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_2
“뭐야, 또 없어?”
섭무광이 의약당의 내부를 둘러보며 입구의 종을 울렸다.
그러나 의약당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 또 어딜 간 거야? 자리나 제대로 지키고 있으라니까…. 꼬맹아,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거라.”
섭무광이 툴툴거리며 의약당주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출입문을 잠시 바라보던 일화는 의약당 안에 늘어져 있는 약재들을 구경했다.
‘백서, 흑색통풀. 천맥초, 이건… 감초인가?’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쓰임새가 많은 약재들이 대다수였다.
‘남궁은 남궁이구나. 확실히 질이 좋네.’
감초 하나를 집어 자세히 보던 중이었다.
“귀여운 숙녀께서 와 계셨네?”
일화가 놀라며 뒤를 돌았다.
그러나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일화의 표정이 더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어머나―.”
가는 목소리에 간지러운 웃음소리.
높은 신을 신고 푸른 실로 수가 놓인 화려한 흰색 장포를 입은 여자가 사뿐사뿐 다가와 일화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긴 속눈썹 아래 깊이 있는 눈동자가 일화를 응시했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일화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자 여자가 간드러지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쩜, 너 되게 아기 고양이 같다아―.”
여자의 긴 속눈썹이 싱긋 휘어졌다.
여자는 들어 올린 손으로 일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귀여워라.”
여자의 맑은 감색 눈동자에는 일화를 어여삐 여기는 기색이 가득했다.
적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선의.
일화는 그녀가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 여자가… 왜 여기에…?’
찾아갈 때마다 웃는 낯으로 그녀를 반겨 주곤 했던 혈교의 의약당주.
그 웃는 낯의 뒤에서 독을 이용해 잔혹한 살인을 즐기던 살수.
혈교의 의약당주 독월(毒月).
그것이 이전 생에 일화가 알고 있던 이 여자를 이르는 명칭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과의 조우에 일화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이것이었다.
‘혈교의 사람인가? 남궁의 사람인가?’
남궁에 숨어든 혈교의 간자인가, 독월이 혈교에 입교하기 전에 남궁에 머물렀던 것인가.
전자라면 죽여야 하고 후자라면 지켜봐야 한다. 어느 쪽이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혈맥이라도 짚인 건가? 얘, 이거 몇 개인지 보이니?”
한참이나 반응이 없자 의약당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화의 앞에 손가락을 흔들었다.
때마침 섭무광이 돌아왔다.
“거참, 사람 귀찮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 찾을 땐 안 보이더니 여긴 언제 와 있는 거냐?”
의약당주를 찾으러 나갔다가 찾지 못해 막 돌아온 참이었다.
“내가 내 자리에 있는 게 이상한 일인가요? 그러는 대주께선 오늘도 여전히 불퉁하시네요. 건강해 보이고, 좋네요.”
“쯧. 쓸데없는 소릴.”
“흐음… 우리 튼튼하신 대주님께서 어디 아픈 곳이 있어 보이시진 않고… 역시 이 아기 고양이 때문에 오신 건가요?”
“아기… 뭐…?”
섭무광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의약당주는 휙 몸을 돌려 다시 일화의 앞에 시선을 맞추고 앉았다.
“어디가 아파서 왔니, 얘야?”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맥이나 짚어 봐.”
“아하,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온 거구나? 딱해라.”
의약당주의 눈썹이 낮게 처졌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일화를 향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