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33화(133/319)
상자 안에는 서책 한 권과 옥패의 조각 그리고 환단 10개와 곱게 접힌 서신 하나가 들어 있었다.
서신을 펼쳐 읽어보았다.
내용은 짧았다.
[환단을 먹으면 독기가 사라질 것이다.]해독 환단이었다.
‘역시 혈교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네.’
혈교인이 산공독을 쓰고 친절하게 해독 환단까지 줄 리는 없겠지.
완전히 아니라고 확신할 수도 없겠지만.
설화는 환단을 하나 꺼내 남궁무천의 옆에 앉아있는 노운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독을 해독해 주는 환단이래요.”
“…효과가 있겠느냐?”
의심하는 목소리이면서도 그는 이미 환단을 받아 들고 있었다.
“비동의 주인이 사용한 독분의 해독환이니 다른 어떤 해독환보다 나을 거예요. 비동에 다녀가신 이후로 증세가 나타났다고 하셨죠? 원인이 정말 비동의 독분인지 확인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렇겠구나.”
노운이 해독환을 손가락으로 굴리다가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맛이 쓴지 그의 미간이 설핏, 구겨졌다.
“좀 어떤 것 같으세요?”
“으음….”
노운이 손을 쥐락펴락, 움직였다.
무언가를 고심하듯 심각한 표정으로 꼼지락거리더니 어느 순간 우뚝, 굳었다.
노운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왜 그러는가? 효과가 있는 겐가?”
“….”
남궁무천이 답답한 듯 노운 쪽으로 상체를 굽혔다.
“어떻냐니까? 왜 그런 표정인가. 뭔가 차도가 있는 겐가?”
“허… 허어….”
“이보게, 옥매검…!”
“내공이….”
노운이 멍한 표정으로 남궁무천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온몸에 짙은 자줏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내공이 모입니다, 선배.”
남궁무천과 설화의 표정이 멍하니 풀어졌다.
노운에게서 피어오르는 기운 때문이 아니었다.
“자, 자네… 종기가….”
노운의 온몸에 가득했던 종기들의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노운이 옷자락을 걷어 제 팔을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온몸의 종기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라앉고 있었다.
“아아….”
그의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허허, 허허허!”
남궁무천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잘 됐군, 잘 됐어! 참으로 잘 되었네, 옥매검!”
노운은 울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감격의 눈물과 기쁨의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와 어느 것 하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노운을 바라보는 설화의 눈이 동그래졌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네.’
저건 어떤 감정인 거지?
이제야 기쁨과 슬픔을 조금 이해하게 된 설화에겐 복합적인 감정이란 아직은 어려운 것이었다.
한참이나 울고 웃는 노운을 바라보는 설화의 눈썹이 낮게 휘어졌다.
* * *
“전부 사라졌구나.”
남궁무천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동 전체가 진법이었다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군.”
비동의 입구에 들어서서 통과해 온 함정 전체가 결국엔 하나의 진법이었다.
비동이 사라진 자리엔 넓디넓은 들판만이 펼쳐져 있었다.
세 사람이 비동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온 것이 아닌, 비동이 있던 그 자리에서 정말 비동만 사라진 것이었다.
“하하하하! 보이십니까! 선배! 검황 선배! 제가 경신술을 펼치고 있습니다!”
노운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 멀리서 나타났다가 또 저 멀리서 나타났다.
종기가 전부 가라앉고 내력을 되찾은 그는 마음껏 내공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설화의 내공 역시 돌아왔다.
해독환은 먹지 않았다.
환을 먹지 않아도, 남궁무천처럼 스스로 독기를 몰아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독성이 빠져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
“음?”
“장문인께도 최면술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하셨죠?”
노운이 내공을 되찾은 뒤 상태를 살핀다는 이유로 남궁무천은 그의 몸을 확인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노운에게서도 최면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 생각엔 화산파의 장문인께 나타났던 증상은 최면술과 독분의 복합적인 영향 탓이 아닐까, 해요.”
“나도 같은 생각이다.”
최면술로 인해 미세하게 이상이 생긴 내력의 흐름에 산공독의 독성이 더해지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설화가 허리춤에 차 놓았던 주머니를 풀어 들었다.
“제가 독분을 챙겨왔어요.”
비동 자체가 진법이었지만, 전부 환상은 아니었다.
산공독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실제 독분을 쓸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이걸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최면술에 걸려있는 이가 독분을 들이마시면 장문인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요.”
그리고 그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매영검 유표.’
그 역시 잠재적으로 최면술에 걸려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만약, 최면술과 독분의 반응이 사실이라면 반대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화산파 내에서 최면술에 걸린 이와 걸리지 않은 이를 구분할 방법이 생긴 셈이다.
독분을 뿌려 종기가 나는 이들은 최면술에 걸려있는 이들, 나지 않은 이들은 걸려있지 않은 이들일 테니.
“화오루의 간자들은 최면술에 걸리지 않은 이들 중에 있겠지.”
간자를 색출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지만.
최면술에 걸린 이와 걸리지 않은 이를 구분해 낼 방법이 생긴 것만으로 우선은 다행이었다.
설화도 남궁무천의 말에 동의했다.
“최면술에 걸려있는 제자들을 선별하면 그들을 따로 분리해 놓아야 해요. 최면술이 발동되었을 때 누군가를 해하지 못하도록요.”
“하나, 무작정 독분을 뿌려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최면술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것을 저들이 알면 곤란하지 않으냐.”
가장 쉽게 구별해낼 방법은 제자들의 식사에 산공독을 타는 것이다.
그러나 남궁이 화산에 도착한 이후 최면술을 걸어놓은 제자들의 몸에 일제히 종기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혈교의 간자들이 그 사실을 이상히 여기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다가 최면이 발동되기라도 하면.’
그땐 결국 이전 생과 같은 참극이 벌어질 것이다.
“그 전에….”
설화와 남궁무천이 저 멀리, 나무가 흔들리는 숲을 바라보았다.
화산파에 들어가기 전에 장문인을 치료하려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