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7)_2
누군가 검으로 베어낸 듯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모양이었다.
“내일부턴 조금 더 속도를 내자꾸나.”
* * *
유표에게 최면술이 걸려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화산으로 향하는 일행의 속도는 빨라졌다.
행적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 인적이 드문 길을 이용하는 것은 여전했지만, 이전처럼 굳이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설화는 제 맞은편에 앉아있는 초련을 바라보았다.
초련은 섭무광이 떠난 이후 줄곧 침울해 있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제 발치만 바라보던 초련이 고개를 들어 설화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의 입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네. 그럼요.”
– 초련이 사랑하는 사람.
“….”
– 왜 비풍대주님이야?
이전 생에 혈교에 잠입해 섭무광의 복수를 하려 했을 정도로, 그 위험한 일을 감수했을 정도로.
그녀는 어째서 섭무광을 소중히 여기는 것일까.
– 연심(戀心)…이야?
설화의 조심스런 물음에 초련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웃던 그녀의 표정이 무언가를 추억하듯 씁쓸한 미소로 변해갔다.
“글쎄요. 그런 마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걸요?”
“?”
“목숨을 빚졌거든요. 그분께.”
목숨만 빚졌을까.
전부 끝이라고 생각했던 때, 다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준 사람이다.
“황궁에서 도망칠 때의 전 고작 열여덟이었어요. 열 살 때 가족, 친우, 소중한 사람들을 전부 잃고 8년을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았던 거죠.”
약초를 캐려고 산에 올라 길을 잃지 않았다면, 그날 아마 자신 역시 2황자의 손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환한 불빛을 따라 길을 찾아 돌아왔을 때, 마을은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소중한 사람들은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다.
“불길을 피해 도망치려는 마을 사람들을 관군들이 죽이고, 그 불길이 마치 축제라도 되는 양 구경하고 있는 2황자의 모습을 보면서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수풀 뒤에 숨죽이고 숨어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뿐.
비명에 귀를 막고 웃음에 치를 떨며 불길만큼이나 뜨거운 복수심을 키울 수밖엔.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은 2황자에겐 유희거리에 불과했고, 황자가 저지른 일을 어딘가에 고발할 수조차 없었다.
그것이 분했고, 억울했고, 참을 수 없었다.
“8년을 그 사람을 죽이는 것만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리고 전 성공했어요. 정말 좋았어요. 제 가슴에 쌓여있던 응어리진 독이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자신을 뒤쫓는 금의위(錦衣衛)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와중, 초련은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는지 이유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의 삶을 지탱 해오던 복수심이 사라지자, 그녀에게 남은 것은 지독한 공허함뿐이었다.
“그래서 죽으려 했어요. 금의위의 추격은 더 이상 따돌릴 방법이 없었고, 잡혀 고문받을 바에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요.”
그렇게 초련은 독초를 찾기 시작했다.
깊은 산속이었고, 뛰어난 의원이었던 그녀에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독초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에 그분을 만났죠.”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섭무광은 깊은 산속 수풀 속에서 가슴에 깊은 검상을 입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