리 세계에 600레벨을 넘어서는 유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고는 하나 600레벨이 넘는 몹들.
심지어 보스급에 해당되는 자들은 유저들이 상대하기에 매우 벅차다.
그러나 용기 있는 자들.
그런 자들 중 한 명인 칸이 가장 먼저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며 미친 듯이 내달리는 조각들에게 600레벨을 달성하며 얻은 궁극기를 펼친다.
“거인 폭격.”
칸의 주변으로 수백여 개의 바위만 한 크기의 주먹이 만들어진다.
그 주먹들이 일제히 조각들 사이로 떨어진다.
콰아아아앙-!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쉴 새 없이 꽂히는 주먹들이 조각들을 미친 듯이 타격한다.
“키헤에에에엑”
“크하아아아아악!”
“크라아아아아악!”
“키야아아아아악!”
그러나 놈들의 방어력과 HP는 한없이 높다.
그것이 보스몹 사냥이 가장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 또 다른 자가 하늘로 번쩍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칸과 그를 보며 ‘용호상박’이라고 했다.
어느덧 세계 격투가 랭킹 1위에 오른 칸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는 자.
바로 아레스다.
하늘로 솟구쳤던 아레스가 빠른 속도로 하강한다.
쿠르르르르르르-!
그의 발에 맺힌 강대한 기운이 주변 공기를 뒤흔들었다.
곧바로 그가 조각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한 번만 이어지는 강한 공격이 조각들 수백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솟구치게 한다.
그러나 놈들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미친 듯이 돌진하는 그들 앞에 한 여인이 서 있다.
은빛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그녀가 쥔 대검에서 붉은 기류가 폭주한다.
대검 그립에 감싸진 염주가 붉은빛으로 번쩍인다.
아수라.
절대반신 클래스이자 아테네 유저중 최고의 딜러라 불리는 여인이다.
“피폭발.”
쿠호오오오오오오오-!
조각들을 가로막은 그녀의 검 끝이 겨누는 곳.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조각들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놈들의 속도는 여전히 줄지 않았으며 그 앞을 가로막은 여인도 피하지 않았다.
대검으로 가장 선두에선 조각을 겨눈 여인이 읊조린다.
“살인귀 난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가장 선두에 선 조각의 몸이 미친 듯이 난도질 된다.
“크하아아아아아악!”
쿠우우우우우웅-
첫 번째 조각이 쓰러진다. 곧바로 폭주하는 난도질이 거미줄처럼 주변으로 번져 나갔다.
그러나 이는 첫 대상에 한해 딜량이 매우 높은 수준이며, 갈수록 데미지가 감소하는 스킬이다.
시청자들이 감탄한다.
이제 겨우 한 마리가 아니다.
어지간한 왕국도 그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아직 본격적인 시작도 아니다.
또 다른 사내가 번쩍 뛰어올랐다.
그의 이름은 알렉산더.
민혁과 견주는 아테네 최고의 랭커이다.
“무기폭발.”
그의 주변에서 뽑혀 나온 수백 개의 무기가 일제히 조각들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콰쾅-!
* * *
헤이즈는 고대의 서적을 통해 끊임없이 헬레냐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또 천외제국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 불안한 게 있었다.
“발자국이 있었다…….”
그녀가 그 말을 곱씹어봤다.
먼저 다녀간 자의 발자국.
헬레냐의 조력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썬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에 그 조력자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뿐이다.
그리고 헤이즈는 또 다른 책을 펼쳤다.
그리고 해당 책을 읽어 내려가며 집중했다.
과거에도 헬레냐의 조각은 존재했다.
그러한 내용이 책에 적혀 있었다.
헤이즈가 더 빠른 속도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헤이즈가 멈칫했다.
“……헬레냐의 조각은, 그녀의 힘처럼 보이나 사실이 아니다.”
그 대목에서 그녀의 동공이 커다래진다.
“헬레냐의 조각들은 그녀의 제자 아름브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제자.
헬레냐에게 제자가 있었다.
갈수록 책을 읽어 내려가는 헤이즈의 목소리가 떨렸다.
“실제 헬레냐의 진짜 조각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의 제자 ‘아름브’일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긴 헤이즈가 벌떡 일어섰다.
발자국의 주인.
그는 진짜 조각인 ‘아름브’일 것이다.
* * *
똑똑-
네르바 세피로스가 있는 침실을 누군가 노크했다.
네르바가 들어오라 명하자 곧바로 한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블라드 공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