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22화(122/319)
챙그랑-
맞부딪히고 있던 수하의 검이 떨어지고, 목이 베인 수하의 몸이 그의 앞에 쿵. 무릎을 꿇었다.
그 너머엔 남궁무천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망설임 없이 이행했다. 죽이지 않는다면 죽이겠다던.
섭무광은 제 발치에 스러진 수하의 시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죽고 싶지 않아.’
분명 그리 말하였다.
마지막, 숨이 끊어질 것을 예상한 그 순간, 제 수하는 그리 말하였다.
남궁무천의 검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것이 답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눈앞에서 수하의 목이 잘리는 광경에 아무렇지 않은 것은 또 다른 일이다.
“….”
남궁무천은 허탈하게 죽은 수하를 내려다보는 섭무광을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검을 집어넣은 남궁무천이 흑룡대를 향해 말했다.
“부상자를 의약당으로 옮기고 시신을 수습하거라. 본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 죽은 이들이다. 대우를 소홀히 하지 말거라.”
흑룡대원들이 일제히 대답한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남궁무천은 이어서 모여있던 이들을 향해 말했다.
“천호전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설화 너도 오거라.”
그제야 모여있던 이들이 남궁무천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있던 설화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라는 시선 속에 설화와 령이 담장 아래로 내려왔다.
설화를 포함한 이들이 천호전에 모였다.
가문 내에 있던 장로들과 가문의 어른들도 소식을 듣고 모여들었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임무를 수행하던 비풍대원들이 멋대로 돌아와 본가의 마당에서 본가를 공격하였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본가의 내부에 있던 혈교의 끄나풀들을 색출하고 가문을 어지럽히는 세력을 축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진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분위기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설화는 나오거라.”
설화가 천호전의 중심에 섰다.
가문 어른들의 시선이 한 아이를 향했다.
“내게 하였던 말을 모두에게 말해줄 수 있겠느냐?”
고개를 끄덕인 설화는 천호전에 모인 이들을 둘러보았다.
당주들과 장로들 검대의 대주들까지.
그들의 표정은 남궁에 처음 왔을 때 보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안온했던 삶에 익숙해져 평온하기만 했던 표정에 위기감이 더해졌고, 미소로 가득했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준비되어 가고 있었다.
“고독의 일종이에요.”
설화는 굳은 얼굴들을 하나씩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혈도 곳곳에 고독을 심은 뒤 모체를 죽이면, 심어놓은 고독이 터지며 고독의 피가 흘러나와요. 그 피는 독이 되어 혈도를 부풀리며 내력을 요동시키고 그 내력이 혈도를 타고 돌아 단전과 백회에 모이면.”
펑.
설화가 손을 펼쳤다.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한 이는 없었다.
“응축된 공력이 폭발하듯 터지니, 위력은 가진 공력에 비례하여 커지고요.”
비풍대원들은 하나같이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무려 일 갑자의 내력이, 그것도 다섯이나 그 자리에서 폭발하였다면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남궁무천과 섭무광을 제외한 이들은 무사할 수 없었을 터였다.
“고독을 제거하여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모체를 가진 이에게 들켜선 안 되고, 만일 고독이 죽어 중독이 시작되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에요. 터지도록 두거나, 터지기 전에 경추(頸椎)를 잘라내는 것이죠.”
설화가 제 목을 가리켰다.
그것이 바로 남궁무천이 비풍대원들의 목을 벤 이유였다.
비풍대원들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본 설화가 남궁무천에게 이 같은 사항을 서둘러 전음으로 설명하였던 것이다.
“고독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아시다시피 저들은 도움을 청하긴커녕 본가를 공격했어요.”
설화는 섭무광을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굳은 표정의 그에게선 서늘한 분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들이 본가를 배신하려 하였던 것이 아니라면 답은 하나예요. 고독을 심은 자가 지척에 있었고, 고독을 빌미로 저들을 조종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누구인지, 설화는 알았다.
‘혈마.’
남궁무천조차도 기척을 느끼지 못할 존재라면 혈마밖에 없다.
객잔에서 그를 만났으니, 그가 이곳 합비에 있는 것 역시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었다.
비풍대원들에게 본가를 공격하길 지시하고 어디선가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을 사람.
‘크하하하하! 하, 하하하하!’
혈마의 웃음소리가 생생하게 귓가를 울렸다.
그것은, 이전 생에 그녀가 죽어가며 들었던 혈마의 비웃음이었다.
“독성이 약한 독분을 사용한 것도, 필사적으로 맞서지 않은 것도, 돌아온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거예요. 비풍대원들은 아마….”
그는 분명 이번에도 비풍대원들의 고통을 지켜보며 즐거워하였을 것이고, 혼란해진 남궁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죽기 위해 돌아왔을 거예요. 본가의 손에요.”
말을 마친 설화는 가문인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충격 어린 표정을 바라보았다.
공식적으로 선포하진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혈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가문에 숨어든 간자를 색출할 때에 가장 먼저 조사받았던 이들이니.
그러나 존재만 알 뿐, 수로채의 일도 전해만 들었을 뿐, 직접 그 상황을 보지 못한 이들이 그 일의 심각성을 깨닫기란 쉽지 않았다.
뚜렷하지 않은 적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이들은 보았다.
‘혈교’.
그들의 잔혹함과 그들은 언제든지 본가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가 책임지고 가겠소.”
섭무광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평소와 달리 차분했다. 그 차분함이 도리어 그의 참담한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매사에 귀찮은 듯 반응하고, 가문의 일에 관심 없어 보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제 사람들을 아끼는 사람이다.
섭무광의 성정을 아는 이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섭무광이 남궁무천을 향해 말했다.
“운남에 보낸 수하들 수가 열다섯이오. 그중 다섯이 오늘, 이 꼴로 돌아왔소. 비풍대를 이끄는 대주로서, 난 내 수하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놈이오. 하니 나를 보내….”
“안 돼요.”
그를 말리며 나선 이는 설화였다.
남궁무천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설화가 섭무광의 옆에 서서 남궁무천을 향해 말했다.
“보낸 대원이 열다섯임에도 다섯밖에 돌아오지 않은 것은 맞아요. 하지만 설마 열다섯 중 다섯만 저들의 손에 붙잡혔을까요? 그랬다면 다른 열 명에게서 위험을 알리는 보고가 오지 않았겠어요?”
혈마가 자신을 찾아와 분명히 말하였다.
스승을 데려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