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23화(123/319)
“백룡대를 내어주마.”
“!”
섭무광은 놀랐다.
백룡대는 불과 얼마 전에 남궁무천이 화산에 데려가겠다고 말하였던 검대였다.
적룡, 청룡, 황룡의 대주들이 지난 수로채의 일 이후 처형을 당한 후 사실상 가문이 움직일 수 있는 두 개의 부대 중 하나였다.
“가주님, 백룡대는….”
“싫다 하여도 내어줄 것이다. 이것은 내 고집이니 꺾을 수 없을 것이다. 함께 가거라.”
조금 전 말려도 가겠다던 섭무광의 고집에 맞선 남궁무천의 명령이었다.
섭무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면 채비가 끝나는 대로….”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섭무광과 남궁무천이 설화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주먹을 꽉 쥔 채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제 말을 꾹 눌러 참고 있었다.
“꼭 가셔야겠다면, 출발일을 하루만 늦춰주세요. 부탁드려요.”
“….”
채비를 마치는 대로 떠나려 하였던 섭무광은 대답을 망설였다.
마음 같아선 백룡대도 두고 지금 당장 출발하고 싶지만, 그는 아이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 가문 내에서 화오루에 관하여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이이니, 이유가 있을 터였다.
“모레 새벽에 출발하마.”
* * *
천호전을 나온 설화는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의약당으로 향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가 의약당에 도착했을 때, 새로 들어온 약재들을 정리하고 있던 초련이 환한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
“어머, 아가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설화는 의약당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러곤 약재 서랍들을 열며 재료들을 뒤적였다.
초련이 무슨 일이냐는 듯 설화를 뒤따라 들어온 령을 돌아보았지만, 령 역시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고개만 저었다.
그렇게 한참 약재들을 찾아 담던 설화는 이어서 초련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종이에 무언가를 휘갈겨 적기 시작했다.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에 초련과 령은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만 볼 뿐이었다.
마침내 그녀가 약재가 든 바구니와 종이를 초련의 앞에 내밀었다.
“내가 아는 재료는 이게 전부야. 내일 저녁까진 만들어야 해. 가능하지?”
초련이 눈을 깜박이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
바구니 위에 놓인 종이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초련의 눈이 커졌다.
“…아가씨!”
황당하다는 듯 짧게 숨을 토해낸 그녀가 령에게 잠시 밖에 나가 있어 달라고 부탁하곤 의약당의 문을 닫았다.
방문인을 잠시 막아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초련이 무릎을 굽혀 설화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아가씨, 전 의원이지 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지, 죽이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할 수 있잖아.”
그리고 꽤 재능이 있지. 이전 생엔 독월이라 불릴 정도로.
“아가씨….”
초련이 이마를 짚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지금까진 아가씨께서 누군가를 해하려 하지 않으셨기에 도와드렸던 거예요. 제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고요.
초련이 팔락, 종이를 들어 올렸다.
“대체 이건 어디에 쓰시려는 거예요? 이런 독환이 아가씨께 필요할 이유가….”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목숨이 그 독환에 달렸어.”
“….”
초련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녀가 느릿하게 시선을 들어 설화를 바라보았다. 조금의 장난기도 없는 진지한 표정의 아이를.
“그게 무슨….”
“비풍대주님이 위험해. 어쩌면, 죽게 되실지도 몰라.”
“….”
“초련에게 소중한 사람, 그분이잖아. 약속해. 누군가를 해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야. 대주님을 살리기 위해서 이게 필요해.”
팔, 락.
초련이 다시금 종이를 들어 적힌 글자들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쓰인 재료와 제조법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조합되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종이를 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부족하네요. 이거론 안 돼요.”
“알아낼 수 있지? 내일 저녁까지야.”
“시간이 부족해요.”
“그게 최대야.”
“…해 볼게요.”
초련은 곧장 제조에 들어갔다.
설화가 종이에 써 준 것은 이번 생의 그녀는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지만, 이전 생의 독월은 만들어 본 독환의 제조법 일부였다.
혈교 의약당에 있을 때 곁에서 보았던 이 제조법의 재료가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의 독월이 사용하던 재료들을 최대한 기억해서 건네주었다.
남은 것은 초련이 부족한 조각을 찾아내어 맞추는 것뿐.
‘초련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해낼 것이다.
이전 생에는 섭무광의 복수를 위해 혈교에 잠입해 독월의 자리까지 오른 여인이 아닌가.
유희라는 가림막 뒤로 화오루와 연관된 혈교인들을 찾아내 죽이던 여인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이니, 분명 해낼 것이다.
해내야만 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섭무광과 남궁을 위해서라도.
달칵.
의약당을 나온 설화는 문 앞을 지켰다.
초련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도록 직접 의약당주의 방문인들을 돌려보냈다.
령은 그런 설화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깊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또다시 해가 지는 저녁이 되었을 때.
의약당의 문이 열렸다.
하루 새에 초췌해진 안색의 초련이 비틀대며 겨우 서 있었다.
그녀의 손 위엔 약첩이 들려있었다.
그것을 본 설화가 다시 고개를 들어 초련을 바라보았다.
“…완성했어요. 가까스로.”
설화는 초련이 내미는 약첩을 받아 들었다.
정말로 완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쌓여있는 종이 너머로 따끈한 온기가 느껴졌다.
설화는 그것을 손바닥만 한 주머니에 넣곤 섭무광에게 가기 위해 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다시 초련을 돌아보았다.
“수고했어. 고마워.”
정말로 해내 줘서.
그리고 다시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초련이 그녀를 붙잡았다.
“아가씨!”
“?”
“정말 그거면… 살 수 있는 거죠…?”
“…아마도.”
아마도 힘들 거라고. 사실 쉽지 않을 거라고.
머릿속에선 그런 대답을 내놓았지만, 설화는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독환을 만들어 낸 초련의 눈빛이, 너무도 간절해서, 말할 수 없었다.
탓, 타닷-
의약당을 벗어나 비풍대주실로 향하는 동안 설화는 마음속으로 그 말을 곱씹었다.
‘아마도….’
그것은 초련뿐만이 아닌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대답이었다.
* * *
섭무광은 비풍대주실에 있었다.
남궁으로 돌아온 이후 그가 비풍대주실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낙 집무실에 박혀있기 싫어하는 그였기에 사실상 비풍대주실은 대주실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는 대주실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