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2화(12/319)
“다시.”
“흐읍!”
그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쉬, 쉬익, 하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러나 일화의 검은 이번에도 역시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받아 냈다.
몇 번의 검격이 더 오가고.
어느 순간 일화의 검이 검로의 틈새를 파고들어 적룡조장의 팔뚝을 후려쳤다.
“아악!”
욱신거리는 제 팔뚝을 틀어쥐는 그의 귀에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을 많이 싣는다고 좋은 공격이 아니에요. 스스로 다스릴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죠.”
과유불급이라 하였다.
검에 많은 힘을 싣는다고 하여 바위를 벨 수는 없는 법이다.
힘으로 바위를 가르려 한다면 오히려 검날이 상하고 부서지게 될 것이다.
바위가 가진 결과 작은 틈에 정확한 속도로, 정확한 힘을 가할 때 비로소 바위는 갈라진다.
지금의 적룡 조장이 그러했다.
무작정 힘을 실어 휘두르는 그의 공격은 위력적이긴 해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힘을 과하게 실으려 하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 몸이 굳게 돼요. 몸이 굳으면 검을 원하는 대로 휘두를 수 없어요.”
“이익…!”
적룡 조장이 가로로 낮게 검을 휘둘렀다.
일화의 키가 작은 것을 노린 일격이었지만, 일화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가볍게 피했다.
그러곤 더 깊이 몸을 숙여 순식간에 그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
적룡 조장이 뒤늦게 몸을 비틀어 검로를 바꾸려 하였지만.
따악―!
일화의 검이 더 빠르게 그의 복숭아뼈를 강타했다.
“아아악!”
적룡 조장은 몸을 비틀던 그대로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이번에는 목검으로 땅을 짚어 꼴사납게 엎어지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일화가 그의 앞에 섰다.
“하체 힘이 부족하니 중심이 무너지고, 중심이 무너지니 계속 엎어질 수밖에요.”
“너….”
일화의 목검이 그의 목을 겨누었다.
목검의 날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적룡 조장이 숨을 흡, 들이마시며 시선을 들었다.
“땅은 흔들리지 않아요. 내가 똑바로 딛고 서는 한.”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아이의 시선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그야말로 일화의 완벽한 승리였다.
팽팽한 전투도 아닌, 일방적인 승리.
아니, 승패를 가르기에도 무의미했다. 일화는 애초에 이것을 비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됐겠지.’
이제 남은 건 저자에게 달렸다.
아이의 말이라고 무시할 것인지,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되돌아볼 것인지.
일화는 전의를 상실한 적룡 조장에게서 돌아서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공을 몰아내고 처음으로 검을 잡았다.
힘을 잃은 몸에 적응이 덜 된 탓일까, 손끝이 저릿하게 아리면서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조언할 처지가 아니구나. 힘을 다스리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일화는 짧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당분간은 이 줄어든 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한편, 적룡 조장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아이 하나 이기겠다고 전력을 다했는데, 상대인 아이는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다니.
그것도 모자라 검술을 지적당했다.
전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오던 단점들이었다.
‘저 아이는 대체….’
대체 누구지?
대체 누구이기에… 남궁의 연무장도 마음대로 드나들고 저리도 높은 무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홀연히 멀어지는 아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적룡 조장은 한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설마…!’
아이가 아닐지도…?
적룡 조장과의 비무가 끝난 후 일화는 연무장을 빠져나왔다.
소란 탓에 시선이 쏠려 마음 편히 수련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아니었다.
‘객원의 연무장으로 가자.’
어차피 그곳에서 수련하게 될 것을 공연히 시선만 모으고 말았다.
얻은 것 없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 또한 남궁 가주의 귀에 들어갈 테니 아쉬움은 남았다.
처음부터 천객원의 연무장을 이용할 것을.
“…!”
온 길을 되돌아 나와 걸음을 옮기던 도중 일순간 눈앞이 흔들렸다.
과거로 돌아온 이래 내공도 몰아내었고,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힘을 사용한 것이 어린 몸에 무리가 된 탓이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며 몸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넘어진다! 생각한 순간.
덥석!
“어라라?”
기울어지는 그녀의 몸을 누군가 붙잡았다.
“꼬맹아. 어이.”
고개를 휘휘 저어 초점을 맞춘 일화는 시선을 들어 자신을 잡은 이를 바라보았다.
비풍검대주 섭무광이었다.
“안색이 좋지 않다. 꼬맹아.”
어느새 손에 땀이 차고 식은땀마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일화가 손바닥을 얼른 바지춤에 문질렀다.
“괜찮아요. 그냥 잠깐 어지러워… 앗!”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야가 훅, 높아졌다.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을 땐 이미 섭무광의 팔에 안겨 있었다.
일화가 인상을 팍 썼다.
“내려 주세요.”
“가자.”
섭무광은 곧장 경공을 펼쳐 어디론가 향했다. 익숙한 바람 소리를 귓가로 흘려보내며 일화가 물었다.
“어디 가는 건가요?”
섭무광이 크크, 웃음을 흘렸다.
“가 보면 안다.”
* * *
섭무광이 그녀를 데려간 곳은 의약당이었다.
남궁의 의약당주는 일화가 지난 생에 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의약당주가 도망쳤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남궁에 쳐들어와 보니 없었다.
‘아마 남궁을 버리고 도망친 거였겠지.’
보통 의약당주는 가문 사람이 아닌 실력 있는 인재를 두는 경우가 많으니, 남궁의 사람도 아닐 터였다.
남궁이 몰락하는데 남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이전 생에 도망친 의약당주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 생에는 도망칠 일을 만들지 않을 예정이니까.
“다 왔다.”
섭무광이 일화를 바닥에 내려 주었다.
코끝으로 흘러 들어오는 약재 향기에 일화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약재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다.
‘생(生)의 향.’
혈교에 있을 당시에도 의약당을 종종 찾아가 한참이나 앉아 있다 오곤 했었다.
죽음의 냄새인 피 냄새가 진동하는 혈교에서, 잠시나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향이라서일까. 의약당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졌다.
일렁이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며 일화가 의약당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