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35화(135/319)
* * *
‘자네는 어찌 화산파에 몸담게 되었는가?’
언젠가 남궁무천은 노운에게 그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남궁세가의 사람으로 태어나 남궁의 이름을 받고 자연스레 가문을 짊어질 후인(後人)으로 길러진 무천은 이해할 수 없었다.
피도 섞이지 않은 문파를 위해 목숨까지 내걸 수 있는 문파의 무인들이.
다소 무례할 수 있는 그 물음에도 노운은 하하, 선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화산은 제 모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저 자신보다도 소중한 것이 화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리되었습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무위자연. 하더니만.
본인의 평생을 바칠 문파를 선택하는 일도 그저 자연스레 그리되었다는 것인가.
‘도통 도사라는 이들의 말은 이해할 수 없군.’
‘하하하.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저 그리되었고, 그렇기에 화산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되었네.’
무천이 그 말을 이해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였다.
그저 남궁의 사람으로 태어나 자연스레 남궁을 위해 살아가던 무천은 어느 순간 남궁이 제 모든 것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목표이자, 이유이자, 삶 그 자체.
언제부터 자신이 제 가문을 이리도 사랑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살다 보니 그리되었다.
노운 또한 그러한 것일 터였다.
그렇기에 그가 화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자네의 화산이 아닌가. 자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화산이 아닌가. 하니, 살려야 하지 않겠나.”
“….”
“정신 차리게. 자책할 시간에 어찌 수습할 것인지만 생각하게.”
‘자네의 화산.’
그 말은 노운의 정신을 바짝 들게 했다.
다시 한번 유표와 유강,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안한 시선으로 자신만을 바라보는 유강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자, 가슴이 차가워졌다.
그래, 이 화산은 자신의 화산이다. 자신의 일평생을 바친 집이자, 과거이자, 제 삶 그 자체가 아니던가.
자신은 화산파의 장문인이다.
‘장문인이 되기 전, 나에게 장문인은 어떤 존재이셨던가. 내가 바라보는 장문인은 어떤 분이셨던가.’
존경스럽고, 의지가 되었던 그 등이 떠오른다.
화산의 모든 짐과 어려움 그리고 영광까지 전부 감당하였던 등이었다.
그 태산 같은 등을 보며 자신 역시 화산에, 수많은 화산의 제자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내가 무너지면, 화산은 중심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신 차려야 한다. 검황 선배의 말처럼 자책할 시간은 없다.
“후….”
노운의 표정이 일순, 차분해졌다. 본래도 차분한 편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동요하던 감정을 완전히 갈무리하였다.
한층 단단해진 표정이었다.
“남궁세가의 가주께 이리 부탁드립니다.”
노운이 남궁무천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부디 알고 계신 것을 전부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화산을 도와주십시오.”
남궁무천이 꽉 쥔 그의 손을 붙잡아 내렸다.
노운이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말게. 그러려고 온 것이니.”
“…감사합니다.”
“하면, 이제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 * *
자리를 옮겨 천막으로 돌아온 일행은 본격적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깨어난 유표의 몸에선 최면술의 흔적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고, 이야기를 들은 그는 혼란스러워했다.
그렇게 깨어난 유표까지, 화산의 세 사람은 남궁세가에게 정식으로 감사를 전했다.
“남궁세가가 아니었다면 화산은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모른 채 멸문하였겠지요. 남궁세가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노운의 말에 유표와 유강이 고개를 숙였다. 짧은 인사 후에 유표가 물었다.
“본문의 제자들이 최면술에 걸려 있음을 어찌 아신 것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내 손녀가 알려주었네.”
모두의 시선이 설화를 향했다.
잠자코 오가는 대화를 듣고 있던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로 돌아가기 전에 몸담고 있던 곳에서 들었어요. 어떻게 듣게 되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다소 불친절한 대답이었지만, 노운은 수긍해 주었다.
도움을 받는 처지에 곤란한 이야기를 캐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게 여러 차례 도움을 받는구나. 고맙다.”
“뭘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화산이 멸문하면 큰 손실이니, 막은 것뿐인걸.
“그보다, 유표 도장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화산파 제자들에게 걸려 있는 최면술은 단순한 최면술이 아니에요. 무인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반복된 주술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 말은….”
“최면술을 건 이는 화산파 내부인일 거라는 말이죠.”
노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최면술이 걸려 있다는 것을 완전히 모르고 있었으니, 내부인의 소행일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믿기 때문에, 의심조차 하지 않는 자.
“그리고 정신을 지배하는 사술은 기본적으로 상대보다 강한 공력을 지녀야 해요.”
“장로들이나, 원로들 중에 있다는 말이겠구나.”
장문인인 노운 역시 최면술에 걸려 있으니, 그보다 높은 경지라면 노운의 사형제들이나 윗대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자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일 테니, 아무래도….”
“…장로들 중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군.”
가장 믿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절망감은 더욱 컸다.
사형제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노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갈수록 더욱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한 갑자(甲子_60년)를 함께 하였다. 그들 중 누가 왜 그러한 짓을 벌였을지… 감조차 오지 않는구나.”
“운이 좋다면, 그들이 아닐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에게까지 최면술을 걸어놓을 정도라면, 필시 잘 아는 자일 테지.
씁쓸했으나 더 이상 씁쓸함 속에 갇혀 있을 수는 없었다.
노운이 단단해진 시선을 들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 결심이 어렸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을 지다니?”
“제게 아직 최면술이 남아 있다고 하셨지요. 제가 다시 그 독분을 마시겠습니다. 하면 제 몸에는 다시 종기가 돋겠지요.”
남궁무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하여서 얻는 것이 뭔가?”
“검황 선배께서 그러셨지요. 최면술에 걸린 화산의 제자들을 흩어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했지.”
“제 모습을 모두의 앞에 보이겠습니다.”
2년간이나 숨겨왔던 모습을, 모두의 앞에 내보이고.
“검황 선배께선 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가 화산에 있다고 해 주십시오.”
“아.”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은 그제야 노운의 말뜻을 깨달았다.
화산파 장문인의 병환을 치료할 약초이다.