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02화(102/319)
소루주가 남궁으로 들어간 것이 전부 남궁을 무너트리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하기야 소루주가 배신하였는데, 그 피에 미친 루주가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었다.
“그래서, 누구한테 연락하려던 거지? 그거, 백리향신탄이잖아.”
설화의 비도가 두 동강 난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백리향신탄을 가리켰다.
백리향신탄은 혈교에서 만들어 낸 물건이다. 되도록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던 물건.
이전 생에서도 많이 썼던 것이니, 설화가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아, 근처에 계신 제 주군께 보내려던 것입니다.”
“적괴수가 와 있나?”
육 혈주가… 근처에 있다고…?
“예. 제가 상황을 보다 신호를 드리면 귀영채를 치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약할 때를 노리기 위해서군.”
“역시 소루주님이십니다.”
마종의는 싱글거리며 굽신거렸다.
소루주의 배신이 꾸며진 것이라면 마종의에게 설화는 되도록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었다.
육 혈주가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하는 설화를 본 그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
“아, 소루주님의 뜻을 알았으니 주군을 부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소루주님의 일을 저까짓 것이 감히 방해할 수는 없지요.”
싱긋, 싱긋 웃으면서도 눈으론 설화의 눈치를 살폈다.
제 기분을 맞춰 주려 애쓰는 마종의를 보며 설화는 실소를 흘렸다.
‘역시 여우네.’
“맞아.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곳에서 틀어질 수는 없지.”
“예, 예.”
“그래서 그런데 귀영채주를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역시, 아들의 병을 고쳐주겠다는 조건이었겠지?”
“예에. 그렇지요….”
“나한테 알려줘 봐.”
“…예?”
마종의의 눈빛에 약간의 불신이 섞였다.
불안해하는 그를 보며 설화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치료법. 알려달라고.”
그 여유로운 미소와 눈빛이 일순, 돌변했다. 마치 맹수가 먹잇감 앞에서 돌변하듯.
“내가 좀 써먹어야겠으니까.”
마종의를 바라보는 설화의 눈빛이 번득였다. 살기를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소루주의 무위가 나이에 비해 높다는 말은 들었지만….’
조금 전의 그 살기도 그렇고, 이 눈빛도 그렇고. 역시 어리다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심기를 거슬러선 안 된다.’
“그, 그러믄요! 알려 드려야죠! 한데….”
“?”
“그, 완벽한 치료법은 아닌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완벽한 치료법이 아니라니?”
“저희가 귀영채주에게 알려주려던 것은 흡혈기술(吸血氣術)이었습니다.”
“흡혈기술?”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흡혈기술(吸血氣術). 말 그대로 혈기를 흡수하는 것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피가 흐르는 것이라면 그 피에 생명력, 즉 혈기(血氣)가 존재한다. 생명력이라는 면에선 선천지기와 비슷하고, 혈도와 관련 있다는 면에선 후천기와 상통한다.
다만, 태어날 때에 지니고 태어나는 기운이 아니라는 것에서 선천지기와는 다르고 특별한 심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면에서 후천기와도 달랐다.
혈기란 말 그대로 피가 온몸을 휘도는 힘,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기운. 심장이 뛰고 발생하는 활력 그 자체.
그렇기에 무공을 익히든 익히지 않았든 누구나 혈기를 갖고 있고, 심지어는 사람이 아닌 존재도 혈기를 지니고 있다.
흡혈기술은 그 혈기를 빨아들여 힘을 얻는 혈공이었다.
“그것으로 귀영채주의 아들을 살릴 수 있다고?”
“살릴 수야 있습니다.”
“돌려 말하지 마. 죽여 버리고 싶어지니까.”
실실 웃던 마종의가 화들짝 놀라며 얼른 말을 이었다.
“흡혈기술을 이용해 혈기를 흡수하면 뒤틀리는 기혈을 잠시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일시적일 뿐이지요.”
“기혈이 뒤틀리는 순간만 모면한다는 것이군.”
“예. 아시겠지만 절맥증은 치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흡혈기술을 이용하면 본래보단 오래 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발작과 기혈의 뒤틀림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고….”
“더 많은 혈기를 필요로 하겠지.”
“맞습니다.”
마종의가 입꼬리를 휘었다. 참으로 사악한 웃음이었다.
‘진소약이 이전 생에 살귀가 된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을 테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더 강한 혈기를 탐하였을 것이고 맹등호라면 그런 아들을 위해 기꺼이 살인에 동참했을 것이다.
그 악질적인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건 역시, 혈교였기 때문일 것이고.
‘재미있네.’
이전 생에 알고 있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인과가 이렇게 엮여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흥미롭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아직 혈교의 아래로 들어가지 않은 전력을 빼돌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겠다.
“들으셨죠?”
“…?”
마종의가 의아한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말했잖아요. 혈사채주는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 거라고.”
“소루주님? 그게 무슨….”
설화가 씨익, 웃으며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든 마종의는 순간,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
높은 나무 위. 나뭇잎의 그림자로 가려진 곳에 흑표범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 흑표범의 눈빛은 분노로 번득였다.
“귀, 귀영채주…!”
훅- 쿵!
귀영채주 맹등호가 땅에 내려섰다. 땅이 울리고, 흙먼지가 부옇게 일었다.
그가 설화와 마종의를 향해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겼다.
“저 아니었으면 소약이는 살아도 산 게 아닌 삶을 살았겠어요.”
맹등호가 설화를 흘낏, 바라보았다.
“고맙다. 약속은 지키지.”
설화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귀영채주와 함께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조금 전 귀영채주가 뛰어내릴 때 모습을 드러낸 남궁청운에게 다가갔다.
청운이 설화의 어깨를 붙잡았다.
“수고했다.”
“네.”
청운과 설화는 귀영채주 쪽을 바라보았다.
쿵. 쿵.
귀영채주의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마종의의 몸이 눈에 띄게 떨려왔다.
“귀, 귀영채주님. 그, 그게 아니라….”
“뭐가 아닌데.”
맹등호의 눈빛이 살기로 번득였다.
“네 입으로 잘도 떠벌려 놓고 이제 와 아니라고 할 생각인가?”
설화의 섬뜩한 살기와 다르게 거대하게 짓누르는 살기에 마종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맹등호의 말처럼 소루주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자신의 입으로 떠벌렸다.
이제 와 아니라고 부인해봤자 믿어줄 리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