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7)_2
령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령이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대기했다.
설화가 웅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놀란 것일까, 웅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저… 그, 그게….”
“사과할 생각이면 하지 마.”
웅이 움찔, 물러섰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다.
정말이지 설화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반응이었다.
낮은 한숨을 내쉰 설화는 웅에게 다가가 그의 양어깨를 붙들었다.
깜짝 놀란 웅의 눈이 동그래졌다.
“웅아.”
“네. 누님.”
“네 잘못도 아닌 것에 죄책감 느끼지 마. 그건 착한 게 아니라 바보 같은 거야.”
“하, 하지만….”
웅은 들었다. 8년 전, 설화 누님이 당한 일을 주도한 것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것을.
설화 누님은 집을 떠나 오랫동안 힘든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어머니 때문인데, 어떻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 제가…. 밉지 않으세요?”
“응. 밉지 않아.”
“!”
“솔직히 난 너희 엄마도 밉지 않아. 아니, 별생각이 안 들어.”
사실, 남궁청해도 굳이 찾아와 말해주기에 듣긴 했지만, 연소란이 어떤 벌을 받았든, 어떤 최후를 맞이했든. 그런 건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
섭무광에게 무공도 배워야 하고, 남궁 파훼 무공도 정리해서 무학당에 넘겨주어야 하고, 화산의 일도 신경 써야 한다.
이제야 남궁의 썩은 뿌리가 정리되었지만, 남궁 하나 변한다고 미래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혈교의 난이 일어나게 될 그때, 혈교와 대등한 조건이 되어 싸우기 위해선 아직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
“8년이나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원망하면서 그 일을 벌인 사람들을 일일이 미워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 난 앞으로 나아가기도 벅차거든. 그런데 내가 너를 미워할 여유가 있을 것 같아?”
웅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너도 그런 것에 마음 쓸 시간 있으면 검술 수련이나 더 해.”
“거, 검술 수련을 게을리하진 않았습니다!”
“그럼, 지난번처럼 나랑 비무해 볼까?”
웅이 더 빠르게 도리질 쳤다.
“그건… 아직… 제 마음의 준비가…!”
당혹으로 물드는 동그란 눈동자를 보며 설화는 픽, 웃음을 흘렸다.
반응을 보니 다행히 어머니를 잃은 것을 그리 슬퍼하는 것 같진 않았다.
아니, 슬프지 않을 리는 없겠지. 그저, 참는 것에 익숙해진 것일 터다.
‘평소에도 첫째만 예뻐하는 티가 날 정도였으니까.’
이 어린아이가 이렇게 어른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포기하고, 사과하는 것에 익숙한 반응이.
“웅아.”
“네, 누님?”
“이대로만 자라자.”
이대로 쑥쑥 잘 자라서 미래에 이 남궁 세가를 이끌어갈 인재가 되어줘.
‘자신감은 좀 더 키울 필요가 있지만, 그건 차차 키워가면 되는 거니까.’
설화는 저도 모르게 웅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보드라운 머리칼을 슥, 슥, 쓸고 있었다.
어른들이 제 머리를 자꾸 쓰다듬는 게 이런 기분일까?
맑고 동그란 눈을 보니 왜인지 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잘 자라자.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