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69
밥만 먹고 레벨업 970화
랄스덴이 시각장애인이 된 후, 그 누구도 그의 노력과 인내를 알아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선 민혁이 말했다.
“노력했으니까요.”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남겼던 명언들을 곱씹던 랄스덴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다.
넌 이제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노력해도 안 된다 말했던 사람들과 달랐다.
입술을 꽉 깨문 랄스덴이 말했다.
“영원히.”
그가 자신의 눈물을 훔쳐내며 말한다.
“천외제국과 당신을 위해 이 아테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뚜렷한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랄스덴의 이 약속은, 절대 거짓이 아닐 것임을 민혁은 알고 있었다.
민혁은 그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를 닮았기에.’
또 그런 한편으로.
‘나보다 더 노력했을지도 모르기에.’
이것은 그를 통한 전력보강이나 혹은 이득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순전히 민혁이 아테네에서 벌어들인 개인자금으로 하는 일이었다.
“서울병원에서 기증각막을 찾고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금방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
서울병원은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불린다.
덧붙여 일화그룹 계열사이기도 했다.
“그냥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요. 그 어떤 것을 받고자 함은 없습니다.”
민혁의 말에 랄스덴이 무너져내렸다.
천외제국과 민혁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 약속한 그였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죽어도 당신을 위해 죽겠습니다……!”
그가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 것이다.
그를 혹여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그를 자신이 죽일 것이다.
1년 후 세상을 놀라게 할 ‘일인군단 랄스덴’의 다짐이었다.
* * *
랄스덴의 울음이 잠잠해지자 민혁은 궁금해졌다.
‘50레벨에 150레벨만큼의 스텟을 보유할 만큼 노가다했던 그가 노가다의 신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앞서 깨워준 것일지도 몰랐다.
민혁은 자신이 새로이 키워내기로 한 랄스덴이 보유한 것들이 궁금했다.
“혹시 노가다의 신이 됨으로써 얻은 특혜는 어떻게 되지?”
이제 민혁은 그의 주인이 된 셈이다.
자연스러운 하대에 랄스덴은 조금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손재주 5배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
“또 손재주 습득률도 5배네요.”
“……?”
“아, 더 특별한 스킬도 있네요. 패시브 스킬인데 ‘보상받는 자’라는 스킬입니다.”
랄스덴이 꼼꼼히 확인 후 말해줬다.
“노가다와 관련한 모든 것을 할 때, 수확률 및 획득률이 0.5배 상승하네요. 심지어 노가다의 신이 사냥한 몬스터는 아티팩트 드랍률이 기본적으로 0.3배, 경험치가 0.3배 추가로 드랍되거나 들어온다고 되어 있어요.”
“……?”
민혁이 경악해서 물었다.
“혹시 스킬 레벨이 1이야?”
“네. 아, 레벨업 할 때마다 노가다 관련한 것들은 0.2배씩 증가하네요.”
민혁은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부러운데……?’
그 말은 보상받는 자라는 스킬이 9레벨을 찍으면 노가다로 얻는 모든 보상이 2배 이상씩 상승한다는 거다.
‘심지어 9레벨을 넘으면 진화하는 스킬들도 있다.’
저기서 진화된다면?
‘이거 사기잖아?’
쉽게 표현하면 민혁이 감자 하나를 수확했을 때, 그는 2개의 감자까지 수확할 수 있는 거다.
문득 민혁은 생각했다.
‘원한다면 획득하는 요리의 양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최근에 받은 식신의 직업 퀘스트에 답이 있다.
[직업 퀘스트: 반인들의 세상.]등급: 직업
제한: 레벨 650.
보상: 식신과 관련한 스킬 창조권(모든 퀘스트 완료 시), ???
실패 시 페널티: 마지막 식신의 힘을 개방할 수 없음.
설명: 잡종이라 불리는 반인들이 살아가는 세상.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그 세상에 당도하라!
보상에 따르면 식신과 관련한 스킬 창조권이 존재한다.
창조하다. 즉 만든다는 의미였는데, 민혁이 새로운 식신의 스킬 하나를 새로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식신의 대부분의 스킬들은 버프용이거나 먹기 위한 용이다.’
정작 민혁은 더 맛있게 행복하게 먹었으면 한다.
랄스덴을 보며 그 방법을 떠올려 본다.
‘나도 농부들처럼 씨앗을 뿌리고 밭을 가꾸는데, 만약 수확률이 더 좋다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릉이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릉이는 수확률을 높이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생명의 정령인 그릉이를 거느리고 있는 민혁에겐 불필요하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해 본다.
‘매번 나는 맛있는 요리를 먹고 아쉬워하곤 한다.’
특히나 신등급 재료들 중에 그러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유는 신등급 재료들이 너무도 맛있었기 때문이다.
신등급 재료는 두 번 다신 얻을 수 없는 재료인 것이 그 문제였다.
단순히 능력을 떠나서 다신 먹을 수 없다는 것.
‘아는 맛이기에 더 괴롭다.’
민혁은 그러한 생각을 꾸준히 하곤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했다.
‘다시 얻고 싶다.’
하지만 현존하는 아테네에 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불과 1분 전까지는.
‘식신과 관련한 스킬을 창조한다는 건 요리와 재료를 연관시킬 수 있다는 뜻.’
민혁의 눈이 반짝였다.
‘만약 신등급 재료를 획득하고 해당 재료의 일부를 추출해 씨앗을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씨앗을 땅에 묻고 잘 키워주면, 다시 같은 신등급 재료가 자라나게 된다면?
“……!”
민혁의 눈이 번뜩 뜨였다.
‘미쳤다.’
너무 흥분되어 가슴마저 쿵쾅거렸다.
‘신등급 재료를 재배하는 능력이라니!’
아니, 꼭 신등급 재료가 아니어도 된다.
스텟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영약과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만약 민혁이 퀘스트를 완료하고 스킬 창조만 이처럼 성공한다면 꼭 꿈은 아니다.
‘신등급 재료의 밭!’
정말 오래간만의 두근거림이었다.
그때 기다렸던 귓속말이 들려왔다.
[아벨: 반인들의 세상에 대한 힌트를 찾았다.]민혁은 아벨의 귓속말에 랄스덴에게 새로이 얻은 노가다 능력을 마음껏 뽐내보라는 말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 * *
민혁이 아벨과 마주 앉았다.
아벨이 자신이 얻어온 정보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반인들의 세상은 존재해 왔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반은 인간, 반은 엘프들의 숫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도 여러 반인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중 특별한 이들 중엔 반인반신이나, 반인반초월자들도 있겠지.”
아벨도 확신은 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인간 세상과도 교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예 없는 걸로 확인된다.”
아벨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뭐 대충, 예상한 내용들이겠지?”
아벨의 말처럼 민혁이 대부분 예상한 것들이긴 했다.
아벨이 이 정도 정보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반인들 세상이 베일에 감춰져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
보통 이러한 세상으로 넘어가면 더 특별하고 뛰어난 보상이 즐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반인반신, 혹은 반인반초월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물론 그 숫자가 많을지는 모르겠다만 쉬운 곳은 아닐 거야.”
아무리 반인반신이라 할지라도, 신의 힘을 일부 가진 자들이다.
반의 초월자들의 힘을 가진 자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걱정 마.”
민혁이 고개를 주억이자 아벨이 설명했다.
“그래도 가는 방법에 대해선 알아왔다. 대륙의 주인 에스덴을 아는가?”
“물론 알지.”
대륙의 주인 에스덴은 대륙의 어떠한 곳이든 보내준다고 알려진 대륙의 마법사 중 한 명이다.
“무척 깐깐하고 욕심 많은 노인인 것으로 알고 있어.”
또한 그는 대륙 어디든 보내줄 수 있기에 다양한 히든 퀘스트나 새로운 사냥터 등으로도 보내줄 수 있다.
물론 그 기회를 가진 자들과 에스덴이 허락한 자들에 한해서다.
“그 깐깐한 노인이 아직 그 누구도 보내주지 않은 반인의 세상에 보내주려 할지는 의문이군.”
아벨의 우려였다. 하지만 민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인의 세상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이는 곧, 민혁이 신등급 재료 밭을 만들겠다는 꿈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다.
그는 기대감에 벌떡 일어섰다.
“아벨, 고마워! 나중에 꼭 밥 한번 살게!”
한국인의 흔한 인사를 한 민혁이 바삐 움직이며 나섰다.
그에 아벨의 목구멍 끝이 간질거렸다.
“너 밥 산다고 해놓고 내 것도 다 먹잖아…….”
* * *
대륙의 주인 에스덴.
많은 사람들은 그가 아테네의 ‘길잡이’로 선택받았다 말한다.
그 말처럼 에스덴은 유저들이 받는 히든 퀘스트의 장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 또는 미지의 세상, 또는 다른 세상까지.
모르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아직 개방되지 않는 던전들마저 알고 있는 그였고, 사람의 속을 꿰뚫어 본다는 말도 있었기 때문에 각 제국의 황제와 왕들마저 그를 하대하지 아니했다.
또 일반 워프비에 비해 그는 거의 10배를 넘는 이득을 취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기 마음대로였다.
워프의 탑의 탑장인 그는 길게 줄 선 이들을 보았다.
“천궁의 길에 대한 힌트를 찾았고 그 천궁이 아주 깊은 무덤 안에 잠들어 있다 들었는데, 혹시 그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한 유저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물었다.
에스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백발이 무성한 노인인 그는 자신의 길게 기른 턱수염을 쓸었다.
“알다마다.”
“정말입니까?”
사내는 그곳에 대한 정보를 수백 일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찾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에스덴은 그에 대해 알고 있다 말하고 있다.
“얼마입니까? 정보만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에스덴이 짧고 굵게 답했다.
“딱 100만 플래티넘만 내시게.”
“그렇군요. 100만 골드. 듣던 것보다 너무 싼…… 예?”
100만 플래티넘이면 어지간한 왕국의 일 년 운영금으로도 쓸 수 있다.
고작 전설 직업과 연관된 것 하나에 대한 힌트 값치고 너무 비싸지 아니한가?
“무슨…….”
“끌끌, 자격도 없는 자가 나를 찾아와 그에 대해 물으니, 그것이 알고 싶다면 돈을 많이 내야겠지 않겠느냐.”
사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레벨 400이 넘으며 활을 누구보다 더 잘 다룬다. 그런데 그 자격이 아직 없다 하다니?
얼굴이 붉어진 그에게 에스덴이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 수정구에 손을 올려보거라.”
사내는 얼굴이 시뻘게져 수정구 위에 손을 얹었다.
곧 에스덴이 수정구에 뻗어진 그의 손을 통해, 그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곧 눈을 감았다 뜬 에스덴이 말했다.
“그래, 가격이 말도 안 되었구나.”
“하하, 역시 그렇…….”
“1,000만 플래티넘. 네놈은 1,000만 플래티넘은 받아야겠구나.”
그 정도로 그 직업을 얻기에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
그 말을 들은 유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런 X, 고작 NPC 새끼가 뭘 안다고……!”
해당 유저는 그 직업을 얻기 위해 1년 이상을 소비했다. 문제는 실력이 받쳐주었기에 그 직업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게 아니라, 운이 좋아 찾았던 것에 불과한 것.
자신이 이제까지 들인 공이 눈앞에서 물거품이 된 듯하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에스덴은 평범한 NPC 따위가 아니었다.
“이놈을 데려다가 감옥에 1년 동안 가두거라.”
“예!”
마법사들이 유저를 질질 끌고 갔다.
유저가 1년 동안 아테네를 감옥에서 보내는 건 가장 끔찍한 형벌.
놀라운 사실은 설령 왕이 온다 해도 에스덴은 콧대를 세울 수 있다는 거다.
그 정도로 그가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했다.
어쩌면 ‘공간이동의 신’이 있다면 그일 것이다.
소문만 들었지, 오만한 자세로 있던 높은 작위를 가진 귀족들이 곧 공손한 모습으로 줄을 선다.
우스운 모습이다.
‘낄낄, 머저리 같은 새끼들.’
어쩌면 에스덴은 아테네에 가장 필요한 존재다.
허황된 꿈을 좇는 자들을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하니까.
에스덴은 자신의 앞에 선 허름한 복장의 사내를 볼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뭘 먹은 듯 입가에 기름기가 가득하다.
“쯧쯧.”
혀를 찬 에스덴이 그를 오만하게 올려다봤다.
곧 사내가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인들의 세상으로 가는 길에 대해 아시나요?”
“……!”
그 말을 들은 에스덴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반인의 세상이라?’
이 자리에 앉은 후 처음으로 듣는 질문이었다.
정보가 거의 없는데, 어디서 그 정보를 얻은 것인지도 의아할 따름.
하나, 반인의 세상은 설령 황제가 온다 한들 열어줄 수 없다.
‘인간이 그곳에 갔다가는 두 세상의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지.’
그랬기에 말했다.
“알다마다. 어디 보자, 딱 1억 플래티넘만 내시게.”
“1, 1억!”
“1억 플래티넘이라고?”
“허허…… 저자가 원하는 곳이 터무니없는 곳인가 보군.”
“신들의 땅이라도 가길 원했던 것 아니겠소? 허허허!”
“예끼! 이 사람아, 분수를 알아야지.”
뒤에 선 귀족들이 혀를 차댄다. 한데, 사내는 방금 전의 유저와 전혀 달랐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비용치고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겐 그만한 돈은 없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에스덴은 흥미로웠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듣고도 이리 평정심을 유지한다라.’
보기보단 꽤 그릇이 있는 자인가?
하나 그렇다 한들, 그 누구에게도 그곳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순 없다.
“수정구에 손을 올려보시게.”
그에 곧 사내가 손을 수정구 위에 올렸다.
눈을 감은 에스덴이 수정구를 통해 그를 관조하려 한다.
그런데 곧.
쩌저저저적-
수정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