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12화(112/319)
* * *
청해가 그녀의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마음 같아선 이 자리에서 당신을 죽이고, 당신이 한 짓을 모두에게 알리고, 당신의 가문을 철저히 짓밟고 싶은 것을….”
청해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간신히 참고 있소.”
소란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황룡대주가 죽기 전 모든 것을 말하였나?’
하지만 그 사람이… 설마 전부 말했을까?
제 자식을 어떻게든 가주로 만들어 남궁의 꼭대기에 앉혀놓고 싶어 했던 이가?
‘아니야. 거기까지 말했을 리는 없다. 소룡이가 호락의 자식이라는 건 증명할 방법이 없을 테니까.’
죽으면 죽었지, 제 자식과 연인을 팔아넘길 이가 아니다. 그러니….
“…맞아요.”
“….”
“제가… 적룡대주에게 원하는 이들을 내당 무사로 뽑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소란은 끝까지 황룡대주와의 관계를 숨기기로 했다.
아직, 아직 들킨 것을 확신할 수 없으니….
“그들이 주는 돈에 눈이 멀었나 봐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상인의 딸이라 피는 못….”
“끝까지 발뺌을 할 셈이군.”
다문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청해의 목소리는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제 몸을 감싸고 있던 소란의 팔이 잘게 떨려왔다.
“지금부턴 장난할 생각이 들지 못하게 똑똑히 말해주지.”
“…?”
“당신 아들을 살리고 싶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것이오.”
소란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긴장으로 떨리던 몸이 오히려 딱딱하게 굳었다.
‘전부 알고 있다.’
끝내 숨기려 하였던 것이 무색하게, 남궁청해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쿵. 쿵쿵.
세 아들 중 가장 차분하고 이성적이라는 이 공자였지만, 남궁의 핏줄은 어디 가지 않는다.
그의 분노가, 분노가 토해내는 서늘함이 뇌옥의 안을 얼리고 어둠으로 물들였다.
“그….”
소란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 아이는….”
그 순간, 청해의 낯빛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숙모님은 황룡대주와 내연관계예요.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소룡이고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믿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적어도 소룡이의 얘기는 거짓이길 바랐다.
13년을 제 자식이라 생각하며 키운 아이였다. 아무리 아픈 손가락이라도 그 아이를 아비로, 사랑하였으니까.
‘친자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추궁하세요. 자백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으니까요.’
묻지 말고, 몰아붙여라.
그 말 그대로 소란은 모든 것을 인정했다. 허무하게도.
“…당신은 나를… 내 모든 것을 무너트렸소. 알고 있소…?”
연소란의 외도와 소룡의 존재는 곧 청해의 흠이자 무능력함의 방증이었다.
제 가정의 문제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이를 누가 가문의 가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그것이 비단 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가문에서 인정받아 가주가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 온 청해의 목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미안해요. 전부 내 잘못이에요. 그러니 그 아이만큼은 내치지 말아주세요. 그 아이는, 우리 소룡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 !”
“웅이는 걱정이 안 되오?”
청해의 시선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웅이도 제 자식일진대, 이 순간까지 황룡대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만을 생각하는 그녀의 호소가 역겨웠다.
“오늘부로 웅이도 어미를 잃게 되었소. 아무리 나를 속이고 다른 이를 마음에 품었다 하여도! 웅이 역시 당신의 자식이란 말이오…!”
“….”
“웅이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소?”
연소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웅이는… 친아비가 살아 있지 않은가요…?”
“하….”
허탈함이 뒤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청해와 소란은 서로 뜨거운 사랑을 나눈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온기를 나눈 관계라곤 할 수 있었다.
무슨 이유로 부부가 되었든, 그저 이해관계에 상충하여 맺어진 사이이든.
그는 꽤 괜찮은 남편이었고, 그녀는 꽤 괜찮은 아내였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끝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군.”
“소룡이를… 살려주세요. 그 아이도, 남궁의 핏줄입니다….”
“핏줄은 핏줄이지. 가문을 팔아먹으려 했던 놈의 핏줄인 것이 문제지만 말이오.”
마음 같아선 소룡의 성을 빼앗고 내공을 폐하고 싶지만, 아이에겐 죄가 없다.
이번 일로 아이는 상처를 받게 될 것이고, 그것이 아이를 평생 괴롭히게 될 것이다.
“…소룡이는 외가로 보내질 것이오. 그 아이에게 진상을 알리지 않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한 내 마지막 배려요.”
청해는 단호하게 뒤돌아섰다.
제 부탁으로 잠자코 기다려 주던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이제,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수고했다.”
남궁무천은 아들의 어깨를 툭, 툭, 쳐 주었다. 무심한 손길이었지만, 아들을 향한 신뢰와 위로가 담겨 있었다.
남궁무천은 제 아들을 우습게 만든 연가의 핏줄을 바라보았다.
그 위압적인 시선을 이기지 못한 연소란이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아, 아버님.”
이제 와서 아니라고 발뺌할 순 없었다.
그러나 연소란이 잘못을 시인하고도 이리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데엔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남과 호북의 상권을 틀어쥐고 있는 대상단. 만전상단(萬展商團)의 연(燕)가.
‘내 가문이 엮여있는 이상 큰 벌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 혼인은 서로의 이익을 위한 거래였다.
남궁은 만전상단의 상권과 수완을, 만전상단은 남궁의 이름과 무력을.
그러니 이 혼인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곧 상단과 가문의 문제로 불거질 것이기에, 남궁은 최대한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을 것이다.
“무슨 벌을 내리시든… 달게… 받겠습니다….”
“결코 달지 않을 것이다.”
소란의 앞으로 손바닥만 한 종이가 내려앉았다. 소란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종이를 받아서 들었다.
“아버님,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