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83
밥만 먹고 레벨업 984화
사람을 가린다.
천외제국은 분명 더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영웅왕 락을 천외제국으로 데리고 간다는 것, 또 영웅들과 영웅의 군대들마저 데려간다는 것은, 천외제국에 신의 검 기사단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민혁은 사람을 가렸다.
물론 이제까지 ‘신과 기사’로 많은 적들을 아군으로 만든 민혁이었다.
그러나 그것에는 그들의 ‘본질’이 달랐음이 있다.
실제로는 선한 심성을 가진 자들.
오블렌은 한때 수백만 명의 생명을 죽여 악귀라 불렸고, 엘리자베스 역시 그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그들이 원했던 뜻이 아님을 민혁은 알게 되었다.
그에 비해 락은, 타고난 천성이 쓰레기다.
‘그래, 복종의 계약을 맺으면 나의 개가 될 것이고 전쟁터에서 분명 엄청난 활약을 할 것이다.’
하지만 반인들을 벌레처럼 여겼고 오로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수백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음식을 통제했던 락이다.
개과천선?
그딴 건 없다. 사람의 타고난 심성은 변하지 않는다.
락을 끌어안으면 그만큼 감수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민혁은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죽이겠다’라고 말했던 민혁이다.
소름 끼치는 민혁의 표정을 본 락은 다급해졌다.
“아, 안……!”
민혁은 거침없었다.
아무리 강한 NPC라고 할지라도, 특히나 보스몬스터와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목을 치면 죽는 것이 맞다.
콰자아아아아아악-
치기 쉽게 고개를 든 락의 목을 민혁이 단숨에 내려쳤다.
“라, 락 님!”
“영웅왕이시여!”
영웅들이 절망한다. 그리고 천외제국 이들이 절망하는 그들을 빠른 속도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락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영웅왕 락을 죽이셨습니다.] [그는 유토피아의 많은 이들을 핍박하며, 그들을 짓밟고 군림한 자입니다.] [경험치 41,713,223,413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103만 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 [영웅왕의 엘릭서를 획득합니다.]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락은 그가 있던 땅에선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레벨 NPC였다.
때문에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주고 플래티넘을 드랍했다.
평소 이 정도 고레벨 몬스터를 죽이면 신등급 아티팩트를 비롯한 신등급 요리재료 등 다양한 것이 드랍되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영웅왕 락은 초라하게도 경험치, 골드, 엘릭서만을 드랍했다.
‘이게 바로 거지몹……?’
물론 몬스터는 아니지만 엄청난 거지 NPC를 사냥했다는 생각을 하며 영웅왕의 엘릭서를 확인했다.
곧, 민혁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이 영웅왕의 엘릭서는, 다른 신등급 재료나 아티팩트들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났다.
‘복용 시 한 달에 0.3%씩의 모든 스텟 상승 효과를 얻는다. 심지어 2년 동안.’
즉, 가만히 있어도 0.3%씩의 모든 스텟 상승효과를 가지게 된다.
2년이면 자그마치 8% 가까이가 상승한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영웅왕의 엘릭서를 복용한 후, 다른 요리나 특수한 스텟 등으로 스텟을 상승시킬 수 없다.’
즉, 이 영웅왕의 엘릭서를 복용하면 총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먹는 것 등으로 스텟을 쌓을 수 없다.
민혁이 먹을 것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가졌기에 많은 스텟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 대부분의 이들은 요리재료나 다른 방식으로 스텟을 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지금의 나에게는 불필요하다.’
민혁은 2년 동안 다양한 것을 통해 8% 이상의 스탯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준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겠지.’
머릿속에 여러 명이 떠오른다.
브로드, 창신 밴, 신의 검 루오, 엘피스 등.
그들이 2년 동안 가만히 있어도 8% 가까이 스탯이 성장한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또한, 락의 죽음과 함께 멈춰 있던 천외제국 이들이 영웅들을 죽이자 두 명의 영웅에게서도 영웅의 엘릭서가 드랍되었다.
그 효과는 영웅왕의 엘릭서의 딱 절반이었으며 소요시간은 동일했다.
“폐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브로드를 비롯한 여러 신하들이 민혁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의를 갖췄다.
민혁이 돌아보자 지니나 로크, 칸, 아스갈, 알리 등 유저들 중에서도 굉장히 많은 이들이 왔다.
어지간해서는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헤이즈가 수긍한 것일 터다.
‘그만큼 그녀도 이곳에서 얻어갈 게 많다는 걸 안 거겠지.’
곧 지니가 물었다.
“민혁아,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질문에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군신이 내게 했던 말 기억해?”
“‘우리들은 낡았다’는 말?”
민혁이 고개를 주억였다.
군신은 말했다.
‘내가 본인이 거느리는 신들을 이끌 순 없을 거라고.’
사실이었다. 아무리 군신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되면 언제 반란이 일어날지 모른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군신은 다른 말을 했다.
너의 신들의 땅.
너의 신들을 가져보라고.
민혁은 오늘 그 말의 첫걸음을 떼게 될 것을 알았다.
민혁이 인벤토리에서 ‘억압된 것이 담긴 상자’를 꺼냈다.
“군신으로서 나를 위해 싸워줄 첫 번째 신을 얻으러 갈까 해.”
그 자리의 모두가 기대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유토피아의 새로운 신이 될 거야.”
* * *
민혁과 억압의 던전에서 헤어진 로안더는 곧장 반란군들을 이끌고 왕국으로 내달렸다.
신의 힘을 갖추게 된 로안더는 반란군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병력들을 베어 넘기며 왕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왕이 있는 곳의 문을 열어젖혔을 때, 락이 보냈던 영웅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로안더와 반란군들은 필사적으로 영웅들과 싸웠다.
그러나 로안더는 다섯 명이 넘는 영웅들을 이겨낼 수 없었다.
또 반란군의 일부를 잃었으며 속박되었다.
그리고 지금. 왕국 성벽 위에 묶인 로안더와 반란군들을 보기 위해 반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왕이여, 우리 영웅에 반하고, 또 신의 뜻을 거슬러 그대의 자리를 위협한 로안더와 그 무리를 철저하게 짓밟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영웅왕 락의 명령을 받은 바론은 두 번째 영웅으로 불린다.
비록 락에 비해 입지가 좁고 약했으나, 락이 없었다면 그가 최강자로 꼽혔을지 모를 정도로 강자였다.
겁쟁이에 불과한 왕은 영웅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로안더와 반란군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찌해야 위대하신 영웅들께서 만족하실지 고민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늘께서 우리에게 불필요한 음식을 통제하셨고, 우리는 그에 더 만족도 높은 삶을 살게 되었다. 반란군들은 그저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부렁을 하는구나.”
왕은 그들의 뜻을 알아주지 아니했다.
“죽을 때까지 패라, 맞아 죽으면 그 시신을 성벽에 걸어 까마귀 먹이가 되게 하라.”
맞아 죽는 것. 또 맞는 동안 그들이 살려달라고 비는 것.
그것을 보면 영웅들이 만족할지도 몰랐다.
왕의 군대가 몽둥이를 들고 각 반란군 뒤에 자리를 잡고 선다.
그리고 힘껏 두들기기 시작했다.
콰지익, 콰지이익, 콰콰콰콱-!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매질, 백성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었다.
그들 중 그 누구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긍지를 지키고 있다.
두들겨 맞는 로안더가 백성들을 바라본다.
[새로운 하늘이 되고자 하는 신이 당신들을 바라봅니다.]신의 목소리. 그에 백성들이 놀라 술렁거리며 로안더와 시선을 맞춘다.
“모두가 음식을 먹으며 사는 세상.”
[식탁 위의 간지러운 웃음소리.]“맛있게 무언가를 먹고 즐거워하는 이들이 있던 세상.”
[퇴근 후 두런두런 앉았던 당신들의 삶.]“집에 돌아온 그대들을 반겨주는 요리의 냄새.”
[누군가 해주었던 기억 속의 그 요리를.]“돌려주고 싶었다.”
[기억하는가? 혀끝을 간질이던 그 맛을. 그들은 우리의 것을 앗아갔다.]“그러니 싸워라.”
[우리가 죽는다 한들, 또 다른 ‘우리’가 대신할 것이다.]“물러서지 마라.”
[많은 자들이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대들을 위할 것이다.]곧 로안더가 백성들을 둘러보았다.
“배가 터질 때까지.”
[숨도 안 쉬어질 만큼.]“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부른 배를 두드리고.]“웃을 수 있는 날을 위해.”
“누군가에게 또다시 요리해 줄 수 있는 날을 위해.”
[우리의 땅에서 다시 농부를 볼 수 있고, 길을 걷다 한 그루의 나무에 열린 열매를 먹을 수 있게.]“계속 나아가자.”
[새로운 하늘이 되고자 하는 신이 당신들께 바라봅니다.]그 말을 들은 백성들이 술렁였다.
더 오랜 시간을 유토피아에서 산 누군가는, 그의 말처럼 혀끝을 간지럽혔던 그 맛을 기억한다.
한 번씩은 그 맛을 떠올리며 잠들지 못한다.
또 로안더의 말처럼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추후 ‘로안더’가 되고자 했다.
그들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왜 우리는 그들에게 음식을 통제 받아야 하는가?
왜 우리는 배고파야 하는가?
왜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왕과 영웅들은 어째서 당연한 것을 찾으려는 로안더와 그 일당을 두들겨 패고 있는가!
“로안더를 풀어줘라!”
수백만 군중 속에서 퍼지는 작은 외침이, 거대해져 간다.
거미줄처럼 번져나간 그것은 커다란 함성이 된다.
“로안더를 풀어줘라.”
“싸우자, 우리가 빼앗긴 것을 되찾자.”
“우와아아아아아!!”
수백만 백성이 성벽을 가득 채운 병사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로안더가 작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형님, 제가 죽는다 해도 많은 자들이 싸울 것입니다.’
그리고 바랐다.
‘부디, 이들에게 요리를 내려주십시오.’
그는 민혁의 뒷모습을 잊지 못한다.
자신이 억압된 것을 풀어낼 테니,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했던 민혁이다.
제발, 그가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길.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세상을 쩌렁쩌렁 울린다.
성벽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백만이 넘는 병사들이 튀어나와 그들에게 검을 겨눈다.
그러나 백성들은 겁먹지 아니했다.
하지만.
“벌레들은 이래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영웅 바론이 귀찮다는 듯 혀를 쯧 찼다.
“공격하라.”
“예? 하, 하지만…….”
왕이 망설였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저들은 민간인에 지나지 않지 않은가?
“네 목을 쳐주랴?”
하지만 영웅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공격하라.”
수만 개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는다.
기다란 창끝이 백성들을 찌른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지 못한 바론이 성벽 위에 서서 영웅들과 함께 검을 내리그었다.
차차차차차차차차차착-!
마치 공간이 베이듯, 그의 검이 휘둘러진 방향의 수천 명의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돌진하던 백성들이 뒷걸음질 칠 때 바론이 말했다.
“백성의 절반을 죽여라.”
“예!”
“예!”
로안더의 눈이 부릅떠졌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이다.
절반에 이르는 백성을 죽이라니? 이것은 제압이 아니라 그저 학살에 가까운 것이었다.
바론이 로안더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똑똑히 보거라, 우리에게 반하면 어떻게 되는지.”
병사들이 도망치는 백성들을 중앙으로 몰아붙인다.
수십만에 이르는 백성이 중앙에 밀집하자, 병사들이 활을 겨누었고 마법사들은 스태프를 내세웠다.
“헛된 꿈을 꾸었구나.”
바론은 혀를 차며 로안더를 비웃었다.
“설령 네가 왕을 죽이고 하늘마저 죽여 신이 되었다 한들, 우리를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보는가?”
실제 이곳의 신은 하늘이 아니라, 영웅들인바.
바론의 말처럼이다. 설령 반란에 성공했다 한들, 그가 하늘이 되었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로안더는 절망했다.
품에 아이를 꽉 끌어안은 아낙네가 두려움에 떨고 그 앞을 가로막는 아이의 아비가 있다.
젊은 청년들이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고, 그들의 연인들이 울부짖었다.
또 반으로 나뉘어, 그 위험에서 벗어난 이들의 절규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제바아아아아알!”
“그러지 말아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저들을 살려달라며 누군가 양손을 싹싹 빌고 고개를 땅에 박아댄다.
‘우리한테 희망은 없었나?’
정말일까, 내가 왕이 되고 신이 되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까?
결국 우리는 이런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가.
당겨진 활시위와 마법사들 주변으로 몰아치는 마력을 보며 로안더가 좌절하고 또 좌절한다.
타아아앗-
바론이 손을 내린 순간 수만 발의 화살과 수천 개에 이르는 마법들이 중앙에 모여든 백성들을 향해 날아갔다.
가장 빠른 화살이 공교롭게도 여인이 품에 끌어안은 갓난아이에게 향하고 있다.
여인은 반응하지도 못했다.
곧, 소름 끼치는 ‘푸욱’ 소리와 함께 아이는 늘어질 것이다.
로안더는 눈을 감지 않았다.
뜬 눈으로 그들의 만행을 바라봤다.
그런데.
아이를 향해 날아가던 화살이 아이의 머리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어……?”
여인도 그것을 인지하고 화살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주변을 둘러봤다.
수천 개에 이르는 다양한 속성마법이 허공에 두둥실 멈춰 있으며, 누군가의 심장을 꿰뚫으려던 화살도 모두 멈춰 있다.
그것은 로안더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장관이었다.
그때.
투, 투두둑-
로안더가 머리를 두들기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뭐지?’
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두들긴 그 무언가를 확인해 본다.
‘벼?’
아직 공정되지 않은 쌀이었다.
벼와 밀의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려왔다.
[군신의 목소리.]군신.
로안더도 들은 적 있다. 온 세상의 신들을 관장하며, 절대신 중 가장 뛰어난 신이라 칭송받는다.
그는 신 위의 신과 같은 자였으며, 수천의 신들을 이끌고 전장을 누비는 그 모습은 모든 인간이 꿈꾸는 신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한가지로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그는 가장 위대하고 뛰어난 신이라는 거였다.
곧바로.
멈춰 있던 화살과 마법. 그것들이 역행하여 그것을 쏘아 보낸 자들에게 꽂혔다.
쿠콰콰콰콰콰콰쾅-!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그들을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볼 때.
[신들을 이끄는 대군주. 군신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로안더의 눈이 크게 떠진다. 곧 군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아우야.]‘아우?’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로안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