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16화(116/319)
“그래서 이렇게 심각하시구만.”
“적어도 동등하게 겨룰 수 있길 바랐다. 세 놈 다.”
“그게 왜 형님 잘못이요? 부인 잘못 얻은 그놈 잘못이지.”
“본가가 아니었다면 그 녀석도 제가 원하는 좋은 아내를 만났겠지.”
조건이나 이득을 따지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
“그래서, 남궁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한 것을 미안해하고 있다는 말이오? 지금?”
섭무광이 허, 참, 탄식했다.
모두가 경외함을 마다치 않는 남궁무천이.
천하를 호령한다는 그 천룡검황이.
이렇게 지질한 모습이나 보이고 있다니?
“형님 노망났소?”
“뭐라?”
남궁무천의 눈빛이 흉흉하게 발했다.
검황 성격 어디 안 간 심지가 굳건한 그 분노에 섭무광은 안심했다.
“잘잘못을 따지면 천지에 떳떳할 수 있는 놈 하나 없소. 남궁의 이 공자로 태어난 것이 형님 탓도 아니고, 답지 않게 웬 청승이오? 청승은.”
“….”
“그리고, 오히려 이제라도 밝혀진 게 다행 아니오? 꼬맹이 덕에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발견한 셈이잖소.”
남궁무천이 긴 한숨 내쉬었다.
“그건 그렇지.”
무력대의 썩은 부위를 드러내고 남궁을 좀먹던 벌레들을 잡아낸 것 모두, 그 아이 덕분이지.
그들은 가주인 자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지만, 어린아이의 입을 막진 못하였다.
설화가 가문으로 돌아와 주었기에 망정이지, 아이가 아니었다면 가문의 뿌리가 전부 썩어 들어갈 때까지 몰랐을 것이다.
‘설화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본 것인가.’
처음, 아이가 가문으로 돌아와 뿌리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을 때가 떠오른다.
남궁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당돌하게 가문을 지키겠다, 선언하였던 아이.
그런 아이에게 자신은 약속하였다.
누구보다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큰 하늘이 되어 주겠다고.
그리고 그 때가 되었다.
“설화가 화산에 같이 가 달라고 하더군.”
기대라고 하였지만, 어떻게든 제힘으로 해결해 보려 하는 아이가 이번엔 먼저 도와달라며 자신을 찾아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할아버지의 힘이 필요하다며.
섭무광이 웃음을 흘렸다.
“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소.”
그래서 형님 곁에 있었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흑룡대와 백룡대를 데려갈 생각이다.”
“…누가 보면 전쟁이라도 치르려는 줄 알겠소. 화산이 위협이라도 한다고 오해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백룡대는 산서의 분가로 보낼 것이다.”
섬서와 가까운 산서성의 남단 신강(新絳)의 분가로 보내 필요할 때 합류할 수 있도록.
검대 하나를 통째로 대기시켜 놓겠다는 말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함에도, 철저한 대비였다.
“역시, 가주님이시구만.”
가주가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가문의 검대 하나를 놀릴 수 있단 말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야말로 인력 낭비인데.
“네 놈은 어찌하겠느냐?”
“이번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섭무광의 말투가 변했다.
조금 전까진 남궁무천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였다면, 다시 비풍대주의 본분으로 돌아온 것이다.
섭무광이 품에서 약지 크기의 돌돌 말린 종이를 꺼내 남궁무천에게 내밀었다.
“운남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화오루의 실상을 알아낼 단초를 찾아냈다 합니다.”
“단초라.”
남궁무천이 서신에 적힌 글을 훑었다.
화오루에서 벌이는 도박판의 꾼들을 통해 화오루가 감추려 하는 세력에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생각보다 늦었군.”
“개방도 알아내지 못한 걸 알아냈으니 칭찬해 줘야지 않겠습니까?”
“하여, 이곳을 가보려는 것이냐?”
“조금 더 정확한 단서를 알아내면 연락을 준다 하였으니 그때는 직접 가 봐야지 싶습니다.”
“그래.”
혈교의 존재를 아는 섭무광이 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비풍대원들이 헤매는 것보단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설화와 관련되었고, 8년 전 그 일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이상, 그들에 대한 조사는 더욱 철저히, 집요하게 할 작정이었다.
“화오루는 예상했던 것보다 위험한 세력이다. 그곳에 가 있는 이들에게 조심하라 이르거라.”
“예. 가주님.”
* * *
“풍뢰신공(風雷神功)의 구결을 벌써 다 외웠다고?”
“네.”
섭무광은 황당한 표정으로 설화를 내려 보았다.
이 어마무시한 꼬맹이는 보법도, 신법도 하루 만에 익히더니 이젠 심법마저 하루 만에 흡수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무공이 본디 쾌와 변의 무공을 추구하던 꼬맹이와 잘 맞는다곤 하여도.
“이거 정말 물건이구만.”
이 정도면 괴물도 아니다. 신이다, 신.
무의 신.
“앉아 보거라. 바로 운기에 들어가자.”
설화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섭무광이 장포를 펄럭이며 그녀의 뒤에 앉아 아이의 등에 손을 얹었다.
“본래 두 가지 성질의 내공은 섞이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하나, 뇌전의 기운은 본디 하늘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충분히 가능하지. 내가 직접 해본 것이니 믿어도 좋다.”
“네.”
괜찮을 거라는 말로 설화를 안심시킨 뒤 섭무광은 내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기를 이끌어 줄 테니 구결을 외우며 잘 따라오거라.”
“네.”
이윽고 섭무광의 내력이 설화의 혈도를 통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
무언가 저릿한 감각이었다.
남궁의 내공과는 다른, 거칠고 위험한 기운.
그러나 이 내공을 다룰 줄 알게 된다면,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얻게 되리라는 것이 느껴진다.
츠츳, 파츠츳.
남궁의 심법도, 섭무광의 심법도 정도를 따르는 정파의 내공을 쌓는 것이기에 서로를 밀어내거나, 충돌하지는 않았기에 주화입마의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기본 성질이 다른 두 내공은 처음부터 섞이려 하기보단 탐색을 하듯 서로의 주위를 맴돌았다.
– 억지로 섞으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뇌전이란 하늘의 분노이니. 네 내공이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봐라.
내공이 무기를 갖는다.
재미있는 표현이었다. 내공이 무기를 갖는다니.
하나, 섭무광의 내공이 뇌전이기에 그 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푸른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든다. 아니, 먹구름이 아니어도 좋다.
두꺼운 구름이 아닌, 얇은 은빛의 구름이 푸른 하늘에 장막을 치듯이 뒤덮인다.
쿠르릉-
하늘이 울부짖고, 그 울부짖음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빛의 번쩍임으로.
천지를 뒤덮는 굉음으로.
한 줄기의 분노로.
쿠르릉….
그것은 곧 하늘의 절규이다.
하늘을 향해 부르짖는 사람들을 안쓰럽게 여기는 위로이자 눈물에 대한 화답이다.
츠츠츠츠….
“….”
섭무광은 설화의 몸에서 자연스레 뒤섞이는 제 내공을 느끼며 멍청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가볍게, 한 번, 운기를 도와주고 보여주려 했을 뿐이다. 억지로 섞으려 하지 말라는 말도 처음은 어려우니 천천히 하자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