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70
밥만 먹고 레벨업 971화
대륙의 주인 에스덴.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 주는 길잡이이기도 하였으나, 수정구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 관조할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에스덴은 자신이 본 그 어떤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 발설해선 안 되었다.
특별한 힘을 가진 만큼 그가 가지게 된 제약이었다.
사내가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 에스덴이 눈을 감고 그에 대해 관조하려 했다.
그런데 에스덴은 곧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다. 그의 미래가 어두워서인가?
아니, 그런 것 따위가 아니다.
감히 자신 따위가 볼 수 없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에스덴이 눈을 감고 더욱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그에 대해 뒤쫓는다.
멀리 보이는 점으로 찍은 듯한 빛에 그 해답이 있는 듯싶었다.
내달리는 그가 손을 뻗어 그 빛에 다다라 간다.
마침내 그곳에 도달한 에스덴.
쩌저저적-
수정구에 더욱더 큰 균열이 번진다. 마침내 그것을 목도한 에스덴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아 올랐다.
오싹-
‘헉!’
깜짝 놀란 에스덴이 그대로 의자에서 떨어졌다. 의자에서 떨어진 에스덴의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방금 본 그것은…….’
그가 곧 자신을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바라보는 사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곧바로 그의 제자들이 다가왔다.
“탑주님?”
“괘, 괜찮다.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구나.”
옷매무새를 추스른 에스덴이 다시 사내를 보았다.
뒤쪽에 길게 줄을 선 이들이 거리를 꽤나 벌리고 있던 때였다.
귀족들이 기대했다.
“1억 플래티넘을 처음 불렀으니 다음은 10억 플래티넘 정도는 부르지 않겠소?”
“모르지, 저자가 더 하룻강아지라면 100억 플래티넘을 달라고 할지도!”
“하하하하!”
귀족들의 깔깔거림이다. 모든 귀족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에게 시원한 일침을 날려주길 바랐다.
곧 에스덴이 민혁을 보며 말했다.
“안내비는 받지 않겠습…… 받지 않겠네.”
자신도 모르게 존대를 하던 에스덴이 서둘러 정정했다.
뒤쪽의 귀족들이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가자 깜짝 놀랐다.
“찾고자 하는 곳과 그가 적합하다면 돈을 받지 않는다더니.”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
몇 년에 한 명꼴로 에스덴이 돈을 받지 않는 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이, 그와 어울리는 이들.
또 다른 이들은 몰랐지만.
‘감히 내가 돈을 요구할 수 없는 이들.’
그러한 자들에게만 에스덴은 돈을 받지 아니한다.
앞에 선 사내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돈을 받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그런데 그때. 사내가 품속을 뒤지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내밀었다.
* * *
에스덴이 갑자기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 때문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 수정구에 금이 가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신세계로 갈 수 있는 기회가 공짜로 주어진다는 건 정말 엄청난 거다.’
실제로 1억 플래티넘은 아닐지라도 100만 플래티넘의 값어치는 지불할 만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고 하자, 민혁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것은 ABD초콜릿이었다.
만약 당이 떨어지면 먹기 위해 인벤토리에 약 3만 개 정도 넣어 다니는 비상용 초콜릿이었다.
“…….”
에스덴이 한 주먹 내밀어지는 초콜릿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이 그의 손에 서둘러 초콜릿을 쥐여줬다.
“제가 아무한테나 이렇게 먹을 것 주고 그런 사람 아닌데, 에스덴 님은 특별히 드리겠습니다.”
에스덴은 이 작자가 나와 장난을 치나 싶었지만,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 한없이 진지함이 담겨 있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민혁은 절대 누군가에게 선뜻(?) 음식을 베풀지 아니하는 자다.
그런데 한 개도 아닌 한 주먹이라니?
‘민혁이, 참 많이 발전했다!’
민혁은 뿌듯했다. 에스덴이 작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이쪽으로.”
에스덴이 민혁을 이끌었다. 그를 따라 걸음한 민혁은 한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방 안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에스덴은 이 앞의 사내가 마음에 들었다.
손에 쥐어진 초콜릿 때문일 수도, 그가 수정구를 통해 본 그에 대한 것 때문일 수도 있다.
그는 현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대륙의 주인.
“도움을 좀 주겠네.”
에스덴의 손이 민혁의 주위로 움직였다. 그의 손에서 빛이 뿜어지며 민혁의 귀가 뾰족하게 솟아올랐다.
[외형이 반은 인간, 반은 엘프의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반은 인간, 반은 엘프의 모습은 당신이 언제든 해제할 수 있습니다!]“반인들의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들은 반인반신이거나 혹은 반인반초월자들과 같은 자들일세. 그리고 이곳의 평범한 인간들과 같은 자들이 바로 반인반엘프들이지.”
무척 고마운 도움이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마법진 위에 서시게.”
민혁이 에스덴의 말을 따라 마법진 위에 섰다.
그와 함께 환한 빛이 그를 감쌌다.
[반인들의 세상으로 워프합니다.]사라지는 민혁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 에스덴은 작은 웃음을 지으며 손에 한 주먹 쥐어진 초콜릿을 바라봤다.
하나를 까서 입에 넣은 그가 입안을 감싸는 달달함을 느꼈다.
에스덴이 어둠 속에 점처럼 찍힌 빛을 쫓아 달렸을 때, 그가 보았던 것.
그곳은 다름 아닌 해변이었다.
“땅이며, 하늘이고, 때론 바다와 같고 태양이기도 한 자.”
에스덴이 알 수 없는 말을 곱씹으며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 * *
민혁이 워프되자마자 맞닥뜨린 것은 숲속이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반인들의 세상. 유토피아에 유저 최초로 발을 들이셨습니다!] [칭호 먼저 다다른 자를 획득합니다.] [일주일 동안 경험치 및 아티팩트 드랍률이 2배 상승합니다.]민혁은 먼저 다다른 자를 확인해 봤다.
(먼저 다다른 자)
유일칭호
제한: 유토피아의 첫 번째 당도자.
칭호효과
⦁유토피아에서의 몬스터 사냥 및 퀘스트 등 어떠한 것을 하든 경험치 획득률 25% 상승.
⦁유토피아에서의 몬스터 사냥 및 퀘스트 등 어떠한 것을 하든 아티팩트 드랍률 및 보상률 10% 상승.
⦁유토피아에서 모든 스텟 2%가 상승한다.
유토피아 내에서는 무척이나 훌륭한 칭호였다.
곧바로 추가적인 알림이 들렸다.
[직업 퀘스트: 반인들의 세상 완료.] [연계 퀘스트: 식신의 후손 로안더를 찾아서가 생성됩니다.] [연계 퀘스트: 식신의 후손 로안더를 찾아서.]등급:직업
제한: 유토피아에 입장한 식신.
보상: 식신과 관련한 스킬 창조권( 모든 퀘스트 완료 시), ???
실패 시 페널티: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음.
설명: 식신의 후손 로안더가 유토피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바로브 왕국 어딘가의 그를 찾아가라.
“……오!”
민혁은 탄식을 흘렸다. 식신의 후손이라면 핏줄을 이어받은 자를 뜻한다.
‘신들도 자식을 낳지, 드물게는 인간과 신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나기도 하고.’
하지만 민혁이 있던 세상은 신들이 자신의 자식에게 자리를 내어주진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의 자리에 적합한 이들에게만 그 자리를 제안하거나 시련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쪽 세상은 다를지도 모른다.’
민혁이 있는 세상에서 신들이 자식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지 않는 이유는 이러하다.
‘그 자식들이 해당 신의 힘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
또한.
‘그래야만 유저들이 신클래스에 오를 기회도 생기지.’
그렇지만 이 세상은 다를 수도 있다.
후손이라는 이유로 식신의 힘을 이어받았을 수도 있다는 거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식신. 어쩌면 리베르일 수도 있고 엘렌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그 전대의 식신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한때 식신이 이 반인의 세상에 왔던 적이 있다는 것일 터다.
그렇기에 그의 후손인 로안더가 있는 걸 테니까.
또 민혁은 기대했다.
‘식신의 후손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물론 자신이 모든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의 이야기일 거다.
민혁이 바삐 걸음을 옮겼다.
먼저 숲을 빠져나가 왕국, 혹은 마을과 같은 곳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야, 바로브 왕국이란 곳의 위치도 찾을 수 있을 테니.
‘가는 길에 반인들의 세상의 버섯이나 과일들을 따 먹는 것도 재밌을 거야.’
고된 길이 될지도 몰랐지만 민혁은 즐거웠다.
평소처럼 노가다를 하면서 가면, 맛있는 걸 잔뜩 먹거나 수확할 수 있을 테니까.
막 출발하기 전에, 민혁이 콩이 소환을 시도했다.
“꾸우우우울!”
다행히도 콩이가 소환 가능했다.
등장한 콩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족발로 엉덩이를 긁적였다.
“콩아, 이곳은 새로운 세상 유토피아야. 심지어 식신의 후손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식신의 후손에 의해 먹거리가 발달된 세상일 수도 있어. 심지어 특별한 열매도 있을 수 있다구!”
그 말을 들은 콩이가 엉덩이를 긁적이다가 헤벌쭉 웃었다.
“꿀, 꿀꿀, 꾸우우울(어서 가자, 주인 꾸울!)”
엉덩이를 긁던 조그마한 콩이가 민혁을 이끌었다.
설렘을 한가득 안은 두 돼지(?)가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왜?”
그리고 3시간이 지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꾸우우우울!”
역시 5시간째가 되었을 때도 같았다.
“왜 없는 건데!!!?”
“꾸우우우우울!”
두 돼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무에 주렁주렁 있어야 할 그 흔하디흔한 열매조차 없었다.
심지어 나무 밑에서 자라나야 할 버섯마저도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음식 재료가 없는 이상한 땅에 온 기분이었다.
“안돼에에에에에!”
“꾸우우우울!”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 * *
특별유저관리팀.
이민화 사원과 박 팀장이 함께 절규하는 민혁과 콩이를 바라봤다.
“식신의 마지막 퀘스트가 시작되었네요.”
“그래.”
식신의 마지막 퀘스트. 드디어 그가 종착지에 다다른 것이다.
민혁과 콩이가 본 것처럼 유토피아에선 열매도, 버섯도, 그리고 다른 어떤 음식 재료도 찾을 수 없다.
[콩아, 마을이나 왕국에는 많을 거야.] [꾸우우우울!]두 존재가 희망을 품고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이민화 사원이 고개를 저었다.
“유토피아에선 그 어디에도 재료가 없죠.”
그에 박민규 팀장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다기보다는 정확히는 ‘없앴다’가 맞지 않을까?”
“하긴 그렇네요.”
두 사람의 대화처럼 그랬다. 반인의 세상 유토피아에선 먹을 것을 없앴다.
생각해 보면 반인들의 세상은 혼란스러워야 할 곳이 맞다.
반인들이 어째서 유토피아를 만들었는가?
바로 평범한 인간 혹은 평범한 엘프 등과 어울리지 못해서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분명 계급이 나뉜다.
누군가는 반신이었고, 누군가는 반초월자다.
평범한 곳에서 섞이지 못해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이, 그들끼리도 섞일 수 있을가?
사실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만약,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힘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반인들의 신 아르세.”
그렇다. 당연하게도 반인의 세상에도 신이 존재한다.
또한 그는.
“반은 신이며.”
박민규 팀장의 말을 이민화가 받았다.
“반은 초월자죠.”
주고받고를 잘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또다시 박 팀장이 말한다.
“심지어 아르세는.”
“식신의 힘을 받았죠.”
그렇다.
반은 초월자. 반은 신.
그의 아비는 식신이었다.
박민규 팀장이 웃음 지었다.
“이번에는 민혁 유저도 쉽지 않겠어,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르지.”
마지막 단계인 만큼 난이도는 최상을 달린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박민규 팀장은 분명 민혁을 응원한다.
하지만 매번 승승장구하는 모습보단 때론 이런 고난과 역경을 가지는 모습도 좋았다.
“민혁 유저가, 우리 ㈜즐거움이 만든 스토리에 힘들어할 걸 생각하니까, 좋네.”
이번에는 ㈜즐거움이 이겼다, 라고 박 팀장은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 처음으로 ㈜즐거움이 이긴 것이다.
그러다 박 팀장이 무언가 생각났다.
“그런데 혹시 민혁 유저가 퀘스트 완료 후 어떤 스킬을 창조할지 알고 있어?”
특별유저관리팀은 모니터하기에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때문에 그를 유추할 수도 있었다.
“네.”
“뭔데?”
이민화가 대답했다.
“신등급 재료가 가득한 밭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요리사 유저라면 모두 꿈꿀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은 모두가 알지 않은가?
그런데.
“자신이 획득한 재료의 일부를 추출하여, 밭에 심어 다시 자라게 하는 거죠.”
“…….”
그 말을 들은 박민규 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가 이긴 줄 알았더니…….’
비긴 건가?
그 정도로 민혁이 생각해 낸 스킬은 놀랍고 대단한 것이다.
‘만약 스킬창조가 성공한다면…….’
또다시 ㈜즐거움의 여러 팀이 살려달라며 아우성을 칠 것이다.
물론.
“에휴.”
“에휴.”
특별유저관리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