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17화(117/319)
* * *
전각으로 돌아온 설화는 유강에게도 소식을 알리고 곧장 채비를 시작했다.
모용연화의 초대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남궁웅의 상태가 궁금하기도 하고.
‘가주님께 소가주의 자리를 포기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오는 참이다.’
며칠 전, 대뜸 찾아온 남궁청해가 한 말이다.
연소란과 그녀와 동조했던 이들의 숙청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소문을 여기저기서 잘 주워 와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여율 덕이었다.
그럼에도 남궁청해는 그들의 죄목과 그들이 받은 처벌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
8년 전 그 일에 제 전 부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할 때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여실히 드러났다.
남궁청해가, 어린 자신에게 구태여 직접 찾아온 이유를 설화는 알았다.
남궁청해에게 연소란과 황룡대주의 관계를 일러주어 숙청을 부추긴 것이 자신이었으니까.
‘연소란이 혈교의 끄나풀이라는 건 몰랐지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남궁청해에게 두 사람의 사이를 말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황룡대주의 배신으로 자신의 사람들이 다친 이후, 설화는 작은 위험도 곁에 두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생각보다 일이 커진 건 사실이야.’
황룡대주와 연소란 뿐 아니라 장로들과 검대주들까지.
검을 뽑아 든 남궁무천에게 자비란 없었다.
검황이라 불리는 이의 결단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설화 역시 이번에 여실히 느꼈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구나.’
모든 이야기를 마친 남궁청해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가 손대지 않은 찻잔의 찻물만이 그의 자리에서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것이 끝이었다. 남궁청해의 가족에 관한 소식은.
듣기론 남궁청해도, 남궁웅도 처소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런 남궁웅이 모용연화의 초대에 응한 것이다.
‘남궁웅이라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눈에 선하다.
설화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와! 너무 아름다우세요, 아가씨!”
마침 설화의 채비를 마친 여율이 양손을 모으곤 눈을 반짝였다.
“제가 했지만… 정말… 정말….”
“고마워, 여율.”
설화는 그녀가 호들갑을 떨기 전에 얼른 자리를 피했다.
“자, 잠깐! 아가씨! 겉옷 가져가셔야죠!”
여율이 그런 설화의 뒤를 후다닥 쫓아와 막 전각을 나서는 그녀에게 겉옷을 입혀주었다.
겉옷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얌전히 받아 입는데, 누군가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
언제 왔는지, 유강이 계단 아래에 서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강 역시 도복이 아닌 남궁에서 준비해 준 의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입고 온 옷은 수로채의 전투로 찢어져 입을 수 없던 탓이었다.
푸른색이 감도는 비단으로 만들어진 의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썩 잘 어울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궁의 공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워낙에 정직하고 또랑또랑한 인상 탓인 듯했다.
“언제 왔어?”
“…어?”
설화가 계단을 내려가 그에게 다가갔다.
유강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어, 방금. 막….”
“요새 몸 좀 나았다고 연무장에 간다면서?”
“몸이 좀 찌뿌둥해서. 가볍게 몸만 풀었어.”
“의약당 의원들 좀 그만 괴롭히는 게 어때?”
“…내가? 나 안 괴롭혔는데?”
“의약당 의원들이 사라진 환자를 찾는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환자가 연무장에 갔을 거란 생각은 못 한 탓에 세가 여기저기를 뒤진 모양이었다.
유강의 괴물 같은 회복력도 회복력이지만, 몸 좀 괜찮아지자마자 연무장을 찾는 것이, 웬만하게 수련에 미친 놈이 아니었다.
“헉.”
거기까진 몰랐는지, 유강이 경악했다.
“그러다 화산으로 가는 길에 상처가 덧나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지체되면 버리고 가도 돼?”
유강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무어라 말하려고 오물거리던 입은 닫히고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앞으로는 더 조심할게.”
제 딴에는 몸이 좋아져서 가볍게 움직인 것뿐이겠지만, 순순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잘 생각했어.”
설화는 옅게 웃으며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령이 설화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근데 있잖아!”
다급히 부르는 목소리에 설화가 뒤를 돌아보았다.
계단 위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둑해져 가는 연보랏빛 하늘과 하늘을 유유히 떠가는 짙은 구름을 등진 거대한 전각.
전각의 불빛과 길의 불빛이 한데 모이는 자리, 그 자리에 서 있는 유강.
“오늘 정말 예쁘다.”
유강이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헤헤, 웃었다.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등진 그 미소는 찬란하게 비추는 불빛만큼이나 밝았다.
설화는 모여든 불빛 탓에 눈이 부신다고,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 * *
“와하하! 네가 좋아한다길래 만들어 봤다!”
설화의 앞에 커다란 접시가 놓였다.
잠시 그 무엇인지 모를 것을 바라보던 설화가 청산에게 물었다.
“이게 뭔가요?”
“보면 몰라? 탕후루다!”
“…이게요?”
“그래! 뭐, 그리 어렵진 않더라! 당즙에 좀 재우고! 굳을 때까지 기다리고! 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특별히 큰 과일로 했다!”
그 말처럼 접시에 만들어진 탕후루는 작은 포도나 딸기부터 시작해서 사과, 배, 감 등의 과일들이 보였다.
그 큰 덩치로 이걸 오밀조밀 만들었을 장면을 상상하니….
설화는 그중 가장 작은 포도를 집어 한 알 먹어보았다.
우득.
…내공을 사용해야 먹을 수 있는 건가?
식탁 수련의 일종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머지를 조용히 내려놓고 청산이 안 볼 때 머금고 있던 것마저 땅에 뱉었다.
설화는 접시를 멀리 밀어놓은 뒤 둘러앉은 이들을 돌아보았다.
설화와 유강, 화린과 청산 부부 그리고 소약이 초대되어 앉아있었고, 그런 소약의 곁에 남궁웅이 보였다.
설화는 웅을 자세히 살폈다.
즐거운 이야기에 하하, 웃고 반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어쩌다 설화와 눈이 마주칠 때면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피했는데 화린처럼 수줍어서 피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럼 그렇지.’
그런 웅의 반응을 보며 설화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유강은 진소약을 데려다주겠다며 나갔고, 설화는 령과 함께 먼저 처소로 향했다.
“누, 누님!”
부르는 이가 누구인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