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01화(101/319)
남궁청산에게 화린을 넘긴 유강이 마종의를 돌아보았다.
멀리서 봐도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하는 마종의를 향해 낼름 혀를 내밀었다.
“멍청이.”
“너… 너…! 죽인다! 죽여버린다!”
유강은 어깨를 으쓱이며 남궁의 진영에 섰다.
그런 유강을 맹등호 역시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맹등호.
맹등호의 시선이 설화를 향했다.
어수선한 틈을 타 설화는 그에게 전음했다.
– 무기를 버리고 전투를 멈추면 네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맹등호의 미간이 꿈틀, 떨렸다.
그토록 찾아다닐 땐 소약의 병명조차 제대로 아는 이가 없더니만, 지금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아들의 병을 놓고 저울질을 하려 든다.
제게 소중한 것을 약점 삼아 자신을 협박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네 녀석. 내 아들의 병명은 알고 지껄이는 말이냐.
– 음양대절맥.
“!”
– 음양대절맥의 증세와 완전한 치유법을 알고 있는 건 아마 나밖에 없을 거야.
음양대절맥의 치유법은 지금부터 10년은 후에 정립되는 것이니까.
– 혈사채주가 치료법을 알려준다고 했나?
맹등호의 얼굴은 더 큰 충격으로 번졌다.
이 일에 혈사채주가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 적은 없을 터. 유일한 방법은 마종의가 혈사채주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뿐인데.
– 너. 평범한 아이가 아니군.
고작 10살 언저리나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어찌 수로채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단 말인가.
– 그래. 이쯤 되니 얘기할 마음이 생겼어?
“….”
–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소약이가 조금 전부터 심하게 떨고 있으니까.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맹등호의 창이 땅에 떨어졌다.
맹등호가 설화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부 무기를 버리고 물러나라! 항복한다!”
곧이어 무기들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수로채에 울렸다.
* * *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채주가 항복을 선언했으니 수하들이 함부로 검을 휘두를 순 없는 일이었다.
진소약이 안전하게 채주의 품으로 돌아간 후, 혹여 다시 전투가 일어나진 않을까 몇몇은 내심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맹등호는 약속대로 전투를 중지했고, 남궁의 사람들을 막사로 안내했다.
순식간에 적에서 마치 수로채에 방문한 귀한 손님이 된 듯한 상황을 지켜보던 마종의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울타리가 부서져 어수선한 틈을 타 수로채를 빠져나온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젠장. 그 이상한 놈 때문에….’
혈사채주에게 남궁의 여식을 납치하자고 말한 것은 자신의 꾀였다.
화오루의 소루주가 조직을 배신하고 남궁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혈사채주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소루주를 우리 손에 넣으면 화오루주에게 무엇이라도 하나 얻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루주의 신임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납치한 아이가 도망친 소루주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남궁의 어떤 아이든 납치한 후에 남궁을 협박하여 소루주를 내놓으라 하면 되니까.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남궁의 아이를 납치하면 불가피하게 남궁을 적으로 두게 될 상황이 된다는 것.
남궁은 안휘성 일대를 장악한 무림 세가다.
어디 안휘성뿐인가? 중원 전역에 교통, 상권, 무력,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검황이라는 존재에 힘입어 합비에 위치한 본가뿐만 아니라 곳곳에 퍼져있는 분가들을 이용해 중원 전역을 지배하는 세가.
그런 세가를 적으로 두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남궁이 쳐들어오면 어쩌지?’
그것을 걱정하는 혈사채주에게 마종의는 또 다른 해결책을 내어놓았다.
‘귀영채(鬼影寨)에게 책임을 넘기시지요. 귀영채주의 아들이 아프다지 않습니까? 병을 고칠 방법을 알려준다는 대가로 남궁의 아이를 데려오라 하는 겁니다.’
‘호오.’
‘그리하여 남궁과 귀영채가 맞붙게 되면 귀영채가 이길 리는 없지만, 이겨도 박살이 날 겁니다. 그때 채주님께서 귀영채를 흡수하시지요. 줄곧 귀영채의 전력을 탐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었다.
남궁으로 도망친 소루주를 잡아 화오루주의 마음을 사고 귀영채를 흡수함으로써 수로채 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한다.
새외로 통하는 뱃길을 차지한 강소성(江蘇省)의 혈사채와 수로 18채 중 가장 강한 무력을 가졌다는 무호(蕪湖)의 귀영채가 합쳐진다면.
‘차기 총채주는 혈사채의 차지가 될 수 있었는데!’
그 완벽한 계획이 완전히 망해버렸다.
‘소루주가 그 자리에 있었을 줄이야!’
대체 언제 수로채에 잠입해 있었던 것이지? 멍청한 맹등호 같으니라고!
소루주도 그렇고 남궁의 아이를 데리고 있던 그 미친놈도 그렇고. 그런 놈들을 왜 데리고 있었던 거야?
그 탓에 상황이 묘해졌다. 서로 치고받고 싸워도 모자랄 남궁과 귀영채가 협상을 하려 하다니?
‘이대로는 안 된다. 서둘러 채주님을 불러야….’
수로채에서 얼마 정도 떨어진 숲속까지 들어온 마종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향으로 백 리에 이르는 거리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백리향신탄(百里香信彈)이었다.
향신탄을 하늘로 향한 뒤 향신탄의 줄을 잡아당기려 선 그 순간.
쉬익- 서걱.
“!”
향신탄이 하늘로 쏘아지지 못하고 반으로 쪼개졌다. 향신탄을 관통하며 날아간 그것은 마종의의 옆에 있던 나무에 박혔다.
놀란 마종의가 눈알을 도르륵 굴려 나무에 박힌 것을 바라보았다.
손바닥 길이의 작은 비도였다.
“누구한테 연락하려고?”
오싹한 목소리에 마종의는 굳은 고개를 애써 돌렸다.
나뭇잎이 드리워진 나무 위,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 어린 여자아이가 무감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 소루주….’
조직을 배신하고 도망친 남궁설화였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연락이라니…?”
마종의는 일단 무작정 모르는 척을 하기로 했다.
“난 그저 숨이나 돌릴 겸 산보를 나온 것뿐이다.”
“그럼 그건 뭔데?”
설화가 두 동강이 난 채 바닥을 구르는 향신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이건… 포, 폭죽! 그래! 폭죽이다! 퍼펑! 예쁘게 터지는! 알지…? 폭죽. 어?”
“흐흠, 알겠다.”
싱긋 웃는 아이의 미소에 마종의의 입꼬리도 휘어졌다.
“네가 나를 얼간이 취급하려는 건 알겠어. 마종의.”
“!”
마종의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나, 나를 알고 있어?!’
마종의는 소루주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약 3년 전, 혈마는 혈주들을 불러놓고 소루주라며 한 아이를 소개시켰고, 육 혈주의 심복인 마종의 역시 그때 그 아이를 보았다.
하지만 아이 역시 자신을 기억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