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07화(107/319)
설화는 어딘가에서 나타나 일격에 황룡대주를 날린 섭무광을 바라보았다.
씩씩거리던 섭무광 역시 뚫어질 듯한 시선에 그제야 설화를 돌아보았다.
섭무광의 눈이 설화를 위아래로 훑었다.
“다친 곳은?”
“전 괜찮아요. 저보단….”
설화가 유강을 눕혀놓은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쓰러진 아이를 본 섭무광이 설핏, 미간을 찌푸렸다.
“치료를 받아야 해요.”
“혹시 몰라 의약당주를 끌고 오길 잘했군.”
초련이 함께 왔다는 말에 설화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안도감이었다.
“…아버지껜 할아버지께서 가신 건가요?”
“그래.”
그 짧은 대답에 설화는 가슴이 빠르게 진정되었다. 저도 모르게 후, 낮은 한숨을 흘렸다.
섭무광은 그런 설화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저 썩을 놈 먼저 처리하고 올 테니.”
그는 다시 황룡대주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황룡대주는 아찔한 정신을 가까스로 다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뭐지…?’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다.
공격당했다는 것도 충격과 동시에 알았다.
지금의 자신은 폭혈환을 먹어 초절정의 경지와 맞먹는 상황.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을 기습한 이가 월등히 강한 고수라는 뜻이었다.
“싹수가 노란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만, 이 정도로 개잡놈이었을 줄이야.”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고 몸을 일으키던 황룡대주는 익숙한 목소리에 흠칫, 떨며 굳었다.
느리게 고개를 들어 앞에 선 이를 확인한 그의 낯빛이 파랗게 질렸다.
“비, 비풍검…?”
“저 어린것에게 무어라 지껄인 것이더냐?”
뭐? 더러운 피나 묻히며 살던 것? 왜 돌아왔느냐고?
“네 놈의 혀는 잘라 돼지들한테 던져줘도 안 처먹을 것이다.”
“오, 오해요. 비풍검.”
“오해…?”
오해애애애애?
섭무광의 흉흉하던 기운이 더욱 흉포하게 폭발했다.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옷자락이 휘날릴 정도로.
섭무광이 검을 추켜들었다.
그 순간, 깜깜한 밤하늘에서 한 줄기의 뇌전이 내려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콰르릉―!
뒤늦게 천지를 울리는 천둥처럼, 섭무광의 검이 황룡대주를 향해 내려쳤다.
그러나 굉음과 함께 내려쳐진 것은 맨땅이었다.
“호오. 이것 보게…?”
제 검을 피한 황룡대주를 돌아보는 섭무광의 눈빛이 번득였다.
“뭘 어찌한 것이냐? 너 같은 잡놈이 보일 움직임이 아닌데?”
“자, 잠깐 기다려 보시오, 비풍검! 내가 전부 설명하겠소! 그러니 잠시만…!”
“들을 가치도 없다.”
섭무광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뇌전이 연달아 내려쳤다.
쾅! 콰앙! 쾅!
천지를 뒤흔드는, 실로 어마어마한 공력이었다.
억지로 끌어올린 황룡대주의 불안정한 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함이었다.
“흐이익!”
황룡대주는 맞받아칠 생각조차 못 하고 정신없이 공격을 피해 다녔다.
“자, 잠시…!”
그러나 섭무광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치 장소를 지정하지 않고 떨어지는 벼락처럼 그의 공격은 정신없이 휘몰아쳤다.
폭혈환 덕에 가까스로 피하고만 있을 뿐,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격차였다.
‘제기랄…! 제기랄!!’
황룡대주는 당황했다.
이대로면 반격은커녕 도망조차 못 친다. 심장이 뻐근해지는 것이 폭혈환의 효과도 얼마 남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폭혈환의 효과가 끝나면….’
손 쓸 틈도 없이 붙잡히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리되면….’
추궁을 당하겠지. 화오루와의 관계와 남궁을 배신한 이유.
그리고….
‘…망할.’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남궁의 대주라는 놈이 그 정도 기운으로 할 줄 아는 게 나려타곤(懶驢打滾)뿐이냐!”
또다시 가까스로 섭무광의 공격을 피한 황룡대주의 입안에서 으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쉬익―
섭무광의 검이 멈춰 선 그를 향해 쇄도하려는 순간, 설화가 황룡대주에게 향하는 검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
갑작스레 끼어드는 설화를 본 섭무광은 검로를 틀어 황룡대주의 뒤편 나무를 베었다.
두꺼운 나무가 두 동강 나서 쓰러지는 것을 보며 섭무광이 검을 집어넣었다.
교전이 끝났음을 안 것이다.
“….”
설화는 황룡대주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황룡대주의 몸이 그녀의 손안에서 힘없이 축, 늘어졌다.
‘…안돼.’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눈, 코, 입에서 피를 쏟으며, 눈조차 감지 못한 채.
황룡대주가 독을 먹으려 한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그를 살려보려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막아볼 새도 없었다.
“…”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이 쿵. 쿵. 뛰고 호흡이 가빠왔다.
‘내 손으로….’
내 손으로 죽였어야 했는데.
피를 토할 때까지 고문하고, 사지를 절단하고,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토해내게 한 뒤에.
서서히 죽음에 이르도록 해야 했는데.
죽여달라고 빌 때까지, 고통스럽게…!
“참거라.”
“….”
“내 분명 분노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섭무광의 목소리에 멱살을 틀어쥐고 있던 설화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설화의 눈빛이 짧게 흔들렸다.
‘…분노?’
내가 분노하고 있나?
그저, 아버지와 유강의 죽음을 쉬이 떠드는 황룡대주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울리고 피가 거꾸로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전 생에선 수많은 이들을 죽였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죽이고 싶었다. 무슨 수를 쓰든, 어떻게든.
‘분노….’
그렇구나.
이런 더러운 기분이, 분노구나.
섭무광이 설화의 어깨를 짚었다. 설화의 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설화는 차가워진 표정으로 이미 죽어버린 황룡대주를 툭, 던졌다.
“꼬맹아.”
“자결했어요.”
“그래.”
황룡대주의 숨이 끊어진 것은 알고 있었다.
검을 비틀 때에 그가 토해내는 마지막 숨을 들었다.
“지독하구만.”
독단을 씹는 것과 동시에 즉사하는 독이라니.
고통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죽음만을 위해 만들어진 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혹여 짧은 새에 누군가 살리지 못하도록, 마음먹은 순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
‘마지막 발악이라도 할 줄 알았건만.’
교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결을 해버렸다.
어째서 남궁을 배신한 것인지, 어디와 관계가 있는 놈인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추궁해 보기도 전에 죽어버렸으니.
쯧.
“이놈, 죽기 전 보인 공력이 이상했다. 알고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