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09화(109/319)
육 혈주가 털썩, 제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남궁무천은 그런 육 혈주의 앞에서 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목에 검을 겨눈 채 기운을 운용했다.
남궁무천의 손짓에 육 혈주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곧이어 그 입에서 무언가가 묶여있는 어금니가 쑥 뽑혀 나왔다.
남궁무천은 어금니에 묶여있는 독단을 바라보다 먼 곳으로 휙, 던져버렸다.
“어디서 보낸 누구냐.”
육 혈주 적괴수가 흐흐, 웃으며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었다.
“혈사채주 적괴수요.”
“수적이 독단을 입에 물고 있더냐?”
“그럴 수도 있지.”
“헛소리.”
그가 평범한 수적이 아니라는 건 그에게 흘러나오는 기운을 통해 알았다.
더러운 기운.
‘설화의 몸에 남아 있던 공력의 찌꺼기와 비슷하다.’
“화오루의 사람이더냐?”
“흐. 소루주가 알려주었소?”
“어서 네놈의 정체나 불거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소루주를 불러주시오.”
적괴수의 시선이 저 먼 곳의 언덕을 향했다.
그곳에 두 사람이 있다는 건 남궁무천도 적괴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도.
“개수작 부리지 말거라.”
“소루주의 앞에서 전부 말하겠소.”
“….”
남궁무천의 눈가가 설핏, 구겨졌다.
자신과 무광이 있으니 아이가 크게 위험하진 않을 테지만, 먼 곳에 있는 것보단 위험하다. 그러니 망설여질 수밖에.
“어차피 죽기를 각오한 목숨이오. 검황인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내 목을 벨 수도 있을 것이고. 뭐가 문제요?”
“….”
“섭섭지 않게 불어 드리리다.”
실실 웃는 그를 내려다보던 남궁무천이 피곤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3장 안으론 불허한다.”
“좋소.”
남궁무천은 섭무광에게 설화를 데려오라는 전음을 보냈다.
이내 섭무광이 설화와 함께 내려와 약속대로 3장 밖에 섰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
섭무광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설화의 모습을 본 육 혈주가 흐흐흐, 웃음을 흘렸다.
“오랜만이오, 소루주. 남궁의 아가씨라는 자리가 썩 맞는 모양이오? 낯빛이 밝아진 것을 보니.”
“소루주라고 부르지 마. 이젠 아니니까.”
“…크하, 하하하! 크하하하!”
적괴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이 공허한 들판에 울려 퍼졌다.
설화는 그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그 육 혈주가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라니.’
이전 생엔 장강 수로채의 지배자로 수로채를 이끌고 혈교의 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였다.
육 혈주가 뱃길을 틀어쥔 덕분에 중원의 물자 수송과 지원을 방해할 수 있었고, 그 탓에 백성들의 생활고가 심해져 더 많은 이들이 혈교로 전향해 왔다.
온 중원과 고수들의 두려움이 되었던 존재.
물 위에선 누구도 이길 수 없었던 장강의 패자(霸者).
그랬던 그가.
“뭐, 못 부를 것도 없지. 남궁 소저. 자, 이제 만족하시오?”
설화는 저를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는 육 혈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육 혈주 역시 이내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거 아오? 그 미친 루주가 웬 울보 아해 하나를 데려와 소루주로 삼는다고 했을 때 난 반대했소.”
금제 탓에 소루주라 명하였지만, 육 혈주는 혈마가 어느 날 설화를 여섯 혈주 앞에 세워놓고 소교주로 삼는다는 공표를 하였을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오 혈주와 육 혈주는 혈마의 뜻에 맹렬하게 반대했다.
물론 혈마의 공표는 통보였기에 반대는 묵살 되었지만.
“맹수 새끼는 키우는 게 아니지. 다 크고 나면 주인이고 먹잇감이고 구분 못 하고 덤벼들거든. 보시오. 지금이 딱 그 꼴이지 않소?”
육 혈주는 다시 흐흐, 웃음을 흘렸다.
어딘가에서 데려온 남궁의 아이를 소교주로 삼겠다고 했을 때, 육 혈주는 혈마가 드디어 돌아버린 줄 알았다.
아니, 애초에 미친 이이긴 했지만.
이후 기억을 지우고 키울 때만 해도 그럴싸해 보였지만, 그 결과가 지금 이것이다.
‘제 주인을 물려 하는 것을 어찌 길들였다고 할 수 있겠나.’
흐흐, 미친 혈마 놈. 제 발목을 제가 잡는 꼴이로군.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겨 보시오.”
“왜? 내가 이기는 게 너한테 좋은 일은 아닐 텐데.”
“굳이 따지자면 그 미친 루주보단 소루주 쪽이 더 마음에 든달까? 난 그 미친 루주한테 꼭 한 방 먹여주고 싶었거든.”
혈교는 겉으론 세상을 구하려는 영웅 행세를 하지만 실상은 결국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일 뿐이다.
적어도 혈마와 여섯 혈주의 관계는 그렇다. 혈마의 힘을 받고 피의 종속으로 목숨줄을 내어준 관계.
처음은 그것이 이해관계에 따른 정당한 거래일지 모르지만, 본디 인간이란 없을 땐 받은 것을 감사히 여기다가, 넘칠 땐 이전의 은혜를 잊는 존재다.
이전 생에도 여섯 혈주들은 혈마에게 협력하는 한편, 자신들의 목을 옭아매고 있는 피의 종속을 증오했다.
항상 그 목줄을 끊어버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여섯 명 전부 그 목줄을 틀어쥔 혈마를 어느 정도 증오했다.
‘그 증오를 나만 보면 풀어대서 귀찮았었지.’
혈마나 여섯 혈주나 설화에겐 다 같은 미친놈들일 뿐이었지만.
“여튼, 결과를 못 보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내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겠소.”
육 혈주가 설화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옮겨 남궁무천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보낸 누구냐 하였소?”
그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휘었다.
“잘 들으시오. 나, 적괴수는….”
그 순간, 육 혈주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며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설화는 놀란 눈으로 그런 육 혈주를 바라보았다.
‘금제를 어기려 하고 있어…?’
금제를 어기면서까지 정보를 주겠다고?
“대…수라….”
그륵, 그륵, 피거품이 쏟아지며 그의 온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손가락을 시작으로 사지의 마디, 마디가 뒤틀리고 뼈가 휘어졌다.
금제는, 오로지 죽기 위한 독단과는 다르게 어기려 하는 이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
“끄윽…끅….”
창자가 갈가리 찢기고 심장이 조각나는 고통 속에서도 육 혈주는 비열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의 핏발 선 시선이 설화를 향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육 혈주의 눈동자 속엔 오로지 광기만이 가득했다.
“혈…교….”
그와 동시에 푸확- 하며 육 혈주의 온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륵, 거리는 거품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보기에는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크…흐흑….”
눈이 뒤집히면서도 그는 웃었다.
제가 싸질러놓고 간 조각이 그 오만한 혈마를 난감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 즐겁다는 듯이.
설화는 그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섭무광이 설화의 눈을 가렸고,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볼에 튀었다.
“끔찍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