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34화(134/319)
* * *
산공독을 두 사람에게 뿌린 후 반 시진이 흘렀다.
독분을 들이마시고, 내공을 운용할 수 없게 되자 두 사람은 당황하였지만, 괜찮다는 남궁무천의 말에 잠자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독기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그렇게 반 시진 후, 유강의 몸에서 아지랑이처럼 분홍빛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유강이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내공이 돌아왔어요!”
그러자 곁에 있던 유표 역시 눈을 뜨곤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이 묘하다는 듯 찌푸려졌다.
“독성이 유지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설화의 말에 유표가 짧은 한숨과 함께 다시 눈을 감고 운용에 집중했다.
눈치 없이 혼자 너무 좋아했다는 생각에 머쓱해 하며 유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문인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이각(二刻_30분)이 흘렀다.
설화는 남궁무천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가설이 일차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최면술의 영향이 산공독의 해독을 막고 있는 게 확실하다.’
반 시진이 흐르면 산공독의 독기가 전부 빠져나가는 것은 설화와 유강으로 증명되었다.
반 시진이 지나도 독기가 유지된 이는 화산파의 장문인인 노운과 유표.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최면술에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또다시 이각이 흘렀다.
잠자코 명상을 이어가던 유표의 손이 움찔, 떨렸다.
그가 눈을 뜨고 제 손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곤 옷자락을 걷었을 때.
“!”
모두가 보았다. 유표의 팔에 두드러기처럼 솟아오르는 종기들을.
“무, 무슨…!”
가장 먼저 그 증세를 알아본 노운이 비틀거렸다.
“어, 어서 유표에게 해독환을 주십시오. 어서…!”
남궁무천이 설화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는 충격에 빠져있는 유표에게 해독환을 내밀며 말했다.
“이 해독환을 먹으면 독기가 사라지고 내공이 돌아올 거예요. 팔의 종기들도 사라질 테니 드세요.”
“…고맙소.”
유표가 해독환을 먹고 잠시 후, 그의 몸에서 진한 분홍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팔에 두드러졌던 종기들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이로써 확실해졌군.”
“무엇을 확인하신 것입니까…? 어찌 한 아이는 멀쩡하고 한 아이는 저처럼 종기가 돋아난 것이란 말입니까?”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빠르겠지.”
남궁무천이 성큼성큼 유표에게 다가갔다.
유표는 그때까지도 제 몸에 일어난 변화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설화는 뒤로 물러서거라.”
남궁무천의 말에 설화는 물러나고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흑룡대주와 흑룡대원 두 명이 유표에게 다가왔다.
“잠시 실례 좀 하겠소.”
흑룡대원 두 명이 순식간에 유표의 팔을 뒤로 돌려 붙들었다. 그런 유표의 어깨를 흑룡대주가 뒤에서 붙잡았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내가 무얼 어찌하였다고…!”
“도장. 어찌 화산파에 본가의 방문을 알리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하였지.”
“!”
“그 이유를 보여 주려 하니 잠시만 그대로 있게나.”
남궁무천이 유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최면술은 암시와는 달라서 강제로 발동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면술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조차 어려운데, 어찌 그 기운의 가닥을 잡아 자극하는 것이 쉬울 수 있을까.
‘하나, 강한 주술이건 약한 주술이건 주술을 건 이의 내력의 흔적은 존재할 터.’
화경의 고수인 남궁무천 정도 되기에 흔적을 찾는 것이 가능한 일이다.
후우우욱-
푸른 기운이 남궁무천을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내력을 끌어올린 무천은 유표의 백회혈을 통해 제 공력을 불어 넣었다.
그 순간, 유표의 세상이 쿵- 하며 어두워졌다.
후욱-
남궁무천의 공력이 유표에게 주입되고, 유표의 고개가 일순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기운이 차차 사그라들고 주위엔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중.
꿈틀.
유표의 몸이 움직였다.
‘화산을 하룻밤 새에 자멸하게 만든 최면술.’
전해 듣기만 했을 뿐, 그 실상을 보는 것은 설화도 처음이었다.
설화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공기가 팽팽해지고,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유표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
설화는 텅 비어 있는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눈을 뜨고 있으나, 그 무엇도 담지 못하는 죽은 눈동자였다.
남궁무천이 흑룡대주와 흑룡대원들에게 물러나라 손짓하자, 그들이 유표를 놓고 곧장 멀어졌다.
또다시 고요한 정적이 흐르길 잠시.
후욱-!
“!”
유표가 돌연 남궁무천을 향해 장을 날렸다.
파악-!
그것도 10성 공력을 실은 공격이었다.
“아닛…!”
유표의 갑작스런 공격에 노운이 당황하며 막으려 했지만, 설화가 그를 붙잡았다.
“제정신으로 보이시나요?”
“뭐…?”
장문인은 그제야 유표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온 공력을 실어 남궁무천을 공격하고 있으면서도 애쓰는 기색도 흔들리는 기색도 없는, 그저 무감한 얼굴을.
아니, 애초에 유표가 남궁무천에게 덤비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호기로운 아이지만, 무작정 덤벼드는 아이는 아니다.
일대제자 중 어린 편임에도 제 사형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출 정도로 재능이 있기에, 상대를 파악하는 눈도 가진 아이였다.
그런 유표가 다른 이도 아닌 10대 고수인 검황에게 달려든다?
“유표를 저리 만든 것이 무엇이더냐.”
“최면술이에요.”
“…최면술?”
노운이 놀란 눈으로 설화를 돌아보았다.
“최면술이라 하였느냐…?”
“알고 계시나요?”
“자세히 알진 못한다. 다만, 모산(茅山)의 도문인 상청파(上淸派)에서 그와 비슷한 주술을 쓴다는 말을 들어보았구나.”
모산파 또는 상청파라 불리는 도가.
설화 역시 그들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화산이나 무당과 같이 도가의 성향을 띠지만, 무공보다는 방술(方術)에 조예가 깊다고 하는 문파였다.
정파에 속하지만, 사이한 술법들을 쓰기에 무림에서 그들에 대한 시선은 그리 좋지 못했다.
때문에 굉장히 폐쇄적인 성향의 문파라고 알고 있었다. 그만큼 정보도 적고.
“하나, 내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구나. 유표에게 최면술을 건 이가 누구란 말이냐?”
파악-!
유표의 공격을 몇 수 받아 주던 남궁무천이 유표의 뒷목을 강하게 내려쳤다.
유표는 그대로 땅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