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00화(100/319)
“너를 인질로 삼아서 너희 아빠한테 싸움을 멈추라고 말할 거라고.”
소약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 동그란 눈에 빠르게 두려움이 차올랐다.
멈칫거리며 걸음을 물리려는 아이의 어깨를 설화가 붙잡았다.
“이 싸움을 멈추는 이유는 너랑 너희 아빠를 살리기 위해서야.”
“나랑 아빠를… 살리려고…?”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고…?”
물론 남궁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 크긴 하지만.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것도 거짓은 아니었다.
설화는 맹등호가 아직 육 혈주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아들을 아끼는 부성애.’
이 수로채에 있으면서 확인한 맹등호의 부성애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진소약이 필요했다.
“선택해. 나한테 이용당해서 아빠를 살릴 건지, 아빠가 다쳐도 계속 여기 숨어있을 건지.”
“아빠가 다치는 건 싫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은 아이의 진심이었다.
“그럼?”
“….”
“그럼 넌 어쩌고 싶은데?”
소약의 눈동자가 혼란으로 흔들렸다.
“정말 나를 이용하면 아빠가 다치지 않는 거야?”
“그래. 하지만 서둘러야 해. 지금도 싸움은 이어지고 있으니까.”
아이는 여전히 두려워 보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할래….”
인질로 붙잡혀 이용당하는 두려움보단 아빠가 다칠 것을 더욱 걱정하는 아이.
이전 생의 피를 갈망하던 진소약의 얼굴이 순진한 아이의 얼굴 위로 얼핏 겹쳐 보였다.
설화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잊지 마. 이건 네가 선택한 거야. 네가 아빠의 약점이라 이용당하는 게 아니라, 네가 아빠를 살리려고 의도적으로 나한테 잡힌 거야. 알겠어?”
소약이 고개를 주억였다. 아이의 눈빛은 이젠 두려움이 아닌 결의로 차 있었다.
“가자.”
설화가 소약의 손을 붙잡았다.
소약 역시 그 손을 꼭, 맞잡았다.
* * *
채채챙!
“크아악!”
“쳐라! 죽여!”
피가 튀기고 살의가 난무하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남궁청산과 모용연화 그리고 황룡대주는 버겁게 수로채의 전력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전투의 중심에서 누구도 쉬이 건드리지 못하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남궁청운과 귀영채의 채주 맹등호였다.
“귀영채주. 왜 우리 아이들을 데려갔지?”
남궁청운의 말에 맹등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이들?’
“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없다.”
원하는 것은 남궁이 아닌 남궁의 아이를 넘기는 대가로 혈사채주에게 받기로 했다.
혈사채의 사람인 마종의가 아이를 확인하였고, 분명 약조하였다. 소약을 살릴 방법을 알려주겠노라고.
“원하는 것이 있으니 아이들을 데려간 것이 아니더냐!”
“없다.”
그러니 남궁에게 바라는 것은 없다. 소약을 살리기 위해 이 자리에서 남궁의 아이를 내어주지 못할 뿐.
“그만 나불대고 덤벼라.”
맹등호가 청운을 향해 창을 세웠다. 그 창에 서서히 기운이 둘러싸였다.
‘젠장.’
청운 역시 검을 세웠다.
‘본가의 병력은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다.’
전력이 밀리는 상황. 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아이들을 데려와 보려 하였건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원하는 것이 있어야 거래를 할 것이 아닌가!
훅-
눈 깜박이는 찰나에 맹등호의 창이 청운을 향해 쇄도했다.
카앙-!
가까스로 창날을 막아내며 청운은 몸을 비틀어 창대의 궤도를 벗어났다.
맹등호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창은 마치 뱀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쉬리릭- 카캉!
휘어진 창대가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며 창날은 곧장 청운을 향해 날아왔다.
카캉-! 캉!
‘파고들 틈이 없다!’
청운은 당혹스러웠다.
맹등호를 공격하기 위해선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강기가 둘러진 창은 창대마저 날카로운 예기를 띠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요동치는 창대에 제대로 맞으면 살점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은 흉포함이었다.
“큭….”
카캉-! 캉!
“남궁의 검이 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힘은 의외로군. 나를 상대로 이리 길게 버틴 이는 네가 처음이다.”
맹등호는 여유로워 보였다. 청운이 초절정의 경지라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었다.
“하나, 아직은 애송이에 불과하구나!”
맹등호가 훌쩍 뛰어오르며 창을 아래로 찍어 누르듯 휘둘렀다.
공기를 부욱, 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강한 기운이 실린 공격이었다.
‘이건 위험하다…!’
흘려보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공격.
청운은 남은 공력을 전부 끌어올려 검에 실었다.
콰아앙-! 하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을 중심으로 먼지바람이 일었다.
“우아악!”
“크윽!”
두 사람의 주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수적들과 검대원들이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났고, 몇몇은 땅을 구르며 날아갔다.
“형님…!”
“일 공자님!”
남궁청산과 모용연화 그리고 황룡대주도.
“채, 채주님!”
수로채의 수적들도.
전부 입을 벌린 채 부연 흙먼지의 중심을 응시했다.
얼마간의 정적에 휩싸인 시간이 흐르고.
이윽고 먼지가 가라앉으며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창을 양손으로 쥔 채 찍어 누르고 있는 자세의 맹등호와 그것을 검으로 막아내고 있는 청운이었다.
또다시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쿨럭…!”
피를 토하며 기울어진 이는 청운이었다.
검으로 바닥을 짚어 가까스로 제 몸을 지탱하며 청운은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그의 입에서 다시 한번 핏물이 터져 나왔다.
심한 내상을 입은 증거였다.
“흠.”
그런 청운을 내려다보는 맹등호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경지에 오른 것이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군. 기운을 다룰 줄 알았다면 나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맹등호가 창을 거꾸로 들어 청운을 겨냥했다.
“혀, 형님!”
“안돼!”
남궁청산과 모용연화가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맹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