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32화(132/319)
“이건….”
훅, 끼쳐오는 강한 바람에 남궁무천이 눈썹을 찌푸렸다.
길을 따라 나아가던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위로도 아래로도 끝을 알 수 없이 뚫려있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아득한 낭떠러지 아래에선 쉼 없이 바람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 바람이 휘도는 소리가 포효하듯 공간을 울렸다.
그 바람은 신기하게도 일행이 나온 통로 밖으로는 조금도 흘러 나가지 않았다.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공간 안을 누비며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진법인가?”
“모르겠습니다.”
진법인지 아닌지는 기운을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산공독 탓에 내공의 운용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파악이 쉽지 않았다.
남궁무천은 두어 걸음 앞서 나가, 아득한 구덩이를 내려다보았다.
진정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었다.
‘육십 년을 넘게 살았지만, 이런 곳은 또 처음이군.’
몸을 굽혀야만 들어올 수 있는 굴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그 좁은 굴속에 어찌 이런 공간이 있단 말인가.
탄식밖엔 나오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궁무천이 노운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노운은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이 너머로는 가지 못하였습니다.”
남궁무천은 그제야 지나온 통로 위쪽 벽에 쓰인 글귀를 발견했다.
[개심안(開心眼) 견비도(見秘道)]‘마음의 눈을 열면 숨겨진 길을 볼 수 있다.’
노운도 글귀를 올려다보았다.
“전 저 말의 뜻을 풀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다음을 기약하고 굴을 나갈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다음은 없었다.
굴을 나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종기가 돋아나기 시작했으니.
그가 설화를 돌아보았다.
“하여, 궁금하구나. 너는 이 말을 어찌 알고 있었던 것이더냐.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이더냐?”
설화가 고개를 들어 여섯 글자를 눈에 담았다.
이전 생에 오 혈주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다만 저 여섯 글자를 말하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만리신투는 진법에 미친 놈이오.’
그것이 설화가 가진 단서의 전부였다.
“화오루에 있을 때….”
설화는 절벽 가까이로 걸음을 옮겼다.
남궁무천이 위험하니 조심하라며 곁으로 다가왔다.
“만리신투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이전 생에 이 비동의 문제를 푼 이의 말을 들어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만리신투는 과연 이 비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그가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에 정신이 팔려 정작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며 산다고요.”
만리신투를 만난 적 없지만, 그가 이 비동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이것이 아닐까.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서 있기도 버거울 정도의 바람이었다.
굴이 포효하듯 울리고, 경고하듯 흔들렸다.
“설화야. 위험하니 더 물러서거라.”
“할아버지.”
설화가 뒤를 돌아 남궁무천과 노운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셨어요?”
“이상한 점?”
‘처음엔 만리신투가 혈교에 연관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산공독을 사용했다는 노운의 말을 들었을 때는 만리신투가 혹여 혈교의 혈주 중 하나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동의 함정들을 지나오며 확신했다.
‘만리신투는 혈교의 사람이 아니다.’
혈교의 사람이었다면, 이런 순조로운 비동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 테니까.
“이곳의 함정들은 비동에 들어선 이들을 곤란하게 만들지만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없었어요.”
날이 없는 막대기들과 몽둥이를 든 목인.
오물로 찬 구덩이와 날아오는 모래주머니들.
“이 비동은 보물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에요.”
침입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아닌, 마치 무언가를 깨닫게 하려는 목적의 함정들.
그리고 이 비동의 가장 처음에 쓰여있던 글귀.
‘용기 있는 자가 천하를 얻으리라.’
“오히려 보물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가깝죠.”
고개를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며 생각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끝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만리신투는 이 비동을 통해 무엇을 보길 원했던 것일까.
‘진법에 미친 놈.’
오혈주는 어째서 그렇게 말한 것일까.
답은 하나다.
‘이건 전부 진법이야.’
이 거대한 공간도, 바람도.
포효하는 울음소리도, 굴의 울림까지도.
하지만 진법의 무서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이라 믿는 마음.’
두려움에 눈이 멀어 이 모든 것을 사실이라 믿는 순간, 진법에 들어선 이들은 진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실재하는 낭떠러지가 아니지만, 추락사로 죽을 수도 있고, 실재하는 불이 아니지만 타 죽을 수도 있고, 실재하는 물이 아니지만 익사할 수도 있는 법이다.
진법이란 곧 믿는 마음.
신념(信念)으로서 완성된다.
즉, 심안(心眼)을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길이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반대로 말하면.’
안전하리라 믿는다면, 진법에 휘둘리긴커녕 이용할 수도 있을 터.
탓-!
“설화…!”
설화가 절벽을 향해 뛰어들었다.
남궁무천이 놀라 손을 뻗었으나, 설화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노운 역시 경악하여 달려왔다.
그러나 설화는 순식간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절벽 아래로 떨어졌던 설화가 그들의 눈앞에 두둥실 떠오른 것이다.
“이, 이 무슨….”
마치 허공을 밟고 선 듯이 공중에 붕 뜬 채로 설화는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할아버지. 장문인. 믿어지지 않으신다면 무리해서 따라오지 마세요. 위험해요.”
진정 믿지 않으면, 추락사로 죽는 것은 순식간이다. 위험을 안고 뛰어들 바에야 따라오지 않는 것이 나았다.
“금방 다녀올게요.”
그 말을 남기고 설화는 바람을 타고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야말로 승천(昇天)이었다.
멀어지는 제 손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궁무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그의 뒤로 노문이 다가왔다.
천장을 가리키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거, 검황 선배. 혹, 손녀께서 허공답보(虛空踏步)를 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허공답보는 화경의 고수인 자신조차 쉬이 할 수 없는 것인데.
아무리 제 손녀가 뛰어나다지만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하였다.
“허공답보가 아닐세.”
“허공답보가 아니라면 어찌,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