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30화(130/319)
“비동을 찾았다는 걸 왜 숨기고 계세요?”
노운의 가는 눈꺼풀 사이 맑은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그는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화는 피하지 않았다.
체면을 살려주려고 이 자리에서 물러선다면, 노운의 병을 고칠 수 없을 테니까.
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선 만리신투의 비동의 존재를 밝히고, 위치를 알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노운이 감추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힐 수밖에 없었다.
“….”
노운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닫기를 반복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진정… 알고 있었구나.”
그의 표정에 죄책감이 서렸다.
또다시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결국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라서고 싶었다.”
종기 사이로 드러난 눈매가 쳐졌다.
“사형제들이 보다 높은 곳에 올라설 때마다 나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참을 수 없더구나.”
노자 배의 대사형이자 장문 제자였던 노운은 젊은 시절부터 화산파 장문인과 장로들의 기대와 인정을 한 몸에 받아왔다.
다음 대 장문인은 인품과 무공이 뛰어난, 그 어느 대의 장문인보다 훌륭한 장문인이 나올 것이라 말하였다.
이대제자 시절까지만 해도 노운의 무공은 다른 사형제들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사형제들이 하나, 둘 깨달음을 얻으며 경지가 높아지는데 나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제자리일 뿐이더구나. 겉으로는 축하해 주었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지.”
노운이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는 사형제들의 대성을 마음 깊이 축하해 주지 못하고 있더구나.”
그러던 도중 장문인과 장로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장문 제자인 노운의 경지가 절정에 머물러있으니, 장문인 대대로 내려오는 본문의 신공을 가르치기 어렵게 되었다는 대화였다.
‘자하신공(紫霞神功)을 익히지 못한 장문인.’
화산파의 제일이라 불리는 절세 심법이자 상승 무공인 자하신공을 익히기 위해선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만 했다.
지금껏 장문 제자 중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이는 없었기에, 자하신공의 전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노운은 오랫동안 초절정의 벽을 깨지 못하였고, 기대 어린 시선은 점차 걱정과 답답함, 실망으로 바뀌었다.
“간신히 초절정의 경지에 달하여 심법을 배웠으나, 나는 지금까지도 고작 오성에 머물러있을 뿐이다. 그리 뛰어난 검수가 아니었던 게지.”
재능은 있었으나 특출나진 않았다.
노력은 하였으나 필사적이진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는 뛰어나고 특출난 사형제들을 그저 바라만 보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가 아닌 노문 사제나 노백 사제 같은 이들이 장문인이 되었다면 화산의 절학이 가진 정신 역시 온전하게 전수되었겠지.”
겨우 오성을 이룬 이가 무학으로서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과, 대성을 이룬 이가 그 속에 담긴 화산의 정수를 깨달아 가르치는 것은 다를 테니 말이다.
“하여, 욕심이 났다. 만리신투의 비동을 발견하였을 때 드디어 기연을 만났다고 생각하였다.”
만리신투의 비동이라면 누군가에게 훔쳐 부당하게 취한 재물일 텐데도.
“욕심에 눈이 멀어 부끄러운 선택을 하였구나. 나는 더 이상 도인이라 할 수도, 화산의 제자라 할 수도 없다.”
노운이 제 손을 들어 보였다.
스르륵, 의복이 내려가며 팔에 가득한 종기들이 드러났다.
“이 역시 도리를 거스르려 하였던 것에 대한 천벌이 아니겠느냐.”
그리 말하는 노운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개운해 보였다.
가슴에 품고 있던 자신의 허물을 전부 내보이고 나니 차라리 후련해진 것이다.
화산의 장문인이라는 자리에 오른 자.
장문인일지라도 그도 한낱 인간이었고, 더 높은 곳을 갈구하는 무인이었다.
“자네는 자네 사부와 사숙들을 믿지 못하는 겐가.”
잠자코 듣고 있던 남궁무천이 입을 열었다.
“자네의 무공을 그분들이라고 모르셨겠나. 한데도 자네를 장문인으로 끝내 세운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저는 장문인의 자리에 앉을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사부님과 사숙들께서도 저의 이런 모습을 모르시기에….”
“어리석은 말 말게나. 그 말은 곧 자네의 사부와 사숙들을 욕보이는 말임을 모르겠는가.”
현 장문인은 노운이지만, 그를 장문인으로 세운 이들은 전대 장문인과 장로들이었다.
장문 제자의 무위가 부족함을 문파의 어른들인 그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까지 노운을 믿었고, 그를 장문인으로 인정해주었다.
그러므로 노운 스스로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윗대의 뜻을 비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몸과 마음은 따로 갈 수 없는 법이지. 자네가 한 말은 육신의 고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고 못 들은 것으로 하겠네.”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이다.
그 고통을 참으며 지금껏 버텨온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비록 고통의 시작이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노운 정도 되는 이였기에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 어른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던 설화가 노운에게 물었다.
“비동에 다녀오신 후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말씀이시죠?”
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동에 설치되어 있던 독분을 들이마신 후로 이리되더구나. 물론 독분을 가져와 의원에게 보여도 주었다. 하나, 독분의 성분조차 밝혀내지 못하였지.”
“정확히 증세가 어떻게 되세요?”
“보다시피 온몸에 종기가 돋고 고름이 흐른다. 하나, 그보다 심각한 것은 내공이 흩어진다는 것이겠지.”
“내공이… 흩어진다고요?”
“그래. 마치 연기처럼 말이다.”
설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공력을 흐트러트리는 독이라면 하나뿐이다.
‘산공독…?’
산공독(散功毒).
의미 그대로 공력을 흐트러트리는 독.
산공독에 당한 이들은 내공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단전에 쌓인 내공은 운용하는 순간, 독이 힘의 결집을 방해해 연기처럼 흩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힘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독으로, 산공독에 처음 당하면 단전을 잃는 것과 비슷한 절망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독성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회복되지만, 언제 또다시 내공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항상 내재하게 된다고 했다.
하여, 산공독은 내공을 사용하여 무공을 펼치는 무림인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무림은 오랫동안 산공독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어.’
그 결과 지금은 제조법의 명맥마저 끊어진 것으로 아는데.
‘이전 생에선 혈교에서 산공독을 부활시켜서 상대하기 어려운 고수들을 암살하는 데 썼었지.’
하지만 지금은 혈교 역시 산공독을 가지고 있지 않을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 만리신투의 비동에 산공독이 쓰이고 있다고?
설마, 만리신투와 혈교가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전 생에 그런 접점은 전혀 없었는데.’
확인이 필요하다.
“비동의 위치는 알고 계시죠?”
“알다마다.”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