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14화(11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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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 타탁! 탁!
일각이 이각이 되고 이각이 반 시진이 되고, 반 시진이 이어져 벌써 두 시진째.
설화와 섭무광은 벌써 두 시진째 잡고 잡히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탕후루를 사 주겠다던 일각이 지난 지 한참이지만, 설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후웅- 탁, 훅- 타탓!
설화가 오른손으론 검을, 왼손으론 검을 피해 올 것을 노린 장법을 내질렀으나.
“급하다.”
섭무광은 예상하였다는 듯이 가볍게 피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끼고 있던 팔짱 역시 이번에도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탓.
결국, 설화가 백기를 들었다.
“하…하아…하….”
설화는 자리에 선 채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손등으로 쓸었다.
“그래도 제법이구나. 몇 번은 나조차 놀랄 정도로 예리했다.”
“대주님의 보법인가요?”
“그래. 뇌영보(雷影步)라고 하는 내 검법에 특화된 보법이지.”
뇌영보(雷影步). 뇌전의 그림자와 같은 보법.
모든 이름에 뇌전이 들어가는 그의 무공에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뇌전의 그림자를 본 적 있느냐?”
“아뇨.”
그림자는커녕 흔적조차 보기 힘든 것이 뇌전이 아닌가.
섭무광이 크큭, 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본 적 없겠지. 뇌전은 빛 그 자체니까. 빛에 그림자가 어디 있느냐?”
“….”
“하하하하!”
그는 정말로 신나 보였다.
설화가 표정이 굳어도 신경 쓰지 않고 한바탕 웃어 재낀 그는 이내 눈물을 찔끔 훔치며 말을 이었다.
“뇌전엔 그림자가 없다. 하나, 뇌영보라 부르는 것은 보법이 바로 그림자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발을 가볍게 움직였다.
가볍지만,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보법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무공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지. 아무리 검을 잘 휘둘러도, 창이나 권이나 다른 것을 잘 다룬다고 할지라도 보법이 엉망이면 결국 헛짓거리라는 소리다.”
생각해 보거라. 아무리 손이 빠르다 하여도 발이 느리면 적에게 닿지 못할 것이 아니더냐?
“좀 전의 너처럼 말이지.”
“….”
살살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었다.
설화는 그의 머리 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멩이를 노려보았다.
“하여, 난 이 보법에 가장 많은 품을 들였다, 이 말이다. 알겠느냐?”
“네.”
보법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나, 왜 중요한지, 왜 시간을 들여 익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끝내 돌멩이를 떨어트리지 못한 것이 분하긴 하지만, 설화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이게 즐겁다는 거 맞겠지?’
더 배우고 싶고,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자, 그럼 지금부터 뇌영보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알려주도록 하마. 이쪽으로 오거라.”
설화가 그의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요.”
“?”
설화가 곁으로 다가와 까치발을 들자, 섭무광은 자연스레 그녀의 키에 맞추어 몸을 숙였다.
“무슨 말인데 귓속말까지 하느냐?”
그가 몸을 숙이는 것과 동시에 그의 발치에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섭무광이 시선을 내렸다.
제 머리 위에 얹어놓았던 돌멩이였다.
“….”
돌아보자, 설화의 얼굴에 신난다는 미소가 번졌다.
몸을 숙이는 틈을 타 검집으로 쳐서 떨어트린 것이다.
“포기한다곤 안 했어요.”
“…이건 반칙이다.”
“전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하아.”
섭무광이 자세를 세우곤 황당함에 웃음을 흘렸다.
“그래. 방심은 금물이지. 나도 하나 배웠으니 가는 길에 탕후루는 사 주마.”
설화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휘어졌다.
그녀가 섭무광의 옆에 나란히 섰다.
“잠시 기다리거라.”
크큭, 웃으며 섭무광은 숲에서 돌멩이를 몇 개 더 주워 와 설화의 앞에 놓아주었다.
모양도, 높낮이도 전부 다른 돌멩이들이었다.
어떤 것은 설화의 발 크기만 했고, 어떤 것은 주먹만 했고, 또 어떤 것은 고작 손가락 두 개 크기였다.
돌멩이를 두는 간격도,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제 머리 위에 올려 두었던 돌멩이를 설화의 앞에 내려놓은 그가 손을 탁탁, 털며 허리를 폈다.
“너는 지금부터 이 돌멩이들만 밟으며 내 공격을 피해야 한다.”
“…네?”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내 적당히 휘두를 테니.”
섭무광이 어느새 꺼내든 검집을 훙, 훙, 휘둘렀다.
“처음은 특별히 공격하지 않으마. 우선은 돌멩이들만 밟고 저 끝까지 갔다 와 보거라. 단, 땅을 밟으면 딱밤이다.”
후후, 웃는 웃음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설화의 입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도로 닫혔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땅에 늘어선 돌멩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래 보여도 풍뢰신이 아닌가?
이전 생에선 전인 하나 없이 사장된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뜻이 있으시겠지.’
해보자.
짧게 심호흡한 뒤 설화는 통통, 뛰다가 돌멩이 위로 톡, 뛰어갔다.
양발을 놓을 수 있는 크기는 없었다.
톡, 토톡, 톡.
어떤 것은 온전히 밟았고, 어떤 것은 발끝으로 간신히 섰고, 어떤 것은 보기와는 다르게 뾰족해서 곧장 다음 돌멩이로 뛰어야 했다.
중심을 잃고 땅을 밟을 뻔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호오.”
하란다고 저걸 하네?
섭무광의 입꼬리가 흥미롭게 휘어졌다.
시키긴 했지만, 한 번에 성공할 줄은 몰랐다.
각양의 돌멩이를 밟으며 나아가는 건, 순간의 판단력과 힘의 분배가 필요한 일.
그것을 알려주려 했을진대.
‘생각보다 아니, 생각한 것 이상이로군.’
무공을 익히었고, 천무지체라는 것도 알고, 무공에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눈으로 그 재능을 보는 것은 또 놀라운 일이다.
‘본능인가? 아니면 진정 무의 근본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열셋의 나이에 이 정도의 재능이라면….
섭무광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순간, 이 아이가 자라 천하를 호령하게 될 미래가 눈에 선하였기에.
‘고작 몇 년 후도 기대되는 아이로군.’
이 아이에게 제 무공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실로 복이로다.
그의 입꼬리가 참을 수 없는 기쁨으로 물들었다.
탓, 타탓, 탓!
끝까지 갔다 온 설화가 마지막 돌멩이를 밟고 섰다.
아이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섭무광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