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0화(10/319)
“무슨 일이냐?”
“혹여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저희가 직접 나서면 분명 누군가는 귀빈의 정체를 눈치챌 것입니다.”
“흠….”
남궁염이 턱을 쓸었다.
귀빈이 스스로 혼자 다니기를 원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이곳이 남궁세가이긴 하지만 혹여라도 문제가 생기면 세가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역시 호위를 붙이는 것이….”
남궁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발걸음이 가벼운 자들로 붙이거라. 될 수 있으면 나서지 말라 이르고.”
“알겠습니다.”
“그래.”
무려 1년 만에 남궁을 방문한 천객원의 귀빈이다.
귀빈이 남궁에 머무는 동안 부족한 것은 없어야 한다.
“귀빈께서 돌아오실 시간에 맞추어 차를 데우고 음식을 새로 준비하거라. 혹시 모르니 목욕물과 의복도 준비해 놓고. 식사를 찾으시면 곧장 준비할 수 있도록 해라.”
“예.”
남궁염이 재차 당부했다.
“귀빈께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 * *
남궁엔 여섯 개의 무력대가 있다.
가주 직속 무력대인 비풍검대.
그리고 오방색을 나누어 황룡대, 청룡대, 적룡대, 백룡대, 흑룡대.
그중 실력을 인정받아 내당의 무사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각 검대의 1―10대대뿐이고, 나머지는 검단이라 불리는 외당 무사들이었다.
일화가 찾은 연무장은 적색 무복과 적색 민무늬 띠를 두른 적룡단의 연무장이었다.
연무장 안쪽에는 적색 무복을 입은 어린아이들도 보였고, 연무장의 중심, 비무대 위에서는 적룡 단원들의 검법 수련이 한창이었다.
“대연검법 제1식!”
“하!”
적색 띠에 금색으로 한 줄이 그어진 이가 외치자 민무늬 띠를 두른 무사들이 일제히 초식을 펼쳤다.
열댓 명이 초식을 펼침에도 절도 있는 움직임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일화는 잠시간 그들이 검식을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전 생에는 검 한 번만 휘두르면 우수수 떨어져 나가던 이들이라 일화의 관심 밖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들이야말로 남궁을 지지하고 있는 뿌리와도 같은 자들. 본디 뿌리가 굳건한 나무가 쉬이 쓰러지지 않는 법이다.
남궁의 힘을 기르기 위한 시발점은 이들이 될 터였다.
진지하게 외당 무사들의 검술 훈련을 지켜보던 일화는 짧은 소감을 냈다.
‘검이 아니야.’
수많은 수련과 반복 훈련으로 다져진 동작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자랑할 만큼 패기 있다.
남궁을 지탱하는 검법의 기본인 만큼 흠잡을 곳 없는 검술이고.
그러나 저들의 검엔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
‘실전에서 싸워 본 적 없는 건가?’
술(術)은 완벽하지만, 검(劍)이 부족하다.
저들이 익힌 것은 검이 아닌, 동작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검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문제없겠지만, 일평생 남궁의 검을 상대해 오던 일화의 눈에는 보였다.
‘실제로 싸우게 된다면 저들은 검법을 써 보기도 전에 죽을 거야.’
아무리 외부인에게 수련하는 모습을 보여 줄 정도로 기본적인 검법이라곤 하지만, 남궁의 검은 약하지 않다.
그럼에도 저들은 약했다. 아주 많이.
‘갈 길이 멀겠네.’
짧은 한숨으로 감상을 마친 일화는 연무장 한쪽에 놓인 무기대로 향했다.
문제를 안다 하여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적룡단원의 검술은 뒤로하고 제 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화가 막 목검을 집으려던 그때였다.
“어이, 거기!”
누군가 부르는 외침이 들렸다.
일화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방금까지 단원들을 이끌던 금색 한 줄짜리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적룡 11단을 이끄는 조장이었다.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안 하는지, 땀범벅이 된 몸을 앞세우며 다가온 그는 일화가 집으려던 목검을 흘낏 보고는 말했다.
“아무거나 마음대로 만지면 안 된다. 어린애들 가지고 놀라고 둔 거 아니니까 놔둬.”
일화는 연무장 한쪽을 바라보았다.
널따란 연무장의 안쪽에선 일화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일화의 시선을 따라 아이들을 본 적룡 조장이 코웃음을 쳤다.
“쟤들은 너랑 달라, 인마. 쟤들은 정식으로 검을 배우고 있는 거고. 넌 기껏해야….”
그가 일화의 행색을 훑었다.
단원복을 입지도 않았고, 옷도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어린 시비 같은데….’
무사 시험에서 탈락한 건가?
종종 그런 아이들이 있다. 남궁의 검을 배우고 싶은데 시험에선 떨어졌고, 시비로라도 들어와 몰래 배우려 하는 놈들.
조금 전 눈을 빛내며 자신들의 수련을 지켜본 것도 그렇고, 마음대로 연무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딱 그 짝이었다.
연무장 청소 당번.
‘귀찮아 죽겠네. 시비들은 어린 시비놈들 관리도 안 하나.’
“꼬마야.”
적룡 조장이 일화에게 바짝 다가가 섰다.
한참이나 커다란 그의 그림자가 일화를 뒤덮었다.
“검은 말이다, 그저 따라 한다고 제대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괜히 여기 있다가 목검 파편에 얻어맞지 말고 얼른 청소나 하고 가거라.”
남자가 일화의 목검을 탁, 빼앗았다.
빼앗긴 목검을 잠시간 바라보던 일화는 다시 무기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쭈?’
겁을 주어 쫓아내려 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무기대로 향하는 아이를 보며 적룡 조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조막만 한 놈이….”
적룡단원은 쿵쿵, 걸어가 아이가 막 집어 든 목검을 다시 빼앗았다.
그의 손에 들린 목검을 바라보는 일화의 미간이 설핏, 구겨졌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무시를 해? 어디서 못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냐! 네가 정말 혼이 나 보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
“네 담당 시비는 어디 있느냐! 내 너를 담당하는 이에게 말하여 혼쭐을 내도록…!”
“하아….”
일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 요량으로 연무장을 찾았건만, 어쩐지 더 시선을 끌게 된 꼴이었다.
‘돌아가야 하나.’
처음부터 천객원의 연무장으로 갔어야 했을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적룡 조장의 이마에 서서히 핏대가 돋고 있었다.
일화의 고민하는 모습이 그의 눈엔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였다.
“이….”
목검을 쥔 그의 손에 뿌드득, 힘이 들어갔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적룡단원이 일화의 종아리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목검이 일화의 종아리에 닿은 찰나.
탓. 탁.
땅을 박차고 가볍게 뛰어오른 일화가 휘둘러지는 목검을 사뿐히 밟곤 다시 땅에 내려섰다.
휘두르는 목검에는 시선도 두지 않은 채였다.
‘어?’
목검에 실린 힘이 일순간 증발하듯 사라졌다.
이질적인 고요함이 흐르길 잠시.
풀썩―!
중심을 잃은 적룡 조장의 몸이 볼품없이 엎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